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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산타수염
작가 : 광선
작품등록일 : 2019.8.29

29살 직장인 김소하가 어느 날 산타로부터 받은 한통의 편지로 모험을 하게 되는 어른 동화이야기.

 
1부. 내가 산타?
작성일 : 19-09-20 12:42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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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내가 산타썰매를 타다니! 꿈만 같아!”

 

  “영준이의 소원이 이뤄진 거지?”

 

 라푼은 영준이와 둘이 뒤에서 나를 지켜보며 함박 미소를 지었다. 영준이의 선물을 산타와의 동행인데, 내가 산타?

 

  “라푼 이게 어찌 된 거에요?”

 

  “소하양. 산타수염의 담당이 소하양이라고 했죠? 산타수염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산타를 변신시켜주는 아이템인데, 어느 샌가 산타수염이 소하양을 선택해서 산타를 배신 때리고 크리스마스이브에 소하양 턱에 붙게 된 거에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몇 년간 산타가 되었다는 슬픈 전설이.”

 

  “그렇게 가볍게 이야기 할게 아니란 건 알죠?”

 

 이 어이없는 상황에 눈물은 쏙 들어가고 헛웃음이 났다. 피식하고 웃는 내 모습에 영준이와 라푼이 얼굴이 굳어진다.

 

  “울다가 웃으면 어디에 털 나는데?”

 

  “이 남정네들이!!! 벌써 거기엔 털 날 나이라고!”

 

  “앗!”

 

 라푼이 얼른 영준이 귀를 막는다. 그래 난 노처녀고 무대 포인데, 뭐 어떠냐!

 

  순식간에 산타 집에 도착해서 나는 성큼성큼 산타에게 따지러 가려고 썰매에서 내렸다. 그리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 요정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보며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얼이 나간 표정이었다.

 

  “와!!!!”

 

 그리고 귀청이 떠나가라 커다란 함성이 쏟아졌다.

 

  “드디어 산타가 도착했다!! 와와!!!!!”

 

  기쁨에 환호성을 내지르며 모든 요정들이 나를 못 안아 안달이다. 난 이미 요정 떼로 휩싸여 버렸다.

 

  “다들, 준비는 다 되고 소하양을 괴롭히는 거지?”

 

 라푼이 내 뒤에서 들어오며 말을 하자 요정들이 야위를 보냈다.

 

  “칫, 라푼만 산타를 차지하고.”

 

  “그럼. 내 고유한 산타인데, 쪽!”

 

 갑자기 라푼이 나의 뚱그런 허리를 감싸고 역시 포동포동한 볼에 입을 맞추었다.

 

  “앗, 수염이 입에! 어푸!”

 

 수염이 가득한 얼굴에 미세한 볼에 입을 맞추려다 수염이 들어갔나 보다. 얼굴이 시뻘게지는 순간에도 요정들은 나를 차지하겠다고 다툼이다.

 

  “다들 조용!”

 

 거대한 확성기 같은 목소리에 모두 주목하였다. 원래 산타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라고 하기에도 멋쩍은 젊고 근육맨 산타지만.

 

  “드디어 수염을 찾았군. 게다가 수염도 제 주인을 찾다니. 그럼 출정을 해야겠지?”

 

  “아! 잠깐만요! 내가 산타라니. 이게 무슨 소리에요? 나는 수염만 찾아주면 되는 거 아니에요?”

 

  내가 손 사레를 치며 어떻게 서든지 내가 고달프게 전 세계를 돌며 선물을 주는 귀찮은 일을 떠맡지 않기 위해 제지했다. 엄연히 이 일은 산타할아버지 일인데, 이제는 박차장의 일을 떠맡는 것뿐 아니라 산타 일까지 떠맡다니. 내가 생각해도 이건 아닌 듯싶다.

 

  “그렇지만, 소하양. 수염이는 소하양만 좋아해서 그래서 가까스로 나와 파트너로 일하고 있지만, 틈만 나면 도망간다고. 소하양을 찾아서 말이야. 그러니 아마 이번 크리스마스이브가 끝나기 전까지는 나한테 오지 않을 거라고. 방법이 없어.”

 

 산타 말에 모든 요정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자, 밖에 손님이 기다리고 있으니, 어여 긴 여정의 발을 디디는 게 어떨까? 내 특별히 난 혼자 일하지만, 오랜만에 하는 소하양이니 라푼도 함께 어떤가? 영준이도 있고!”

 

 나는 아직 허락도 안했는데, 산타는 무지막지하게 내 등을 밀며 밖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여기서 수염을 떼려고 노닥거리면 이브가 끝날 듯싶어 한숨을 쉬며 나는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선물을 다 준비된 거죠?”

  “그럼 그럼!”

  “오케이에요! 산타 잘 다녀와요!”

 

 요정들을 신나게 나팔을 불며 나를 환송해주었고, 연신 나를 산타라고 불렀다. 영준이를 위해서 그리고 함께 해준 라푼을 위해서 나는 산타가 되어주기로 했다. 다시 네 번째로 썰매 위로 올라왔다. 좀 전에 보았던 두 마리의 수사슴이 아닌 이번에는 7마리의 사슴들이 앞에 줄지어 있었고, 맨 앞에는 거대한 한 사슴이 코에 빨간 불을 달고 나를 바라보았다. 미소를 띠고 있는 듯 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지만, 머리를 흔들고 뒤뚱뒤뚱 배를 껴안고 힘겹게 올라탔다. 썰매 안에서는 푹신한 방석도 깔려 있었다.

