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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중년의 로맨스 쟁탈전
작가 : 직깨미
작품등록일 : 2018.12.20

이야기의 기본 골격은 입 조심입니다.
방우와 숙이는 소꿉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합니다.
그리고 도복희 55세. 숙이 이모며 두 살 터울.
도복희의 말 실수가 가져 온 말년의 비극
(그러나 히티 엔딩으로 마무리 합니다)

 
하필 조카 동기야
작성일 : 18-12-20 14:59     조회 : 14     추천 : 0     분량 : 3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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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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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기가 오른 복희가 ‘저런 눈치도 없는 년’ 은 빼고 '안돼~~~'라고 목이 터지라 외칠 뻔 했다.

 

 단 한번도 이런 즉석만남을 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 될 수 밖에 없지만 정미는 가희 말에 약간은 동의를 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원망스럽기도 했다. 남편도 바람났는데 나는 못 피나 하는 오기도 생겼다. 찰거머리처럼 복희가 찰싹 붙어있는 저놈도 어차피 남의 남자라 복희 소유도 아니고 먼저 먹는 년이 임자란 생각도 하고 있었다. 버림받기 전에 버리면 그만이다. 남편의 버릇이 전이된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어 죄책감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근식이가 지금 바람이나 피며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 남편처럼 보이기도 했다.

 

 언제부터인지 남편 옷에서 다른 여자 화장품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 향기를 화장품 가게에서 맡았을 때는 사고 싶은 화장품이었지만 남편 옷에서 나기 시작할 때부터는 그 향기가 역겹기만 했다. 지금 정미의 마음은 너도 바람 났는데 나라고 나지 마라는 법이 어디에 있냐는 남편과의 맞불 대응과 같은 년이 될 수는 없다는 억제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중이었다.

 

 게다가 끌려 올 그 놈이 스테이지에서 하는 꼴을 봐서는 남편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 놈도 마찬가지란 확신만 더 들었다. 벌써 시원이가 마이크를 들고 목에 핏대를 올리고 있었다.

 

 “야~~ 야~~~ 야~ 내 나이가 어땠어.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이 노래가 밖으로 새 나오는 노래 방 문 앞에서는 근식이와 방우가 또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야! 너는 밝은데 나와서 봤을 거 아니냐? 저 사람들 완전 할망구다. 정신 차려라. 친구야!”

 

 말을 끝나기 전도 근식이가 방우 입을 털어 막고 안으로 흘끔 쳐다본다.

 

 “야! 들린다. 내가 아마추어야? 호박이 넝쿨째로 들어오는 이런 날도 드물다는 걸 너도 잘 알잖아. 오늘만 참아라. 어차피 저 사람들이나 우리나 똑 같아. 오히려 우리가 더 안심하고 저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즐겨주기만 하면 되잖아. 새끼가 네가 입이 닳도록 했던 말을 내가 지금 하고 있다는 걸 너도 알지. 다음 골프 비는 내가 낼게. 오케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엉덩이를 뒤를 빼 있던 놈도 사람이었다.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는 걸 방우가 흡족환 미소를 띠며 바로 증명을 했다.

 

 “자식이! 진작에 그러지. 커트 비와 캐디 피까지 전액이다. 좋아! 오늘 내가 총알받이 하지 뭐! 그래도 좀 심하다. 아무리 넝쿨째로 들어왔다고 하지만 재작년에 수확한 호박을 우리가 재고 처리하는 것 같네. 재고처리는 오늘뿐이다. 그럼 들어가자”

 

 “어! 그건 아니지. 캐디는 네가 책임져”

 

 “웃기는 소리하고 있네”

 

 방우 손이 벌써 문고리로 당기고 말았다. 늠름하게 안으로 들어가 주위를 한번 넌지시 둘러보고는 방금 노래를 마친 시원이 옆에 털썩 주저 앉듯이 앉아 머쓱하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다음 노래 할 차례가 정미인 모양이었다. 마이크를 잡는 순간 시원이가 스톱을 외치고 전열을 가다듬듯이 전부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 정미가 입술을 툭 내밀고는 언짢은 표정으로 멋쩍게 자리에 앉아 맥주잔을 입에 대고 있었다.

