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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산타수염
작가 : 광선
작품등록일 : 2019.8.29

29살 직장인 김소하가 어느 날 산타로부터 받은 한통의 편지로 모험을 하게 되는 어른 동화이야기.

 
1부. 산타수염 등장
작성일 : 19-09-20 12:34     조회 : 201     추천 : 0     분량 : 8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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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어째서 산타죠?”

 

 난 너무 당황되었고, 생각했던 산타 할아버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젊고 멋진 남자의 모습을 한 산타에 오히려 날 놀리는 것으로 생각해 버렸다.

 

  그러기에는 상황이 너무나 진지한 모습들이었지만.

 

 “소하양. 난 산타가 맞다오. 그렇지만 수염을 도둑맞아서 이렇게 모습이 변해버린 거야. 나의 수염은 내 생명과도 같은 것인데, 어느 날 루돌프를 훈련시킬 겸, 왜냐하면 소하양이 알다시피 크리스마스이브 날에 갈 곳이 너무 많은 대장정의 길이기 때문에 시간이 멈추는. 그러니까, 이브 날에 까마득히 어두운 자정에 날 위해서 시간이 멈춘다오. 그 때를 대비해서 항상 여름마다 하늘을 사람들 몰래 날곤 하는데, 그만 루돌프가 기분 좋게 바람을 타는 바람에 썰매 위에서 낮잠을 잤는데 그만 수염이 사라졌지. 그런데 이 모습으로는 힘을 쓸 수가 없어서. 이렇게 방에만 있는 거라오.”

 

 산타의 이해할 수 없는 기나긴 잡담을 듣고,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가 없어 그냥 가만히 서 있었다.

 

  “이런 우리가 손님을 이렇게 세워 두고 있었군. 라푼아~ 가서 마실 거라도 좀 가져오고.”

 

  산타는 손을 저어, 전혀 산타 같지 않지만, 게다가 힘을 쓸 수 없다고 했지만, 팔의 저 근육들을 보면 절대로 힘을 못 쓸리는 없을 텐데 하고 난 이번에는 확실히 머릿속으로 속삭였다. 바쁘고 서둘러야 하는 순간이라면서 느긋하게 이 해괴한 곳으로 이끌려온 손님(?)에게 차 대접이라니. 라푼도 아무 대꾸 없이 당연히 밖으로 나가서 마치 누군가 차려놓은 냥, 순식간에 차와 쿠키를 가지고 들어왔다.

 

  “좀 전에 말씀하시는데, 여름에 잊어 버렸다고??? 그런데 크리스마스이브가 될 때까지 여태 안 찾고 왜 이제야 찾는 거죠?”

 

  사람들은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내버려 두었다가 정작 필요할 때 찾는 습관이 산타도 영락없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산타수염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수염이 있어야 한다면 가짜수염이라도 붙여서 다니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뭐, 산타수염에 마법이라도 걸려 있어서 그것을 달아야 빠르게 선물도 주고 굴뚝도 타는 모양이지 싶다.

 

  “자, 어서 차 들어요. 식기 전에.”

 

  “라푼이 모처럼 가져왔으니. 그럼 마실게요. 감사합니다.”

 

 입버릇처럼 차를 받으며 인사를 건네자, 라푼은 굉장히 기쁜 듯이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러고 보니 나를 만나 산타 집까지 오는 짧은 사이에 1시간이 되지 않은 시간에 라푼은 많이 자랐다. 지금은 내 키가 160cm 인데, 나와 거의 동등한 높이였다.

 

  “음! 이 건 무슨 차에요?”

 

 달콤하면서 새콤하고 부드러우면서 은은한 향기에 몸속이 따뜻해지고 기분이 차분해졌다.

 

  “산타영감이 만든 건데, 레몬, 모과, 오렌지, 메론, 딸기, 바나나, 초콜릿, 시나몬. 하고 또 뭐 넣었죠?”

 

  “그리고 마시는 사람이 젤 마시고 싶은 충동의 맛!"

 

 물어본 내가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실은 여름에 잊어버린 것은 다시 찾았다오.”

 

 우물쭈물하면서 내 눈치를 보더니 산타는 이내 입을 열어서 여름에 수염을 찾았단다.

 

  “그럼, 최근엔 언제 잊어 버렸어요?”

 

 내가 이 황당무계한 일들과 사람들을 보며 꿈이 꽤 깊은 모양인 듯 했다. 사실인지 꿈인지 분간 없지만, 지금은 맘껏 즐기고 싶다. 이런 일들은 좀처럼 겪기 힘드니까. 비록 꿈일지라도 마음껏 꾸자.

