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여전히, 푸른 봄
작가 : 박양지양
작품등록일 : 2017.7.20

존경하다가,
동경하다가,
닮고 싶어 바라보다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가,
자각해버리고.
사랑해버리고
추억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이야기.

서툰 유지애의 서툰 이야기.
#여주성장물 #짝사랑주의



 
바라보다.
작성일 : 17-08-14 04:38     조회 : 46     추천 : 0     분량 : 756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집에 도착해서 씻고 바로 누웠지만 5시간도 채 자지 못했다.

  그래도 폐인 꼴로 갈 수는 없어 6시 전에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나 샤워를 했다.

 

  -땡.

 

  다 돌아간 전자레인지를 열고 따뜻해진 꿀물의 뚜껑을 닫아 가방에 챙겨 넣었다.

  일요일 이른 아침이라 엄마와 지희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조용히 문을 닫고 나오니 주변이 푸르스름한 빛을 내며 밝아지고 있었다.

  입에서 연신 하품이 나왔다.

  어제 너무 무리했다니까.

  아직은 서늘한 공기를 마시며 체육관을 향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15분 정도 걸어 체육관에 도착했다.

  아마도 일찍 와 체육관 문을 열었을 박 사범님과 일찍 온 유단자들이 가져가야 할 용품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늘 도복 입은 모습만 보다가 오늘처럼 저렇게 사복을 입은 사범님을 보니 조금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늘 알던 사람이 아닌 다른 남자 같아서 좀 묘했다.

 

  "안녕하십니까."

 

  관장님과 사모님은 계시지 않았지만 그래도 늘 하던 거라 그냥 허공에 대고 인사를 했다.

  인사 소리에 사범님이 돌아보았다.

  하얀 얼굴에 짜증이 가득했다.

  하긴 가장 일찍부터 와서 짜증 내실 법도 하시지.

  대회 아침마다 저기압이신 사범님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 괜히 트집잡히지 않게 빠르게 정리하는 걸 도왔다.

 

  "어? 제제 일찍 왔네."

 

  편해 보이는 사복 차림의 한 사범님이 입에는 칫솔을 물고선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면서 체육관으로 들어왔다.

  모지? 저 행색은?

 

  "어? 사범님. 집에 안 가셨어요?"

 

  "어. 나 집 멀어. 거기까지 갔다 새벽부터 오느니 그냥 여기서 지한이 녀석이랑 잤지."

 

  박 사범님의 짜증의 원흉은 한 사범님이셨구나.

 

  "아 진짜 한선우. 짜증 나게. 그냥 우리 집에서 자자니까. "

 

  어제 열심히 소리를 지르신 탓인지 엄청 잠긴 낮은 목소리로 짜증을 내셨다.

  역시 목 완전히 갔네.

  가방 안에 챙겨온 목캔디 하나와 아까 렌지에서 꺼낸 조금 미지근해진 꿀물을 사범님에게 건넸다.

 

  "아 뭐냐? 제제. 나도 줘."

 

  한 사범님이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가방 안에서 목캔디를 하나 더 꺼내 손에 올렸다.

 

  "왜 지한이 저놈만 저거 줘. 나도 줘."

 

  "사범님은 리더 안 하시잖아요."

 

  한 사범님이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목캔디를 입에 넣고 으드득으드득 소리가 나게 씹으며 말했다.

 

  "너 담에 나 리더할 때 안 가져오기만 해봐라. 아주."

 

  끙.

  목캔디 하나를 더 꺼내 입에 넣었다.

  싸한 향이 입안은 맴돌았다.

  대충 준비한 것들을 앞쪽에다 쌓아놓은 후, 도복을 갈아입고 앉아있다 보니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7시 5분 전, 아 관장님 언제 오시나.

  졸려 죽겠네.

  또다시 하품이 나왔다.

 

  *

 

  지루한 개회식이 계속되었다.

  왜 저렇게 높은 지위에 올라가면 말들이 많으신지 협회장이라고 하는 알 수 없는 사람이 나와 일장 연설을 늘어놓고 있었다.

  성인이고 아이들이고 다들 딴짓을 하는데도 대체 왜 저리 길게 이야기하는지.

  그냥 얼른 끝내고 대회도 빨리 끝났으면 싶었다.

  알 수 없는 절차. 그러니까 우승기 반환이라고 하면서 전년도 1위 체육관이 우승기를 들고나와 몇 번 흔들더니 단상 옆에 세워두었다.

  저거구나!

  관장님이 탐내하시던것.

