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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반전을 사랑한 남자
작가 : 샤뚜르
작품등록일 : 2017.7.5

강지원, 29살의 젊은 사장은 얼음 왕자라는 별명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직원들도 피해가는 그에게, 회사의 햇병아리가 어느 날 찾아와 태클을 건다. 그는 그녀가 만만했었다. 이세희, 24살의 인턴 사원. 상상 속 50대 사장과는 다른 조각미남이 나의 상사라니! 사랑 때문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남자와 귀엽지만 반전 있는 그녀의 좌충우돌 연애 이야기.

 
제 5 화. 악마 사장을 이기기 위한 계획?
작성일 : 17-07-06 11:55     조회 : 27     추천 : 0     분량 : 7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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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을 사랑한 남자

 

 

 

 

 

 제 5 화. 악마 사장을 이기기 위한 계획?

 

 

 

 쓰린 발을 끌고 절뚝절뚝하며 비상구로 향하는 그녀를 향해, 장 비서가 다가왔다.

 

 “세희 씨, 왜 그러십니까? 어디 불편하십니까?”

 

 “네? 아니요. 괜찮아요.”

 

 장 비서가 그냥 내려가려던 그녀를 붙잡았다.

 

 “세희 씨가 절뚝절뚝 거리는 거보고 왔습니다. 지금 들고 계신 서류들 저한테 주시고 따라오십시오. 바로 복사할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러면서 그녀의 품에 가득했던 서류뭉치를 바로 가져가 버리는 장 비서였다.

 

 “아니. 괜찮은데. 장 비서님 그거 다시 저 주세요. 저 혼자 할 수 있어요. 내려가서 발에 밴드 붙이면 괜찮으니까 저 주세요.”

 

 세희가 종종걸음을 쳤다.

 

 지원에게 이 모습을 들킨다면 아마, 하라는 일은 제대로 안하고 요령이나 피운다면서 잔소리를 들은 것은 물론. 제대로 찍히고 말 것이다. 아직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 제대로 해 본 것도 없는데 말이다. 가슴이 조마조마 했다.

 

 장 비서는 서류뭉치를 다시 넘겨받으려는 그녀를 뒤로 하고 어딘가로 향했다.

 

 “들어오셔도 됩니다.”

 

 자신의 말을 아랑곳 않는 장 비서를 따라 어딘가로 걷다 보니, 어느새 세희는 작은 사무실 앞에 와 있었다.

 

 

 

 이런 곳도 있었나? 사장실로 향하는 복도에서 봤을 때는 없었던 장소였는데. 장 비서가 들고 가는 서류에 신경을 쏟은 나머지,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던 그녀였다.

 

 “세희 씨는 여기 앉아서 쉬십시오. 복사는 제가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거.”

 

 세희는 장 비서가 안내한 자리에 앉아, 그가 건네준 밴드와 연고를 받았다. 장 비서가 전해준 마음은 고마웠지만, 언제 강 사장에게 들킬지 몰라. 조마조마했다. 가시방석이나 다름 없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눈치 챈 그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곧 시작될 회의 때문에 사장님도 준비하시느라 바쁘셔서 나오실 일 없을 겁니다.”

 

 그의 말에 세희는 한시름 놓았다. 긴장을 조금 푸니 그녀의 시선을 끈 것이 있었으니.

 

 “네. 저기... 저한테 말 편하게 하셔도 돼요. 지금 장 비서님 은근히 웃겨요.”

 

 “아. 그렇습니까? 그럼 편하게 하겠습니다.”

 

 “제발. 편하게 하셔도 괜찮아요. 전 상사도 아닌데... 제가 불편해서 그래요.”

 

 “알았어요. 세희 씨. 사장님이 시키신 일을 하다가 힘들면 잠시 여기 와서 쉬셔도 돼요. 사장님은 이 층에서 사장실에만 계시기 때문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모르시니까 편하게 쉬세요.”

 

 “그리고...”

