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소설과 웹소설에 대하여 / 웹소설 신입 작가를 위한 제언(1)
이 글은 오로지 신입 작가님들을 위한 글이기 때문에, 기성 작가님이나 신입 작가라도 웹소설을 잘 아시는 작가님은 스킵하시기 바랍니다. 꼭 스킵하십시오,
웹소설 사이트의 공모전에 출품하시는 신입 작가들(혹은 초보 작가들)은 세 가지 유형이 있는 것 같습니다.
1. 자신의 소설은 내용상 웹소설이 아니지만 가독성을 위해 웹소설 형식으로 썼다고 말하는 작가.
2. 웹소설이란 건 머릿속의 상상을 글로 옮겨 놓은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지금까지 자신이 상상한 것을 쓰는 작가.
3. 웹소설의 특성이나 트랜드는 대충 알고 있긴 한데, 정작 자신이 쓰는 소설의 지향점을 모르는 작가.
신입 작가님들을 향한 제언이라 제 감성을 많이 넣어서 정성껏 말해야 되기 때문에 글이 굉장히 장황해질 수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왜 하느냐 하면, 저도 글을 쓰는 사람이라서 글을 쓰는 자체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글을 쓴 후 명성이든 돈이든 결과물이 있어야 하는데, 그저 자기만족으로 끝나버린다면 얼마나 아깝습니까. 시장에 내놓아야죠. 내놨으면 팔려야지요.
저는 오늘 1번 유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2번과 3번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차차 하기로 하겠습니다. 물론 반응이 신통치 않으면 말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1번 유형의 작가님들은 이번 공모전에 일반소설로 지원하신 분들 중에 있을 것 같습니다. 일반소설로 등단할 수 있는 기회는 신춘문예 이외에 거의 없기 때문에 스토리야에서 이런 기회를 주신 점을 저 역시 감사히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반소설에서도 수상자를 아주 많이(!!!) 뽑아 주시기를 스토리야에 간절히 바랍니다.
그런데 일반소설을 쓰시는 작가님들 중에 정작 본인은 그게 일반소설인지 웹소설인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번 공모전 이후에 자신의 소설이 어떤 시장에 적합한지 제대로 보지 못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힘들게 쓰실 소설이 빛을 발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에서 이렇게 여러 글자 적어봅니다.
다음 <1번 유형 예시>의 신입 작가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1번 유형 예시>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의미 있는 일에 대해 소설을 쓰고 싶었어. 학창 시절에 글을 못 쓴다는 말은 안 들었으니깐 소설을 한번 써 볼래. 요즘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글을 많이 읽는다는데 엇! 웹소설이란 게 있었네. 나도 대충 듣긴 했어. 그래서 한번 읽어봤어. 엄청 유치해서 못 봐주겠군. 난 이런 유치한 이야기들 말고 훨씬 의미가 있는 글을 쓸 수 있어. 그런데 나는 유명작가가 아니니깐 책으로 출간하긴 아직 일러. 그러면 그냥 웹소설 사이트에 연재해야겠어.
의미 있는 역사적 사건이나 이슈가 되는 현대 사회의 이면들, 우리 시대의 자화상 등등. 다른 유치한 웹소설과는 차별을 두면서 문학성을 살렸어. 그렇지만 현대인의 가독성을 위해 웹소설 양식을 빌려서 문장은 짧게 끊었고 대화도 많이 넣었어. 일반소설과 웹소설의 경계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문학이 탄생했어. 다른 웹소설보다 수준 높은 웹소설이 될 거야.
- 이렇게 생각한다면, 황순원의 ‘소나기’도 웹소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위 <1번 유형 예시>의 소설은 순수문학 계열의 일반소설입니다. 이것을 일반소설과 웹소설 사이에서 모호하게 생각하시는 작가님들이 있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면서 ‘어, 내가 한 말을 서희가 이런 데서 공개하네’ 라고 하시면서 민망해하실 작가님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절대 아닙니다. 저는 고객(?)과의 대화는 반드시 비밀에 부칩니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신입 작가들이 더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 작가님께 이렇게 글로 써서 말하면 별로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의 순수한 문학에 대한 열정이 웹소설 같이 유치한 글과 동등한 취급을 당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래서 제가 그런 분들에게 일반소설과 웹소설이 왜 다른가를 말해주기 위해 통화를 하자고 하는 것입니다. 글로는 저의 간절한 마음이 잘 전달이 안 되니까요.
