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반전을 사랑한 남자
작가 : 샤뚜르
작품등록일 : 2017.7.5

강지원, 29살의 젊은 사장은 얼음 왕자라는 별명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직원들도 피해가는 그에게, 회사의 햇병아리가 어느 날 찾아와 태클을 건다. 그는 그녀가 만만했었다. 이세희, 24살의 인턴 사원. 상상 속 50대 사장과는 다른 조각미남이 나의 상사라니! 사랑 때문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남자와 귀엽지만 반전 있는 그녀의 좌충우돌 연애 이야기.

 
제 17 화. 연애의 도화선
작성일 : 17-07-13 21:09     조회 : 22     추천 : 0     분량 : 802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반전을 사랑한 남자

 

 

 

 

 

 제 17 화. 연애의 도화선

 

 

 

 지원은 사무실에 앉아 컴퓨터로 올라온 자료들을 검토하고 있었다. 비록 어제 속궁합이라는 이상한 소리를 들어서 마지막까지 곰탕의 여운이 남지는 못했지만 , 곰탕 못지않은 세희의 귀여운 모습 덕분에 기분이 좋았다.

 

 항상 좋은 데서 식사해 온 그였지만. 그가 알고 있는 식당들은 외관이 화려할 뿐. 사람이 주는 정 다운 인간미는 전혀 느낄 수 없는 도시의 것이었다.

 

 그런 그가 세희를 통해서 작고 허름하지만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정을 맛보았으니. 외로움이라는 차가운 벽에 갇혀있는 그가 정이 그리운 만큼 그 영향력도 큰 법이었다.

 

 앞으로 종종 찾아갈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 이세희.

 

 맛있게 오물오물 먹는 모습이 다른 여자들과 달라서 그런 걸까. 자꾸 눈길이 갔다. 어쩜 그렇게 맛있게 먹을 수가 있는지. 음식 광고 촬영 배우로 나가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아니다. 진심으로 음식에 열중한 그녀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흐뭇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게다가,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평소보다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게 되었다. 자신이 밥을 사줄 때는 조금 긴장한 느낌이 얼굴에서 보였는데. 그녀가 그의 돈을 돌려주기 시작하면서 밥을 샀다는 뿌듯함 때문일까. 그녀는 그에게 조금 편하게 얘기하기 시작했다.

 

 긴장이 어느 정도 풀린 그녀에게 지원은 더 이상 무섭고 깐깐한 상사가 아닌 '괜찮은 밥 친구'가 되었다.

 

 '계획이 생각한 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진전이 있는 걸까.'

 

 지원은 전에 도진이 말한 소박하게 다가가라는 충고가 떠올랐다.

 

 그러나. 조금 더 친해지려고 고민을 해봐도 둔탱이 지원은 그 방법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딸깍.

 

 그는 검색창에 '사람 사귀는 법'을 입력한 후 눈에 들어온 어느 결과 창을 열었다.

 

 - 분위기 있는 곳이나 그 사람과 있을 수 있는 곳에 가셔서 많은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

 

 그가 본 내용은 누가 봐도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작업을 걸기 위해 쓰는 흔한 수법이었지만. 연애 초보이자 사람을 담백하게 사귀는 법도 모르는 그가 어디 알 턱이 있나.

 

 

 

 그리하여.

 

 지원은 수많은 방법들 중 영화를 선택했다.

 

 영화 같이 보기.

 

 지원은 직접 서울에서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영화관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는 한 번도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적이 없다. 영화에는 관심도 없었지만. 그나마 있었던 기회도 주로 어울려 다니던 도진과 함께여서 언제든 가능했다. 도진의 짓궂은 장난으로 날려버렸지만 말이다.

 

 "남자 1장, 여자 1장 예약 부탁합니다."

 

 영화관이 무슨 찜질방인 줄 아는지. 그는 남녀내외를 부탁했다.

