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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여전히, 푸른 봄
작가 : 박양지양
작품등록일 : 2017.7.20

존경하다가,
동경하다가,
닮고 싶어 바라보다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가,
자각해버리고.
사랑해버리고
추억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이야기.

서툰 유지애의 서툰 이야기.
#여주성장물 #짝사랑주의



 
새로운 봄이 시작되다.
작성일 : 17-08-12 01:24     조회 : 47     추천 : 0     분량 : 4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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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3월,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입학식 오전, 아직은 쌀쌀한 날씨건만 굳이 야외입학식을 고집하시는 교장 선생님 덕에 매서운 바람 속에서 떨고 있었다.

  쳇, 교복 되게 이쁜데 이렇게 파카 안에 숨어있어야 한다니.

  주변도 모두 두껍고 파카들을 껴입고 서 있었다.

  입에서는 하얀 입김이 나왔다.

  하얀 입김은 작게 내뱉은 욕지거리를 실어 공중에서 흐트러졌다.

  나만 그런 게 아닌지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는 곳곳에서 들려왔다.

  특히 옆에 서 있는 나나는 공장 굴뚝처럼 끊임없이 연기를 내뱉었다.

 

  "이것으로 우리 청우생활과학고등학교 신입생 총 359명의 입학을 허가합니다."

 

  교장 선생님의 입학 허가 선언과 동시에 영혼 빠진 박수가 운동장에 울려 퍼졌다.

 

  "다음, 신입생 대표선서가 있겠습니다. 신입생 대표 조리과 1반 남재우 학생 앞으로 나와주세요."

 

  맨 앞에서 대기하며 서 있던 재우는 단상에 올라섰다.

 

  "선서."

 

  재우가 선서를 외치며 오른손을 들자 지켜보던 우리도 오른손을 들고 함께 선서라고 외쳤다.

  전교 1등이었구나.

  어떻게 하면 1등이 될 수 있는 거지?

  신기한 생물체에 바라보듯 재우를 보았다.

  왠지 전교 1등은 다른 세상의 인물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저희 신입생 359명은 교칙을 지키고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아 학교생활에 충실할 것을 선서합니다. 2002년 3월 4일 신입생 대표 남.재.우."

 

  재우의 당당한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운동장 전체에 울렸다.

 

  "우리 반에 전교 35등까지 모아놓고 나머지 뺑뺑이 돌렸다더라."

 

  뒤에 서 있던 해미가 슬쩍 내 어깨 위로 고개를 올리고는 속삭였다.

 

  "헐, 대박. 왜?"

 

  옆에 서 있던 나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염귀염한 얼굴로 해미를 돌아보며 물었다.

 

  "1학년 때는 예비로 입학성적순으로 진학반을 운영한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성적 좋은 애들 모아놓고 공부시킨다고. 2학년 되면 성적 우수자 중 희망하는 애들만 모아서 진학반 한 반을 만든다더라고."

 

  "아아. 그럼 우리 반은 죄다 상위권 애들이네.?

 

  "그치 뭐. 범생이 반이지 뭐. 우리 반 담임 좋아하겠네."

 

  해미의 가볍게 툴툴댔다.

  그렇게 우리끼리 수다가 오가는 사이 담임발표가 진행되고 있었다.

 

  "조리과 1반 담임이신 김희수 선생님, 부담임이신 윤경아 선생님이십니다."

 

  단상 위에서는 OT 때 봤던 남녀선생님 두 분이 살짝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계셨다.

 

  "대박. 우리 반 담임 맞았네. 완전 잘생겼어! 일 년 동안 완전 행복할 듯!"

 

  나나가 내 팔을 흔들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나나 너 되게 나와 취향이 비슷하구나!

  쿨해보이는 냉미남이라...

  만화에서 나오는 잘생긴 담임은 우리나라에 없는 줄 알았는데...

  군대는 갔다 오셨나?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단상에서 인사를 마치시고 내려오시는 두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다른 반 선생님들까지 소개를 마치고 결국 결론은 입학을 축하한다는 말을 왜 쓸데없이 길게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는 교장 선생님의 훈화까지 끝이 났다.

