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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밤의 아이들
작가 : 어설트
작품등록일 : 2017.6.17

이곳은 죽은 자들의 세계, 사자(死者)의 세계다.
동화 같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죽은 자들의 이야기.

 
6. 꼭두각시 (2)
작성일 : 17-08-15 21:16     조회 : 63     추천 : 0     분량 : 4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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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형, 그것은 사람 크기의 인형이긴 했지만 몸통이 온통 새하얘서 흡사 마네킹 같았다. 그러나 모양은 제각기 조금씩 달랐다.

  반질반질한 그것들이 초점 없는 인형과 다른 게 있다면 목표를 가지고 움직인다는 것.

  높은 곳에서부터 떨어진 인형의 착지는 가벼웠다. 그것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자의 목을 조르기 위해 팔을 뻗었을 때에는, 마침내 참담하게 부서졌다. 얼굴 한쪽이 날아갔지만 인형은 움직였다. 탑의 사자가 팔을 잘라내도, 다리를 잘라내도 인형은 꿈틀거리며 표적을 향해 기어갔다.

  그것들은 탑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입력받은 꼭두각시들이었다.

  보다 못한 탑의 사자가 꼭두각시의 몸을 갈기갈기 조각냈을 때 인형은 비로소 움직임을 멈추었다. 인형의 몸이 가루로 부서지며 그 속에서 무언가가 날아올랐다. 사탕처럼 작고 빛이 나는 것.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솔은 참담한 신음을 흘렸다.

  바로 사람의 혼이었다.

 

 

 

  그날 탑의 사자들이 되찾은 사람의 혼은 아주 일부에 불과했다. 서란이 말한 대로 그들의 ‘작업’은 막바지였던 것이다.

  비취 성 군주들에게 유괴된 사람들은 혼을 추출당하고 명령이 입력된 인형으로 만들어졌다.

  인형 속에 혼이 들어가게 된 까닭은 뻔하다. 한 때 사람의 모양이었던 혼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를지언정 마치 본능처럼 본래 갖추었던 형태를 기억하고 있다. 그것을 이용하면 혼 위에 덧씌우는 힘은 적게 들어간다. 혼에 깃든 사념은 제압하고 세뇌하고 명령을 입력시킨다.

  그 작업은 복잡하고 조금 성가실지언정 머리부터 발끝까지 창조해야 하는 인형보다 힘이 적게 들었으며 그래서 더 많이 만들 수 있었고, 기어이 꼭두각시 군단을 이루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지와 존재를 죽여 버리는 그건 정말 지독한 짓거리였다. 비취 성의 군주들, 그들은 욕망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악종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죠?”

  “간단합니다.”

  도현은 가볍게 대꾸했다.

  “자기가 아니니까.”

  솔은 환멸을 느끼며 도현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반박할 수도 없었다.

  “나빼고 전부 수단인 것이 보통 인간의 사고방식이죠.”

  사람을 품었지만 그것이 정당한 생명체라고 여기지 않는 탑은 그들을 심판하지 않았다.

  사람을 품은 꼭두각시는 사람처럼 사념을 다뤘다. 아마 그 안에 담긴 영혼들의 것인 듯 했는데 엘리자베스처럼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명령받은 대로 길게 뻗은 검은 힘을 무작위로 휘두르고 있었다.

  누군가를 상대로 늘 싸워왔던 탑의 사자에게 그건 별 위협이 되지 못했다. 다만 난감한 건 탑을 가득 채우고도 남는 어마어마한 수였다.

  탑의 정원에서 정면으로 싸우던 사자들은 도통 줄지 않는 꼭두각시에 질려하며 높은 층으로 피신했다. 분명 힘으로만 보자면 이쪽이 월등한데도 어째선지 그 수가 줄지 않았다. 비행선에서는 꾸준히 꼭두각시가 떨어지고 있었는데, 꼭 비워진 만큼 채우려는 것 같았다.

  “놀자는 거야, 싸우자는 거야?”

  이난은 짜증을 부리며 다가오는 꼭두각시의 얼굴을 한손으로 잡아 바닥에 패대기쳤다. 인형의 몸이 조각조각 부서지며 영혼이 빠져나갔다. 반면 차일은 난간에 걸터앉은 채 기어 올라오는 꼭두각시의 이마에 손가락을 튕겨 가루로 만들었다. 그렇게 쉽게 바스러지는 꼭두각시 인형은 속이 텅 빈 채 말라붙은 점토 같았다.

  “같이 가자, 친구.”

  그렇게 말하던 이난은 성큼 걸어가 갑자기 차일의 등을 걷어찼다. 기습을 허용한 차일은 소리를 지를 새도 없이 아래로 떨어졌고, 곧 이난도 난간을 넘어 아래로 뛰었다.

  “잠깐...!”

  이 높이에서!

  놀란 솔이 아래를 내려다보자 멀쩡한 두 사람은 이미 파도처럼 꼭두각시들을 휩쓸고 있었다. 반쯤은 싸우듯 인형을 서로에게 던지기도 했고, 사념으로 휩쓸기도 했다.

  분명 인형의 처리되는 속도도 떨어지는 속도 못지않게 빠른데, 인형의 수는 여전했다. 하늘로 떠오르는 영혼을 쫓아 하늘을 올려다보던 솔은 눈이 가늘어지다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제야 그녀는 압도적인 힘에도 불구하고 꼭두각시가 줄지 않는 이유를 깨달았다.