 

  “엊그제 강원도 화천에 산꼭대기 마을에 군고구마 냄새에 취해서 밤 마실 나왔다가 잊어 버렸다오.”

 

  “네? 강원도 화천.”

 

 이제는 더 놀랄 기운도 없다. 산타의 진솔하지만, 엉뚱한 행동에 혀를 차면서 사과모양의 쿠키를 집어 입에서 한입 물었다.

 

  “와!!”

 

  갓 구운 쿠키처럼 폭신하면서 입에서 살살 녹는 사과향이 굉장히 맛있어서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나의 표정을 보고 라푼과 산타는 서로 눈웃음을 지며 미소를 지었다.

 

  “소하양이 기뻐하니 나도 정말 좋아요. 나도 한입 먹어볼까?”

 

 라푼이 어느새 키가 나를 훌쩍 넘어 머리 하나 더 큰 정도로 위에서 나를 보더니 내가 한입 문 쿠키에 입을 가져가 물었다.

 

  “앗!”

 

 순간 나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모습도 미청년이 되어 부드러운 웃음이 나를 향해 있었고, 옆에 서 있는 것만으로 설렜다.

 

  “그럼 얼른 떠나야 하는 거 아니에요? 크리스마스이브가 가기 전에.”

 

 차를 다 마시며 그들을 재촉했다. 산타는 초등학생이 대충 그린 지도 같은 것을 건네며 이 초가집에 가서 잘 살펴보라고 했다.

 

  “라푼! 소하양을 잘 부탁하네. 우리에게 소중한 사람이니까.”

 

 산타는 라푼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건넸는데, 나는 이상하게 눈에 눈물이 고였다. 아무에게도 소중했던 적이 없는 나이기에 그들의 이런 따뜻한 대접과 무언지 알 수 없는 이 따뜻한 감정에 마음이 포근하면서 슬펐다.

 

  “소하양?”

 

  “이리와요. 우리 소하양”

 

  눈물을 훔치는 나를 라푼이랑 산타가 감싸안아주었다.

 

  “이, 이게 무슨 짓이에요? 성추행 몰라요?”

 

  갑자기 그들의 행동이 기쁘면서도 못내 낯선 행동에 그들을 피했다.

 

  “하하. 자, 그럼 부탁해요. 소하양. 빨리 내 수염을 찾아주세요!”

 

 산타는 바쁜 듯 우리를 남겨놓고 후다닥 밖으로 나갔고, 우리도 얼른 발길을 재촉했다. 산타 방을 나오니, 좀 전에 뭔가 만들던 분주한 요정들이 다 만들었는지, 손에 선물을 한 아름씩 안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바빴다. 우리는 그들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밖으로 나왔다.

 

  “소하양!”

 

  문이 열리면서 좀 전에 나를 산타 방으로 안내해준 그 소녀요정이 나를 불렀다.

 

  “아, 아까는 고마웠어요.”

 

  “소하양. 꼭 다시 와요! 우리 모두 지금 바빠서 그렇지, 사실 소하양을 얼마나 반기는지 몰라요. 정말 오랜만에 보는 거라. 아차, 내 담당선물!”

 

  소녀 요정을 황급히 다시 안으로 들어가며 문을 닫았다. 다들 바빠 보였다. 그런데 좀 전에 소녀요정이 말한 말에 의문이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거라니. 나를? 나를 본 적이 있었던가?’

 

 의문이 담긴 채 라푼을 보니, 라푼은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한 채 얼른 썰매를 타고 수염 찾으러 가자며 재촉했다. 퍼페와 민트가 끄는 썰매를 타고 하늘을 달리는 중에도 나는 궁금했다.

 

  “라푼! 어째서 소녀요정이 나를 오랜만에 본다는 하는 거죠?”

 

  “아, 하하하.”

 

  “웃음으로 때우려는 건 아니겠죠?”

 

 강원도 화천을 향해 힘차게 썰매가 하늘을 달리며 놀라운 경험을 기뻐할 틈도 없이 나는 고민에 휩싸여 있었다.

 

  “소하양. 우리들이 이렇게 크리스마스이브에 어린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데, 소하양이 어릴 적에 우리한테 받은 선물 기억나요?”

 

  “아니요. 난 산타할아버지께 선물 받은 적이 없어요.”