  노란 숱이 달린 갈색 기가 어쩐지 굉장히 탐스러워 보였다.

 

  "그럼 지금부터 생활체육협의회 합기도대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연무에 출전하는 팀은 모두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

 

  중앙을 가득 메웠던 사람들이 관람석으로 올라가고 진행위원들이 중앙에 푹신한 매트를 깔았다.

  대기하며 앉아 있으니 단상 앞에서 모여 제비뽑기를 하신 관장님이 돌아오셨다.

 

  "우리가 첫 번째다."

 

  연습할 시간도 없었다.

  급하게 물건을 챙겨 들고 매트 주변에 연습한 대로 늘어놓았다.

  입장 대형으로 섰다.

  심장이 미친 듯이 떨렸다.

  이렇게 큰 곳에서 시범을 처음이라 긴장되었다.

  눈만 굴려 옆을 보니 다들 뻣뻣한 것이 나와 비슷한 상황으로 보였다.

 

  "입장."

 

  "입장!"

 

  박 사범님의 구령에 맞춰 모두 소리를 치며 매트 안으로 입장했다.

  발에 딱딱함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체육관 매트보단 딱딱한 것이 아플 거 같았다.

  얼굴을 들어 단상 위를 쳐다보았다.

  아까 개회식 때 열심히 소개 인사를 하던 사람들이 정장을 입고 의자에 앉아있었다.

  단상 아래쪽 심사 테이블에는 3명의 심사 위원이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타이머가 놓여있었다.

 

  "전체 차렷. 경례."

 

  "합기"

 

  허리를 숙임과 동시에 연무 시작을 알리는 징이 울리고 타이머가 빠르게 시간을 세기 시작했다.

  사범님의 구령에 맞춰 간단한 단전호흡을 시작했다.

  시간을 많이 먹기는 하지만 그래도 간단한 동작과 함께 심호흡을 계속하다 보니 진정이 되어가고 있었다.

  단전호흡이 끝나고 숨 가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낙법, 체조, 호신술, 무기술, 격파까지.

  마지막으로 최 사범님과 인한이 오빠의 팔을 밟고 올라선 윤호와 선호의 소방차 격파를 마지막으로 시범을 끝냈다.

 

  "차렷. 경례."

 

  "합기"

 

  그리고 인사와 동시에 끝났음을 알리는 징이 울렸다.

  와. 그래도 시간 초과는 안 걸렸네

  막상 끝나고 나니 더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연무 물품을 챙겨 들고 뒤로 빠져서 서로를 다독였다.

 

  "고생 많이 했다."

 

  박 사범님의 말에 다들 집중했다.

  사범님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작은 실수는 있었지만 끝났으니 너무 신경 쓰지는 말고 열심히 했으니 후회는 하지 말자. 자 모여."

 

  시범단원이 둥글게 모이자 박 사범님이 손을 가운데로 내밀었다.

  그러자 다들 손을 내밀어 그 위로 올렸다.

 

  "고생했다. 청우관 화이팅."

 

  "화이팅!"

 

  소리를 치고 나니 좀 더 후련해졌다.

  관람석에 앉아 아침 도시락을 먹으며 다른 체육관의 연무를 감상하였다.

  이렇게 보니 저기서 긴장하며 기다리고 있는 것보다 어차피 하는 거 먼저 하고 맘 편히 밥을 먹는 게 더 나은 거 같았다.

  시범의 큰 틀은 대부분 비슷했지만, 그 진행하는 방식은 확실히 체육관마다 자기만의 특색이 있었다.

  시범의 큰 틀은 대부분 비슷했지만, 그 진행하는 방식은 확실히 체육관마다 자기만의 특색이 있었다.

  초등학생으로만 구성된 시범도 있었고, 탑급의 실력자 한 둘만을 돋보이게 하는 시범을 하는 체육관도 있었고, 시범단 전원 중상이상의 압도적인 평균적인 실력을 자랑하며 시범을 하는 체육관도 있었다.

  한 둘만 돋보이는 시범보다는 모두가 돋보이는 시범이 뭔가 더 안정적이었다.

  마지막 연무 시범의 시범이 끝이 나자 진행위원들이 빠르게 매트를 치우고 대련과 개인 기록 대회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여진이가 고등부 여자 낙법 부문을 나가다 보니, 나는 자연스럽게 발차기 부분을 출전하게 되었다.

  시범연습을 하면서 개인 실력이 다들 높아졌는지 나가는 족족 메달들을 걸고 자랑스럽게 돌아왔다.

