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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히어로 테일즈
작가 : 두번째준돌
작품등록일 : 2018.11.1

마법 세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헤쳐 나가며 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 (누구나 부담없이 읽으실 수 있습니다^^)

장대한 시리즈물로 기획된 '히어로 테일즈'는 마법세계, 특히 블루마법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현실감 있게 담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영웅(Hero)이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무적의 존재도 완전무결한 신도 아닌 그들은, 그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일뿐입니다.

 
2 - 11화. 하수처리장의 괴물
작성일 : 18-11-12 17:44     조회 : 15     추천 : 0     분량 : 8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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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 하수처리장의 괴물

 

 

 

 "우와아아아악! 더 이상은 못 참아! 열화 폭염탄!"

 

 <화륵>

 

 춘회가 화산처럼 격분하며 거만한 폴리네의 면상을 향해 화염구를 집어 던진다. 미사일을 쏘아 보낸 듯 엄청난 스피드.

 그러나 폴리네는 대도시 레인보우 시티의 최고 실력자답게 가뿐한 사이드 스텝으로 공격을 피해낸다.

 

 "흥. 고작 이 정돈가요? 블루고의 랭킹 1위씨?"

 

 폴리네가 장미가시 같은 아찔한 냉소를 흘린다.

 

 그러나 춘회의 공격은 이제야 시작이다. 그는 마치 속사포 같은 다연발 화염탄을 쏟아붓는다.

 

 "받아라 받아! 춘회님의 연사 공격이다!"

 

 <퍼벙 펑. 퍼엉. 퍼벙>

 

 "크윽. 스파인 바인! (가시덩굴)"

 

 <츄리릭>

 

 궁지에 몰린 폴리네가 수십 개의 초록색 가시덩굴을 불러내 방어벽을 만든다. 가시나무 방어벽은 수십 차례의 포격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하고 질겼지만, 춘회의 화염구는 한 방, 한 방이 폭탄 이상의 화력이었다.

 

 결국 얼마 버티지 못하고 힘없이 부숴져 날아가는 방어벽. 쏟아지는 불덩이들을 피해 폴리네가 황급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한다.

 

 "이런, 너무 방심했나? 기세에서 완전히 밀리잖아?"

 

 "여세를 몰아서 끝내주지. 간닷! 열화 폭염탄!"

 

 춘회가 집중력을 한층 끌어 올린 뒤,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개량형 파이어볼을 시전한다.

 집중력이 올라간 그의 루비 색깔 두 눈이 마치 모닥불에 비친 듯 붉게 빛난다.

 

 <화악>

 

 개량형 화염구가 엄청난 속도로 쇄도해 오자, 폴리네가 왼쪽으로 몸을 던져 피한다.

 그런데 춘회는 그 짧은 찰나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는다.

 

 "열화의 장막."

 

 <화르륵>

 

 폴리네가 몸을 던져 피한 쪽 바닥에서 시뻘건 불의 장벽이 솟아오른다.

 

 "뭐, 뭐얏?!"

 

 불길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 엉거주춤한 걸음으로 열화의 장막 밖으로 걸어 나오는 폴리네. 그런데 어느새 그녀의 눈앞에 붉은머리 미소년의 얼굴이 다가와 있다.

 

 "벌써?!"

 

 "끝났어, 열화폭염... 응?!"

 

 마무리를 위해 주문을 외던 춘회는 땅 밑에서 느껴지는 무언가 거대한 마력의 움직임을 느끼고는 시전을 취소하고 얼른 뒤로 빠진다.

 그와 동시에 땅속에서 거대한 갈색 나무줄기 여럿이 불쑥 튀어나온다.

 

 <콰지지직>

 

 동화 속 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콩 줄기같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자라나 거목을 이룬 그 식물이 있는 자리는, 만약 춘회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면 서 있었을 자리였다.

 간발의 차이로 사고를 피한 춘회의 머리가 쭈뼛해진다.

 

 '그 정신없는 와중에 저런 말도 안 되는 카운터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니... 정말 무서운 여자다.'

 

 블루 마법고의 랭킹 1위 춘회는 침을 꿀꺽 삼키며 상대의 실력에 혀를 내두른다.

