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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밤의 아이들
작가 : 어설트
작품등록일 : 2017.6.17

이곳은 죽은 자들의 세계, 사자(死者)의 세계다.
동화 같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죽은 자들의 이야기.

 
6. 꼭두각시 (5)
작성일 : 17-09-04 13:20     조회 : 55     추천 : 0     분량 : 4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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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런 그의 모습을 솔은 복잡한 심경으로 바라보았다.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그중 가장 분명하게 든 생각은, 제아의 힘은 위험하다. 아니, 어쩌면 그의 존재가 위험한 건지 모른다.

  그는 소위 불리는 천재였다. 몰라서 저지른 짓이라곤 하나 그는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 부속을 만들만큼 기억력이 뛰어났고, 아무리 조언자들이 있었다 한들 그를 중심으로 비행선이 만들어진 건 틀림없다. 그리고 그가 만든 대량의 꼭두각시는 탑을 공격했다.

  만일 이 아이가 탑이 아닌 다른 도시를 공격해 이렇데 잡혔다면, 그는 아마 그곳에서도 대량의 인형을 만들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탑은 그를 용서했다. 진실을 깨달은 소년이 괴로워했기에.

  “전 이제 어떡해요.”

  하지만 탑이 그에게 자비를 베풀었다한들 스스로가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어린 소년은 뛰어난 지능만큼 솔이 보아왔던 다른 어른보다도 성숙했다. 그는 한 번 엎질러진 것들은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잠에서 깨어나면 덜 괴로울지 몰라.”

  스스로가 저지른 일에 고통 받을 바엔 차라리........

  솔이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간혹 있다고 들었다. 탑은 자비를 베풀었지만 상황을 견뎌내지 못하고 결국 잠을 택한다는 이야기.

  소년은 눈물을 멈추고 솔을 바라보았다. 솔은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가겠어?”

  곧 솔이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는 지 깨달은 소년의 뺨 위로 다시 눈물이 흘렀다.

  “역시 저는 지하에 가야하나요?”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탑은 널 심판하지 않았어. 하지만 탑의 결과가 전부는 아니야. 탑은 사자의 의지를 존중해주니까.”

  그러니 그의 선택에 달렸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잔혹한 선처일지도 모른다. 지하에 잠들어 죄악감을 꿈과 시간 속에 파묻을 것인지, 이대로 견뎌나갈 것인지는.

  제아가 지하를 택한다면 솔은 그를 도현에게 데려갈 작정이었다. 그라면 이 선택을 누구보다 존중해 줄테니.

  제아는 솔의 말을 곱씹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곤 언젠가 들어보았던 지하에 대해 떠올렸다.

  깊고 깊은 어둠이 있는 곳.

  사방이 검은 그곳은 꾸는 꿈마저 새카맣다. 그것에 두려워하고, 숨막혀하고, 경멸하다 마지못해 질릴 때쯤 꿈을 본다. 그곳에서 파란 하늘을 찾으면 비로소 꿈에서 깨어나지만, 꿈은 기억나지 않는다.

  잠들기 직전의 일이 아주 머나먼 꿈속의 일처럼 느껴지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알 수 없어진다.

  또 다시 세계를 살아가는 자들은 어긋난 길을 바로 잡을 때도 있고, 똑같은 길을 다시 걸을 때도 있다. 그렇게 지하에 다시 잠들고, 깨어나고 다시 잠들고를 반복하다보면 언젠가는 세계를 떠날 수 있지 않을까?

  인생에도 끝이 있었듯, 이 세계도 언젠가 끝에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

  제아에게 이야기를 들려준 이는 짓궂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제아는 생각했다. 그것은 과연 탑의 자비이자 인내일까.

  “무서워요.”

  지하를 겪어보지 않은 소년에게 탑의 너그러움은 어떻게 보면 경고처럼 느껴졌다.

  “깨어나지 않을까봐.”