  의자 위에 올려진 대진표를 훑어보았다.

  일반부 패터급에 동그라미 쳐진 박 사범님의 이름이 보였다.

  어? 여기 아직 하고 있을 텐데.

  난간에 기대어 코트를 둘러보았다.

  우리 체육관 관원 모두 세환이와 한성이 체급 응원을 가서인지 6코트 쪽이 북적였다.

  여긴 아니고, 저 멀리 1코트 쪽에 푸른 도복이 보였다.

  저긴가?

  아이스박스에서 얼음물 하나를 꺼내 들고 1코트쪽으로 걸어갔다.

  난간에 서서 보니 1코트에서 파란 도복을 입고 푸른 보호장비를 찬 사범님이 보였다.

  아, 다행이다 경기중이었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에구 다들 중등부 응원갔구나.

  1코트에서 외롭게 승리를 거머쥔 사범님이 헤드기어를 벗었다.

  어디 체육관 사범인지 참 자알 생겼다.

  괜히 뿌듯해졌다.

  힘이 드는지 무릎을 짚고 쉬고 있는 사범님을 향해 소리를 쳤다.

 

  "사범님."

 

  소란스러운 경기장임에도 들렸는지 나를 쳐다보았다.

  손을 흔드는 나에게 사범님은 손가락을 까닥이며 오라는 손짓을 했다.

  부르면 가야지 뭐.

  1코트 쪽으로 다가가자 젖은 머리카락이 대충 손으로 털고 있는 사범님이 보였다.

  아니 뭐 그냥 일상이 화보 시네.

  사범님에게 다가가자 사범님은 헉헉대며 말했다.

 

  "헉헉. 물."

 

  왠지 숨소리와 섞인 사범님의 낮은 목소리가 묘하게 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요."

 

  챙겨온 얼음물을 건네었다.

  사범님은 뚜껑을 열고 벌컥벌컥 마셨다.

  물이 넘어갈 때마다 목젖이 위아래로 크게 움직였다.

  의외로 저런 거 관능적이구나.

  괜히 얼굴이 붉어지는 기분이다.

 

  "다른 애들은 누구 남았어?"

 

  "인한이 오빠는 1등 했고요."

 

  "괴물 같은 녀석. 누구 하나 병원 안 보내디?"

 

  "다행히 이번엔 안 보냈어요. 아 그리고 지금 세환이랑 한성이가 중등부 라이트급에서 피 터지게 싸우고 있어요. 다들 거기 가서 응원중이고요."

 

  "아오. 진짜 이세환 김한성. 누구 하나 살 빼라니까 진짜 말 오지게 안듣지. 그러다 결승에서 만나면 어쩌려고."

 

  사범님은 페트병에서 입을 떼고는 오른쪽 도복 소매로 입가를 닦았다.

  오늘따라 행동 하나하나가 다 눈을 뗄 수가 없다.

 

  "하하, 진짜 그러면 어쩌죠? 둘이 연승이던데."

 

  "그것도 재미있겠네."

 

  "사범님은 이제 한 번만 이기면 돼요!"

 

  "안다."

 

  사범님은 반쯤 남은 물통을 다시 건넸다.

 

  "사범님 금메달 따와요."

 

  "그래. 잘 보고 있어."

 

  사범님은 상큼하게 웃고는 경기장 쪽으로 돌아갔다.

  어차피 내려온 김에 그냥 가까이서 구경을 하기로 했다.

  막바지라 그런지 딱히 진행위원들도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경기가 시작되고 또다시 헤드기어로 그 잘난 얼굴을 가리셨다.

  그래도 그 자태가 가려지는 건 아니었지만.

  푸른 인영이 빠른 발차기로 상대에게 난타하고 있었다.

  가끔 주심과 부심의 손이 들렸다.

  사범님 쪽 점수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그래도 결승전이라 그런지 상대방도 매섭게 반격했다.

  전반전을 끝내고 잠깐 몇 초의 휴식이 주어졌다.

  둘의 점수 차가 근접했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주심과 부심의 손이 번갈아 가며 올라가며 치열하게 겨루고 있었다.

  그러다 사범님은 날아오는 발을 막아 그대로 깊숙이 파고들어 상대의 오른쪽 어깨의 호구를 잡고는 내다 꽂았다.

  아, 사범님 유도부였다더니... 멋지네.

  같은 체급에 같은 실력이면 보통은 그냥 서로 붙어있다가 심판이 떼 놓는데.