 

 단호한 내 대답에 라푼은 슬픈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우린 세계의 모든 아이들에게 선물을 줘요.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그들을 잊어요. 우리가 선물을 주었다는 사실을요. 아이들 눈에만 보이는 존재가 되는 거죠.”

 

  “어릴 적에 겪은 일 중에 산타할아버지께 선물을 받았다면 굉장한 일이고 잊을 리가 없어요.”

 

  “소하양은 사실은 조금 더 특별한 경험이었을 거예요. 산타영감이 선물을 주고 급해서 잠깐 화장실 간 적이 있었어요. 아주 옛날에. 그때 어떤 아이가 몰래 산타영감 선물꾸러미에 들어왔다가 우리가 사는 곳에 왔었죠. 처음에 우리는 모두 놀랐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처했지만, 그 아이의 환한 미소와 행복한 표정에 다들 좋아서 신나게 보냈고, 그 아이를 돌려보내기가 싫었어요. 산타영감은 바로 보내자고 했지만, 우리는 그 아이를 보낸 척 하고 실은 계속 데리고 있었어요. 그것도 몇 년간.”

 

  갑자기 썰매의 속력이 빨라지더니 밑으로 곤두박질치듯 내려갔다.

 

 “우앗!”

 

 “앗, 내 허리를 꽉 잡아요! 소하양!”

 

 지도에 그려진 초가집에 가까워진 썰매는 빠르게 하강해서 몸이 아래로 쏠렸고, 그 때문에 떨어질 것 같아 라푼의 허리를 잡았다. 건장한 청년의 허리를 안아보는 것이 처음이라 심장은 두근거리면서도 라푼의 말이 마음에 걸렸다. 나의 이야기겠지? 몇 년간 같이 보냈다니.

 

 “워워.”

 

 라푼이 줄을 잡아당기자 페퍼와 민트는 자리를 잡고 눈이 쌓인 바닥에 착륙했다. 궁금한 것이 가득한 나의 얼굴을 힐끗 본 라푼은 썰매에서 내리며 얼른 나를 안아 올려 썰매 밖에 내려놓았다.

 

 “앗. 이렇게 안 해도 되는데.”

 

  “천만에요. 산타영감에겐 소중한 사람이지만, 내겐 더할 나위 없이 값진 사람이라.”

 

  라푼이 이 세상에 남자로 태어났으면 여자 몇은 울렸겠구나. 언변도 탁월하지만, 얼굴의 미소도 아이돌 저리가라는 느낌.

 

  “그 아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듣고 우선 산타수염부터 찾아서 징징거리지 않게 만들죠!”

  라푼에게 더 듣고 싶었지만, 지금은 빨리 수염을 찾아서 어떻게 이 일을 마무리 짓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크리스마스이브는 얼른 지나가고 있으니.

 

 우리를 도착한 곳에는 초가집이 하나 있었고, 문풍지 사이로 가느다란 불빛이 세워 나오고 굴뚝에서는 연기가 나왔다. 요즘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아궁이로 불을 때는 곳인 듯하다. 연세 많은 분들이 살고 있는 것일까? 누군가 살고 있으니, 하얀 수염을 봤냐고 말해볼까? 이리저리 궁리하고 있는데, 라푼이 문을 두드렸다.

 

  “계세요?”

 

  ‘으악! 라푼은 의외로 행동파구나!’

 

  “누구세요?”

 

  어린 남자아이가 문을 열고나오며 라푼과 나를 멀뚱히 쳐다보았다. 열린 문 사이로 집 안을 보니 두꺼운 솜이불 하나와 작은 아날로그 TV가 외로이 켜져 있었다. 그리고 인적은 없었다.

 

  “아, 우리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란다. 너 혼자사니?”

 

  아이가 놀랄까봐 금방 입을 떼었다. 그러자 그 아이는 수상하다는 눈빛으로 나만을 보았다.

 

  “누구세요? 할머니는 지금 병원에 계시고, 부모님은 곧 오실 거예요.”

 

  “아, 그렇구나.”

 

  “저녁은 먹었어? 추운데, 안으로 들어가자. 내가 맛있는 간식을 가져왔단다.”

 

 라푼은 넉살도 좋게 그 아이와 함께 방으로 들어갔고, 어느 샌가 손에는 하얀 종이가 들려 있었다. 붕어빵 사먹으면 담아주는 종이봉투가.

 

  “소하양, 뭐해요? 얼른 들어와요. 여기는 추워요.”

