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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밤의 아이들
작가 : 어설트
작품등록일 : 2017.6.17

이곳은 죽은 자들의 세계, 사자(死者)의 세계다.
동화 같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죽은 자들의 이야기.

 
2. 도시와 군주 (3)
작성일 : 17-07-24 11:27     조회 : 52     추천 : 0     분량 : 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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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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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다시 이어지는 노크에 솔은 정신을 차리고 문으로 향했다. 그녀는 사실 많이 당황스러웠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다. 덮친 건물이 이렇게 빈 곳일 줄은, 납치된 사람이 감쪽같이 사라질 줄은, 거기로 누가 찾아올 줄은.

  ‘아, 어떡하지?’

  문 고리로 손을 뻗으며 솔은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아무리 굴려봐야 결과는 마찬가지고 이렇게 된 거 이판사판이다.

  문을 열자 웃는 얼굴의 남자가 있었다. 무언가를 기대하고 미소 짓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가 그의 얼굴을 주물럭거려 만들어 놓은 것처럼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 웃음은 낯선 소녀를 발견하고 더욱 짙어졌다.

  “어라, 당신은 누구시죠?”

  뭔지 모를 위화감에 솔은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는 발끝까지 닿는 후드를 입고 모자까지 뒤집어쓰고 있었다. 칙칙한 옷 색깔 위로 웃는 낯이 둥둥 떠 있는 것 같았다.

  “예에?”

  남자가 솔이 물러난 만큼 다가오며 대답을 촉구했다. 그에 솔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는 눈썹을 팍 찌푸리며 남자의 질문을 그대로 받아쳤다.

  “그러는 그쪽이야 말로 누구신데요?”

  침입자지만 아닌 것처럼. 원래 뻔뻔하게 굴어야 의심도 반으로 줄어드는 거다. 남자는 웃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 친구를 만나러왔습니다만?

  “저도 여기 누구 만나러 왔는데요.”

  “예에? 여긴 제 친구만 아는 곳인데요?”

  “어떤 아이가 여기로 가라고 하던데요?”

  “어떤 아이요?”

  “네, 어, 여기 오면 누가 사탕 준다던데.”

  웃으며 말했지만 솔은 속으로 한탄했다. 급한 대로 뱉어봤는데 생각해보니까 이상하다. 다 큰 어른이 사탕 준다고 가란다고 가나?

  하지만 여기서 갖춰야 할 건 그럴듯한 납득이 아니라 뻔뻔과 당당이었다. 솔은 방긋 웃으며 방금 알았다는 듯 손을 짝 마주쳤다.

  “그럼 그게 그 친구 분이신가?”

  “예에,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던 남자는 더욱 활짝 웃었다.

  “당신도 사탕을 좋아하나요?”

  “아, 뭐, 네. 네?”

  솔이 긍정한다고 생각했는지 그는 길고 가는 양 손가락을 맞부딪히며 반가워했다.

  “저도 사탕을 참 좋아한답니다.”

  “아, 그래요?”

  “저는 사실 세상의 모든 달콤한 음식을 사랑한답니다. 식사 대신 먹을 정도라니까요.”

  “어, 어머 대단하셔라.”

  솔은 당황해서 대충 맞장구치며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덧붙여진 남자의 말에 뚝 멈췄다.

  “그러다 죽었지만요.”

  어떻게 반응해야 될지 몰라 굳어있는데 그는 개의치 않고 말했다.

  “이곳에도 없는 것을 보니 아마도 저의 친구는 장소를 착각한 모양입니다. 친구가 있을 만한 곳을 아는데 같이 가시겠습니까?”

  아, 당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이다. 시종 웃는 얼굴이 마치 가면 같아 표정도 읽기 힘들다. 하지만 다행히 그녀를 수상히 보는 눈길은 사라졌다.

  사탕 가게서 나온 그 수상한 남자와 친구사이라면, 어쩌면 이 사람은 인신매매단과 한패일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도 그와 함께 있으면 적어도 실마리 정도는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솔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아이처럼 좋아 했다. 아무래도 솔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우린 서로 이름을 모르는 군요. 라라라고 합니다.”

  이름조차 독특하다고 생각하며 건물을 나왔다.

  길을 걷는 내내 라라는 종알종알 떠들었다.

  “저는 초콜렛보다 사탕을 좋아합니다. 솔 님은요?”

  “저는 음, 저도 사탕이요.”

  “이런! 정말 우연이군요! 초콜렛도 물론 맛있지만 많이 먹다보면 목이 아픕니다. 쥬스가 없으면 먹기 힘들지요.”

  “아.”

  “반면 사탕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 침과 섞이지요. 마치 하나가 되는 느낌입니다. 저의 침이 소다맛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아. 그러게요.”

  솔은 대충 흘려들으며 맞장구쳤다.

  그는 사탕뿐만 아니라 귀여운 것도 좋아하는 것 같았다. 떠드는 내내 귀여운 사람을 보면 방긋방긋 웃었고, 그와 눈이 마주친 사람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더욱 끔찍한 건 남녀가리지 않았다는 것. 마주 웃어주지 않으면 그는 실망해서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거 보면 몸은 어른이지만 하는 짓은 마치 아이 같았다.

  그런 라라 옆에 있는 건 고역이었지만, 사실 솔은 다른 것을 생각하느라 바빴다.

  그녀로서는 여러 경우를 생각해 놓아야 했다.

  라라의 친구라는 작자를 만났을 때, 도착한 곳이 녀석들의 아지트였을 경우, 그리고 라라가 저런 사탕변태 같은 말을 지껄이고 있어도 그녀를 유인하는 중일지도 모른다는 것까지. 여차하면 저 변태를 인질로 삼을 생각까지 했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가 끝났을 때 라라가 뚝 걸음을 멈추었다.