 

  "그럼 이것으로 입학식을 모두 마치겠습니다. 담임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교실로 이동해주세요"

 

  아! 드디어 끝이 났다.

 

  *

 

  "아. 아직도 추워. 교실에도 입김이 나와. 히터 켜봐. 히터."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남자아이들 몇몇이 창가에 있는 히터를 조작하며 작동시키려고 노력을 했다.

  아직 자리를 배정받은 것이 아녀서 2분단 두 번째 줄에 자리를 잡았다.

  나나와 같이 짝을 지어 앉자, 해미와 인성이가 뒤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재우가 들어오고는 4분단 네 번째 줄에 자리를 잡고 준성이와 강민이, 그리고 몇몇 친해지기 어려운 분위기를 풍기는 여자애들과 남자애들 몇이 주변에 자리를 잡았다.

  추운 손을 파카 주머니에 껴 넣으며 그 모습을 쳐다보았다.

  음, 뭔가 저기만 분위기가 남다르구나.

  재우부터가 전교 1등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혼자서만 사립고에 다니는 여학생 같은 아우라를 풍겼고, 그 뒤쪽에 앉아 있는 준성이나 강민이는 OT 때부터 조리과는 물론이고 타과의 여자들까지 눈독을 들일 정도의 우월한 외모 탓인지 계속해서 주위의 이목을 끌었다.

  같이 있는 여자애들도 다들 예쁘장해서 뭔가 끼리끼리 모여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게다가 워낙 우리 학교 교복이 예뻐서 학교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작게 속닥이며 수다를 떠는 사이 담임들도 들어와 교탁에 섰다.

  담임선생님은 칠판에 '김희수' '윤경아'라고 크게 쓰시고는 다시 우리를 바라보셨다.

 

  "반갑다. 아까 입학식에서도 들었겠지만, 이번에 조리과 1반 담임을 맡게 된 김희수라고 한다. 담당 과목은 국어이니 자주 보게 될 테고 학교생활에 문제가 있거나 도움이 필요할 땐 자주 찾아와도 좋다. 그리고 여기 옆에 계시는 윤경아 선생님은 이번에 부담임을 맡게 되셨다. 체육과 유도동아리, 그리고 학과 담당하고 계시니 그쪽에 궁금한 게 있거나 관심이 있다면 천천히 개별적으로 물어보도록."

 

  이야기를 마치신 담임과 부담임은 교탁의 종이 뭉치를 맨 앞에 앉은 아이들에게 배분해 나눠주셨다.

  앞에서부터 전달해지는 종이들을 받아 들었다.

  급식비 신청서, 조리복 신청서, 수업료 및 학교운영비 등 납부안내서.

  우와 이게 다 얼마야.

  다 돈 내라는 소리네.

  지희도 똑같이 내나 그럼 이게 다 얼마지?

  이 돈 돈 돈 거리는 종이들을 보자 절로 얼굴이 찡그려진다.

 

  "신청서는 모레까지는 모두 가져오도록 하고 조리복은 꼭 치수 적어서 내도록. 교과서는 여기 앞에 있으니 이따 하교하기 전에 다들 한 권씩들 챙기고 다른 문제사항 있으면 교무실로 오도록. 오늘 입학식은 여기서 끝이다. 1년 동안 잘 지내보자. 아 맞아, 몇 주간 임시 반장이 필요한데 혹시 지원자 있나?"

 

  교실은 갑자기 조용해지면서 담임의 시선을 외면했다.

  담임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왜 고등학생만 되면 이렇게 반장을 하겠다는 애들이 없을까. 그럼 우리 전교 1등 남재우? 할 의향이 있나? 거절해도 되고."

 

  담임은 너만은 꼭 했으면 한다는 눈빛으로 재우를 바라보았다.

 

  "예, 할게요. 선생님."

 

  "좋아. 그럼 이 건은 됐고, 자리는 반장선거날 전까지는 그냥 자율적으로 앉도록 해라. 사물함은 그냥 알아서 원하는 자리를 쓰고, 한 달간 이름은 좀 외워야하니까 이름표 꼭 달고 있고. 음 전달 사항은 대충 다 전달한 거 같은데... 윤 선생님도 하실 말씀 있으시면 하세요."

