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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산타수염
작가 : 광선
작품등록일 : 2019.8.29

29살 직장인 김소하가 어느 날 산타로부터 받은 한통의 편지로 모험을 하게 되는 어른 동화이야기.

 
2부. 눈의 여왕
작성일 : 19-10-23 11:27     조회 : 238     추천 : 0     분량 : 3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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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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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의 여왕의 행동에 몹시 화가나서 발을 쿵쿵 거리며 앞으로 다가갔다.

 

 “어라? 이브아니야? 오늘도 귀엽네~”

 “귀, 귀엽다고요? 흥! 우리 아빠한테 무슨 짓이에요!”

 “왜왜?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 나는 라푼이랑 더 많이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이!”

 “눈의 여왕님!!!!”

 

 갑자기 아빠가 큰소리로 화내며 소리질렀다.

 거의 화를 내지 않는 아빠가 이렇게 크게 화를 낸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라서 주변의 요정들이 놀란 눈으로 아빠를 쳐다보았다.

 

 “장난이 지나치세요! 이런 행동 두 번 다시 하지 마세요! 저는 결혼한 몸이고 그녀의 것이니까 이런 식의 언행은 삼가해주세요!”

 

 

 단호하게 말하고 아빠는 뒤로 돌아 나가 버렸다. 그제서야 다른 요정들도 각자 자기 일로 돌아가고 이 곳에는 눈의 여왕과 나만 남았다. 다행히 아빠가 확실히 선을 긋고 잘 말을 해서 엄마도 안심할 것 같다. 문제는 엄마가 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요. 여왕님이 잘못했어요. 우리 아빠는 유부남이잖아요.”

 “이브야~ 나는 라푼이 유부남이고 뭐고 그런거 상관없어. 그냥 좋은 걸 어떡해. 내 심장이 라푼을 보면 두근거리고 떨리는 걸. 내가 오히려 불쌍하다고.”

 “네? 여기는 엄마 사무실도 있고, 다른 요정도 시선도 있으니까 우선 다른 곳으로 가요.”

 

 축 쳐져있는 여왕을 보다가 우선 손을 잡았고 밖으로 나가자고 끌었더니 힘 없이 끌려 나왔다. 여왕을 엄마가 있는 곳으로 떼어 놓는데는 성공했고, 어디로 데려가야 할지 몰라 루돌프 집으로 데려왔다.

 

 “이브! 여기가 카페니?”

 

 투덜거리며 루돌프는 밖으로 나가 자리를 피해주었고, 루돌프 집에 마련된 손님용 주방으로 안내했다. 루돌프는 이따금씩 풀을 뜯거나 당근을 먹이로 먹는데, 손님을 위해서 준비되어 있는 듯 집에는 사람들이 먹는 음식도 가득하다. 여러번 와 봤기에 자연스럽게 커피포트에 물을 넣고 코드를 꽂고 물이 데워지는 사이에 커피믹스를 꺼내 종이컵에 따랐다. 눈의 여왕은 힘 없이 의자에 앉아 있다가 테이블 위로 쓰러지듯 누웠다.

 

 “라푼은 왜 이렇게 차가워진거야? 옛날에는 얼마나 상냥했다고.”

 

 커피포트가 보글보글 거리고 집안은 따뜻한 수증기가 피어 올랐다. 코드를 빼고 커피포트를 종이컵 위로 부었고, 커피스푼으로 저었다. 커피향이 코에 닿아 씁쓰름하고 은은한 냄새가 났다.

 

 “자, 여기 커피 마셔요!”

 

 “고마워. 이브~ 너도 내 딸로 태어날 수 있었을텐데.”

 

 “여왕님. 진짜 막말이 심하네요. 사랑도 도덕이 있고, 법도가 있는 거잖아요. 유부남 좋아할 수는 있지만, 좋아해서는 안되는 것이라면 그런 사랑은 접어야 하잖아요. 내 사랑이 옳다고 생각하면 안되잖아요. 그러면 나이 많은 아저씨가 어린 아이를 성적으로 좋아하는 것도 옳은건가요?”

 

 내 이야기를 듣던 눈의 여왕님은 내가 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브! 너무 멋진 여자구나! 짝짝짝”

 

 그리고 박수를 쳤다.

 루돌프는 상대도 안되는 고단수 괴짜인 듯 하다.

 

 “나를 그들과 동급으로 취급하진 말아줘. 어릴 적부터 여기 산타마을에서 나도 요정으로 자랐단다. 산타학교를 다니고 라푼과 같이 요정으로 일하면서 아이들에서 멋진 선물을 주고 그들의 행복을 바라며 다녔는데, 선대 눈의 여왕님이 추위를 너무 타서 따뜻한 곳에서 살겠다고 그만 왕위를 내려놓고 어디론가 가 버렸지. 그래서 산타학교에서 교사들과 산타마을의 수장들이 모여 회의하고 여자요정들 중에서 내가 선출된거야. 나는 라푼의 첫사랑 같은 존재야.”