 

  “산타가 되면 엉덩이가 커지니까 바닥이 베길까봐 내가 준비했어요!”

 

 라푼이 상냥하게 미소를 지었지만, 가증스러웠다. 나를 산타로 만들려고 계략을 꾸민 것이 틀림없다. 뒤에는 어마어마한 선물 보따리와 영준이라 라푼이 껴 탔지만, 둘은 행복해 보였다. 나는 좀 전에 했던 것처럼 고삐를 힘껏 잡아당기며 또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끌려가면서도 뭔가 신나는 기분에 들떴다. 내가 산타라니. 이런 일은 진짜 흔하지 않으니까.

 

  “라푼! 궁금한 게 있는데요.”

 

  “뭔가요?”

 

  “그럼 영준이처럼 나도 지켜보고 있었어요?”

 

  “그럼요. 계속 보고 있었어요. 우리 모두.”

 

  “좋은 어른으로 크지 못해서 미안해요.”

 

  “아니에요. 소하양은 좋은 산타로 커주었잖아요.”

 

  “산타는 빼줘요.”

 

  “어릴 적에 나랑 소하양은 각별했어요. 나를 유독 따라주었는데. 같이 쿠키도 만들고 선물도 만들고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했고.”

 

  “내가 라푼이랑요?”

 

 라푼은 대답 대신에 고개를 끄덕이며 희미하게 웃었다.

 

  “더 이상 슬퍼하지 말아요. 그리고 다시 내 곁으로 와줘서 고마워요. 소하양!”

 

 이번에는 라푼은 거침없이 내 얼굴을 두 손으로 잡더니 내가 피할 사이도 없이 입을 맞추었다.

 

  “얼 레리 꼴 레리.”

 

 영준이는 놀렸고, 나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내 지금 모습이 뚱뚱이 할아버지인데도 내게 사랑을 표현하는 라푼의 행동에 고맙기도 했고, 조금 그의 성향이 의심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는 루돌프가 이끄는 대로 어느 마을에 도착하면 그곳 근처 굴뚝이나 창문 틈 사이로 선물을 마구 불법 투하했다. 아이들은 슬그머니 깨서 나를 쳐다보며 함박웃음을 짓기도 했고, 울기도 했고, 달려들려고도 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어른들은 깊은 잠에 빠진 듯 보였지만, 그들의 시간은 멈춘 듯 보였다. 시계탑을 지나다가 시간을 보았는데, 12시였고, 또 몇 명의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 지나면서 보는 시계 속 시간도 12였다.

 

 시간은 멈추었지만 아이들은 깨어 있었다. 그들은 나를 반기고 있었다. 연말이나 크리스마스 연휴가 되면 물류센터도 엄청 바쁘다고 하는데, 나도 허겁지겁 선물을 배달하느라 진이 빠진다. 그러면 라푼이 내게 산타가 만든 괴상한 주스를 건네는데, 그것을 마시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힘이 솟아 또 선물을 배달했다. 영준이도 신나게 옆에서 도왔다. 그 아이도 지쳤는지 돌아가는 썰매 안에서 깊게 잠들어 있었다.

 

  “영준이는 어쩌다가 부모님하고 헤어 진거에요?”

 

 옆에 앉아 있는 라푼은 뒤를 돌아 영준에게 무릎담요가 언제 생겼는지 덮어주고 있었다.

 

  “미혼모였어요. 그리고 재혼했고, 외할머니가 키우고 있었던 건데, 외할머니도 암으로 병이 악화되어 병원에 있게 된 거에요.”

 

  “아빠도 모른 채.”

 

  “그렇지만, 아직 어리니까 우리가 힘이 돼 주고 싶어요! 영준이의 선물은 특별해요. 아직 그에게 선물을 주지 않았으니까요.”

 

  “정말 좋은 선물을 주고 싶네요.”

 

  “참, 소하양! 12시가 지났어요. 메리크리스마스!”

 

  “벌써 그런가요? 하. 사실은 시간이 멈춰서 그렇지, 내가 이틀 꼬박 밤샌 기분이라고요.”

 

  내가 말을 다 끝내지 않았는데, 라푼은 내 수염을 떼 주었고, 의외로 효력을 잃은 듯 수염은 가지런히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나도 원래의 츄리닝 모습에 곱슬머리인 29살 여자가 되어 있었다. 삶에 찌든 그대로. 아니, 새로운 경험에 들떠서 신기한 일로 미소가 가득한 소녀의 모습으로!

 

  “소하양. 뜬금없지만, 많이 좋아해요.”

 

  “하하. 진짜 뜬금없네요!”

 

  “사랑해요.”

 

  “그, 그건 오버……쪽”

 

 또 라푼은 자기 멋대로 입을 맞추었고, 부드럽고 따스한 느낌이라 심장이 두근거렸다.

 

 ‘에라 모르겠다.’

 

  눈을 감았다.

 

 ‘이런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으니. 미소년 요정의 달콤한 키스가 나의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일지도 모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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