  도착한 줄 알고 솔도 그를 따라 멈췄다. 그때 발끝에 뭔가 치였다.

  사탕이 바닥을 또르르 구르다가 다른 사탕을 툭 치고 멈췄다. 어쩐 일인지 바닥이 온통 알사탕으로 알록달록했다. 그리고 그 사탕의 끝에 있는 건 다름 아닌,

  “희나리?”

  “솔아.”

  어느 입구 앞에 선 희나리는 꽤나 당황스러워 보였다. 하얗게 질린 것을 보니 겁을 먹은 것 같기도 했다. 반면 희나리의 앞에 우뚝 선 엘리자베스의 푸른 눈은 여느 때와 같이 차갑다.

  술집에 있어야 할 그들이 왜 여기 있는 거지? 이난은? 차일은?

  “어떻게 된 거야, 왜 여기...”

  거기까지 말하고 솔은 황급히 자기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라라를 돌아보았다.

  다행히 그는 솔의 말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상태가 좀 이상했다.

  초콜렛보다 사탕이 좋다던 그는, 바닥에 널브러져 먹지 못할 사탕이 참담하게 보였던 걸까. 잠시 뒤 그의 입에서 신음과도 같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것은.......”

  솔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며 긴장했다. 그런데 다음으로 이어진 장면은 뜻밖이었다.

  “아아아.......”

  ‘으응?’

  깊은 탄식을 하며 라라는 비틀비틀 걸어갔다. 그의 발아래 그토록 사랑한다는 사탕이 오독오독 부서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다만 그는 뭔가에 홀린 듯 희나리에게 다가갔다.

  하얗게 질려 굳어진 희나리와 슬금슬금 다가가는 사탕변태. 희나리가 무척 위험해 보였다.

  솔은 희나리를 보호하기 위해 그를 쫓았다. 그를 잡으려고 팔을 뻗는데 라라의 허리가 휙 꺾였다. 다음 순간 그의 손에 들려진 건, 엘리자베스였다.

  라라는 거의 울먹였다.

  “어찌 이리 아름다운 것이......”

  ‘어..저러면 안 될 텐데.’

  그리고 예상되는 다음 순간.

  엘리자베스는 차가운 표정으로 짧은 팔을 들었다.

  그 고사리 같은 손바닥이 매섭게 휘둘러지려는 순간, 라라는 그 손을 덥석 잡았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인형이 으르렁거렸다.

  “놓아라, 인간.”

  “목소리도 어찌 이리 고울 수 있는 지요.”

  “두 눈에 구멍 내기 전에 놓으라 했다.”

  라라는 엘리자베스의 냉랭한 경고는 귓등으로 흘린 채 연신 감탄했다.

  “어찌 이런 성스러운 생명체가 태어날 수 있는지...!”

  그리고는 엘리자베스를 이리저리 돌려보기 시작했다.

  감탄하는 것까지야 그렇다 쳐도 다 큰 아저씨가 예쁜 여자 인형의 치마를 들추는 건 아무래도 꼴불견이었다. 솔은 기겁해서 철없는 남동생 때리 듯 라라의 등을 후려쳤다.

  “아, 진짜! 뭐하는 거예요!”

  그리고 엘리자베스의 주인은 거의 울 듯 한 얼굴로 라라에게 달려들었다.

  “내놔요, 제 인형이에요!”

  “주인이십니까? 이건 펫입니까? 얼마입니까?”

  “안 팔아요!”

  “얼마든 드리겠습니다. 이 분을 저에게 양도하십시오.”

  “이상한 소리 하지마세요, 제 친구라구요!”

  “이 미천한 몸에게도 같은 자리를 허락해주십시오!”

  “당신 같은 변태한텐 절대 안 돼!”

  “아름다운 분이시여! 그대여! 허락해주시옵소서!”

  “온 몸이 찢겨 발기기 전에 놓아라.”

  라라는 엘리자베스를 꼭 안고 놓지 않았고, 희나리는 그의 품에서 엘리자베스를 되찾기 위해 매달렸다. 그리고 머리도, 드레스도 엉망이 된 엘리자베스의 협박은 점점 살벌해졌다. 난리가 아니었다.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인형의 검은 힘이 움직였다. 그것이 송곳처럼 날카로운 모양으로 라라를 겨냥한 직후에야, 솔은 황급히 나서서 사념으로 라라를 꽁꽁 묶을 수밖에 없었다.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힘을 쓰는 건 자제하고 싶었지만 이대로 뒀다간 어느 쪽 하나가 지하에 들어갈 판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들어가는 쪽은 난폭한 인형을 만든 애꿎은 희나리 쪽.

  인형을 빼앗길 뻔한 희나리는 훌쩍였고 엘리자베스는 위로했다. 인형을 빼앗긴 라라는 주저앉아 눈물을 그렁거렸다.

  “히잉.”

  솔은 라라를 묶은 줄을 잡아당겼다.

  “징그러운 소리 말고. 댁 친구는 대체 어디 있어요?”

  “아, 다 왔습니다. 여기입니다.”

  두 팔이 묶인 라라는 턱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거긴 처음 희나리가 서성이던 문 앞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자칫하면 라라를 인질로 쓸 생각으로 솔은 그를 질질 끌며 문 앞으로 갔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문을 열었더니 의외로 깨끗한 공간이 나왔다. 텅 빈 곳은 아니었다. 하얀 벽에 선반이 촘촘히 있었고 유리병이 나란히 진열되어 있었다. 유리병 안에는 사탕처럼 반짝이는 무언가가 들어 있었다.

  방 가운데에는 직사각형의 테이블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세 사람이 앉아있었다.

  그 중 두 남자는 잘 아는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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