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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산타수염
작가 : 광선
작품등록일 : 2019.8.29

29살 직장인 김소하가 어느 날 산타로부터 받은 한통의 편지로 모험을 하게 되는 어른 동화이야기.

 
2부. 산타와 요정의 관계
작성일 : 19-10-22 11:23     조회 : 200     추천 : 0     분량 : 2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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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산타마을에 올 때마다 일하는 엄마와 아빠를 당연하게 생각하여 유심히 지켜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 따라 나의 시선에 엄마와 아빠가 보인다. 산타공장 구석에 마련된 휴게실 의자에 앉아 테이블에 턱을 괴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요정과 엄마를 영화를 보듯 무심히 바라보았다.

 

 ‘참, 이상해. 지금까지 왜 느끼지 못했을까?’

 

 산타마을에 오면 엄마와 아빠는 완전히 비즈니스 관계로 변하는 것이다. 서로 눈을 마주치는 일도 없이 대화도 거의 못하고 밥 먹을 때도 각자 따로 먹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런 일이 더욱 심해졌다.

 

 “안녕. 아가씨! 여기서 뭐해?”

 “라젠느 언니!”

 

 내가 앉은 테이블에 코코아를 내려놓으며 새로 들어온 신입 요정 언니가 말을 건넸다.

 

 그녀는 가을단풍을 닮은 붉은 색의 예쁜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긴 머리는 곱슬거리고 바람에 살랑인다. 입가에는 언제나 미소를 띄고 활기가 가득차서 모두들 그녀를 좋아한다.

 

 “엄마 아빠를 보고 있었어요.”

 “흠. 그렇지? 나도 최근에 느낀건데 두 분 아무래도 이상해”

 

 아무래도 나만 느낀 것은 아닌 모양이다. 그렇다면 그냥 단순히 일이 바빠서 두 분이 대화가 단절된 것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뭔가 있었던 것 같다.

 

 “뭐, 부부는 항상 이런 저런 문제를 가지고 있으니까. 이브도 나중에 크면 알게 될거야. 어차피 또 하하호호 잘 지내실 테니 너무 걱정마.”

 

 나의 등을 토닥이며 라젠느 언니는 손을 흔들고 휴게실에서 멀어져 갔다.

 

 ‘엄마한테 가볼까?’

 

 엄마의 사무실 안으로 문을 빼꼼히 열고 안을 들여다 보았다. 엄마는 산처럼 쌓인 산타편지를 읽으며 체크를 하고 있었다. 아이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쓴 편지를 읽으며 엄마는 진짜 산타처럼 웃고 울고 행복해 보였다. 편지를 다 읽은 틈은 빼고. 그때마다 한숨을 길게 쉬었다.

 

 “하...아”

 

 그리고 웃고 있어도 어딘지 표정이 한없이 우울해 보였다. 눈은 쳐져 있고 머리는 부스스하고 얼굴빛이 잿빛이라고 해야할지. 평소에는 아무리 일이 많아도 얼굴이 밝게 빛나고 윤기나고 생기로 가득했는데 어째 요즘에는 회색빛으로 가득하다.

 

 사무실 문을 조심스레 닫으며 이번에는 아빠가 있는 산타공장 장난감 포장 코너로 갔다. 아빠는 거대한 피라미드처럼 쌓여진 장난감들 속에서 포장지는 어떤 것으로 할지 리본 색은 어떤 것이 좋을지 다른 요정들과 의논하고 있었다.

 

 “라푼! 이건 어때요?”

 “진부해. 좀 더 과감하고 세련된 색이 좋겠어.”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로 다정하게 속삭여 주던 아빠는 온데간데 없고 날카롭고 예민한 목소리로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하는 낯선 이가 있었다.

 

 “어? 이브 아니야?”

 

 아빠 몰래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여전히 나를 잘 찾고 나를 보자마자 달려와 안아주는 모습은 그대로지만 얼굴에 어딘가 어둠이 있는 것을 알아버렸다.

 

 “아빠! 엄마와 무슨 일 있었어?”

 

 나를 안고 있던 손을 풀으면서 아빠는 나의 물음에 흠칫 놀라며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무일도 없어. 바빠서 그래. 이런이런. 아빠 일이 산더미라. 나중에 이브가 좋아하는 체리 아이스크림 같이 먹자. 먼저 갈게, 미안~”

 

  아빠는 눈을 찡긋하며 미안하다고 손을 흔들고 후다닥 앞으로 뛰어갔다. 아빠는 내가 봐도 너무나 멋진 남자다. 온화한 표정에 상냥하고 얼굴도 요정들 중에 제일 잘생겼다. 미소년 같은 모습에 친절하고 화내는 법도 없고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해주는 일등 아빠다. 그래서 엄마와 잘 지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오! 일은 잘 마무리 되는거야?”

 

 그때였다. 누군가 커다란 소리로 외쳤고, 공장 문이 열렸는지 하얀 눈보라가 공장안에서 쏟아져 들어왔다. 굉장한 눈보라에 순간 몸을 뒤로 돌렸고, 공장 문이 닫혔는지 눈보라가 잦아 들어 목소리에 주인공을 보았다.

 

 “라푼!! 여전히 잘 생겼네!! 내사랑~ 쪽쪽!”

 

 갑자기 하얀 코트에 하얀 머리카락에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아빠를 껴안고 볼에 입을 맞추었다!

 

 “아아아아아!!"

 

 나는 소리를 질렀다.

 왜냐하면 큰 소리에 놀랐는지 엄마가 사무실에서 나와 눈보라의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눈의 여왕님!! 이게 무슨 짓이에요?”

 

 하얀 여자를 간신히 떼어놓으며 아빠는 몹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곧바로 엄마를 쳐다보았고, 엄마는 얼굴이 굳어지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아빠도 놀랐는지, 눈의 여왕을 뒤로하고 엄마가 있었던 곳을 보았고, 엄마의 뒷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두손 두발이 부들부들 거리고 마음이 찢어지듯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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