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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산타수염
작가 : 광선
작품등록일 : 2019.8.29

29살 직장인 김소하가 어느 날 산타로부터 받은 한통의 편지로 모험을 하게 되는 어른 동화이야기.

 
2부. 우리 엄마는 산타
작성일 : 19-10-21 12:21     조회 : 194     추천 : 0     분량 : 3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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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바쁘다 바뻐! 이번 크리스마스는 특히 더 바쁜 것 같아!"

 

 엄마는 오늘도 정신이 없다.

 왜냐하면 우리 엄마가 산타니까.

 원래는 멋쟁이 산타아저씨와 함께 일했는데, 그만 은퇴를 해 버렸기 때문이다.

 땅으로 내려가 세계 곳곳을 느긋하게 여행하고 싶다고 했다.

 크리스마스 비시즌에는 주로 아이들 선물 만드는 일에 매진하고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영혼이 탈탈 털릴 정도로 매우 짧은 시간에 세계를 돌아다니며 선물을 나눠주니까 천천히 구경을 하지 못했단다.

 

 엄마는 그 마음을 충분히 헤아려서 안타까운 마음에 덜컥 허락한 것이다.

 그리고 바로 후회했다는....

 

 

 "엄마! 여기 커피 탔어요!"

 "고마워 우리 공주님!"

 

 내가 타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또 어디론가 나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아빠! 여기 커피 마셔요!”

 “아이구~ 우리 이쁘니가 아빠한테 커피 타줬어? 잘 마실게~ 알랴뷰!”

 

 우리 아빠는 요정이다.

 인간이었지만, 산타가 된 우리 엄마와 결혼해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빠는 엄마가 산타가 되고 나서 요정대장이자 산타 비서로써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다고 아우성이다.

 

 “영준이 삼촌! 녹차 마셔요~”

 “하하! 내가 녹차 좋아하는 거 역시 이브밖에 없네~”

 

 영준이 삼촌도 엄마처럼 인간인데, 평소에는 지상에서 커피숍을 운영하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이곳으로 와서 도와주곤 한다.

 커피숍에서 커피를 많이 마시기 때문에 사실 커피에 질렸다고 했다.

 

 나는 누구냐고?

 나는 바로 엄마 산타와 아빠요정 라푼 사이에 태어난 15살 이브다.

 나의 이름을 들으면 감이 오겠지만, 크리스마스 이브에서 이름을 따왔다. 우연처럼 그날 내가 태어났단다. 매우 바쁜 시즌에 말이다.

 

 그리고 나는 사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대체로 산타마을에서 지내지만, 그 외에는 지상으로 내려가 제대로 학교를 다니고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엄마랑 아빠가 일이 바쁘기 때문에 나를 혼자 둘 수가 없어 한 달간 유학의 일종으로 산타마을에서 지내고 있다.

 

 “이브! 커피 잘 마셨어! 엄마는 선물이랑 아이들 주소 맞는지 확인해 봐야 하니까, 너는 루돌프한테 가서 먹이 주고 오렴”

 

 “루돌프한테 가도 돼요?”

 

 “그럼. 아직은 시간 여유가 있어서 괜찮단다”

 

 엄마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신나서 부리나케 루돌프가 있는 곳으로 뛰어 갔다.

 루돌프는 굉장히 멋진 사슴이다. 늠름한 자태와 근육질의 허벅지와 코끼리만큼 몸이 거대하다. 실제로 루돌프를 못 본 학교친구들은 루돌프가 보통의 사슴크기로 알고 있지만 말이다.

 

 루돌프의 코는 매우 크고 밝아서 맨 앞에서 혼자 썰매를 끌고 그 뒤로 양쪽으로 4마리씩, 총 8마리가 썰매를 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썰매를 끌기 위해 사슴들이 발을 구를 때는 바람이 일정도로 힘도 세고 웅장하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크리스마스 이브 밤에 무려 몇 십억만명의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줘야 하니까.

 

 대신에 평소에는 풀을 뜯거나 잠을 청하거나 먹이를 먹는 등 매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다. 에너지를 충분히 축적하는 일이 그들이 해야하는 일이다.

 

 단, 루돌프는 제외다.

 

 루돌프는 몸이 거대해서 그런지 인간과 흡사한 행동을 할 때가 있다.

 가령 두발로 일어서서 사과를 따 먹거나 잠잘 때도 다른 사슴들은 지푸라기 위에서 자는데, 루돌프는 자신의 집이 따로 있으며 그곳에는 침대도 있어 그 위에서 잠을 잔다.

 그리고 더욱 신기한 것은 말을 한다.