 한편 그의 상대인 레인보우 유니온의 리더, 폴리네 아카샤도 박수를 치며 나무 뒤에서 걸어 나온다.

 

 "굉장해요. 소문의 블루고 랭킹 1위라 해봤자 아직 애송이일 줄 알았는데, 이 정도면 웬만한 유니온의 세컨드 리더와도 맞먹을... 아니 그 이상의 실력이에요.

 폭풍같이 몰아치는 연타에 이은 정확한 길목 차단, 그리고 '신속'을 이용한 빠른 접근까지...

 게다가 제일 놀란 건 제 반격을 예상하고 뒤로 후퇴한 그 감각이에요. 그런 뛰어난 직감은 솔직히 흔치는 않죠.

 암튼 너는 상상 이상으로 훌륭한 실력을 갖고 있는 것 같군요. 이 레인보우 시티의 리더, 폴리네 아카샤가 네놈을 인정합니다."

 

 "흥. 고맙기도 하군."

 

 춘회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칭찬을 받아들인다.

 

 한편 플라워타리움에서의 싸움이 '춘회 vs 폴리네'의 일기토 형식으로 바뀌어 버리자, 떨거지들인 솔로부대와 유니온 단원들은 멍하니 둘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그들은 마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대한 강의를 듣는 초등학생이 된 기분을 느끼며 둘의 싸움을 따라가지는 못하겠지만 어쨌거나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저 빨강머리 녀석은 어쩌면 우리 솔로들을 구원해낼 희망일지도 몰라!'

 

 더벅머리 솔로부대의 리더만이 소년만화에 도취 된 학생처럼 홀로 전율하는 가운데, 붉은머리의 미소년과 검은 생머리의 소녀가 다시 한번 서로를 마주하고 선다.

 

 일격발도(한번에 검을 뽑음)로 결정되는 검사들의 대결처럼 엄청난 긴장감과 폭풍 전야의 고요함이 플라워타리움의 주변 공기를 잠식한다.

 춘회와 폴리네가 서로의 실력을 파악한 만큼, 2라운드는 전력을 다한 총력전이 될 것이다.

 

 잠시 긴장된 순간이 흐르고, 군중들 가운데 누군가 마른 침을 꿀꺽 삼킴과 동시에 두 사람의 발이 땅에서 떨어진다.

 

 "타앗!"

 

 "하압!"

 

 <콰앙>

 

 춘회 세이비어 대 폴리네 아카샤의 2차전이 시작된 것이다.

 

 

 

 

 윌리엄과 윗키가 하수도 터널을 건너자 넓은 아스팔트로 된 평지가 나타난다.

 둘은 축축하고 더러운 하수에서 빠져 나와 단단한 바닥을 밟고 올라선다.

 

 터널에서부터 흘러나온 물은 평지의 둘레를 해자처럼 둘러싸면서 흐르더니, 결국은 합쳐져서 거대한 저수지를 이루고 있었다.

 

 금발의 전사 윌리엄이 건너편의 허름한 건물과 높고 어두운 천장을 바라보며 말한다.

 

 "여기가 중앙 하수처리장인 모양이군. 꽤나 넓은걸?"

 

 "네... 그런 것 같네요."

 

 윗키가 온통 젖어버린 치마의 물기를 힘껏 짜내며 대답한다. 그녀가 치맛자락을 한 번 비틀 때마다 시커먼 구정물이 좍좍 쏟아진다. 그에 따라 그녀의 표정도 꾸깃꾸깃 함께 구겨진다.

 

 그때 윌리엄의 눈에 저수지 반대편에 서 있는 누군가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그가 황급히 윗키의 어깨를 두드리며 손가락으로 저수지 반대편을 가리킨다.

 

 "저길 봐, 윗키! 누군가가 있어!"

 

 "에? 어... 어?! 정말이네요. 흰색 옷을 입었는데, 누구지?"

 

 둘은 저수지 반대편에 서 있는 흰색 가운을 입은 사람을 발견하고는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 본다. 그러나 수상한 사람은 그들이 몇 걸음도 채 걸어가기 전에 유령처럼 어디론가 스르르 몸을 숨겨 버린다.