 

 “자! 일단 인사부터 하죠. 저는 장시원. 나이는…”

 

 그때 복희가 시원이 입을 막고 인상을 찡그렸다.

 

 “나이는 왜 얘기해? 민망하게”

 

 시원이가 빙긋이 웃으며 그런 복희에게 핀잔을 준다.

 

 “네가 벌써 나이를 불어버렸잖아. 잊었어?”

 

 복희가 민망한 미소를 입가에 흘리고는 근식을 쳐다보고 있었다.

 

 근식이가 ‘내보고 어쩌란 말이야?‘을 어필하듯 어깨를 들썩하며 양 손바닥을 부처님 자세로 하고 입술을 툭 내밀었다.

 

 “저는 못 들었는데 몇 살이래요? 저는 53살. 고향은 여기 바로 아래 동네. 덕하”

 

 방우가 물어보지 않은 고향까지 말을 하고는 얼굴을 빙 둘려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복희 표정이 심각하게 일그러지다가 근식을 의심스런 눈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그럼! 그쪽도?”

 

 “예!”

 

 나이 53살. 고향이 덕하. 복희 머리가 복잡해졌다. 조심스럽게 근식과 눈을 마주치고는 약간은 떨리는 입술로 물었다.

 

 “혹시…. 학교는?”

 

 “혹시 선배이십니까? 우리는 청량중학교 나왔는데”

 

 벌써 복희는 하나의 비밀을 강요할 상황에 처해 버렸다. 세상이 좁으니 몸가짐을 항상 조심하라고 애들에게 수도 없이 타이르며 키웠다. 특히 딸에게는 더 심하게 잔소리를 했다. 아무리 한번에 가슴이 설레게 할 정도로 필이 딱 꽂혀도 몸가짐을 조심하라고 했다.

 

 세상의 절반은 남자이기 때문에 여러 남자를 만나 본 후에 어느 놈을 고를지 정하라고도 했다. 이렇게 잔소리라고 여길 정도로 타이른 이유는 연애 한번 하지 못하고 중매 결혼을 한 자신이 너무 처량한 탓이 컸다.

 

 그런데 하필이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슴을 설레게 한 남자가 나이와 학교를 보면 조카 숙이와 동기임이 분명해 보였다. 일단은 두 번 다시 만나지 않기로 마음 속으로 결정을 했지만 왠지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골프장에서 처음 마주쳤을 때 ‘아! 이 사람!’

 

 내가 원하던 딱 그 타입의 남자라는 생각을 가졌고 바로 지나치는 바람에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런데 나이트클럽에서 또 마주쳤다. 이번에는 바로 옆에 앉아서 생긴 대로 나긋나긋하게 대해 주었다. 같이 온 바람둥이와 친구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예의가 바른 사람이었다.

 

 그런데 조카와 동기. 김이 팍 새 나가고 있었다.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이 사람보다 같이 온 친구가 만약에 일행 중 한 명의 전화번호를 교환한다면 뒤가 아주 복잡해질 것만 같았다.

 

 방우를 쳐다봤다. 능구렁이가 따로 없었다. 벌써 입에서 아주 쉽게 누님 누님이 숱하게 튀어나오고 있었다.

 

 옆에 딱! 찰싹 달라 붙어 앉아있는 근식과 너무 달랐다.

 

 나이트클럽 스테이지에서 보여줬던, 섞은 고기 냄새만 쫓아 다니는 하이에나가 아니라는 듯이 손사래를 위로 치켜들어 흔들면서 파릇파릇하고 생생한 풀만 찾아 다니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젊은 아낙네들 틈새를 비집고 들어간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젊은 년들 여기저기에서 퇴짜를 맞고 포기하고 온 놈 같기도 했다. 현실에 빨리 적응하는, 아무튼 헷갈리게 하는 놈이었다. 그런데 저 놈이 어디서 봤는지 기억은 전혀 나지 않지만 얼핏 마주치는 순간에 가슴이 술렁이는 걸 느꼈다. 계속 가마솥에서 구수한 누룽지를 떠오르게 하는 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출신 성분을 더 세세히 캐묻다가는 생각지도 않았던 말이 나와서 더 난처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히려 정감은 저 놈이 더 많이 더는 데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 눈을 꽉 감고 기억을 파헤쳐봤지만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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