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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반전을 사랑한 남자
작가 : 샤뚜르
작품등록일 : 2017.7.5

강지원, 29살의 젊은 사장은 얼음 왕자라는 별명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직원들도 피해가는 그에게, 회사의 햇병아리가 어느 날 찾아와 태클을 건다. 그는 그녀가 만만했었다. 이세희, 24살의 인턴 사원. 상상 속 50대 사장과는 다른 조각미남이 나의 상사라니! 사랑 때문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남자와 귀엽지만 반전 있는 그녀의 좌충우돌 연애 이야기.

 
제 18 화. 미친 걸 거야
작성일 : 17-07-13 21:10     조회 : 26     추천 : 0     분량 : 8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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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을 사랑한 남자

 

 

 

 

 

 제 18 화. 미친 걸 거야

 

 

 

 세희는 침대에서 상체 쪽으로 다리를 모으고 앉아, 그녀의 손에 들린 목걸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백금으로 만든 목걸이는, 초승달에 입체로 세공된 별이 기대어 있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

 .

 .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밖에서 잠시 열을 식히고 가려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온 사람은 지원이었다.

 

 "세희 씨, 괜찮아요?"

 

 지원은 홍당무처럼 빨개진 얼굴로 급하게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그녀가 걱정이 되어 뒤를 따라 온 것이었다.

 

 세희는 자신을 따라온 그의 말에 화들짝 놀란 얼굴로 답했다.

 

 "헉! 아니요?!! 잠시 걷고 싶어서 내렸는데. 사장님이야 말로 저 신경 쓰시지 말고 집으로 가시지 그러셨어요..."

 

 원래의 지원이였다면 뛰쳐나가는 세희를 보고도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와 집으로 가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자꾸 가기 시작하는 관심을 그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신경이 쓰였다.

 

 자신이 먼저 그녀를 놔두고 집으로 가버려도, 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내일이 되면 사장과 직원으로 회사에서 일할 것이고. 저녁밥도 같이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 하겠지. 대신.

 

 어색한 이 분위기는 풀지 못 한 채로.

 

 그건 싫었다. 이제 조금씩 그녀와 친해지고 있는 것 같아 자신이 틀린 것이 아니었다며 조금 우쭐하는 마음에 기분이 좋았는데. 목표한 바도 이루지 못한 상태로 어색함 속에서 일을 하고, 밥을 먹는 것은 왠지 싫었다.

 

 그녀가 자신에게 살짝이라도 웃어주는 모습과, 욱하며 돌직구를 날리는 모습들은 앞으로도 두고두고 '밥 친구'로서 보고 싶은 모습들이였다.

 

 그랬기에 자신과 있는 것이 어색하다며 저녁 식사를 피할까봐 걱정이 되었다.

 

 

 

 과연 '밥 친구'로서 보고 싶은 그녀의 모습들 일까.

 

 그녀의 밝고 귀여운 모습에 그가 계속 끌리는 것은 우연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항상 집에서도 외로웠으니까. 아버지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과 애정을, 누나들이 그를 예뻐하고 아껴 줌으로써 채워주었지만.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워 넣듯. 채워도 채워도 부족하기만 했다. 그는 가슴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진한 사랑에 목이 말라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음지 속에 비춰진 햇살 같은 그녀에게 자꾸 끌리고 있는 것이었다.

 

 놓치기 싫었다.

 

 차가움 속에서 맛 본 따뜻한 열매는 계속 맛보고 싶은 욕심을 부리게 했다.

 

 다시 분위기를 바꾸어 놓아야 했다.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시간도 늦었는데. 여자를 두고 어떻게 저 혼자 집에 가요. 저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에요. 그럼, 세희 씨. 조금만 걷다가 차에 가도록 해요."

 

 세희는 지원의 웅크려진 내면을 풀어버리는 힘이 있었다. 평소답지 않게 가벼운 농담도 하고, 누나들과 지낼 때보다 더 솔직한 모습을 그녀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밤 거리를 걸으며 서로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그들.

 

 

 

 어느 누구도 선뜻 말을 걸지 못하고 있을 때.