 

 윗키가 불만스레 중얼거린다.

 

 "뭐야 저 인간? 왜 숨는 거지?"

 

 "확실히 수상한 녀석이군..."

 

 윌리엄이 그녀의 말에 동조한다. 그리고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대검을 세게 움켜쥐며 경계 태세를 갖춘다.

 

 "하수도 괴물들의 출몰과 분명 뭔가 관계가 있는 녀석일 거야. 안 그럼 이런 곳에서 혼자 얼쩡거릴 리가 없어."

 

 "맞아요 오빠. 빨리 잡아서 족쳐 봐요!"

 

 주황머리 단발소녀 윗키가 다분히 일진다운 과격한 어휘로 맞장구친다.

 그들은 시커먼 저수지와 허름한 하수처리 관리 건물을 이어주는 녹슨 철제 다리를 향해 빠르게 걸음을 옮긴다.

 

 그런데 공터를 3분의 2 정도 건너왔을 무렵, 저수지에서 엄청나게 큰 뭔가가 세차게 물을 튀기며 튀어나온다.

 

 <촤아아아>

 

 "꺄악!"

 

 윗키가 갑자기 물속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괴생명체를 보고 놀라서 뒤로 자빠진다. 윌리엄도 당황해서는 걸음을 멈춰선다.

 

 "저, 저게 대체 뭐야?! 괜찮니 윗키? 여기 내 손 잡아."

 

 윌리엄은 놀라서 괴물을 응시하면서도 매너를 잊지 않고 파트너 윗키에게 손을 내민다.

 윗키가 욱신거리는 엉덩이를 문지르며 괴물의 생김새를 살펴본다.

 

 온몸에서 짙은 보랏빛 폐수가 뚝뚝 떨어지는 거대한 쓰레기봉투처럼 보인다.

 키가 거의 5층 건물만큼이나 큰 걸 빼고는 지금까지 하수도에서 마주쳐 왔던 괴물들하고 비슷한 모습. 한 마디로 녀석은 하수도 괴물의 확대판인 일종의 보스 몬스터인 것이다.

 

 <구욱 구욱>

 

 거대 하수도 괴물은 느릿느릿한 움직임으로 저수지에서 기어 나와 아스팔트 바닥 위로 올라온다. 거대한 몸체가 모두 뭍으로 올라오자, 괴물은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쭉 찢어진 두 눈으로 윌리엄과 윗키를 노려본다.

 

 "크, 크다..."

 

 윗키가 쫄아든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괴물은 물속에 있을 때도 심해 공포증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컸지만, 이렇게 물 밖에 나온 걸 마주하고 있으니 그 위압감이 장난이 아녔다.

 게다가 그들을 노려보고 있는 괴물의 눈초리에서 느껴지는 적의는, 충분히 윗키로 하여금 공포심을 느끼게 해줄 만했다.

 

 "그워어어어!"

 

 괴물이 초코 퍼지처럼 끈적거리는 입을 쫙 벌리며 두 명의 청소년을 향해 몸을 엎어뜨린다. 마치 건물 전체가 통째로 덮쳐 오는 것만 같은 무시무시한 광경.

 

 금발의 윌리엄이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해 주황머리 소녀의 야들야들한 허릿춤을 확 끌어안고 뒤로 펄쩍 뛰어오른다.

 

 <철푸덕>

 

 육중하고 찝찝한 소리와 함께 괴물의 몸이 아스팔트 바닥을 강타한다.

 윌리엄과 윗키는 다행히 간발의 차이로 괴물의 더러운 몸뚱아리를 피해냈다.

 

 윌리엄은 괴물에게서 약간 더 뒤로 물러서서는 조심스레 윗키를 바닥에 내려준다.

 

 "고, 고마워요. 오빠..."

 

 주황머리 소녀가 자기를 구해준 금발의 왕자님을 향해 얼굴을 붉히며 감사 인사한다. 그러나 지금은 로맨스를 쓰기에 적절한 상황이 아니다.