 

 눈의 여왕의 말을 귀 기울여 듣다보니 가엾은 느낌도 들었다. 처음에는 아마 여왕이 되어서 갑자기 생긴 재력과 권위에 매우 들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많이 외롭게 느껴졌을 것 같다. 주변 친구들은 서로 같은 일을 하면서 웃고 떠들고 같이 밥 먹고 지내는데 자신은 동 떨어져서 홀로 성에서 자신의 일을 하면서......아니, 잠깐만.

 

 “여왕이면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요정들은 주어진 시간에 일을 해야하고 재산도 월급을 받지만, 그리 많지도 않고 옷도 매일 똑같은 녹색 옷 위주로 입어야 하고 집에서 자는 이불이며 침대며 음식도 보통이잖아요. 그런데 여왕님은 화려하고 값비싼 옷과 침대와 진수성찬의 음식을 먹으며 일하기 싫으면 쉬어도 되고 여기도 놀러오고 싶으면 놀러오고 다른 요정들은 대부분 걸어다니는데 여왕님은 여기까지 마부가 모는 마차를 타고 편하고 재미있게 오셨잖아요!”

 

 “앗! 들켰다!”

 

 여왕의 거짓 눈물에 속은 내가 바보같았다. 물론 나는 여왕의 말이 모두 거짓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아빠를 좋아하는 마음이나 혼자 지내는 생활이 외로운 것은 사실일테지. 하지만, 다른 요정이 누리지 못하는 생활을 남부럽지 않게 지내고 있다는 것을 아니까 어느정도는 감내하고 살아햐 하지 않겠는가?

 

 “여왕님. 우리 엄마랑 아빠는 서로 사랑해요. 그것을 서로도 잘 알고 있어요. 단지 너무 바빠서 서로에게 소홀했고 그게 서운한 것 뿐일거에요. 그러니까 사랑이 나약해진 순간을 파고 들려고 하지마세요. 절대로 여왕님의 자리는 없어요. 우리 아빠에게는요. 저와 엄마로 가득하니까요.”

 

 “이런이런. 이런 꼬맹이한테 당할 줄이야. 나한테 커피 달랑 하나 주면서 포기하라는 거니? 내가 봤을 때 기회는 많을 것 같은데? 여튼, 커피 잘 마셨어. 공주님! 안녕~”

 눈의 여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커피값으로 얼음장미를 만들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밖으로 나갔다. 얼음장미는 견고하고 단단해서 바로 안 녹고 서서히 물방울을 테이블 위로 떨구며 모습을 유지했다. 얼음장미를 들어 올렸다. 차갑지만, 예뻤다. 눈의 여왕처럼.

 

 “이게 뭐야? 내 비싼 테이블에...”

 

 루돌프가 들어와 젖은 테이블을 보고 오열을 하면서 나는 얼른 엄마에게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미안. 고마웠어~ 나중에 내가 테이블 빨아줄게~”

 

 루돌프 집을 뒤로 하고 서둘러서 엄마 사무실 쪽으로 발을 옮겼다.

 엄마 사무실로 들어가기 전에 빼꼼히 안을 들여다 보았다. 이번에는 아빠랑 둘이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미안해. 소하”

 

 ‘우와~ 아빠의 다정한 목소리다!’

 

 아빠 말을 들으면서도 엄마는 대답이 없었다.

 

 “내가 행동을 잘 했어야 하는데, 눈의 여왕님은 신경 쓰지 말아줘.”

 

 “눈의 여왕님 때문이 아니야. 라푼.”

 

 엄마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좀 전에 본 화를 간신히 억누르고 실망한 표정이 아닌 어느정도 수그러든 목소리였다.

 

 “어쨌든 소하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잘못했어.”

 

 “내 자신에 화가 난거야. 라푼. 산타가 되어서 바빠서 당신이나 이브를 잘 챙기지도 못하고 매번 바쁘다는 핑계로 두 사람에게 내가 소홀히 대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어. ”

 

 엄마 말을 듣던 아빠가 자리에서 일어나 엄마 옆자리로 가서 엄마를 끌어 안고 등을 다독여 주었다.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어서 오히려 내가 미안해. 당신의 마음을 내가 더 많이 헤아려줄걸. ”

 

 아빠 말을 듣던 엄마가 눈물을 흘렸고, 아빠는 엄마의 턱을 조심히 들어 올려 입을 맞췄다.

 그리고 나는 조심히 문을 닫았다.

 

 ‘잘하고 있어 아빠! 역시 아빠는 일등신랑감이야~’

 

 나는 아직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부부관계란 쉬운 것이 아닌 것을 새삼 깨달았다. 내가 보는 동화책 속에서는 왕자님과 공주님이 만나서 결혼하고 행복했습니다, 하고 끝나는데 현실은 그 뒤로도 많은 고난과 역경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두 분 사이에는 많은 일들이 생기겠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니까 잘 헤쳐나갈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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