  주심과 부심의 푸른 손목 아대를 찬 손이 올라가고 사범님 쪽 숫자가 올라갔다.

  오. 던지기라 점수가 높다.

  상대방이 급했는지 이번엔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들어오고 있었다.

  사범님은 막기도 하고 때로는 주심의 빨간 손목 아대를 찬 손이 올라가기도 하며 치열하게 공방을 벌였다.

  그러다 사범님이 빠르게 뒤로 돌며서 상대방의 명치를 정통으로 차올렸다.

  엄청난 소리와 함께 상대방이 뒤로 밀렸다.

  호각소리가 들리고 경기가 끝이 났다.

  주심이 사범님의 손을 들어주었다.

  와, 진짜 우리 사범님 완전 멋있네.

  생각해보니 연습대련 말고 실전으로 하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사범님이 헤드기어와 호구를 벗었다.

  도복이 짙어진 것을 보니 엄청 땀을 흘린듯했다.

  또다시 두근거렸다.

  바람직한 비주얼이 다시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사범님 진짜 멋있었어요."

 

  사범님은 씩 웃더니 거칠게 숨을 내뱉으며 물을 달라는 손짓을 했다.

  받아든 페트병을 입에 댄 채, 벌컥벌컥 마시더니 물었다.

 

  "애들 몇 코트야?"

 

  "저쪽 6코트요."

 

  손가락으로 가장 멀리 떨어진 경기장 6이라고 쓰인 곳을 가리켰다.

  주변의 경기장은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다.

  막바지인지라 사범님이 경기를 한 코트도 정리하는 분위기였고 2코트와 4코트도 치워지고 있었다.

  몇 남지 않은 대련 경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두 내려와 경기장 내부는 북적거렸고 저 멀리 단상 쪽에서는 열심히 상장을 수여하고 있었다.

 

  - 대련 남자 일반부 패더급 1위 박지한, 2위 주선호 3위, 김기범. 호명한 선수는 모두 단상 앞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방송으로 사범님을 부르고 있었다.

 

  "오 사범님 1위래요."

 

  "당연한 거 아니냐?"

 

  페트병에서 입을 땐 사범님이 당당하게 말했다.

 

  "당연하긴 하네요."

 

  씩 웃었다.

  사범님은 빈 페트병을 건넸다.

  그리고는 가슴 떨리는 미소를 남기고는 단상 쪽으로 갔다.

  아까부터 묘한 기분이 자꾸 들었다.

  아, 그래 꼭 연예인을 보는 기분!

  그런 기분인 거 같다.

 

  *

 

  "아무나 이겨라. 와아아."

 

  다른 체육관은 마무리하고 단상 쪽에 가 앉아있는데 우리 청우관만 6코트에서 떠나질 못하고 있었다.

  구경하는 관원들 목에는 금메달이나 은메달, 드물게는 동메달이 하나씩 걸려있었고 괴물 같은 인성이나 사범님들처럼 대련, 개인기록 경기 모두 출전해 메달이 2개씩 걸려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내 목에는 박 사범님의 몫까지 총 세 개의 금메달을 걸려있었다.

  아씨. 자기가 가지고 있을 것이지 무겁게시리.

 

  "하여튼 결국 자기들끼리 붙네. 아까운 금메달."

 

  박 사범님은 내 머리 위에 팔꿈치를 올리고 경기를 감상 중이셨다.

  저기요. 무거워요. 사범님

  요즘 들어 괜히 막 사범님한테 반항심이 생겨나고 있었다.

  사범님을 올려다보니 사범님은 뭐! 왜!란 표정이셨다.

  아니요. 그냥 팔 받침 하세요. 반항은 무슨...

  그냥 코트로 다시 눈을 돌렸다.

  결국, 사범님 우려처럼 결승전에서 붙고 있는 한성이와 세환이는 서로 지기는 싫은지 진심으로 겨루고 있었다.

 

  "야야야. 살살해라. 같은 편이다. 적이 아니야."

 

  "야야. 발 얼굴 차지 마! 차지 말라고!"

 

  승부욕에 불타오르는 녀석들에게 한 사범님은 응원 아닌 응원을 했다.

  그나저나 세환이 저 녀석 완전 떠오르는 별이네.

  한성이야 워낙 대련 쪽으로는 특출났지만 그런 한성이와 거의 막상막하로 겨루는 것을 보니, 진짜 애들이 하루가 무섭게 실력이 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일년도 되기도 전에 애들한테 상대도 안 될 것 같아 조금 화가 났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

  그래도 한성이가 운동한 년수도 있고 대련 출전 경험이 많아서인지 결국 한성이가 이겼다.