 

 윌리엄이 대검을 치켜들며 앞으로 나서며 소리친다.

 

 "뒤로 피해 있어! 일단 내가 저걸 쓰러뜨릴 테니까!"

 

 그가 용맹스런 고대의 전사처럼 검을 치켜세우고선 단신으로 괴물을 향해 돌진한다. 이미 수많은 성룡(다 자란 드래곤)들을 상대해 봤던 윌리엄 진이었다. 그런 그에게 하수도 괴물 보스 정도의 덩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슬금슬금 다시 몸을 추스리고 있는 괴물을 향해 윌리엄이 도약한다.

 

 <타닷>

 

 그리고는 둥그런 괴물의 머리를 향해 그대로 검을 내려찍는다.

 

 <촤악>

 

 호쾌한 일격에 괴물의 머리가 세로로 갈라져 버린다.

 

 "구아아악!"

 

 "아직 멀었어!"

 

 <추우욱>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괴물의 몸을 윌리엄이 내리그어 완전히 두 동강을 내버린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양분된 괴물의 몸은 마치 책장이 펼쳐지듯 각자의 방향으로 쓰러진다.

 

 더러운 보랏빛 잔해 사이로 금발의 전사 윌리엄의 모습이 보인다. 그 듬직한 등짝을 바라보며 윗키가 치어리더처럼 발랄하게 환호한다.

 

 "꺄악! 역시 윌리엄 오빠! 저 큰 괴물을 한 방에 쓰러뜨리다니, 넘 멋져요~ 잇힝!"

 

 "하핫. 고마워 윗키."

 

 윌리엄이 쑥스럽게 웃으며 자신의 열렬한 팬을 돌아본다. 그리고는 보람찬 걸음으로 그녀를 향해 돌아가려 하는데...

 

 <구물>

 

 "?!"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보랏빛 괴물의 잔해가 파도치듯 크게 한 번 흔들린다. 그러더니 무서운 속도로 자신의 원래 몸이 있던 자리를 향해 흘러간다.

 

 얼른 윗키 쪽으로 점프해 자리를 피하는 윌리엄. 쓰러뜨린 줄만 알았던 거대 하수도 괴물이 다시 뭉쳐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본다.

 

 괴물은 순식간에 제 모습을 되찾아 또 한 번 그들을 공격할 태세를 갖추기 시작한다.

 

 "이럴 수가. 자가복구가 가능하다고? 그렇다면 물리 공격이 먹히지 않는단 거야?"

 

 윌리엄이 당황스런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완전히 정통으로 들어간 검격마저 저 괴물에겐 먹히지 않았다. 그렇단 말은 칼이나 총, 주먹 같은 물리적인 공격이 무용지물이란 뜻이었다.

 게다가 괴물의 자가복구 정도나 속도로 봐선 마법공격도 통할지 미지수다.

 

 윗키가 옆에서 애가 타는 눈빛으로 그를 재촉한다.

 

 "어떡하죠. 오빠? 일단 피해야 하지 않을까요?"

 

 "... 응? 뭐라고... 어엇, 피해!"

 

 <콰앙>

 

 괴물의 주먹이 간신히 그들을 스치고 지나간다.

 딴생각을 하느라 왕주먹에 직격으로 맞을 뻔했다.

 윗키 덕분에 어찌어찌 공격을 피하고 일단 정신을 차린다.

 

 윌리엄이 사냥꾼의 본성이 가득 담긴 검은색 눈동자로 적을 응시한다.

 덩치와 파워, 그리고 자가복구 능력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상대해 왔던 숱한 강자들(춘회파, 드래곤, 상급던젼 보스 몬스터, 디스트로이어, 어머니 등등...)에 비하면 그다지 강한 상대는 아니다.

 그는 자신이 충분히 저 괴물을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

 

 단, 그러기 위해선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흑철대검의 용의 기운을 사용해야겠지만 말이다.

 시뻘건 피의 망토같은 섬뜩한 그 힘을 사용하면 틀림없이 저 하수도 괴물은 윌리엄에게 갈기갈기 찢겨져 재생할 세포 하나 남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용의 기운을 쓴다면 윗키까지 위험해져.'