 

 어정쩡하게 서 있던 나를 라푼이 챙겨주어 신발을 벗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어릴 적에 갔던 외갓집처럼 오래된 초가집이었다. 안에 벽지나 장판도 다 낡았고, 특히 장판에 아궁이에서 불을 많이 때서 탄 자국하며 방바닥은 따뜻한데 방안은 어딘가 추운 한기가 들어왔다. 추위를 타는 나는 순식간에 이불 속에 손을 넣었다. 라푼은 역시 붕어빵을 하나 꺼내 그 아이에게 건넸다.

 

  “자, 여기 많이 있으니까 먹어. 우리 다 같이 먹자.”

 

 한시가 급한데, 태연하게 두 남정네는 붕어빵을 뜯었다. 나에게도 라푼은 어김없이 건네고 나도 어쩔 수 없이 동참했다. 맛있었다. 요정들의 재주란 쓸 만하군.

 

  “부모님은 안 계시지?”

 

 라푼이 꺼낸 말에 그 아이는 얼굴이 빨개졌다.

 

  “괜찮아. 혼자 살면서 잘 컸구나. 할머니도 한 달 전에 돌아가시고. 고아원에서 왔는데, 안 간다고 했었지? 고구마 말이야. 네가 키운 고구마가 너무 맛있어서 우리는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쥐, 쥐가 가져가서 먹은 줄 알고.”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할머니는 병원에 계시고 부모님은 곧 온다며? 그리고 고구마는 뭐고, 혼자 산다니???’

 

 라푼의 말에 꿀 먹은 벙어리로 그 둘을 쳐다보고 있었다.

 

  “미안해. 네 식량인데. 대신 우린 하나만 먹는다! 알지?”

 

  “그게 자랑이다. 으그! 어린아이 식량을 뺏다니!”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먹을 것을 뺏는 짓은 용서 못하겠다.

 

  “하하. 소하양. 그렇지만, 영준이가 군고구마를 얼마나 맛있게 굽는지 모르니까 하는 이야기에요!”

 

  “혹시, 요정이야?”

 

  그 아이는 라푼과 나를 보며 물었다.

 

  “어떻게 알았지? 그래, 소하양과 나는 요정이야!”

 

 내게 어깨동무하며 웃으며 라푼이 말했고, 난 어이가 없었다. 난 요정이 아니고, 납치 되어 온 사람이란다. 29살 노처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내 삼켰다.

 

  “고아원에 나를 보내려고 사람들이 계속 오는데, 이상하게 눈이 많이 쌓여서 못 오는 가 싶더니. 집에는 쌀이랑 계란이랑 햄이랑 생선이랑 고기랑 먹을 것이 잔뜩 이고, 겨울에 추워서 나무도 못해오는데 마당에 마른 장작이 가득하고. 혼자 심심하다고 생각하면 마당에 산토끼들이 놀다가고 사슴들이 놀다가고 그거 구경하느라 하루가 저물고.”

 

  ‘아!’

 

 그제야 나는 왜 라푼이 이 아이, 영준이를 아는지 알 것 같았다. 혼자 사는 이 아이를 산타할아버지와 요정들은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세계의 모든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 아이가 크면 기억하게 되려나? 자연히 요정이나 산타를 믿지 않게 되면서 그 기억도 사라져 가고 눈이 녹고 봄이 오면 이 아이도 고아원에 갈 수밖에 없겠지. 잠시나마 돌봐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착하구나. 영준이는. 그렇지만, 언제까지고 이러고 살 수는 없어. 학교도 가고 친구도 사귀고 공부도 하고 세상으로 나가야해. 우리들이 계속 돌봐주고 싶지만, 그건 너를 위한 것이 아니니까. 봄이 오면 눈도 녹을 것이고, 너를 데려가려는 사람들을 더는 막을 수가 없지. 그렇지만, 이번엔 아주 특별한 선물을 우리가 줄 거야. 기대하렴.”

 

  라푼은 굉장히 기분 좋은 느낌을 말을 했다. 영준이는 여기에서 나가야 한다는 사실에 좀 의기소침했지만, 라푼의 말을 끝까지 듣고 고개를 마지못해 끄덕였다. 수긍한 모습에 라푼이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하얀 수염을 보지 못했니? 아주 반짝이고 눈부신데.”

 

  “봐, 봤어.”

 

  “역시 영준이가 가지고 있었구나!”