 

 장 비서는 그 말을 끝으로 잠시 복사기에만 시선을 두었다. 이 얘기를 지금 해도 되려나.

 

 오랜 시간 동안 강 사장을 지켜봐온 그는 간절히 원하는 한 가지가 있었다. 좀처럼 여자에 관심도 없고 일만 하며 세상사 심드렁한 지원이지만, 그것은 남들이 만들어낸 소문이자 그의 두꺼운 가면이었다.

 

 그는 외로운 남자였다.

 

 때문에, 그의 차가운 얼굴 뒤에 얼마나 많은 것들을 숨기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지금은 세희에게 심술궂게 잔일을 시키며 괴롭히더라도, 시간이 조금 지났을 때에는 심술이 관심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지원은 겉만 완벽하고 냉철할 뿐. 속은 아직 허점 투성이였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의지가 되는지 알게 되면 좋겠다.

 

 혼자 외롭게 보내왔던 그 시간들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이제 그도 행복해져야지.

 

 “저희 사장님이 세희 씨를 앞으로 계속 힘들게 하실 수 있지만, 너무 겁먹고 약해지지 않으셨으면 해요. 겉으로는 조금 차갑고 무서우신 분이지만 내색을 안 하셔서 그렇지, 외로우신 분이에요. 이런. 저도 모르게 사설이 길어졌네요. 복사는 제가 해서 회의실에 갖다 둘 테니 세희 씨는 내려가서 쉬세요.”

 

 세희는 강 사장이 외로운 사람이라는 말을 믿지 않았다.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어른들의 가르침이 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게 사람이라. 자신만 보면 심술을 내며 괴롭히는 남자를 보고 어찌 다른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하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세희는 장 비서에게서 듣게 된 그 말을 되새겨 듣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말았다.

 

 그녀는 복사기 앞을 꼭 사수하고 말겠다는 의지의 장 비서에게 패배하고 그곳을 나왔다.

 

 

 

 어?

 

 그런 그녀의 눈에,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강 사장의 뒷모습이 들어왔다.

 

 설마, 장 비서님과 나누던 얘기를 들으셨던 것은 아니겠지.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기획팀으로 돌아갔다.

 

 

 

 

 

 ***

 

 

 

 

 

 한편, 지원은 평소보다 회의 준비가 일찍 끝나 회의실로 가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나 사장실을 나섰다.

 

 문을 열고나오니 장 비서가 보이지 않아 잠시 그 자리에 서서 두리번거리던 그의 귀에 들려온 말소리. 게다가, 그 곳은 그가 사장실을 드나들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곳이었다.

 

 이런 곳이 있었나?

 

 “걱정 마십시오. 곧 시작될 회의 때문에 사장님도 준비하시느라 바쁘셔서 나오실 일 없을겁니다.”

 

 장 비서와 세희가 나누는 얘기를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됐다.

 

 잘 들리지 않아 그냥 갈까 했지만, 살짝 열려있는 문틈으로 장 비서의 얘기를 진지하게 듣고 있는 세희가 보였다.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저렇게 잡담이나 나누는 그녀가 좋게 보일 리 없었지만, 신경이 쓰였다.

 

 사장실에서는 무표정하던 그녀의 얼굴이,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장 비서를 향해 배시시 웃어주기까지 한다. 자신을 볼 때는 놀라거나 정신을 놓고 있는 표정이 다였는데 말이다.

 

 그리고 오늘은 생각보다 일찍 준비가 끝나서 회의실로 내려가려던 그를 장 비서는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지금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저 두 사람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했다.

 

 잠깐.

 

 그가 앞으로 향하려던 걸음을 멈추었다.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남을 훔쳐보면서 얘기를 엿들으려 하다니. 꼭 그 사이에 끼고 싶어 안달난 애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답지 않은 모습에 얼굴을 굳혔다.

 

 지원은 화기애애한 두 사람을 뒤로 하고 회의실로 걸음을 옮겼다. 차가움을 잠시 벗어둔 그의 등이 외로워보였다.