 

 윌리엄이 괴로운 얼굴로 주황머리 소녀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당차지만 어딘지 귀여워 보이는 윗키의 얼굴에서 그는 어릴 적부터 함께 해왔던 푸른색 새끼용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리고 5년 전의 그 비극적인 사건도...

 

 절대로 용의 기운을 써서는 안 된다.

 허나 그러지 않는다면 하수도 괴물을 쓰러뜨릴 수가 없다.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 윌리엄이 머리를 싸매고 갈등한다.

 

 '아아, 대체 이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그때 윌리엄의 검이 발작이라도 일으키듯 진동하기 시작한다.

 

 <우우웅 우우웅>

 

 주인이 용의 기운을 발동시키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사방으로 피의 기운을 발산하는 흑철대검. 마치 자신에게도 자아가 있다는 것처럼 말이다.

 

 <우우웅>

 

 검이 유혹한다. 꿀처럼 달콤한 파괴와 피의 힘에 몸을 맡기라고, 그러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고...

 

 검의 유혹은 너무나 달콤해서 윌리엄은 그냥 자신을 놓아 버리고 푹신한 침대에 드러눕듯 검의 힘에 몸을 맡기고만 싶어진다.

 그렇게 한다면 정말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그와 검은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 새빨간 선혈로 물들일 것이다.

 

 하지만...

 

 "안돼!"

 

 윌리엄이 유혹을 뿌리치고 소리친다.

 

 <쾅>

 

 그는 검의 손잡이를 세차게 바닥에 내리찍고는 무릎을 꿇는다.

 전력 질주를 마친 듯 거칠게 숨을 헐떡이며 금발의 전사 윌리엄 진이 고개를 들어 주황머리 소녀를 올려다본다.

 

 '더 이상은 눈앞에서 소중한 것을 잃지 않겠어...'

 

 윌리엄이 희미하게 미소 짓는다. 그리고는 멍하니 초점을 잃고, 의식과 무의식 중간으로 빠져들어 버린다.

 

 

 

 

 윌리엄은 검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눈앞의 적인 하수도 괴물과의 싸움에서는 아직 승리하지 못했다.

 

 <구욱구욱>

 

 썩은내가 진동하는 육중한 몸을 이끌고 다가오는 괴물과 반쯤 넋이 나가버린 금발의 훈남을 번갈아 돌아보며, 윗키가 발을 동동 구르며 안절부절못한다.

 

 "아아, 이를 어째? 윌리엄 오빠. 정신 좀 차려봐요! 갑자기 왜 이러는 거예요!"

 

 그녀가 아무리 넓은 어깨를 잡아 흔들어 봐도 묵묵부답. 윌리엄에게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다. 오직 꽉 잡은 검의 손잡이를 놓치지 않을 뿐.

 

 아무리 해도 금발의 훈남이 정신을 차릴 것 같지 않자, 윗키가 그 자리에서 빙그르 돌아 괴물과 마주 선다.

 교복치마가 색종이 꽃처럼 활짝 펼쳐지며 구정물로 젖어버린 승부팬티가 살짝 드러난다.

 하트모양 쿠션을 끌어안은 통통한 갈색 곰돌이의 문양. 오늘의 승부팬티는 '사랑'을 강조했다.

 

 윗키가 다가오는 육중한 괴물을 노려보며, 뒤에 무릎 꿇고 앉아 있는 윌리엄을 향해 외친다.

 

 "왜 정신을 잃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제가 오빠를 지켜 드릴게요! 라이트닝 샷!"

 

 <파직>

 

 윗키가 쏘아 보낸 전격이 괴물의 눈가를 강타한다.

 괴물은 돌팔매질을 당하기라도 한 것처럼 움찔하고 걸음을 멈춰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놈은 다시 팥죽같이 흐물거리며 윗키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한다.

 

 주황머리 소녀가 양손에 전기 에너지를 모은다.

 그리고는 부동석이 되어 버린 왕자님을 살짝 돌아본다.

 

 "사실 저... 오빠가 사마충한테서 구해주셨을 때부터 주욱 오빠를 좋아했었어요..."