 

  담임이 부담임에게 바통을 던졌다.

 

  "예, 김 선생님."

 

  방긋 웃는 부담임이 담임을 바라보는 눈빛에서 반짝거리는 하트가 보이는 건 내 착각인가?

  뭔가 되게 반짝했는데?

  배경도 반짝이는 것 같고.

 

  "다음 주부터 체육 바로 시작할 거니까는 체육복 꼭 챙겨서 다니고, 자주 분실되니까 이름을 쓰든 예술을 하든 그건 너희가 알아서 잘하고, 유도부 쪽에 관심이 있는 학생은 교과서 챙긴 후에 1학년 교무실로 와주길 바란다. 부원은 수시 모집이니까 부담 없이 찾아오고. "

 

  아, 체육복도 사야 하는 구나.

  돈 써야 할 곳이 또 생겼네.

  갑자기 한 번에 돈 들어갈 곳이 생기니 이제는 진짜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보내야하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용돈은 없고 돈 나올 구석은 없으니, 아. 급식비라도 삥땅 쳐야 하나?

  아 근데 사람이 밥은 먹어야지. 배가 고플 텐데....

  어떻게 해야 돈이 나올 구석이 생겨날까 하는 고민이 빠르게 머릿속을 스쳤다.

 

  "그럼 하교하도록. 반장?"

 

  재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렷."

 

  재우가 구령을 하려고 하자 담임이 인상을 찡그렸다.

 

  "아니 그거 안해도 돼. 종례시간이나 내 수업 시간은 그런 거 하지 마. 반장은 교과서 다 챙기고 잠깐 교무실에 들렸다 하교하라고. 그럼 간다. 조심히들 들어가라. 내일 늦지 말고."

 

  "어? 네! 안녕히가세요."

 

  인사도 받는 둥 마는 둥 그냥 손짓만 한 번 하시더니 두 담임은 나가셨다.

  종례를 마치고 교과서를 챙겨 들었다.

  나나와 혜미, 그리고 인성이와 비슷한 위치의 사물함에 책을 정리해 넣었다.

 

  "자, 지애 너도 이름 써."

 

  인성이가 연두색 포스트잇을 건네주었다.

  오. 뭐지? 이 섬세함?

 

  "땡큐! 너 완전 섬세하구나?"

 

  인성이가 쑥스러운 듯이 웃었다.

  혜미와 나나, 그리고 인성이까지 모두 연두색 포스트잇에 이름을 써 사물함 이름 칸에 꽃았다.

 

  "끝나고 떡볶이 콜? 입학 첫 날인데 학교 앞 분식점 정도는 가줘야지."

 

  혜미가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헐.

  오늘 돈 안 가져왔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이고 있을 때, 나나가 말했다.

 

  "나 오늘 아빠가 용돈 완전 두둑이 챙겨주심. 내가 쏜다."

 

  "와. 나나. 사랑해."

 

  혜미가 그 큰 키로 자그마한 나나를 끌어안았다.

 

  "나도 가도 돼?"

 

  인성이가 물었다.

 

  "그래. 하얀 곰, 까만 곰. 두 곰탱이 다 배불리 먹어주지."

 

  "꺄~ 나나 언니~!"

 

  "도로시 님이라고 부르라고 깔깔깔."

 

  "도로시 누님. 짱."

 

  두 손을 허리에 얹고 콧대 높은 자세를 취하자 혜미와 인성이가 추켜세웠다.

  작게 웃음이 나왔다.

  사정은 모르지만 어쨌거나 도와주는 형색이 된 나나가 너무 고마웠다.

 

  "곰! 가자. "

 

  나나의 하얀 손이 내 손목을 잡아끌었다.

  와, 나나 박력!

 

  "하하, 나나. 반해도 돼?"

 

  "난 남자의 사랑만 받지만, 곰. 너에게 허락은 해주마."

 

  조잘거리며 웃는 소리는 서늘한 복도에 울려 퍼졌다.

  아직은 조금 차가운 바람이 부는 3월이었다.

  하지만 앙상한 가지 끝에 맺힌 아주 작고 여린 새순은 이미 봄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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