  헤드기어를 벗은 세환이는 늘 까불거리던 얼굴이 아닌 승부에서 져서 자존심 상해하는 남자가 있었다.

  이야. 우리 세환이도 완전 남자 다됐네.

 

  *

 

  단상 밑에서 체육관별로 2줄로 앉아있었다.

  개회식은 그나마 형식이라도 갖추었지만, 폐회식은 그냥 상 타는 체육관들만 남겨져 덩그러니 앉아있었다.

  단상에서는 관장님들이 모두 모이셔서 서로 이야기를 하시고 계셨다.

  종합성적을 내는 중인가보다.

  잠시 소란이 있더니 사회자가 단상에 올라가 마이크를 고쳐 잡았다.

 

  "아 순위가 나왔습니다. 연무 3위 가야관, 준우승 청우관, 우승 하랑관입니다."

 

  저 맨 끝의 하랑관에서 엄청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오, 그래도 우리 첫 출전에 준 우승이다!

 

  "대련 종목 3위 청우관, 2위 하랑관, 1위 태평관입니다."

 

  바로 옆에 앉아 있던 검은 도복 무리가 환호를 하였다.

  아 확실히 대련 종목에 출전 인원이 적어서 순위가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개인 기록 3위 태평관, 준우승 하랑관, 우승 청우관입니다."

 

  와아!

  역시 이번 연무 연습하면서 개인적으로 수련 강도가 높아지다 보니 알게 모르게 실력이 많이 늘었나 보다.

  개인 기록 경기에서는 거의 메달을 휩쓸다시피 했다.

  환호하는 아이들의 목에는 다들 메달 1~2개가 반짝이고 있었다.

 

  "종합성적입니다. 종합 준우승에 청우관, 종합 우승에 하랑관입니다. 하랑관은 나와서 우승기를 받아가세요."

 

  하랑관에서 환호를 받으며 관장님인듯한 분이 올라오셔서 우승기를 들고 단상에서 흔들었다.

  우승기를 바라보는 관장님과 최 사범님의 눈에 아쉬움이 보이는듯 했다.

  언젠간 우리도 우승기를 가질 수 있기를.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글을 고치고 있습니다. 2017 / 9 / 24 803 0 -
공지 사범님은 키스할 때 고개를 오른쪽으… 2017 / 8 / 1 778 0 -
23 체하다. 2017 / 8 / 16 46 0 4766   
22 바라보다. 2017 / 8 / 14 47 0 7568   
21 위대한 초코파이 情 2017 / 8 / 13 51 0 6149   
20 새로운 봄이 시작되다. 2017 / 8 / 12 48 0 4613   
19 도약, 출사표를 던지다. 2017 / 8 / 9 49 0 6041   
18 2002년 2월 22일 제142회 심사. 2017 / 8 / 9 44 0 5666   
17 오리엔테이션, 새로운 만남. 2017 / 8 / 5 48 0 6423   
16 나나를 만나다. 2017 / 8 / 4 47 0 3398   
15 사범님은 내 어둠을 손쉽게 밀어냈다. 2017 / 8 / 1 45 0 6383   
14 나는 주위의 권유로 아무 생각 없이 선택을 … 2017 / 7 / 31 54 0 4409   
13 사범님은 키스할 때 고개를 오른쪽으로 튼다. 2017 / 7 / 31 44 0 5307   
12 사범님이 져요? 2017 / 7 / 31 51 0 5496   
11 짧은 커트 머리 2017 / 7 / 31 23 0 5190   
10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2017 / 7 / 29 48 0 5631   
9 여름밤 모닥불은 타오르고. 2017 / 7 / 28 52 0 5828   
8 여름밤 그리고 2017 / 7 / 27 43 0 5273   
7 사범님 담배 피우세요? 2017 / 7 / 26 41 0 5314   
6 노곤노곤 2017 / 7 / 25 38 0 5328   
5 재밌네. 2017 / 7 / 24 19 0 4884   
4 3화. 상자는 보기보다 가벼웠다. 2017 / 7 / 24 37 0 5666   
3 2화. 처음 떠나는 수련회 2017 / 7 / 24 50 0 5656   
2 1화. 움직이는 나의 세계. 2017 / 7 / 21 97 0 5627   
1 1부 프롤로그 2017 / 7 / 21 385 1 185   
 1  2  3  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