 

 위급한 와중 속삭이는 소녀의 진심. 윗키는 다시 괴물을 돌아보며 소리친다.

 

 "정말로 세상에서 제일 좋아해요! 그러니까 저딴 더러운 괴물이 오빠의 털끝 하나 만지게 할 수 없어요!"

 

 사랑에 빠진 주황머리 소녀가 양손의 전격을 힘껏 내던지며 괴물을 향해 돌진한다.

 

 <파직 지직>

 

 두 개의 전격은 괴물의 쭉 째진 허연 두 눈을 때린다.

 

 "그오오오!"

 

 양손으로 눈을 부여잡고 괴로워하는 괴물.

 

 윗키는 첫 번째 공격이 효과를 보자, 겁도 없이 괴물의 발치로 접근한다.

 그리고는 강한 전력을 품고 있는 눈부신 번개구슬을 만들어 낸다.

 

 "이 기술, 원래는 블리츠 캐논을 디스펠하려는 춘회가 다가왔을 때 먹여 주려고 준비했던 건데, 이렇게 쓰게 되는구나. 어쨌거나 근접 상태일 때 효과는 장난이 아닐 걸. 썬더 오브(번개 구슬)!"

 

 <파지지지지>

 

 윗키가 쏘아 보낸 눈부신 백색의 구체가 미친 듯이 전류를 사방으로 뿜어 대며 하수도 괴물을 공격한다.

 쩌렁쩌렁 울부짖으며 짜릿한 전류를 경험하는 괴물.

 

 그러나 가차 없는 전기소녀의 공격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살짝 뒤로 물러선 그녀는 발악하듯 무겁게 휘둘러 대는 괴물의 주먹을 가볍게 피해내며, 장기인 전격 공격을 마구마구 퍼붓는다.

 

 "썬더 게틀링 샷!"

 

 <파직. 파박. 파지지직.>

 

 윗키의 양손에서 쏟아지는 기관총 같은 전격 연타를 모조리 얻어맞은 괴물은 꿈쩍조차 안 할 것 같던 육중한 몸뚱이를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서기 시작한다.

 

 "구억... 그으으..."

 

 모양새로 보아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양.

 마침내 승기를 잡았다고 느낀 주황머리 소녀의 눈이 매처럼 날카롭게 번뜩인다.

 

 "좋아. 마법공격엔 충격을 입는 모양이군. 그렇다면 결정타를 날려 줘야지!"

 

 블루고의 신입생 최강자답게 패기롭게 외친 윗키는 마무리 기술을 시전하기 위해 한 쌍의 오렌지를 연상시키는 가슴 앞으로 양팔을 쭉 뻗어 괴물을 겨냥한다.

 소형 발전소의 몇 시간 치 생산전력과도 맞먹는 엄청난 양의 전기 에너지가 손바닥에 모이기 시작한다.

 

 <파츠츠츠츠츠>

 

 윗키가 필살기의 이름을 외친다.

 

 "블리츠 캐논!"

 

 <꽈광>

 

 중앙 하수처리장 전체가 흔들리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한줄기 거대한 번개 줄기가 괴물을 강타한다.

 블리츠 캐논에 정통으로 맞은 하수도 괴물은 수백, 수천 개의 점액질 파편이 되어 폭발하듯 사방으로 날아가 버린다.

 

 잠시 흐르는 고요한 정적.

 윗키는 그 승리의 정적인지 폭풍전야의 정적인지 모를 고요함 속에서 조심스레 주위를 살핀다.

 

 흩어진 괴물의 사체는 미동도 없다.

 그제서야 그녀는 긴장을 풀고 한숨을 내쉰다.

 

 "휴우~ 그럼 그렇지. 최고 출력으로 발사한 내 블리츠 캐논을 맞고 다시 살아날 리가 없잖아?"

 

 그녀는 이마에 흐르는 이슬 같은 땀방울을 훔쳐낸 뒤, 여전히 무릎 꿇은 자세로 굳어 있는 윌리엄을 향해 몸을 돌린다.