 

 이렇게 한 장씩 끊으면 상영 중인 영화를 취향에 따라 골라서 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이 남자는 영화표가 무슨 자유이용권인 줄 안다.

 

 "네? 저기 고객님. 무슨 영화를 보실 건지 얘기하셔야.."

 

 "아까 말한 대로 해주시고, 영화관 하나를 빌리고 싶습니다."

 

 세희는 돈이 다가 아니라는 것과 사람의 정을 그에게 일깨워주기 위해 식사를 산 것이었으나. 그는 돈 자랑이라도 하려는 건지. 영화관 하나를 째로 다 빌려버리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결과 창에서 본 ‘그 사람과 있을 수 있는 곳’이라는 게 아무도 없는 조용한 영화관인 걸까.

 

 에휴. 그래도 이 남자의 귀엽지만 독특한 매력의 행보를 지켜보도록 하자.

 

 

 

 지원과 통화를 하고 있는 직원은 남자였다.

 

 지원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꾸 자신이 원하는 사항만을 고집하는 그를 통해 간파한 그는 속으로 '아~'하고 웃으며 그가 원하는 대로 예약해주었다.

 

 영화관 대관은 물론이요, 영화 장르도 고객님 취향대로!

 

 남자는 남자가 안다고.

 

 어이쿠. 고객님.

 

 좋~은 시간 되십시오~!!

 

 

 

 

 

 ***

 

 

 

 

 

 지원은 세희와 30년 넘은 손칼국수 집에서 저녁을 해결한 후 가게를 나와 차에 올랐다.

 

 "세희 씨."

 

 "네?"

 

 "세희 씨가 어제 사 준 곰탕. 다시 말씀드리지만 정말 맛있게 잘 먹었어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오늘 괜찮으면 영화 보고 갈래요? 예약해뒀는데..."

 

 영화라는 말에, 세희가 지원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홱 돌리며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정말요?! 저는 사장님이 워낙 까칠하시고 입맛도 장난 아니셔서 제가 소개해드리는 음식들은 싫다고 하실 줄 알았어요. 사실 저는 사장님이 이런 말씀 하실 줄도 몰랐는데. 좋아해 주셔서 준비한 보람이 있네요. 그런데 사장님..."

 

 솔직한 그녀의 말에 지원의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네. 말씀하세요."

 

 "영화 장르나 이름은 뭐예요? 제가 보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피곤해서 극장에 갈 엄두가 안 났거든요."

 

 "?"

 

 그녀의 말에 지원은 잠시 멍하게 있었다.

 

 '내가 원하는 걸 현장에서 고르는 건데. 이 여자는 모르고 있나?'

 

 "그건 저도 잘.. 몰라요. 대신. 세희 씨가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해뒀으니 가서 보도록 해요."

 

 세희는 그의 말에 갸우뚱거렸다.

 

 '자기가 예약 해놓고 모른 다는 게 말이 되나?'

 

 

 

 

 

 ***

 

 

 

 

 

 지원은 직원에게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카드를 내밀었다.

 

 안 그래도.

 

 직원들은 오늘 저녁 상영 시간에 한 관을 통째로 빌린 손님이 하나 있다고 하여 좌석 확보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라고 자세하게 주문까지 해둔 터라. 그게 누굴까 하고 호기심이 생겼다.

 

 프러포즈를 하려나 보다 하며 꺅꺅 거리는 여자 직원들도 있었는데. 정작 그들이 확인해본 영화의 장르는 그것이 아니었다.

 

 영화 장르를 확인한 여자 직원들의 표정은 썩을 대로 썩었다는 후문이다.

 

 여자 직원은 깔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잘생긴 남자가 카드를 내미는 모습에 수줍어했던 것도 잠시. 그의 옆에 있는 순진하게 생긴 여자를 보고서 다시 그를 보며 돌 씹은 표정으로 그에게 카드를 돌려주었다.