 

 먼저 말을 건넨 쪽은 지원이었다.

 

 예전부터 정말 궁금했었던 것이 있었는데. 분위기도 전환할 겸해서 물어보기로 했다.

 

 "세희 씨는 왜 그렇게 일을 열심히 해요? 솔직하게 얘기해줘요. 직원들은 다들 제가 무섭거나 깐깐하다고 치를 떠는데. 처음에 세희 씨를 보고 놀랐어요. 왜 저 사람은 날 무서워하지 않지? 왜 내 앞에서 자꾸 멍하니 있을까 하고. 제가 무섭지 않나요?"

 

 세희는 그가 물어온 물음에, 조금 남아있던 열기마저 싹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도 어색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하며 머 속에 떠도는 말들을 입으로 계속 곱씹기만 했는데. 이런 식으로 물어오는 그에게 뭐라고 답해줘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직원들이 사장님을 싫어하는 걸 알고 있긴 하셨구나...'

 

 마음 같아서는 정말 있는 그대로 얘기해주고 싶었으나. 저번에 일식집에서 욱했던 것처럼 흥분했다가는 이번에야 말로 사장의 권한으로 그녀를 해고 시킬 수 있을 것 같아. 솔직하되 얌전하게.

 

 "저도.. 처음에는 솔직히 사장님이 짜증났었어요. 왜 저 사람은 나를 괴롭히는 걸까? 자꾸 저를 힘들게 하시려고 하는 것 같아 억울하기도 했었는데, 그게 좀 적응이 되니까 오기가 발동하더라구요. 부당한 일은 그냥 당하고만 있지 않는 성격이라.. 일이 힘든 적은 없었어요. 제가 체력 하나는 자신 있거든요. 그리고.. 멍하게 있었던 건 제 잘못 아니에요."

 

 "그럼요? 더 얘기해 봐요."

 

 "사장님.. 사장님 사무실 분위기가 정말 좋아서 구경하느라 그랬어요."

 

 차마, 사장님이 잘 생겼다는 말은 뻔뻔하게 대놓고 못 하겠다.

 

 "제 사무실이 어떤 느낌이 나나요?"

 

 "음.. 사장님 첫 인상만 봤을 때는 사무실 역시 정말 차갑고 딱딱한 분위기이지 않을까 했었는데. 엄마 품에 폭 안긴 것처럼 아늑하고 포근했어요. 인테리어 한 분이 누구세요?"

 

 

 

 지원은 인테리어가 포근해서 마음에 든다는 그녀의 말에 씁쓸했다. 처음부터 그런 느낌이 나도록 신경을 쓴 것이었으니까. 그는 항상 사랑에 목이 말라 있었다. 그래서 그가 있는 공간들 만큼은 따뜻하고 사람 사는 느낌이 물씬 풍기도록 전문가의 조언까지 받아가면서 공을 들였다.

 

 적어도 그 공간에 있을 동안은 외로움에 마음이 시리지 않으니.

 

 세희는 자신의 물음에 어두워진 그의 얼굴을 보고 물어보면 안 되는 것을 물어본 건가 싶어 아차 했다. 으아~ 사장님께서 풀려고 하신 분위기를 내가 망쳤다!

 

 어떻게든 분위기를 수습하고자 발을 동동 구르던 그녀의 눈에 한 노점상이 들어왔다.

 

 "사장님, 저기 구경하러 가요!"

 

 세상 단순하게 사는 그녀는 잠시 가라앉았던 분위기를 훌훌 털어버리고 그의 팔을 끌고 노점상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지원은 더 이상 무섭지 않은 상사이자, 좋은 동료가 되어 있었다.

 

 

 

 노점상은 액세서리를 팔고 있었다. 여자들이 길을 가다 절대 지나칠 수 없는 종류의 상품들이 다양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뽐내며 어서 자신들을 데려가라고 아우성 치고 있었다.

 

 세희도 여자인지라. 예쁘고 아기자기한 액세서리 앞에서는 구매하지 않더라도 한 번쯤은 눈에 담고 지나쳐야 했다. 나의 손길을 기다리는 액세서리에 대한 매너이자 센스지!