 윗키가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그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대체 윌리엄 오빠는 왜 저렇게 된 거지? 일단 병원으로... 응?"

 

 윌리엄을 향해 걸어가던 그녀의 밑에서 무언가가 스르륵 움직였다.

 분명 쥐나 바퀴벌레는 아닌데...

 

 윗키가 황급히 주위를 확인한다.

 마치 바퀴 달린 듯 빠르게 이동하는 보랏빛 점액 조각들의 모습이 들어온다.

 거의 5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점토가 뭉쳐지듯 빠른 속도로 괴물이 덩치를 불려가고 있다.

 

 당황한 윗키의 눈이 아기토끼처럼 휘둥그레진다.

 

 "뭐야? 죽은 거 아녔어?!"

 

 그러자 괴물이 아니라고 대답이라도 하듯, 거대한 몸뚱이로 윗키의 몸을 덮쳐 버린다.

 

 "꺄악!"

 

 <푸촤아아>

 

 주황머리 소녀의 비명소리가 중앙 하수처리장 가득히 날카롭게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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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3장 외전 - 3화. 은행강도 (Not bank robber...) 2018 / 11 / 27 32 0 5150   
52 3장 외전 - 2화. 은행 열매를 주워보자 2018 / 11 / 26 24 0 5074   
51 3장 외전 '히로 촉호와 은행열매 줍기'… 2018 / 11 / 26 32 0 6074   
50 3 - 10화. 진정으로 원하던 것 2018 / 11 / 25 23 0 5059   
49 3 - 9화. Savior's Day 이브에 있었던 일 2018 / 11 / 24 26 0 5719   
48 3 - 8화. 고대인의 시련 2018 / 11 / 23 30 0 6271   
47 3 - 7화. 파괴의 전당 2018 / 11 / 22 32 0 5791   
46 3 - 6화. 저도 따라갑니다! 2018 / 11 / 21 21 0 5494   
45 3 - 5화. 영문 모를 포탈의 등장 2018 / 11 / 21 25 0 5844   
44 3 - 4화. 호, 호, 혼탕이라고?! 2018 / 11 / 20 23 0 6942   
43 3 - 3화. 달빛 여관 2018 / 11 / 20 29 0 6809   
42 3 - 2화. 살얼음판 같은 사이 2018 / 11 / 19 28 0 6893   
41 3장. '네파리안 윈터칠과 보라머리 여고생… 2018 / 11 / 18 16 0 6490   
40 2장 외전 - 3화. 돌아온 탕아 2018 / 11 / 17 16 0 5115   
39 2장 외전 - 2화. 촉호 vs 제로 2018 / 11 / 16 18 0 5844   
38 2장 외전. '제로 롱기누스의 어느 외로운 … 2018 / 11 / 15 22 0 5527   
37 2 - 14화. 애프터 신청 2018 / 11 / 14 20 0 3197   
36 2 - 13화. 싸움의 결말 2018 / 11 / 14 30 0 7187   
35 2 - 12화. 용을 베는 이유 2018 / 11 / 13 14 0 6148   
34 2 - 11화. 하수처리장의 괴물 2018 / 11 / 12 16 0 8872   
33 2 - 10화. 솔로들의 구세주 2018 / 11 / 11 17 0 5841   
32 2 - 9화. 런치 타임 2018 / 11 / 10 18 0 6266   
31 2 - 8화. 괴물이 출몰한 집 2018 / 11 / 9 18 0 6877   
30 2 - 7화. 달달한 데이트, 그리고 방해꾼들 2018 / 11 / 9 20 0 7401   
29 2 - 6화. 첫 사랑의 기억 2018 / 11 / 8 27 0 6019   
28 2 - 5화. 데이트 전야 2018 / 11 / 8 24 0 6392   
27 2 - 4화. 뒷마당에서 훈련을 2018 / 11 / 8 16 0 6590   
26 2 - 3화. 데이트 신청 2018 / 11 / 8 21 0 6709   
25 2 - 2화. 양호실 2018 / 11 / 8 22 0 8203   
24 2장. '윌리엄 진과 주황머리 소녀' - 1… 2018 / 11 / 8 25 0 5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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