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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밤의 아이들
작가 : 어설트
작품등록일 : 2017.6.17

이곳은 죽은 자들의 세계, 사자(死者)의 세계다.
동화 같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죽은 자들의 이야기.

 
4. 작은 파편 (1)
작성일 : 17-07-31 21:21     조회 : 80     추천 : 0     분량 : 4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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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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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의 손이 억지로 내 팔을 잡아끌었다. 이를 물며 버텼지만 여러 명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 그렇게 주저앉은 채로 속절없이 끌려간 곳은 교실 밖이었다. 그들은 나가라며 야유했다. 머리카락을 낚아채고, 발로 걷어차며 날 복도로 내쫓았다. 잡아끌던 아이들 중 한 명은 성에 차지 않았는지 마지막으로 뒤통수를 후려쳤다.

  맞은 머리는 얼얼했고, 매몰찬 웃음소리는 내 안의 무언가를 후벼팠다.

  수업종이 울렸다.

  아이들은 복도를 살피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리로 돌아간다.

  나는 일어나 헝클어진 머리를 정돈하고 먼지 묻은 옷을 털어냈다.

  늘 아쉽게만 느껴졌던 종소리가 이제는 너무나 반가웠다.

 

 

 

 

  “차일! 뭐해요?”

  “차일! 어디가요?”

  “차일은 좋아하는 게 뭐에요?”

  “차일! 같이 가요!”

  “차일!”

  “차이일!”

  차일은 잔뜩 질린 얼굴이 되어 집무실을 박차고 들어왔다. 도현은 잠깐 자리 비우고 없고, 주인없는 집무실에서 한가한 시간을 만끽하고 있던 이난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뭐냐?”

  딱히 달려온 것 같지는 않는데 차일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보기 드물게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그리고 그걸 발견한 이난의 눈이 반짝 빛났다.

  “뭔데? 뭔데?”

  “저, 저, 저 애!”

  “저 애?”

  차일은 자신이 방금 닫은 문을 가리켰고 이난은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 거렸다. 이윽고 문 바깥에서 한 외침이 들렸다.

  “차일, 거기 있어요?”

  “솔?”

  이윽고 집무실의 문이 열리자 그 앞에서 숨을 고르고 있던 차일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흐익”

  “뭐에요,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그의 반응이 섭섭하다는 듯 투덜대자 차일은 기겁해서 말했다.

  “귀신처럼 쫓아다니지 않나!”

  “좋아서 그러죠.”

  “호오?”

  당연하다는 듯 솔의 대답은 거침없었고, 이난은 더욱더 흥미진진했다. 차일은 안절부절 하다가 진저리쳤다.

  “따라오지 마라!”

  “차일!”

  “부르지도 마라!”

  “귀 빨개졌어요.”

  “보지 마!”

  차일은 황급히 솔에게서 멀어졌지만 그런다고 포기할 솔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놓칠 이난이 아니었다.

  성큼성큼 걸어 그녀로부터 멀어지는 차일을 보며 솔은 방긋 웃었다.

  “차일 오빠는 다리도 참 기시다!”

  “그만 하라고!”

  쟤가 갑자기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며칠 전부터 차일, 차일 친근하게 부르더니 오늘은 아예 작정한 듯 달라붙는다. 안 그러던 애가 그러니까 차일은 몸 둘 바를 몰랐다. 기습을 당한 차일은 체면도 잊고 초초해서 발을 동동 굴렀다.

  여기서 도망쳐야 한다. 문은 솔이 막고 있어서 나갈 수 없고, 그렇다면 한 곳밖에 없다. 차일은 창문을 노렸다. 도일이 펄쩍 뛸 일이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차일은 집무실의 창문을 부수고 전령을 불렀다. 그대로 밖으로 날아가 버릴 생각이었다.

  그의 부름에 응답한 전령이 잽싸게 다가오며 몸을 부풀렸다. 그런데 차일이 망설임 없이 뛰어들려는 찰나 갑자기 전령이 작아졌다.

  하마터면 탑 아래로 떨어질 뻔한 차일은 식겁해서 옆을 바라봤다. 새를 쫓아내버린 망할 놈의 이난이 짓궂게 웃었다.

  “여자의 고백을 듣고 그냥 도망갈 셈이야? 이거 완전 겁쟁이네.”

  지금은 그 말을 듣는 것마저 마땅한 상황이지만, 그 말을 한 녀석이 이난이라는 것이 차일에게는 용납할 수 없었다.

  “지금 뭐라고...!”

  “맞아요!”

  솔은 그렇게 동조하며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다.

  “제 마음이 가차 없이 짓밟히고 말았어요.”

  “저런. 하지만 차가운 도시 남자를 상대하려면 그런 상처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어야지. 내 여자에게 따뜻한 남자에게 질투유발로 엿 한 번 먹일 수 있으려면.”

  “세 번 정도는 참아 볼 게요. 근데 이난. 저 가망이 있을까요?”

  “글쎄, 일단 꼬시는 법이 글러먹었다는 생각은 안 하는 건가?”

  “그만 해라!”

  차일은 자기를 두고 주고받는 농담에 기어이 폭발했다.

  “너! 대체 갑자기 나한테 이러는 이유가 뭐냐!”

  솔은 눈을 깜빡이며 삿대질하는 차일의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슬쩍 그 손을 잡으려고 했다. 차일이 황급히 손을 거두자 솔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뭘 하긴요? 차일이 좋아서 그러죠.”

  좋아한다면서 그 목소리는 지나치게 단조로웠다. 부끄러움도, 쑥스러움도 없는 고백.

  “그래서 넘어오면,”

  애정이라고는 담지 않은 채,

  “뻥 차주려고 그러죠. 그때처럼.”