 

 지원은 여자 직원이 카드를 돌려주기만 할 뿐. 무슨 영화를 볼 건지 묻지를 않아, 의아함에 물었다.

 

 "저기. 무슨 영화 볼 건지는 안 물어봅니까?"

 

 "네? 고객님께서는 이미 영화까지 선택을 마친 상태로 예약 하셨습니다. 저희 직원이 안내해드리는 곳으로 가시면 됩니다."

 

 지원은 당황했다.

 

 이게 아닌데.

 

 매사에 신중하고 일 처리를 깔끔하게 하는 그는. '영화, 그 까짓 것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예약부터 영화 상영까지. 모든 일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술술 풀릴 줄 알았다.

 

 그렇게. 지금 영화관에 오기 전까지도 당당한 마음으로 예약을 마쳤다고 생각했다.

 

 '나는 영화 고른 적도 없는데 무슨 영화를 보라는 거야..?'

 

 이제 그는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부디. 자신이 걱정하는 일이 없길 바랐다.

 

 

 

 여자 직원은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매력적인 목소리에 다시 정신을 놓을 뻔 했다. 목소리도 좋고 잘 생겼는데. 그 뿐이었다. 저 놈은 자신의 취향을 다른 질문으로 은근슬쩍 물어보는 척하며 알리기까지 하는 악취미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슬금슬금 뒷걸음치며 지원이 생각에 빠진 틈을 타 줄행랑을 쳤다.

 

 '어유. 미친 놈. 겉만 잘생기고 괜찮지. 역시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돼.'

 

 여자 직원들은 그를, 여자와 단 둘이 그런 영화를 보는 취향을 가진 돈 많은 한심한 놈이라며 서로 안내를 꺼렸기에. 같은 남자로서 지원의 마음을 아는 남자 직원 한 명이 그들을 안내했다.

 

 "좋은 시간 되십시오."

 

 팝콘이나 나쵸는 늦은 시간에 먹을 경우 바로 살이 되는 고칼로리 간식이자, 몸에도 안 좋기 때문에 그녀는 바로 영화관 안으로 들어왔다.

 

 세희는 상영관에 아무도 없는 것이 이상해서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느라 바빴다. 보통 영화 시작 전에 광고가 흘러나올 동안 관객들이 북적북적 거리며 자리를 하나둘씩 채우기 마련인데. 사람이라고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왜 아무도 없지? 우리가 보려는 영화가 재미없나?

 

 지원과 세희는 자리에 앉아 영화가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사장님. 여기 들어올 때까지도 무슨 영화인지 안 가르쳐주셨잖아요. 이제 가르쳐주시면 안돼요?"

 

 세희가 물어오자, 지원의 등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그렇지 않아도 자신도 그의 예상 범위 밖의 일로 인해 혼란스러워 죽겠는데. 그녀까지 합세해서 영화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 하니 눈이 뱅글뱅글 돌 지경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는 세희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저기, 세희 씨. 그게... 지금 이 관은 제가 통째로 빌렸어요. 그래서 아무도 없는 거고. 그리고 영화는... 제가 영화를 한 번도 영화관에서 본 적도 없을 뿐더러, 집에서도 안 보거든요. 그나마 친구들과 볼 기회가 있었는데, 사정이 있어서 그마저도 힘들었어요."

 

 "네? 그거랑 지금 이 상황이랑 무슨 관계가 있어요?"

 

 "그게.. 그래서 저는 남자랑 여자 각각 1장씩 표를 끊어두면 취향대로 영화를 골라볼 수 있는 줄 알고 예약을 했는데. 저도 모르는 영화가 예약이 되서... 당황스럽네요."

 

 

 

 헐.. 이게 무슨 상황이야?!

 

 그녀는 그가 영화관을 대관했다는 대목까지는 기분이 좋았다. 드라마에서 넓은 공간 하나를 통째로 빌려 영화를 보는 모습이 정말 로맨틱하다고 생각했던 그녀였기에. 지금 이 공간은 그녀가 한 번쯤은 꿈에 그리던 곳이었다.