 처음에 루돌프가 말을 하는 것을 듣고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지상에 있는 동물들은 전혀 말을 하지 못하는데, 루돌프는 나보다 더 말을 잘했다.

 

 나의 발은 어느새 루돌프가 있는 사슴우리에 닿아 있었다. 그곳에서는 루돌프가 바닥에 누워서 깔깔 거리며 웃고 있었다.

 

 “루돌프 뭐하는거야?”

 “하하하하....웃겨라...아! 이브 왔어?”

 “재미있는 일이라도 있어?”

 

 “아니, 유니콘 친구가 놀러왔었는데, 글쎄 신들이 사는 세상에는 구름이 솜사탕이고 강물이 포도주스고 땅이 초콜릿이라잖아! 황당무계해서 웃고 있었지”

 

 “혼자서?”

 

 그렇다.

 루돌프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혼자서 거대한 몸으로 바닥에 벌렁 누워 웃고 있었던 것이다.

 

 “하하...으응? 어라? 다들 어디 갔지?”

 

 루돌프는 눈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그제서야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둘러보나마다 있는 것은 루돌프와 나뿐이었다.

 

 “이런. 다들 낮잠자러 간 모양이군.”

 “하하하..루돌프는 완전 괴짜야.”

 “이브! 그 말 어디서 들은거야?”

 “응! 우리 엄마랑 아빠랑 영준이 삼촌이랑 그 외 모든 요정들!”

 “이런이런. 나처럼 핸섬한 사슴한테 괴짜라니! 전혀 어울리지 않아.”

 

 나는 루돌프가 좋다. 유쾌하고 재미있는 말로 나를 항상 즐겁게 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은

 

 “루돌프! 또 해줘~”

 “뭐? 또??”

 

 루돌프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무릎을 꿇고 나에게 자신의 등을 내밀었다.

 

 “히히!”

 

 나는 루돌프 등에 올라타서 스피드를 만끽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브! 이번에는 30분만 달리는거야!”

 “싫어~ 루돌프는 힘도 세고 몸도 커서 그런지 빠르고 재미있어서 온 몸에 세포들이 즐거움의 함성을 지른단 말이야!”

 

 루돌프는 나의 말에 체념한 듯 발을 구르며 달릴 준비를 했다. 그리고 거대한 몸집은 바람을 가르며 땅에 천둥 소리를 내며 힘차게 달려 나갔다.

 

 눈을 감고 바람을 느끼며 상쾌한 냄새에 온 몸을 맡겨본다. 나는 행운아다. 이런 즐거움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와서 그런지 주변 풍경은 온통 하얀빛깔이다. 나무도 하얀 이불로 가득 덮고 있고, 땅도 들판도 숲속도 온통 순백의 하얀 이불로 포근함을 안고 있었다.

 

 루돌프의 등에 올라타면 루돌프 등에 온기가 느껴지고 심장이 뛰는 소리도 들려와 몸을 앞으로 숙여 완전히 등에 몸을 기대어 본다.

 

 ‘아~ 따뜻해!’

 

 “이브! 이브?”

 

 “왜?”

 

 “이번에 크리스마스 지나면 나도 지상에 놀러가려고. 같이 놀아줄거야?”

 

 “뭐? 루돌프는 거대한 사슴이라서 오면 다들 깜짝 놀랄텐데...”

 

 “큰 몸이 아니면 놀아줄거야?”

 

 “물론이지! 조그마한 강아지나 고양이의 모습이면 같이 놀 수 있어!”

 

 “하하. 그런 모습은 아니지만, 좋아! 꼭 약속했어!”

 

 루돌프가 지상에 놀러오고 싶어 했는지 몰랐다. 나의 생활은 거의 대부분이 지상의 생활이고 여기는 한달 정도 머물기 때문에 루돌프에게 주로 지상 이야기를 많이 했었는데 그게 영향인가 싶다.

 

 “이브~ 저녁 먹을 시간이야!”

 

 루돌프 등에 올라타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엄마의 우렁찬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아쉬움을 품은 채, 루돌프의 등에서 내려왔다. 이제 바빠지면 등에도 못 올라타는데 물끄러미 등을 다시 올려봤다.

 

 “이브는 나보다 등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

 

 뾰로통한 목소리로 나를 보는 루돌프에 웃음이 지어졌다.

 

 “아니야! 절대로~ 오늘도 태워줘서 고마웠어~ 쪽!”

 

 내가 내리기 쉽게 무릎을 꿇고 있던 루돌프에게 다가가 볼에 뽀뽀해주었다.

 그리고 한참 예민해 있을 엄마의 말을 더 이상 거스르지 않기 위하여 엄마가 있는 곳으로 서둘러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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