  솔의 웃음이 짙어졌다.

  “언제까지 숨기고 있을 작정이에요?”

 

 

 #

 

 

  차일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쓸어 올렸다.

  “기억이 났네.”

  “기억이 났어.”

  집무실에서 솔은 싸늘한 폭탄을 두고 떠났고, 말문이 막힌 두 남자는 도시로 피신했다. 두 사람은 한 건물 꼭대기에 두 다리를 늘어뜨리고 앉아있었다. 옆에서 한숨이 끊이질 않자 듣다 못한 이난이 말했다.

  “그냥 사실대로 말하지 그래?”

  “할 거다. 다만.......”

  “다만?”

  “이제 알게 됐다고 하니 얼굴 보는 게 어려워졌어.”

  “하긴, 너는 걔를 봤을 때부터 남달랐지.”

  이난이 나직이 중얼대는 말에 차일의 눈썹이 움틀 거렸다.

  “어땠는데.”

  차일이 잘 기억 못하는 듯하자 이난이 대신 기억을 더듬었다.

  “뭐랬더라? 그윽하게 바라면서 ‘너는 그녀인...억!’”

  “닥쳐라!”

  뒤늦게 어떤 기억을 떠올린 차일이 기겁해서 그의 말을 막았다.

  두 사람 사이는 늘 과격했다. 굳이 따지자면 첫 만날 때부터 그대로 굳어진 습관 같은 거였다. 그래서 기겁한 차일은 이난의 입을 막는 대신 늘어뜨린 다리로 그를 걷어찼고, 덕분에 대신 기억을 더듬어주던 이난은 봉변을 당하고 중심을 잃었다.

  그의 몸이 기울고 떨어지는 순간 이난은 황급히 가장자리를 붙잡아 추락을 면했다. 그리고 이를 으득으득 갈았다.

  “네 놈은 언젠가 조지고 만다.”

  그럴 작정은 아니었는데 뜻밖의 행동으로 차일은 민망함에 목을 가다듬었다.

  “실수다.”

  그렇게 말하며 선의로 손을 뻗었지만 이난의 시선은 이미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이난이 가만히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자 차일도 자연히 그의 시선을 따랐다.

  그리고 잠시 뒤 이난이 손을 놓으며 아래로 떨어질 때 차일은 말리지 않았다.

  땅으로 추락한 이난이 안정적인 자세로 바닥에 착지했다. 그가 일으킨 먼지와 사념이 남자들을 잠시 괴롭혔다.

  먼지가 걷히고 이난은 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섰다. 그리고 매력적으로 웃었다.

  “뭐해?”

  이난은 남자들에게 둘러싸인 청년을 바라보았다. 소년이라기엔 큰 것 같고, 청년이라기엔 조금 어리숙해 보이는 남자애였다. 머리가 헝클어졌고, 옷에는 먼지가 조금 묻었고, 뺨이 부었다. 그 녀석은 눈망울 가득 눈물이 고인 채 소리 없이 외치고 있었다.

  곧 주변의 남자들이 험악한 소리를 늘어뜨려 놓았다. 위협적은 고함은 곧 신음으로 바뀌었다.

  이난이 불러들인 전령 몇 마리리가 지상으로 내려갔다.

  그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차일은 혀를 끌끌 찼다.

  “또 시작이군.”

  남자들을 꽁꽁 묶어 하나하나 전령에게 물리는 이난을 보며 차일을 고개를 저었다.

  저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와의 첫 만남이 떠오른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두 남자는 처음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다.

  성격도 안 맞고 대화마다 싸움이 붙는 두 사람이 지금 파트너가 된 것은 그저 싸우는 스타일이 비슷해서. 그게 아니라면 정반대인 두 사람이 이렇게 엮일 일도 없다.

  그들은 각각의 들개였다.

  그래서 두 마리의 들개는 처음 봤을 때부터 서로를 물어뜯었다.

 

 

 #

 

 

  나쁜 놈 위에 나쁜 놈. 차일은 자신을 제외하면 살았던 때와 죽은 삶을 통틀어 그런 녀석을 딱 하나 알았다.

  탑 꼭대기 가장자리에서 전령은 남자 셋이 올라가 설만큼 커다래져 있었다.

  전령은 자신이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뚱하게 앉아 있었고, 그 위에 올라 선 남자들은 손이 포박당한 채 벌벌 떨었다.

 탑의 정원 위로 다리를 늘여뜨려 앉은 이난이 단조롭게 말했다.

  “뛰어내려.”

  남자들은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탑의 정원이 내려다보일 탑의 꼭대기지만, 지금 그들이 보는 발밑은 시꺼먼 구덩이였다. 지옥의 나락이 그들의 발밑에 펼쳐져 있었다. 그곳은 깊고 깊었다. 탑 높이에 더해서.

  이난은 도시에서 잡은 나쁜 놈들을 탑의 심판에 맡겼다.

  보통은 탑의 문을 통해 심판을 집행하지만, 그런 평범한 짓은 이난의 성미에 차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탑의 꼭대기를 택했다. 지하로 빠지는 구멍은 탑의 바닥에 있지만 그들이 떨어지는 곳은 탑의 가장 위. 이 악랄한 광경이 즐거운 이난이 질문했다.

  “어떻게 할래? 키 순서대로 떨어질래?”

  공포에 질린 그들이 애원하는 얼굴로 이난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히죽 웃는 그 얼굴을 보며 남자들은 그에게서 자비를 얻을 수 없음을 깨닫고 좌절했다.

  “왜? 다들 키 크는 꿈 꿀 때 이런 데서 한 번씩 떨어져 봤잖아.”

  이난은 재촉하며 웃었다.

  나쁜 놈 보다 더 나쁘게.

  악당보다 더 악당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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