 

 그랬는데.

 

 영화관은 처음이라니?!

 

 이 상황만 아니었다면 그녀는 그런 그가 웃겼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의도하지 않은 영화 복불복의 순간을 마주한 그녀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공포 영화는 안 되는데... 그녀가 제일 싫어하는 영화 장르가 공포 영화나 잔인한 영화였다.

 

 사장님도 무슨 영화인지 모르신다면 어쩌자는 거야?

 

 "네에에?!! 그렇다는 말은, 사장님이 고른 영화가 아니라는 뜻이에요?"

 

 끄덕끄덕.

 

 "세희 씨가 싫다면 그냥 바로 나가도 괜찮아요. 나갈까요?"

 

 "아니요! 제가 싫어하는 장르 두 가지가 있는데. 그것만 아니면 그냥 보고 가요. 궁금해요."

 

 마침 그들이 있는 상영관의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기 시작했다.

 

 영화의 장르는 로맨스물이였다.

 

 '다행이다.'

 

 지원은 누구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영화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방심은 금물이지!

 

 스크린에서 어느 정도 이야기가 진행되며 분위기가 무르익자. 남자와 여자가 스킨십을 하고 있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지원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액션 영화가 아닌 로맨스 영화여서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얼굴로 스크린에서 고개를 돌려 세희를 바라보니, 세희는 웬일인지 아무 말 없이 영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세희는 자신이 좋아하는 로맨스 영화여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보고 있었다. 그녀는 항상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사랑 이야기를 보며 자신이 미래에 하게 될 사랑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거나, 달콤한 장면들을 종종 상상하곤 했다. 자신이 하게 될 사랑은 틀림없이 저런 사랑보다 더 달콤하고 예쁘리라.

 

 그녀는 옆에 있는 지원의 존재도 잠시 잊어버릴 만큼 영화 속 장면에 흠뻑 빠져버렸다.

 

 그런데.

 

 갑자기 스크린에서 은은한 불빛이 켜진 방이 나왔다.

 

 !!!!!!

 

 남녀의 담백하고 가볍다고 생각했던 스킨십은 시작에 불과했다.

 

 지원은 따분한 사랑 이야기에 흥미가 없었던 터라. 계속 세희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혜빈도 로맨스 영화만 보면 너무 집중한 나머지.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꼼짝도 않더니.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여자들은 이런 얘기가 재밌나?

 

 집중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풋풋한 외모와는 또 다른 느낌을 자아내고 있어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런 그의 귀에 들려온 이상한 소리를 듣고 그는 그대로 얼어버렸다.

 

 부디 아니길 바랐던 자신의 바람은 연기처럼 흩어지고 말았다.

 

 세희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지는,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함께 돌려본 로맨스 소설에서 글자로 읽었던 장면들이 생생하게 재생되고 있어서 당황했다.

 

 친구들이랑 모여앉아 읽은 글들만 해도 머릿속에서 상상이 되어 양 볼에 홍조가 떠오르곤 했는데. 강 사장과 단 둘이 밀폐된 이 공간에서 이런 장면을 본다는 것에 민망해진 그녀는 고개를 돌리다 그만. 그가 있는 쪽으로 돌려버려 그와 눈이 마주쳤다.

 

 "......"

 

 어색하다 못 해, 서로 얼굴을 붉히며 후다닥 고개를 돌리기 바빴다.

 

 지원은 연신 헛기침을 해대며 자신에게 이런 영화를 골라준 직원을 욕했다. 젠장! 어쩐지 그 놈 목소리가 버터 바른 듯이 능글거릴 때 이상하다 싶었는데!

 

 "저 집에 갈래요."

 

 당장 그곳을 벗어나라는 머릿속의 경고로, 그녀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걸음을 재촉해서 나가는 그녀의 뒤를 지원이 따랐다.