 

 눈을 반짝이며 좌판을 스캔하던 그녀의 눈에 초승달에 입체로 된 별이 기댄 모양의 목걸이가 들어왔다.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사이즈라서 정말 예뻤다.

 

 그녀가 구경하기 위해 그것을 집어 들자, 언제 왔는지 그녀의 옆에 상인이 착 달라붙어 그녀의 소비욕구에 불을 지폈다.

 

 "어머~ 언니. 언니 보는 눈 되게 높다~. 그거 수제로 만든 건데 백금이야, 백금! 언니가 예쁘고 귀여우니까 잘 어울릴 거야. 특별히 싸게 줄게!"

 

 딱 봐도 그녀보다 한참은 더 늙어 보이는 아줌마가 다가와 살갑게 굴었다. 상인이 제시한 가격을 본 세희는 속으로 입을 떡 벌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 가격은 내게 너무 비싸. 예쁜데.. 아쉽지만 내려놓아야지.

 

 지원은 잠시 생각에 빠져 있다 얼떨결에 그녀에게 끌려왔다. 그녀가 뭘 하나 싶어 멀찍이 서 보고 있었는데. 집어 들었던 목걸이를 다시 내려놓는 것이 아닌가. 뭐지? 사러온 거 아니었나?

 

 

 

 주차장으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리는 그녀를 지원이 붙잡았다.

 

 "아..."

 

 왠지 그녀의 얼굴이 아까와 달리 의기소침해 보여 자신도 모르는 사이 손을 뻗은 것이었다.

 

 "?"

 

 "방금 본 물건. 안사요?"

 

 "네."

 

 "왜요?"

 

 이번에는 그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왠지 더 이상 물어봐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 사장님. 이제 집에 가요."

 

 터덜터덜 걸어가는 세희를 보며 고개를 갸웃한 지원은 그녀가 방금 내려놓은 목걸이를 집어 들었다.

 

 "어머, 오빠 여친 사주시게? 아까 그 언니가 이거 비싸다고 내려놓고 갔거든. 오빠 너무 멋지다! 둘이 너무 잘 어울려~!!"

 

 아니, 이 아줌마는 언제 봤다고 계속 반말에, 친한 척이야? 서비스 정신이 안 되어 있어. 서비스 정신이.

 

 지원은 자신이 지금 몹시 기분이 안 좋다는 것을 얼굴에 팍팍 드러내며 지갑에서 돈을 꺼내 내밀었다. 잘 어울린다는 둥, 멋있다는 둥의 말들도 그의 뒤에서 들려왔으나 그는 세희를 찾아 가느라 바빴다.

 

 

 

 그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 그녀에게 다가가 아까 그 목걸이를 내밀었다.

 

 "세희 씨, 이거."

 

 "이거..! 이거는 왜..."

 

 "그냥 받아요. 선물이에요. 더 이상의 이유는 묻지 마시고. 아까 세희 씨가 이 목걸이를 꽤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던데. 예쁘게 하고 다녀요."

 

 그러면서 그는 희미하게 웃어주었다.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그녀가 마음에 들어 하는 그 목걸이를 사 주고 싶어 선물한 것은 사실이었으나. 그의 진짜 속마음은. 아니. 그의 무의식 속에 잠재된 외로움에.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자신을 버리지 말라는 뜻으로 건넨 징표였다. 마치 수달이 자신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인간들에게 자신들이 자연 속에서 살게 해달라고 사람들에게 조개를 내미는 것처럼.

 

 

 

 .

 .

 .

 

 

 

 그리하여 지금. 세희의 손에 이 목걸이가 있게 된 것이었다.

 

 

 

 

 

 ***

 

 

 

 

 

 세희는 화장대에 있는 거울 앞에 서서 그가 선물한 목걸이를 착용해 보았다.

 

 "예쁘다..!"

 

 자칫 잘못하면 유치한 느낌이 나기 쉬운 디자인이었지만,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세련된 느낌이 나는걸 보니 세심한 손길이 닿은 듯 했다.

 

 기분이 좋아진 그녀는 싱긋 웃으며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제대로 인사 못 했는데... 지금 문자드려도 되나?