  비행선은 꼭두각시에 해방된 영혼을 도로 흡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흡수된 영혼들은 다시 꼭두각시가 되어 탑으로 떨어졌다. 의지를 품지 못한 영혼들은 부서지고, 떨어지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악랄하다 못해 비열하기 짝이 없는 수법이었다. 솔은 이를 부득 갈았다.

  나쁜 놈들, 만나기만 해봐라.

  “으이그, 바보들.”

  도현이 함께 아래를 내려다보며 혀를 찼다. 그리고는 웃으며 솔을 돌아보았다.

  “진짜는 위에 있는데 말이죠.”

  도현이 손짓하자 가로막은 비행선의 틈으로 하얀 새가 날아왔다.

  “위에 가서 사람 좀 구해오시겠습니까?”

  솔은 잘못 들었다는 듯 눈썹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구해오라고요?”

  “배후를 알아야하는데 먼저 가버리면 안되잖아요?”

  그렇게 말하고 도현은 미소 지었는데, 어딘가 께름칙한 웃음이었다.

  “그럼 비행선은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탑의 정원을 모조리 덮는 저 거대한 비행선을 무슨 수로?

  의문은 남았지만 이 참극을 끝내려면 서둘러야 했다. 새가 가까워져오는 것을 보며 타이밍을 재고 있던 솔에게 도현이 돌연 말했다.

  “서둘러주시겠습니까? 탑이 어지러운 꼴을 오래 보지 못하는 지라.”

  무슨 소리인가 해서 돌아보니 그는 여전히 싱긋 웃고 있을 따름이다.

  “사실 저는 인내심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솔은 난간을 뛰어넘었고 그와 동시에 몸을 부풀린 전령이 그녀를 받아냈다.

  그나저나 구하라고? 탑 꼭대기로 올라가면서 솔은 고민에 빠졌다. 저렇게 거대한 비행선을 움직이려면 인원이 상당할 테고, 싸우는 거야 둘째쳐도 구해오라니 도현의 요구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차라리 저 커다란 비행선을 부수는 쪽이 더 낫다고 느껴질 지경이다.

  어쩌지?

  소세지처럼 줄줄 묶을까?

  전령의 부리에 한 사람씩 물리거나,

  아니면 전령들에게 맡겨서 탑 꼭대기 위에 올려놔도 괜찮을 것 같은데.

  솔이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비행선에 다가갔을 때, 그 고민들은 전부 무의미해졌다.

  비행선의 조종실은 널따란 유리로 덮여있었다. 그 속을 들여다 본 솔은 순간 두 눈을 의심했다.

  비행선은 그 크기만큼 조종실도 넓었다.

  그러나 그 안을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건 탑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들과 같은 꼭두각시들.

  그리고 그 사이 유일한 사람이라고는, 고작 15살이나 됐을까 싶은 소년 한명 뿐이었다.

  솔은 소년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손을 휘둘러 검은 힘, 사념을 쏘았다. 그런데 유리가 의외로 단단했던지 깨어지지 않았다. 더 강한 힘을 실어 다시 한 번. 그것마저 실패하자 솔은 눈썹을 좁혔다. 유리가 그녀의 힘보다 강하게 만들어진 건지, 아니면 저 소년이 막아낸 건지.

  솔을 향해 양 손바닥을 펼쳐보였던 소년은 솔의 공격이 멈추자 천천히 손을 내렸다.

  “너 혼자야?”

  소년을 향해 외쳤지만 두터운 유리가 가로막고 있어서 목소리가 닿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솔은 검지로 그를 가리켰다가 일자로 세워보였다. 소년이 잘 알아보지 못하자 솔은 같은 행동을 몇 번 더 했고 뒤늦게 깨달은 소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라고? 그럼 이걸 다 인형이 조종한 건가?’

  사람의 영혼을 품었으니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이런 곳에 어린 애 하나 달랑 보내다니 비취 성의 걔들 진짜 뭐지?

  솔은 이번에는 손으로 유리를 탕탕 두드리며 입모양으로 말했다.

  ‘문 열어!’

  이번에는 단번에 알아들은 소년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안그럼 부순다!’

  솔은 사자의 무기를 소환해 흔들었다. 소년이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의미 정도는 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소년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고, 정말 비행선에 그 혼자라면 비행선의 뚜껑이라도 열어서 소년을 끄집어낼 생각이었다. 도현도 비행선을 부수지 말라는 말은 안했으니까.

  예상대로 거대한 낫을 본 소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솔은 이왕 제대로 위협할 요량으로 유리 앞에 얼굴을 바짝 붙였다.

  ‘문 열어!’

  그때 커다란 굉음과 함께 비행선에 요동쳤다. 그 안에 있던 소년은 물론이고 비행선에 몸을 바짝 붙이고 있던 솔에게도 충격이 전해졌다. 튕겨나갈 뻔한 솔은 간신히 새를 붙잡으며 유리 안쪽의 소년을 바라보았다.

  넘어진 소년은 황급히 일어나며 비행선의 계기판을 살폈다. 그리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으로 솔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바라봐도 나도 몰라!’

  뒤늦게야 솔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솟구쳐 오른 사념이 총알처럼 비행선에 달라붙었다. 그러나 충격은 거기서 오는 게 아니었다. 비행선에 달라붙은 사념은 점점 자리를 넓혀가며 찰흙처럼 비행선을 덮어가고 있었다. 말이 찰흙이지 비행선은 탑의 정원을 덮을 만큼 거대했고, 거꾸로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사념은 비행선을 순식간에 뒤덮었다. 그리고 그것이 힘을 더하는 순간,

  -덜컹!

  비행선이 우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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