그러면 그냥 통화를 할 것이지 왜 그런 걸 지금 이렇게 게시판에 올리느냐고 물으실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이 부분에 대해서 작가님들 한 명씩 붙들고 설명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저의 비평이 한 단계씩 성장해 나가려면, 앞으로는 신입 작가가 아니라 기성 작가의 소설에 대한 피드백을 더 해야 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유형에 속하시는 작가님들은 한번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혹시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시면 언제든 저에게 쪽지를 보내 주시면 됩니다.
‘유치해서 저런 웹소설은 안 써.’
이러실 수 있습니다. 결론은, 웹소설을 유치하다고 무시해선 안 됩니다.
조선 후기를 예로 들어보죠. 전기수가 재미있는 통속소설을 들려주면 그 앞에 백성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서(혹은 둘러서서) 무릎을 탁 치며 넋을 빼고 듣습니다. 흥부전, 춘향전, 박씨전, 운영전, 구운몽 등등. 그리고 이보다 더 유명한 베스트셀러들이 많다는 건 다들 아시죠. 소대성전, 유충렬전, 홍계월전, 조웅전, 숙향전…….
이것들은 백성들이 좋아했던 소설들입니다. 소설의 배경이 우리나라가 아니라 중국의 송나라나 명나라 등이 많았고, 귀족집안에서 태어난 재자가인형 인물이 주인공입니다. 심지어 주인공은 하늘나라의 선관이나 선녀였는데 적강하여 속세에 환생한 인물입니다. 시련을 겪지만 곧 조력자가 나타나서 도술을 가르쳐 주기도 합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천사마를 타고 장성검으로 삼십삼천에 어린 조화를 부리며 수천의 적 장졸들을 추풍낙엽처럼 쓸어버립니다. 남장여주도 대원수가 되어 전장을 누빕니다. 그리고 남주와 여주는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는 운명으로 애정을 성취합니다. 얼마나 허무맹랑한 이야기입니까. 저는 지금도 돌아버리게 재미있지만요.
그 당시의 기득권층은 이런 소설들을 무시했지만 이 소설들은 지금 대학입시 수능문제로 출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전문학이라고 부릅니다. 문학의 가치는 시대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렇다고 지금 이 시대의 웹소설이 100년 후에 대학입시 문제로 출제된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그건 또 모르는 일이죠.
유치해서 못 읽겠다는 웹소설을 자기 나름대로 수준을 끌어 올리셨을 겁니다. 그러나 너무나 수준(?)을 많이 높인 소설을 가지고 웹소설이라고 우기시면 안 됩니다. 독자들이 수준이 낮아서 자기 소설을 안 읽는 거라고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웹소설 시장에 그걸 읽을 독자들은 없습니다. 지금 시점에선, 웹소설과 순수문학 계열의 일반소설은 분야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언젠가 그 경계가 허물어질 수 있겠지만요.
그렇다면 난 그냥 일반소설을 쓰겠다, 그런데 어디서 팔아야 하는가? 이 경우, 순수문학의 판로가 어떠한지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실 겁니다. 그렇다면 이왕 엄청난 기회비용을 들이면서 소설을 썼으니 그걸 가지고 돈 좀 벌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웹소설은 소비성 문학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확실한 소비 시장이 있습니다.
물론 저는 일반소설을 쓰지 말고 웹소설을 쓰라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저도 한때 죽어라 고민했던 문제라, 아직 일반소설과 웹소설을 모호하게 생각하시는 작가님들이 방향을 잡으시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방향을 잡으면 지향점이 확실히 보일 수 있을 테니까요. 결국 ‘문학의 순수성’이냐 ‘상업성’이냐 사이에서 선택할 문제겠지요. 현재로선 그 중간이 없습니다.
의미 있는 소설을 써서 우리나라 문학계를 정복할 만큼의 필력이 있다고 자부하시는 작가님은 오히려 웹소설을 쓴다면 더 빠른 시일 내로 우리나라를 정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서희의 말대로, 나도 그런 웹소설을 써 볼 의향이 있는데 어떻게 써야 하느냐고,,,,, 저에게 묻지 마십시오. 유명 웹소설 사이트에 가서 잘 팔리는 소설을 무작위로 열 편 정도만 읽어보셔도 됩니다. 더 많이 읽으시면 더 좋고요.
일반소설을 읽고 웹소설 사이트에 오셔서 많은 소설을 읽고 왔다고 하시면 안 됩니다. 아니, 되기도 합니다. 그건 무엇보다도 큰 재산이니까요. 그 재산 위에 웹소설에 대한 지식(정보)을 쌓으십시오. 굉장히 쉽게 쌓일 겁니다. 필력이 있으시니 곧 유명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 방법에 대한 건 다음 시간에 유형 2번을 통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호응이 없으면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