 

 

 

 

 

 ***

 

 

 

 

 

 달칵-

 

 멈칫.

 

 복사물을 들고 온 장 비서는 놀랐다. 보통, 회의 시작 5분 전에 회의실에 모습을 드러내는 지원이었다. 오늘은 웬일인지 20분 일찍 나타나 앉아있는 강 사장의 등이 쓸쓸해 보였다.

 

 게다가, 평소의 그답지 않게 불이 켜지지 않은 어두운 회의실을 혼자 지키고 앉아 있는 모습에. 걱정된 장 비서는 들고 있는 복사물을 알맞은 자리에 배치해두고 조용히 그에게 다가갔다.

 

 지원의 머릿속에는 아까 봤던 영상이 가득했다. 사업적으로 이루기 위한 목표를 향해 달렸고, 필요 때문에 지었던 가식적인 미소들. 자신은 한 번도 가질 수 없었던 화목한 분위기. 단 한 번도 남들 앞에서 진심으로 웃어보지 못했던 그에게 이 세희란 여자는 낯설었다.

 

 어떻게 그렇게 화목할 수 있는 거지. 어떻게 남 앞에서 그렇게 쉽게 웃을 수가 있는 거지.

 

 “사장님? 무슨 문제라도..?”

 

 자신을 부르는 장 비서의 목소리에, 생각에서 빠져나왔다.

 

 “아, 이세희 씨는 다녀갔습니까.”

 

 “네? 네.”

 

 장 비서는 세희가 강 사장에게 덜 시달렸으면 하는 마음에, 처음으로 그에게 거짓말을 했다. 아까 그녀와 얘기하면서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말해버렸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처음 강당에서 그녀를 봤을 때, 밝고 순수해서 시선이 갔다. 아까 그가 대화를 나눠 본 그녀는 따뜻한 여자였다. 그녀라면 강 사장의 차갑게 얼어있는 마음을 녹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연이 어떻게 이어져 있을지 모르지만 될 수만 있다면 세희와 지원이 잘 되면 좋겠다. 왜,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자꾸 싸우다 보면 정든다고.

 

 같은 공간 속에 있으면서 다른 생각을 하는 장 비서와 강 사장이었다.

 

 

 

 하지만.

 

 장 비서와 지원은 몰랐다.

 

 평소처럼 빈틈이 없어야 할 그가 세희로 인해 조금씩 빈틈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사소한 일 하나도 빈틈없이 꼼꼼하게 확인하던 지원은 세희에게 너무 집중한 나머지, 누가 복사를 해 왔는지조차 확인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

 

 

 

 

 

 시계가 퇴근할 시간임을 알리자, 세희는 팀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기획팀을 나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버튼을 누른 그녀는, 아까 엘리베이터는 타지 말라던 강 사장의 말이 떠올랐다.

 

 ‘아차차. 내 정신 좀 봐. 잘못 했으면 내일 더 고생했겠네.’

 

 비상구로 가기 위해 몸을 돌린 그녀의 뒤로.

 

 땡.

 

 엘리베이터가 도착했음을 알리는 소리가 울렸다.

 

 그녀는 엘리베이터에 누가 타고 있는지 모른 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 세희 씨.”

 

 ‘헉!’

 

 자신을 부르는 그, 강 사장의 낮은 목소리.

 

 ‘망했다.’

 

 그녀는 낭패감이 서린 얼굴을 잠시 뒤로 하고, 천천히 다시 몸을 엘리베이터 쪽으로 돌리며 그에게 인사했다.

 

 퇴근 시간에는 조용히, 강 사장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좀 편하게 가나 싶었는데. 어떻게 마주쳐도 이럴 때 딱 마주치는지. 그녀는 가만히 서서 그의 말을 기다렸다. 그냥 보내주면 그거만으로도 감사해 할 게요.

 

 “타세요.”

 

 응?

 

 왜 엘리베이터를 타려 했느냐는.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잔소리 폭탄을 맞을 줄 알았던 그녀는 놀랐다. 그리고 긴장했다. 타고 가면서 무슨 소리를 하려고.