 

 

 

 

 

 ***

 

 

 

 

 

 

 지원은 서재에 앉아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라앉히고자, 책을 읽고 있었다.

 

 책을 읽고 있지만, 글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표정 하나는 끝내주게 관리하는 그라서 그녀가 보길 아까의 그는 무표정하게 보였을 수도 있으나. 그때의 그도 그녀 못지않게 당황했었다.

 

 아까 본 영상과 그녀의 입술을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자꾸 얼굴에 열이 올라 화끈거렸다.

 

 지원의 머릿속에서는 세희의 모습이 편집이 되어 아까와는 다른 모습으로 나오고 있었다. 우리의 뇌는 기억한 내용을 사실대로 저장해두지 아니하고, 멋대로 편집하는 능력이 있었으니.

 

 촉촉히 적은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는 눈빛이, 그가 조금만 자신의 마음에 솔직했더라면 보호 본능이 절로 일어났을 것이다. 게다가, 도톰하고 붉은 입술은 왜 그리 탐스럽게 윤이 나는지. 햇볕에 비친 탐스러운 석류를 떠오르게 하는 입술이었다.

 

 왜 이러지?

 

 마른 세수를 하고 있는 그의 핸드폰에.

 

 

 

 띠링~

 

 문자가 왔다.

 

 이 시간에 누구지?

 

 [사장님. 목걸이 감사합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피식.

 

 지원은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그녀의 문자를 읽으며 웃었다.

 

 '마음에 들었나..?'

 

 왠지 그녀가 보낸 문자를 읽으니 그녀가 그 목걸이를 엄청 마음에 들어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뭐라고 답해줘야 할까.

 

 [네. 세희 씨도요.]

 

 보내기 전 다시 읽어본 문자에. 짧게 적은 문자가 성의 없어 보여 그는 고쳐 보냈다.

 

 [네. 세희 씨도요. 지금.. 뭐 해요?]

 

 은근히 답장을 기대하며 핸드폰을 쥐고 기다렸는데. 한참이 지나도 답이 없었다.

 

 세희는 세희 대로 난감했으니. 사무적인 문자가 날아올 줄 알았다. 항상 강 사장님은 딱딱하시니까. 그와 식사를 하며 조금 가까워졌지만. 그와 그녀가 상사와 직원의 관계인 이상, 친한 사이끼리 주고 받을만한 느낌으로 과하게 보낼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이제 자려고 누웠어요. 안녕히 주무세요.]

 

 기다림 끝에 날아온 문자는 짧았다. 요즘 보여주는 모습들처럼 문자로도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연락할 수는 없는 걸까.

 

 

 

 지원은 왠지 모를 허탈함에 핸드폰을 들고 침실로 들어가 침대로 쓰러졌다. 그가 밥을 사주며 자신의 예상대로 반응하지 않는 그녀에게 당황하고. 이제는 그녀가 그에게 밥을 사주는 이 상황에서 '왜 내가 이렇게까지 하고 있지?'라는 생각도 해봤다.

 

 어찌됐든 그녀의 미소를 보겠다는 목표 하나만을 보고 그녀와 저녁을 함께 먹고 있지만.

 

 미소를 보겠다는 유치한 목표는 온데간데없이 희미해져 버리고. 어느새 그는 그녀와 식사를 하며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즐거웠다. 사람과 얘기하면서 이런 식으로 즐거웠던 적은 누나들과 장 비서, 그리고 도진과 있을 때도 느껴보지 못했던 기분이다.

 

 편한 느낌이 좋았고, 그녀가 소개해 주는 음식들 또한 정이 느껴지는 음식들이였다. 따뜻했다.

 

 그는 그녀에게 저녁을 얻어먹고 돌아온 날 밤마다 자신이 먹은 음식들을 다시 떠올리곤 했는데. 그때마다 그녀가 내일은 어떤 식당으로 데리고 갈까? 하며 기대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신은 이렇게 내일이 기다려지고 그녀와 함께하는 식사 시간이 즐거운데.

 

 그녀는 정말 이 시간을 야근이라고만 생각는 걸까.

