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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산타수염
작가 : 광선
작품등록일 : 2019.8.29

29살 직장인 김소하가 어느 날 산타로부터 받은 한통의 편지로 모험을 하게 되는 어른 동화이야기.

 
2부. 뒤바뀐 영혼
작성일 : 19-10-29 11:31     조회 : 194     추천 : 0     분량 : 3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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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자고 일어났더니 옆에는 아빠도 없었고, 엄마도 없었고, 내가 보였다.

 

 ‘나 혼자 남은건가?’

 

 나는 분명 침대에 앉아 있는 것 같은데, 나의 모습은 옆에서 눈을 감고 잠들어 있었다. 이상한 기분에 두 손을 들어 올려 앞 뒤로 뒤집어 보았다.

 

 ‘어라? 여기에 있는 나는 누구지?’

 

 내가 하룻밤 사이에 쌍둥이로 변신했거나 아니면 인간복제가 된 건가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거울 안에는 엄마의 얼굴이 있었다.

 “아아악!”

 

 너무 놀라 괴성을 지르면서 동시에 얼굴을 만져보았다. 실리콘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면 같은 느낌이었다. 분명 피부의 감촉이 느껴지는데, 이건 엄마의 얼굴이다. 피부도 다르고 눈, 코, 입도 엄마와 똑같은 모습인데 엄마가 아닌 나였다.

 

 “무슨 일이야?”

 

 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 나의 모습을 보고 다시 또 한번 놀랐다.

 

 “으아아악!!”

 

 내 모습이 자고 일어나 눈을 비비며 나를 바라보았고, 눈동자가 점점 커져가며 나를 빤히 보았다.

 

 “뭐야?? 왜 내모습이 거기 있는거야? 나는 누군거야?”

 

 내모습은 당황하여 허겁지겁 침대에서 내려와 거울 앞으로 다가왔다. 나의 얼굴을 하고 꼬집어 보고 머리카락을 당겨보았다.

 

 “아야야....이거 이거. 너는 이브구나! 우리 영혼이 바뀐 것 같아!”

 

 “뭐???? 엄마인거야? 내 모습인데??”

 

 너무 놀라 내 얼굴을 만져보았다. 나랑 똑같은데, 내가 아니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이제 앞으로 이렇게 살아야 하는건지 눈 앞이 캄캄했다. 도대체 우리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긴건지 왜 이렇게 된 건지 알수가 없었다. 정신이 아늑해져오더니 그만 다리가 풀리면서 땅에 주저앉았다.

 

 “이브야! 괜찮아? 이거 내 얼굴인데, 이브라고 부르려니 이상하네.”

 

 “우리 어떡해.. 앙앙”

 

 눈물이 흐르더니 이내 목 놓아 울어 버렸다. 나의 얼굴을 한 엄마가 나를 안아주었다. 다른 사람이 이 모습을 보면 얼마나 이상할까? 중년엄마가 딸에게 안겨서 펑펑 울고 있으니. 나의 얼굴에 안겨 안정을 찾아갈 때쯤 문이 열리고 아빠가 들어왔다.

 

 “당신 괜찮아? 어제 일로 몸이 어디 아픈 거 아니야? 바닥에 앉아 있고.”

 

 아빠가 걱정스런 모습으로 바닥에 있는 나를 부축해서 들어 올려주었다. 엄마는 아빠의 어깨를 두드리며 바라보았다. 내 얼굴을 하고서.

 “나는 괜찮아. 그런데, 이브랑 나에게 문제가 생겼어.”

 

 나의 얼굴을 하고 아빠한테 말하는 엄마를 보고 있으니 어색하고 건방져보여서 나도 모르게 부끄러웠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랐지만, 엄마는 상관없이 말을 이어갔다.

 

 “이브와 내가 몸이 바뀌었어! 나는 이브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소하야.”

 

 엄마의 말을 들은 아빠는 빤히 우리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당황한 기색을 하더니 이내 크게 웃었다.

 

 “하하하. 하마터면 깜빡 속을 뻔했네. 나 놀리는거지? 두사람이서 그런 장난치면 안돼.”

 

 아빠는 웃으면서 우리 두 사람 등을 두드리며 밖으로 그냥 나가 버렸다. 엄마는 아빠가 나가자마자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어. 하루 아침에 뭔가 계기도 없이 이렇게 바뀌게 되었으니 누가 믿겠어.”

 

 “엄마. 이제 우리 어째요.”

 

 나는 같은 말만 되풀이 할 뿐 다시 내 몸을 찾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무서웠다. 엄마는 나의 등을 토닥이며 걱정말라고 안심시켜 주었다.

 

 “이래뵈도 내가 산타잖아. 바뀌었다면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도 가능할테니 걱정마. 우선은 사람들한테 나중에 말하자. 지금은 루돌프를 되찾는 일도 시급하니까. 우리 일은 내가 해결할께.”