 

 

 

 

 

 ***

 

 

 

 

 

 강 사장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세희는 차가운 분위기 속에서 얼어 죽을 것만 같았다.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지 않을 뿐이지 엘리베이터에 비친 모습을 통해 보게 된 그의 모습은 아까와 다를 바 없었다.

 

 ‘잔소리만 안 한다 뿐이지 사장실이랑 여기랑 뭐가 달라!’

 

 어떻게 사람 얼굴이 완벽하게 자로 잰 듯, 표정 하나 없을 수가 없는지. 저게 고의로 그런 것이든 아니든. 능력이라고 칭찬해주고 싶었다.

 

 

 

 그때.

 

 어서 빨리 1층에 도착했으면 하는 세희의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

 

 띠링-

 

 [첫 출근은 어땠어? 지금쯤 퇴근했겠네?]

 

 피식-

 

 재희가 보낸 문자를 보고 잠시 긴장이 풀린 그녀는 옆에 있는 강 사장의 존재를 다시 인지하고 황급히 표정을 갈무리했다.

 

 이윽고. 1층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엘리베이터의 소리가 울렸다.

 

 “사장님. 그럼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엘리베이터 타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서 꾸벅 숙이고 가는 그녀를 지원은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녀가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기 전까지.

 

 

 

 

 

 ***

 

 

 

 

 

 세희는 재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 응. 이제 퇴근했는데 발도 쑤시고 피곤해서 죽을 것 같아.”

 

 「 왜? 첫날부터 힘든 일 시켰어? 」

 

 “어우~ 말도 마. 장난 아냐. 자세한 건 나중에 만나서 얘기해줄게. 그것보다, 뭐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 뭔데? 」

 

 “오빠는 회사에서 오빠 괴롭히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해?”

 

 재희는 그녀의 물음에 황당했다. 첫날부터 그녀를 괴롭히는 사람에게 지지 않고 싶어 하는 그녀. 역시 그녀답다. 그녀는 자존심이 세서 지는 것을 싫어한다.

 

 웬만한 것들은 참아내지만 부당하게 당하고만 있는 것은 못 봐준단다. 세희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만 있는 것을 절대 참을 수 없는 성격이었다. 대놓고는 못해도 한 번쯤은 골탕을 먹여야 평등한 관계가 이루어진다는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이럴 때 보면 영락없는 왈가닥 아가씨였다.

 

 이 아가씨가 또 누구를 골려주려고.

 

 재희는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 왜? 누가 너 괴롭히냐? 오빠한테 얘기해. 오빠가 너 못 괴롭히게 해줄게. 」

 

 “오빠! 장난치지 말고. 나 지금 진지해. 한 번도 그런 적 없으면 참신한 방법을 얘기해 줘도 괜찮고.”

 

 이 아가씨가 진짜 작정을 했다.

 

 재희는 골똘히 생각 하다가, 요즘 한창 인기인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왔던 방법들 중 한 가지를 소개해주었다.

 

 「 너도 알지? 11박 12일이라는 예능 프로그램. 거기에 나온 복불복이라는 게임이 있는데…. 」

 

 재희가 소개해 준 게임을 들은 그녀의 머릿속에 전구가 반짝! 하고 켜졌다.

 

 아! 그 방법이 있었구나!!

 

 씨익.

 

 생각했던 것보다 자신이 원하는 답은 꽤 간단했다.

 

 세희는 집에 들어가기 전, 슈퍼에 들려 소금과 까나리 액젓을 샀다.

 

 이걸 어떻게 섞어서 강 사장에게 먹일까.

 

 집에 들어간 그녀는 악마 사장을 이기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

 

 

 

 

 

 지원은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했다.

 

 퇴근길에 보게 된 그녀, 이세희.

 

 그를 태운 엘리베이터가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멈춰 서서, 그는 문을 쳐다봤다. 누굴까.