  무지했기에 저지른 것들이 깊고 깊어서, 물 흐르듯 흘린 힘들이 너무나 거대해서. 그것들과 멀어져야 할 시간이 너무나 길어지는 건 아닌지, 그래서 오래도록 깨어나지 못하는 건 아닌지 어린 소년은 두려웠다. 어쩌면 업이 깊어 아무도 찾지 못하는 지하가 그를 남몰래 삼켜버리는 건 아닐까.

  “그럼 어느 악마새끼 밑에서 개처럼 일하던지.”

  적적한 분위기를 파고든 목소리에 두 사람이 깜짝 놀라 돌아봤다. 이난은 문간에 서 있다가 뚜벅뚜벅 다가왔다.

  제아는 낯선 그를 두려운 기색으로 바라보다가 살그머니 눈을 내리깔고 반박했다.

  “전 탑을 공격했잖아요.”

  “허접했잖아.”

  그 말에 처졌던 소년의 고개가 다시 들렸다. 아무리그래도 그렇지 그건 제아가 만든 인형이었다. 그것들이 탑을 공격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지만, 다른 사실을 다 제쳐두고라도 인형이 손쉽게 부서진 것을 보는 것은 그의 입장에서 가슴 아픈 일이었다.

  “탑이 내쫓지 않은 걸 고맙게 여겨.”

  이난은 위로해줄 생각이라고는 눈곱만도 없는 얼굴로 무심하게 말했다.

  “그렇게 질질 짤 시간이 어디있냐.”

  그럼 이미 모든 게 엎질러진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영리한 소년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랬기에 제아는 고통스러워했고, 끔찍해했고, 괴로워했기에 탑은 그것을 헤아렸다. 그럼에도 자신의 죄를 깨달은 그는 스스로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탑이 소년에게 내린 심판이었다. 그 사실을 외면하고 싶다면 지하에 잠들면 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여실이 받아들여야 할 터였다. 아주 어려운 일이었지만 소년이 치러야 하는 대가였다.

  그래서 이난은 오히려 뭐가 문제냐는 듯한 태도였다.

  “네가 뭣도 모르고 가지고 놀던 사람들 몫까지 살아. 그리고 언젠가 갚으면 되잖아.”

  솔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백 마디의 위로보다 그 톡 쏘는 한 마디는 한 소년에게 도리어 용기가 되었던 걸까?

  “그 방법밖에 더 있어?”

  이난의 이야기를 들은 직후 제아는 오랫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소년을 바라보던 이난은 말없이 솔을 끌었다. 의문 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이난은 이미 소년이 결정할 답을 알고 있는 듯 했다.

  매정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솔 역시 제아가 지하를 택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아프더라도 자신이 저지른 것을 외면하지 않길 바랐다.

  방을 나온 직후 늦은 밤의 복도는 차갑고 고요했다. 솔은 이난을 빤히 올려다보다가 나직이 말했다.

  “이난은 왜 다른 사람한테만 멋있죠?”

  “너에겐 관심이 없기 때문이지.”

  솔은 이난의 발등을 찍어 밟고 방으로 향했다. 하여간 저 놈의 주둥이가 말썽이다.

  씩씩대며 방으로 들어와 방문을 닫았다. 어둠에 휩싸인 방을 바라보며 비로소 혼자 있다는 생각에 낮은 한숨을 흘렸다. 솔은 불 켤 생각도 앉고 저벅저벅 창가로 향했다. 의자를 끌어와 그 앞에 앉은 채 턱을 괴었다. 별이 쏟아질 듯 밤하늘을 비췄다. 밤에 숨은 초원은 잔잔한 검은 바다 같았다. 창밖을 바라보는 눈이 느리게 깜빡였다.

  이대로 기절하고 싶을 정도로 피곤했지만, 자고 싶은 욕망과 비등하게 잠들기 싫었다. 꿈을 꾸는 이 밤이 싫었다.

  그렇게나 아등바등 저항해보지만 밤은 늘 길었고 정신차려보면 그녀는 늘 울고 있다.

  지독한 악몽과 함께, 그날도 밤이 하나 지나갔다.