 

 지금 보낸 문자만 봐도 그렇다. 그녀는 그와 헤어지면 그걸로 끝인 것 같다.

 

 그녀가 자신처럼 저녁 시간을 진심으로 즐겼으면 한다.

 

 그가 즐기는 것이 그녀와 함께 하는 식사 시간인지, 그녀와 함께하는 모든 시간들이 다 즐거운 것인지. 이 둔탱이 사장은 정확하게 모르고 있다.

 

 

 

 그가 원하는 목표 지점에는 그녀의 미소도, 어느 무엇도 있지 않을 것 같아 괜스레 시무룩해졌다.

 

 그는 가슴에 손을 얹어보았다.

 

 아까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은 그녀의 행동에 전기가 통하는 듯 했다.

 

 무르 익을대로 익어 점점 붉어지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었다.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고 그녀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의 가슴에 손을 얹는 그녀의 행동에 적지 않게 당황했었다.

 

 가슴에서 느껴지는 찌릿한 느낌은 또 뭔지.

 

 솜털이 가슴이 스치는 것처럼 간지럽기도 했다.

 

 자꾸만 그를 밀어내려는 그녀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대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너무 놀라도 한동안은 사고(思考)가 정지하거나 움직일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아파서 그런 것일 수도 있는데. 웬일인지 얼굴을 붉히며 후다닥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그녀를 보니 이상하게도 그녀가 귀엽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미쳤나?

 

 방금 그녀와 주고받은 짧은 문자에 그는 아쉬웠다. 요즘은 자꾸 그녀와 더 얘기하고 싶고, 그녀와 식사를 할 때면 눈길이 그녀에게 자주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그녀의 행동들이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으니.

 

 

 

 그는 다시 가슴에 손을 얹어 보았다.

 

 쿵쿵. 쿵쿵. 쿵쿵. 쿵쿵.

 

 그녀를 떠올리니 심장이 미친 듯이 밖으로 뛰어나가고 싶어 했다.

 

 왜 이러지?

 

 전에 친구들이 얘기했던 말이 생각났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내 짝이 될 사람을 보면 몸에서 먼저 반응을 한다고. 그가 세희를 보며 가슴이 찌릿했던 것도 그렇다.

 

 아니야. 아닐 거야. 영화 때문에 그런 걸 거야.

 

 정말 미친 걸 거야.

 

 내가 여자만 보면 좋아하는 그런 놈이었나? 아닌데. 어떻게 내가...

 

 그럼, 이 두근거림은 뭐지?

 

 그에게 찾아온 사랑은 낯설기만 했다.

 

 

 

 

 

 ***

 

 

 

 

 

 세희는 지원의 부름에, 사장실로 올라왔다.

 

 "부르셨어요?"

 

 들려온 그녀의 목소리에 고개를 든 그의 눈에, 며칠 전 자신이 선물한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그는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그녀의 목에 걸려 있는 그 목걸이가 자신이라도 되는 것 마냥. 웃음이 나왔다. 목표를 벌써 달성했다고 느낄 만큼 뿌듯했다.

 

 지원이 아이처럼 자신이 선물한 목걸이 하나에 웃을 수 있는 것은 세희가 그와 함께 정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을 먹으며 함께한 결과였다.

 

 딱딱하고 차갑기만 했던. 철벽같은 그의 마음이 따뜻한 정에 녹아들고 있었다.

 

 사랑을 알지 못하는 그에게, 사랑은 찾아와. 목걸이처럼 그녀의 가슴 위를 배회하며 그가 어서 그녀의 마음속에도 스며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ㅁ.. 뭐야.'

 

 세희는 사람을 불러놓고 대답이 없던 그가 갑자기 환하게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니. 당황했다. 요즘은 종종 저런 식으로 자신에게 부드러운 표정을 보여주는 강 사장이었다. 가끔이지만 몇 번을 봐도. 저런 식으로 아이처럼 해맑게 웃는 얼음장 같던 그의 모습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얼음장처럼 차갑기만 한 사장님이라고 단정 지은 그녀의 판단은 그녀가 그에게 식사를 대접할 때부터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었다.

