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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중년의 로맨스 쟁탈전
작가 : 직깨미
작품등록일 : 2018.12.20

이야기의 기본 골격은 입 조심입니다.
방우와 숙이는 소꿉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합니다.
그리고 도복희 55세. 숙이 이모며 두 살 터울.
도복희의 말 실수가 가져 온 말년의 비극
(그러나 히티 엔딩으로 마무리 합니다)

 
더러운 세상
작성일 : 18-12-20 15:44     조회 : 15     추천 : 0     분량 : 3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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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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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매력이죠. 흔한 말로 인물 값 하는 거죠”

 

 그 말에 방우가 기겁하듯이 정색을 하면서 숙이를 쳐다봤다.

 

 “아이고 반대가 되었어야 했는데 조물주 장난이 너무 심했어. 지금에야 하는 말인데 네 이모 때문에 내가 변변한 연애도 한번 못해봤다. 얼마나 감시가 심한지. 정말 찰거머리가 따로 없었어. 내 꽁무니를 따라 다니며 아예 메모까지 해서 들이밀더라. 너 포기하라고. 그때 나도 네 이모한테 배워서 암행 감사가 됐다. 네 이모 비리를 꼼꼼히 메모했다. 자! 이거 읽어봐!”

 

 ‘뭐야 저 말은? 그럼 우린 연애가 아니고 소꿉장난이었어. 저런…. 터진 입이라고 어디다가 함부로.. 그럼 여기를 수도 없이 터트린 건 뭐야? 소꿉장난을 그렇게 해? 이런 씨~~’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숙이에게 건네주고 구시렁거리며 봉투 속에 들어있는 두꺼운 종이를 끄집어 내려고 봉투를 앞으로 놓는 순간에 생각이 행동을 부르고 말았다. 시선이 아랫도리에 가 있었다.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내색을 하지 않고 위기의 순간을 얼른 벗어나려고 강수를 쓰기로 마음을 고쳤다. 아주 강한 요법을 사용하고 싶었지만 주위가 의식돼 따지는 건 나중에 하기로 하고 봉투 속 내용을 미리 예측해 신경질적으로 소리만 내질렀다.

 

 “야! 정말 치사하다. 아예 이모 일기를 써서 일기장을 한 무더기 주지 그랬어. 그래도 이 건 빼”

 

 “안돼! 그게 이모 아킬레스야. 절대 안돼”

 

 “정말 비열한…”

 

 차마 놈이란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아 이를 갈고 노려만 보고 있다.

 

 숙이는 그때 ‘놈’까지 마무리 못한 걸 후회했다. 예전에 이 수법에 수도 없이 당했던 이 놈의 장난질이 떠올랐다. 화를 은근히 부추기고는 은근슬쩍 꽁무니를 빼 반응이 어떤지 관찰하고는 자기의도대로 모든 의사를 결정하는 버릇을 알면서도 질질 끌려 다녔다.

 

 “맞아! 한 무더기 들고 오려다가 무거워서 요약했다. 그런데 고함은 왜 질러. 목젖 스트레치 하냐?”

 

 또 약을 올렸다. 손이 벌써 목젖을 주무르고 있었다. 짜증이 나서 방우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봉투 속에 들어 있는 A4 용지를 한 장씩 넘기며 보는 동안 시원이도 옆으로 바짝 다가와 앉았다. 숙이가 얼른 아킬레스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적혀 있는 종이를 빼내 구겨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것만 뺀 내용을 보면서 시원이 인상도 같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그때 지현이가 일어서 같이 보려고 할 때 방우가 멈추라는 손짓을 하고 조용히 하라며 손가락을 입술에 댔다.

 

 “나는 보면 안돼? 왜?”

 

 “응! 네가 아는 사람이 많이 나와서 안 보는 게 좋아. 때론 모르는 게 덕이 될 수도 있잖아. 너의 안위를 위해서다. 숙이야! 천천히 꼼꼼히 읽어 봐. 나는 오랜만에 지현이와 데이트 좀 해야겠다”

 

 관심이 서류에만 가 있었다. 손바닥이 방우를 향해 날개 짓을 하고 있었다. 거의 한 시간은 걸렸다. 보고 또 보고 시원이가 다시 검토하고 둘이서 뭔가 진진하게 토론도 했다. 그 사이 지현이는 방우와 강변을 거닐고 있었다.