 

 열린 엘리베이터 문을 통해, 엘리베이터를 타려다 비상구 쪽으로 몸을 돌린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자신이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정신을 놓고 있는 그녀에게 분명히 뭐라고 하려 했었다.

 

 하지만 그 전에 봤던 세희의 웃는 모습이 떠올라 충동적으로 그녀에게 엘리베이터를 타라고 권유했다. 그녀에게는 명령으로 들렸다는 것을 모를 그였지만.

 

 사장실에서처럼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행동은 자제했다. 자신과 눈을 마주친 그녀는 어느새 또 무표정으로 일관하더니, 문자가 왔다는 소리에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피식하며 웃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웃음이란, 남에게 만만하게 보이는 표정이라던 강 회장의. 사업적 우선순위를 선점하려면 함부로 감정을 내보여서는 안 된다는 차가운 가르침 아래 자라온 그였다.

 

 왜 저렇게 웃는 거지. 만만해 보이고 싶은 건가.

 

 지원은 몰랐다.

 

 지금 그가 느끼는 감정은, 감정 표현이 풍부하고 자유로운 그녀에 대한 부러움이 섞인 호기심이라는 것을. 호기심을 심술로 표현하는 이 차가운 남자가 자신의 감정에 얼음벽을 쌓지 않고 그대로 인정하게 되는 날은 언제 올까.

 

 

 

 샤워를 마치고 나온 지원은 침대에 털썩 누웠다.

 

 그의 고양이, 레온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다가왔다.

 

 평소와 달리 자신에게 애정 표현을 하지 않는 그가 이상했다.

 

 “냥? (왜 그래, 주인아? 무슨 문제 있냥?)”

 

 “레온. 오늘 내가 기분이 좀 안 좋아. 나는 어릴 때부터 감정을 숨기는 법을 먼저 배워서 그렇게 자랐고, 감정 표현도 필요 때문에 했었는데. 그 여자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웃고 싶을 때 웃고, 남이랑 얘기할 때도 그냥 편하게. 거리낌이 없어.”

 

 지원의 목소리는 기운이 없었다.

 

 “냐아앙~ (그건 네 문제다 냥).”

 

 “냐아옹~ (너도 이제 네 감정에 솔직해지는 게 어때? 그래도 괜찮다 냥!)”

 

 그의 기분을 달래주기 위해 그의 배 위로 폴짝 뛰어오른 레온은. 그의 배 위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앞발로 그를 꾹꾹 누르며 위로해주었다.

 

 “냥 냥 냥 (이러니까 평소의 주인 같지 않아! 차라리 부비부비하고 애교도 부려라 냥!)”

 

 자신을 위해 낑낑대는 레온을 본 지원은 세희에 대한 생각을 잠시 접었다. 앞에서 꼬물꼬물 거리는 하얀 털 뭉치를 보던 그는 피식 웃으며 레온을 품에 안았다. 하얀 고양이 앞에서 겨우 차가운 가면을 풀어내는 지원이었다.

 

 “응! 힘낼게.”

 

 “우아, 역시 우리 레온이가 내 기분을 잘 알아줘. 고마워.”

 

 레온은 금세 기분이 풀린 지원이 자신을 향해 뽀뽀를 해오자 앞발로 그의 얼굴을 밀어냈다.

 

 “냥 냥 냥냥냥! (아니. 이건 아니지 않냥? 어서 빨리 솔직해져라. 냥!)”

 

 자신에 대한 그의 애정이 바람직한 쪽으로 흘러갔으면 하는 레온은 지원의 등 뒤로 보이는 보름달에게 소원을 빌었다. 부디 이 둔한 주인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표현도 많이 할 줄 알게 되기를. 그래서 자신도 조금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자유의 고양이를 위하여~!!

 

 레온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리 없는 지원은 포근한 표정으로 레온을 품에 안고 잠에 취해갔다.

 

 

 

 그가 계속 괴롭히기로 마음먹은 상대인 세희가 그를 향해 어떤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는지 꿈에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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