  다음 날, 소년이 탑에 머물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꼭두각시의 실을 잘라낸 소년이 스스로를 용서한 건 아니었다. 다만 일말의 의심을 누른 그 과오를 딛기 위해 죄책감으로 절망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가 비취 성의 군주들을 용서했다는 소리도 아니다. 소년이 이곳에 와서 이런 마음을 먹었듯, 그들도 그들만의 대가가 있을 것이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제아는 우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았다.

  이난은 영혼들만큼 살고 그 죄를 갚으라고 했지만 사실 영혼으로만 봤던 그 수많은 사람들을 다시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제아가 본 건 추출 된 영혼이었고, 본래의 모습을 찾고 다시 이 세계를 살아갈 그들을 찾는 것부터가 사실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들을 다시 만날 길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제아는 차라리 보다 많은 다수를 구하기로 했다. 많은 이들을 돕다보면 언젠가 그 도움이 그들에게도 뻗칠 테니.

  제아는 탑의 사자가 되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선 힘이 필요했다. 아니, 힘은 도현마저 놀랄 만큼 많았지만 그는 그것으로 제작만 해왔지 싸우는 법 같은 건 몰랐다. 제아는 혼자서 이런 저런 궁리를 하며 탑을 돌아다니다가 정원으로 내려왔다.

  탑의 정원은 누군가 방치한 듯, 그렇지 않은 듯 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어떤 곳은 평범한 정원처럼 단란하다가도 어떤 곳은 숲처럼 울창했다. 또 어떤 곳은 휑하고 한가운데에 쓸쓸한 느티나무 고목 한그루 덩그러니 있기도 했다. 마치 남의 집 정원이나 뒷동산, 근처 산을 조각조각 훔쳐다 놓기라도 한 마냥 구역구역 제멋대로였다.

  정원을 구경하던 제아는 곳 상념에 빠지며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는 채 정원을 걸었다. 그러다 문득 하늘을 덮는 울창한 길을 걷다가 시야가 트이는 느낌에 고개를 들었다. 앞에는 색끼리 모여 핀 꽃으로 둘러싸인 분수대가 있었는데 작동은 멈췄는지 물이 뿜어져 나오진 않았다.

  분수대에 올라선 인형은 그곳에 담긴 물을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었다. 초록 드레스를 입고 끝머리가 꼬아진 여자 인형이었다.

  누가 저기에 저런 걸 세워놨을까?

  제아는 궁금해 하며 다가가다가 분수 주위에 자리 잡은 꽃들 때문에 손이 닫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분수대를 딛고 올라갔다. 꽃의 색을 구분하는 부분을 조심스레 밟으며 꽃들 사이를 지나던 제아는 드디어 인형과 닿는 거리에 이르렀다. 마침내 손을 뻗는 순간 목소리가 들렸다.

  “건들지 마.”

  냉랭한 목소리에 제아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 있는 줄 알았던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이윽고 스친 생각에 제아의 눈이 인형에게 향했다.

  인형의 목이 천천히 돌아가며 제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으아악!”

  놀란 제아는 팔을 휘두르며 인형을 밀쳤고 속절없이 밀린 인형은 분수 속으로 빠졌다. 허둥거리던 제아는 중심을 잃고 꽃밭에 빠졌다. 카모마일 밭에서 고개를 든 제아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황급히 끌었다. 서둘러 기어가다가 물소리에 흘금 뒤를 돌아보니 해초처럼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소름끼치는 시퍼런 눈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인형은 부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분수대 위로 올라왔다.

  제아는 딱딱하게 굳어진 채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공포와 경악에 물든 눈이 커졌다. 그도 여태 인형을 만들어왔지만 저건 차원이 다르다. 차가운 눈은 원한에 사로잡혀 번뜩였다. 입술이 달달 떨려왔다. 귀신이다. 이런 장면 어디선가 본 적 있다. 그리고 대부분 이다음은.......

  “죽어.......”

  갈라지는 목소리로 저주를 중얼대며 인형이 기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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