 

 “뭐길래 내가 보면 안돼”

 

 “솔직히 더러워. 우린 고향에 살잖아. 안 보는 게 좋아. 영호 바람에 졸지에 선배들 부끄러운 과거만 캐는 꼴이 됐다. 다시는 이런 일에 끼어들지 않기로 맹세를 했는데 내가 그 놈의 정 때문에 쓸데없는 짓을 하고 말았다. 동네 형님들을 조사했는데 너무 지저분한 과거밖에 없어서 보기 민망하더라. 네 오빠도 이름도 있어서 뺐다. 네 오빠와 관계된 일은 내가 영호에게 입 단속을 시킬 테니 걱정 마. 후보들이 저지른 짓을 영호도 했다면 정치판에 나올 자격이 없어. 숙이가 내가 준 자료를 영호에게 그대로 보여 줘야 해. 그런데 그 자료는 자신을 비교하며 살피라는 의미로 준 건데 그걸 역으로 이용해 상대방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면 영호도 같이 매장 돼. 저 자료는 약과 독을 같이 가지고 있는데 내가 어느 걸 택하라고 하고 싶지는 않아. 자기가 스스로 판단해야지. 내 생각엔 아마 영호가 저 자료를 호기심 많고 오지랖 넓은 자기 이모에게 보여주고 소문을 퍼트리라고 할까 걱정이다. 정치하는 놈들 특성이 급하면 안면몰수 하잖아. 이모 같은 위인은 충분히 그럴 위인이지. 숙이에게 잘 이용하라고 주의를 줘야지. 정치하는 놈들 중에 호락호락 하는 놈은 없잖아. 이모 때문에 역공을 맞을 수 있지만 반대가 될 수도 있어. 정치하려는 놈이 그 정도는 자신이 판단해야지. 적어준 대로 읽기만 하면 개돼지도 정치할 수 있지. 그렇지? 허허”

 

 지현이가 안쓰러운 눈으로 쳐다보며 말렸다.

 

 “나는 괜히 네가 자료를 줬다고 생각해. 그걸 영호가 본다고 자신을 돌이켜 볼까? 벌써 눈이 멀었을 건데. 너 약점만 드러난 셈이잖아”

 

 “내가 사업하면서 저지른 위법행위로 낸 벌금을 너도 잘 알잖아. 허긴 모를 수도 있겠다. 내하고 보험 계약한지가 벌써 20년이 훌쩍 넘어서 그 사이 내가 벌린 범법들을 너는 모르겠다. 그건 약점이 아니고 너는 이런 지저분한 과거가 없는지 잘 살펴보라는 의미에서 내 자신뿐만 아니라 후보자들 일일이 뒷조사를 해서 작성했어”

 

 지현이가 입술을 살짝 옆으로 치켜 올려 비웃는 투로 말했다.

 

 “아이고! 모르긴 내가 왜 몰라. 음주로 면허 취소돼서 다시 면허 딸 때 면허장에 누가 태워다 줬어? 싸움 말리다가 더 두들겨 패서 합의할 때 누구 돈 빌렸어? 합의금 낼 때는 동생이 울지도 않았는데 벌금 50만원 낼 때는 동생이 울더라. 이제 동생 속 좀 그만 썩혀라. 아이고”

 

 팔짱을 가슴까지 올려 끼고 흐르는 강물을 쳐다보고 있는 방우 등 짝을 세게 한번 친 지현이가 같이 강물을 쳐다보고 있었다.

 

 “얼마 전에 경찰서에 갔는데 그 동안 내가 벌금 낸 기록들이 그대로 남아 있더라. 완전히 전과 잡범이더구먼. 허허허 허허. 그런 자질구레한 범법 행위를 너도 했는지 비교해보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어”

 

 “그래? 그런데 또 무슨 일로 경찰서에 갔어?”

 

 “어떤 놈이 자격증을 무단으로 썼다고 고발하는 바람에 갔다 왔다. 2년마다 갱신해야 하잖아”

 

 “그 놈의 더러운 법 아직 그대로 야?”

 

 떨떠름한 미소를 짓고는 일어서려고 하다가 다시 말을 시작했다. 솔직히 지현은 이해가 전혀 되지 않았다. 보험에 가입할 때도 바다에서 일을 한다는 부분은 빼고 사무실에서 근무한다고 적어 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다. 만약에 바다에서 사고가 나면 방우는 절대 보험 혜택을 보지 못한다. 법에서도 보험에서도 완전히 소외된 방우가 과연 법을 필요로 할까? 법을 만들고 고치는 국회에 입성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방우의 썩은 동아줄이라도 붙잡으려고 찾아오는 자체가 우스웠다. 그들은 방우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그의 인맥만 필요하기 때문에 만약에 그들이 국회에 입성해도 방우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 메아리로 여길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어 지현이 딱한 눈으로 방우를 쳐다봤다. 방우가 강을 향해 메아리를 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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