 

 겨우 좋아지고 있는 그녀와의 관계에 금이 갈까봐 신경이 쓰였다.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 안.

 

 왜 하필이면 지금 이 이 순간에 엘리베이터를 탄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건지.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은 공간에서 그와 그녀는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기 바빴다.

 

 어느 누구도 한 마디를 할 수 없는 오묘한 분위기 속에서.

 

 띵동.

 

 엘리베이터가 멈추어 섰다.

 

 주차장이 있는 층인가 싶어 동시에 층을 확인한 그들은. 문이 열림과 동시에 밀려들어 오는 인파에 쓸려 손도 써 보지 못하고 엘리베이터의 구석으로 밀려났다.

 

 "좀 들어갑시다!"

 

 어느 누구도 쉽게 움직일 수 없을 정도 꽉 찬 공간의 틈에서. 그들은 어느새 서로를 마주 보고 서있었다. 심지어, 세희는 엘리베이터의 구석에 쏙 들어간 상태로 그의 팔 안에 갇혀있었으니.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그들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지원은 본의 아니게 사람들로부터 그녀를 에스코트 하고자, 공간 확보를 목적으로 그녀에게 다가 간 것이지만. 움직이다 사람들이 중간 중간에 더 늘어난 덕분에 몸을 가눌 틈도 없게 되어 그 상태 그대로 있게 된 것이었다.

 

 쿵. 쿵. 쿵. 쿵.

 

 소란스러운 그 공간에서 그들에게 들려오는 것은 자신들의 심장소리 뿐이었고. 가까이서 보게 된 세희의 붉게 상기된 오밀조밀한 얼굴이 그의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

 

 아까 본 영화의 부작용 때문일까. 그 중간에 자리 잡고 있는 붉고 촉촉한 입술과 동그란 눈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저 여자 입술이 원래 저렇게 붉었었나. 처음 여자의 입술을 본 것도 아니었건만. 얼굴에 열이 오르는 기분이었다.

 

 꿀꺽-

 

 그들은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터라, 침 삼키는 소리마저 들릴 까봐 걱정 되기까지 했다. 주차장까지 내려가는 1분 1초가, 1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세희는 가까이서 보게 된 그의 얼굴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냥 앞만 보고 계시지. 연인들이 취할 법한 자세로 있게 된 어색한 이 상황이 그녀의 입안을 바짝바짝 마르게 했다. 그녀는 엘리베이터가 어서 주차장이 있는 층에 도착했으면 하고 빌었다.

 

 최대한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그녀는 코를 자극하는 싱그러운 남자 향수의 냄새에 이끌려. 그를 향해 힐끗 눈길을 주었다.

 

 그녀와 그의 키 차이가 조금 나기 때문에 그녀의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톡 튀어나와 그가 침을 삼킬 때마다 오르락내리락 하는 울대였다. 그리고 점점 시선을 옮겨 위로 올라간 그녀는 그의 매끈한 입술과 코를 눈에 담았다.

 

 그리고. 가까이서 보게 된 그의 피부. 멀리서 봐도 잡티 없이 매끄러워 보이더니. 그의 피부는 마치 아무 발자국도 찍히지 않은 새하얀 설원 같았다. 만져보고 싶은 충동마저 들 정도로.

 

 '곱다...'

 

 그의 새하얀 피부 위에서 노닐던 그녀의 눈길은 자석에 끌리듯. 다시 한 번 그의 반듯한 입술로 향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도 아까 봤던 장면들이 떠오르며 그녀의 양 볼에 홍조를 피워냈다.

 

 결국. 그녀는 그를 밀어내려 그의 가슴팍에 손을 얹었다.

 

 '헉..!'

 

 가까이서 처음 보게 된 남자의 얼굴에 적응이 되지 않아, 그 공간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뻗은 손이였지만. 처음 만져본 단단한 가슴에 그녀는 놀라고 말았다. 그를 밀어내려 했던 생각도 기억의 저편으로 날아가 버릴 만큼.