 

  의외로 쉬운 것이 아니던가? 산타수염은 결국 영준이한테 있었고, 그것을 모두 알고 있었는데, 왜 내게 찾아 왔는지 내가 한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조금 쓸쓸했다.

 

  “어디 있니?”

 

 나의 말에 영준이는 밖을 가리켰다.

 

  “잉? 밖에?”

 

  “내가 신기해서 주머니에 넣어놨는데, 막 꿈틀거리며 움직이더니 밖으로 도망갔어!

 

  “거짓말! 야! 수염이 어떻게 도망가?”

 

 영준이에게 한소리 하려는데, 라푼이 내 앞으로 손으로 막았다.

 

  “그렇구나. 역시.”

 

  “응?”

 

  “산타수염은 산타영감이 싫은 것 같아. 지저분하니까. 그래서 새하얀 눈 속에 숨어서 안 나오는 거야. 눈을 좋아하거든. 그래서 새하얗지.”

 

  ‘그래, 더 어떤 일이 있겠냐. 이 유치함의 끝이란. 산타에, 요정에, 루돌프에, 하늘을 나는 썰매에, 혼자 사는 아이라니. 그것도 요정이 돌봐주는. 그리고 나는 몇 년간 산타 집에 살았다니. 황당무계해’

 

 결국 우리 셋은 밖으로 나와 눈 속을 헤집고 다녀야 했다. 산타수염을 찾아서. 찾을 수 있겠는가? 눈이 무릎까지 쌓였는데. 라푼의 마력 때문인지 우리는 추위를 느끼지 않았지만, 이브가 끝나기 전에 찾아야 하니까, 눈을 파헤치는 체력은 떨어져 갈 수 밖에 없었다. 조급함도 더불어.

 

 “ 산속이 너무 넓잖아!”

 

  “ 그러네요. 생각보다 찾기가 수월하지 않네요.”

 

 라푼도 지쳐보였다.

 

 

  “ 하지만, 소하양이라면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사실 산타수염은 소하양을 아주 좋아해요.”

 

  “ 왜? 나를?”

 

  “ 그 몇 년간 있으면서 산타수염을 담당한 것이 소하양이었어요!”

 

  “ 몇 년 간 나를 데리고 있었으면 이곳에서 나는 어떻게 되었지요?”

 

  “ 그게 참 미안한 일이에요. 소하양의 부모님은 소하양이 실종되고 사이가 안 좋아지고 이혼하게 된 거에요. 그리고 그 때 우리가 뒤늦게 돌려준 거죠. 가족 품으로.”

 

 영준이는 벙어리장갑을 끼고 하얀 눈을 파내며 수염을 찾는데 열중했고, 라푼과 나는 손을 멈추었다.

 

  “ 라푼. 그건 아닐 거예요. 당신들의 책임이 아니에요. 부모님은 내가 없어져서 사이가 안 좋았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돌아오고 나서는 좋아져야 하잖아요. 그런데 결국은 나를 혼자 두고 떠나갔어요. 두 분 다. 영영.”

 

  또 미련하게 뜨거운 물이 볼을 타고 흐른다. 눈물이 떨어지며 눈 속으로 하염없이 들어간다. 뻥 뚫린 눈 속에서 하얗게 뭔가 빛난다.

 

 “ 아! 라푼 여기 뭔가 있어요!!!”

 

 갑자기 퍽하고 눈 속에서 하얀 뭔가가 튀어 올라 내 품에 안긴다.

 

  “이게 뭐야?”

 

 부드러운 솜털 같은 것은 내 턱에 떡하니 붙었다. 떨어지지도 않는다.

 

  “징그러워!”

 

  “하하하!”

 

 영준이가 큰소리 웃었고, 라푼도 울던 나를 슬프게 바라보다가 현재 내 모습에 피식하고 웃었다.

 

  “안 떨어져. 라푼 도와줘요!”

 

  “수염이 소하양을 기억하네요!”

 

 그러더니, 수염이 붙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배가 두꺼워지고 출렁거리며 옷도 빨갛게 변했고, 장갑도 빨갛게, 신발도 빨갛게, 그리고 털모자가 생겼다.

 

  “드디어 산타강림이네요! 우리 얼른 가요! 영준이도 함께 가자! 이번 선물이 드디어 도착했구나!”

 

 나의 모습이 괴상망측한데도 모두 개의치 않고 썰매에 나를 끌고 앉히더니 나보고 썰매를 끌라고 고삐를 넘겨준다. 나는 무심결에 고삐를 당겼고, 썰매가 힘차게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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