 

 엄마가 강하게 말해서 믿기로 하고 방문으로 다가가 손잡이를 힘껏 당겨 방밖으로 나왔다. 거실에는 웅성거리며 소란스러웠는데 반가운 얼굴들이 보였다. 영준이 삼촌과 라젠느 요정언니와 원조산타, 아빠가 있었다. 셋이서 서로의 의견을 말하며 심각하게 의논하고 있었다. 루돌프를 구해낼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먼저 사슴수호 종족의 본거지인 스위스를 가보는 것이 좋겠어. 본거지에 거대한 성이 있는데, 그곳에 루돌프를 가둬둘 확률이 높아.”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원조산타가 의견을 제시했다. 루돌프를 성에 두었다면 그곳을 지키는 사람들은 경계가 더욱 심할 것이고 출입이 자유롭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들어가는 것조차 쉬운 일은 아니다.

 

 “이브와 소하 나왔어? 나한테 장난 칠 생각말고 여기 앉아서 다같이 이야기 하자.”

 

 아빠의 말에 실망감이 가득한 얼굴로 소파에 몸을 기댔다. 엄마도 더 이상 우리 둘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채 소파에 앉으면서 나의 손을 잡아 주었다. 괜찮다고 말해주듯이 미소 지었다. 나는 아빠가 사실을 말해도 믿어주지 않아서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엄마가 믿어 달라고 했으니 엄마의 뜻에 따라 지금은 루돌프 구하는 일에 매진하기로 했다.

 

 “그럼, 어떻게 그 성에 들어가죠?”

 

 라젠느 언니가 걱정스럽게 물어 보았다.

 

 “방법이 하나 있는데, 눈의 여왕한테 투명망토가 있어서 그것을 구할 수 있다면 2명 정도 그것을 쓰고 들어가서 루돌프를 풀어주고 하늘을 나는 마법의 가루를 뿌려줘서 루돌프를 타고 도망나오면 될 것 같아.”

 

 원조산타가 매우 간단하고 손쉽게 대답했지만, 눈의 여왕에게 투명망토를 빌리는 일조차 쉬운 일이 아니라서 모두들 다시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아빠를 좋아하니까 혹시 아빠가 빌리면 빌려주지 않을까 싶지만, 그러면 엄마가 싫어하는 일이 될테니 쉽게 그 이야기를 아무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빌리면 안될까?”

 

 엄마가 내 얼굴을 하고선 말했다. 다들 놀란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간절한 마음을 알겠지만, 이브가 빌려달라고 막 빌려주고 그러지는 않을 것 같아.”

 

 영준이 삼촌이 엄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기특하다는 듯 말을 했고, 엄마는 영준이 삼촌의 손을 뿌리치며 단호하게 말했다.

 

 “한번 해볼게.”

 

 엄마는 자신의 얼굴이 내 얼굴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일까? 다른 사람들이 보면 내가 건방지고 버릇없어 보이는 것으로 알테니 부끄러움은 계속 나의 몫이었다.

 

 “이브가 버릇없이...미안해. 영준이삼촌”

 

 내가 엄마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얼른 대답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엄마가 나의 어깨를 감싸주고 상황을 무마하는 느낌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그제서야 엄마가 자신의 얼굴이 내 얼굴이라는 것을 깨달은 듯 했다.

 

 “하하하....아! 제가 잘못 말했네요. 엄마가 가서 말하면 될 것 같다고요. 엄마는 산타니까 눈의 여왕도 인정해주지 않을까 싶어서요. 산타마을의 주민으로써요. 루돌프가 납치되었으면 도와주지 않을까요?”

 엄마의 생각은 엄마가 그래도 산타마을의 주인인데, 눈의 여왕이 선심을 베풀지 않을까 생각하신 모양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엄마니까, 더욱 안 빌려주고 오히려 약올릴 것 같았다. 어떻게 보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갑자기 나타난 인간이 뺏어간 꼴이니까 가급적이면 눈의여왕의 근처에 안 가는게 맞는 것 같다. 그러면 역시 적임자는 아빠인데, 엄마는 좀처럼 아빠를 보내고 싶지 않은 눈치다.

 

 “제 생각에는 아무래도 라푼이 가야할 듯해요.”

 

 모두를 나를 엄마로 알고 있으니 내가 우리 아빠보고 가라고 하면 다들 엄마가 허락한 것으로 보고 마음의 짐을 내려 놓을 것 같아 말을 꺼냈다. 엄마의 눈치를 보면서.

 

 “당신이 그렇게 말해준다면....”

 “그래, 라푼이 가야 될 것 같아. 소하산타가 그릇이 크다니까”

 

 아빠와 원조산타가 나의 말에 곧바로 수긍했고, 엄마의 얼굴을 살피자,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듯 미간을 찌푸리며 식탁 위에 있는 물컵을 들어 올려 한 모금 마셨다.

 

 ‘엄마, 미안. 하지만, 루돌프를 얼른 구해내야 다음에 우리도 해결할 수 있으니까, 아빠 잠깐만 빌려줘’

 

 엄마의 눈을 보면서 사죄의 눈빛을 연신 보내며 엄마도 허락해 주기를 바랬다. 다행히 엄마도 크게 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는 수 없지. 라푼이 다녀와야겠네.”

 

 엄마는 또 나의 몸인 것을 잊어버리고 속마음을 툭하니 내뱉었다. 아빠의 이름을 내 얼굴로 막 말하니까 나는 몸둘바를 모르겠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모두들’

 

 사죄는 나의 몫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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