 

 그는 국밥집의 허름한 내부를 경험한 이후로 그녀가 데려가는 식당의 내부 인테리어나 메뉴판에 대해서 더 이상 불만을 토로 하지 않았고. 항상 고고한 척, 품위 있는 척이란 척은 다하던 그가, 이제는 오히려 자신보다 더 맛있는 한 끼 식사를 하고 있었다.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최근의 그는 뭔가 다른 것 같았다.

 

 그녀는 그와 마주하던 시선을 슬그머니 피해버렸다. 요 며칠, 그와 최대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하며 그와 식사를 했다.

 

 손바닥으로 느꼈던 단단한 남자의 근육과 선들이 그를 볼 때마다 자꾸 상상이 갔기 때문이다. 상상이 되는 것은 당연했다. 어디, 남자를 제대로 알아야 말이지.

 

 수능을 마치고. 살을 빼기 위해 재희와 함께 헬스장에 간 적이 있었다. 그와 함께 운동을 하다, 우연히 땀에 젖어 티셔츠 위로 드러난 그의 근육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냥 '오빠의 몸은 저렇구나' 하며 쉽게 지나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꾸 그에게 쏠리는 시선은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것은.

 

 세희에게 재희는 잘 챙겨주고 다정한. 아는 오빠여서 그렇다.

 

 남자를 모르는 그녀지만.

 

 그녀의 이상형은 슈트가 잘 어울리는. 몸이 드래곤 볼에 나오는 남자 캐릭터들처럼 우락부락 하지 않은-얌전한 근육을 가진. 잘 생긴 남자였다. 다정하고 자신만 사랑해주는 남자면 더할 나위 없고.

 

 그녀는 다시 한 번 그를 슬쩍 쳐다봤다.

 

 까칠한 줄 알았더니 자신이 가자는 대로 따라와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이 좋았다. 남자라면 모름지기 가리는 음식이 없어야지!

 

 다정하지는 않지만 그녀가 모르는 회사의 일들을 가르쳐주는 진중한 얼굴도 좋았다. 그녀에게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기 위해 살짝 내리깐 그의 눈에 자리한 길고 예쁜 속눈썹. 남자가 여자보다 그렇게 속눈썹이 예쁘면 어쩌자는 건지.

 

 게다가, 예전 같으면 다짜고짜 잔소리만 해댈 것이 뻔한데. 웬일인지 그는 그녀가 이해할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려주었다.

 

 그의 새롭고 낯선 모습은 그의 '밥 친구'인 세희만 아는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그녀가 그를 보는 시선은 점점 바뀌고 있었다.

 

 우리는, 그녀가 원하는 남자로서의 모습을 다 가지고 있는 그에게 쏠리는 그것을 '호감'이라고 정의 한다.

 

 생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그녀에게 지원이 말했다.

 

 "세희 씨, 경영지원팀 가셔서 이사님께 보고서 하나 받아 와주세요. 가서 얘기하면 바로 주실거예요."

 

 "네."

 

 문고리를 잡고 문을 열려는 그녀를 그가 붙잡았다.

 

 "아, 그리고."

 

 "?"

 

 "문자요. 우리 밥 친구 한지도 꽤 됐는데.. 아니었나요? 문자로도 지금처럼 편하게 주고받았으면 해요. 저를 상사로 생각하지 말고 동료로 생각하면 조금 편하지 않을까요?"

 

 쭈뼛쭈뼛 거리는 그의 모습이 왠지 사람을 처음 사귀어 보는 순수한 아이처럼 느껴졌다.

 

 "그럴게요."

 

 그녀는 피식 웃으며 사장실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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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제 5 화. 악마 사장을 이기기 위한 계획? 2017 / 7 / 6 28 0 7296   
5 제 4 화. 저 놈은 악마다! 2017 / 7 / 6 27 0 6699   
4 제 3 화. 전쟁의 서막 2017 / 7 / 5 35 0 6382   
3 제 2 화. 그 여자 2017 / 7 / 5 33 0 8772   
2 제 1 화. 그 남자 2017 / 7 / 5 65 0 7634   
1 Prologue 2017 / 7 / 5 317 0 4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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