 

 슈트 속에 감춰진 단단한 남자의 근육이 상상이 되었다. 방송이나 잡지에 나오는 상의를 벗은 남자들의 모습에 꺅꺅거리며 부끄러워했던 것도 잠시. 근육이 만들어 내는 곡선들을 보며 입을 헤- 벌리고 구경하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의 앞에 '진짜'가 있었으니.

 

 그녀의 얼굴은 이제 잘 익은 홍시가 되어 열기로 인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는 소리를 들은 세희는 후다닥 내리기 바빴다.

 

 

 

 

 

 ***

 

 

 

 

 

 세희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밖으로 나왔다.

 

 서늘한 가을바람이 그녀의 볼을 스치며 그녀의 열기를 앗아갔다.

 

 정말이지. 십 년 감수했다.

 

 그의 가슴에 손을 댔을 때 폭발하던 심장의 울림이 그에게 들킬 것 같아 도망치다 시피 나온 것이었다.

 

 그녀는 단단한 그의 어깨와 함께, 온 힘을 다해서 밀어낸 노력이 무색할 만큼 꿈적도 않는 그를 보며 새삼 그도 남자라는 것을 실감했다.

 

 남자는 저런 느낌일까.

 

 엘리베이터가 조금이라도 늦게 도착했더라면 처음으로 가까이서 마주한 그로 인해 멘탈이 붕괴됐을 지도 모른다. 남자도 그냥 남잔가. 잘 생긴 남자가 코 앞에 있었으니.

 

 천천히 걸으며 머리를 식히고 있는 그녀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반전을 사랑한 남자 완결 안내 2017 / 7 / 28 597 0 -
21 제 20 화. 문자로 피어나는 사랑 2017 / 7 / 13 27 0 6939   
20 제 19 화. 우리, 연애할래요? 2017 / 7 / 13 27 0 10239   
19 제 18 화. 미친 걸 거야 2017 / 7 / 13 26 0 8855   
18 제 17 화. 연애의 도화선 2017 / 7 / 13 23 0 8020   
17 제 16 화. 내가, 그 남자랑?! 2017 / 7 / 13 24 0 7565   
16 제 15 화. 그들의 출발점 2017 / 7 / 13 25 0 8058   
15 제 14 화. 이제, 놓치지 않아 2017 / 7 / 13 27 0 7295   
14 제 13 화. 그거 다 뻥이에요. 뻥! 2017 / 7 / 10 27 0 8591   
13 제 12 화. 나랑 저녁 먹어요 2017 / 7 / 10 26 0 8012   
12 제 11 화. 승부욕이라는 철저한 벽 2017 / 7 / 10 26 0 6825   
11 제 10 화. 연애는 천천히 2017 / 7 / 7 24 0 7057   
10 제 9 화. 램프의 요정과 영웅 2017 / 7 / 7 30 0 7361   
9 제 8 화. 하얀 털 뭉치와 헬멧 2017 / 7 / 7 26 0 6123   
8 제 7 화. 얼음 사장 위에 계신 그 분 2017 / 7 / 6 27 0 6751   
7 제 6 화. 복수의 까나리 2017 / 7 / 6 32 0 6809   
6 제 5 화. 악마 사장을 이기기 위한 계획? 2017 / 7 / 6 27 0 7296   
5 제 4 화. 저 놈은 악마다! 2017 / 7 / 6 26 0 6699   
4 제 3 화. 전쟁의 서막 2017 / 7 / 5 34 0 6382   
3 제 2 화. 그 여자 2017 / 7 / 5 32 0 8772   
2 제 1 화. 그 남자 2017 / 7 / 5 63 0 7634   
1 Prologue 2017 / 7 / 5 316 0 4512   
 1  2  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콩깍지라는 마법
샤뚜르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