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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반전을 사랑한 남자
작가 : 샤뚜르
작품등록일 : 2017.7.5

강지원, 29살의 젊은 사장은 얼음 왕자라는 별명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직원들도 피해가는 그에게, 회사의 햇병아리가 어느 날 찾아와 태클을 건다. 그는 그녀가 만만했었다. 이세희, 24살의 인턴 사원. 상상 속 50대 사장과는 다른 조각미남이 나의 상사라니! 사랑 때문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남자와 귀엽지만 반전 있는 그녀의 좌충우돌 연애 이야기.

 
제 16 화. 내가, 그 남자랑?!
작성일 : 17-07-13 21:08     조회 : 23     추천 : 0     분량 : 7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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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을 사랑한 남자

 

 

 

 

 

 제 16 화. 내가. 그 남자랑?!

 

 

 

 세희는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쳐다보다 지난 주말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자신이 원하는 독립의 꿈을 이루고자, 눈에 불을 켜고 성환에게 조른 그녀는. 이번에도 안 된다며 퇴짜를 맞고 말았다.

 

 

 

 "아앙~. 아빠아아~. 치안이 안전한 동네에, 괜찮은 곳으로 알아볼게. 응? 아니면 원룸도 괜찮으니까 잠깐이라도 나가서 살게 해주시면 안돼요?"

 

 세희는 평소에 잘 안 쓰던 애교까지 섞어 쓰며 그녀의 아버지에게 매달렸다.

 

 "세희야. 아무리 그래도 안돼. 네가 요즘 세상이 얼마나 험한지 몰라서 그래. 남자들은 또 얼마나 믿을 놈이 못 되는데. 너 내보냈다가 남자들이 우리 딸한테 사귀자고 들러붙는 꼴은 못 봐."

 

 성환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표정으로 인상을 쓰자, 옆에 있던 시은이 눈치를 줬다.

 

 "여보."

 

 저번에 얘기했던 것을 그새 까먹었냐는 뜻으로 준 눈치였으나. 성환은 알면서도 모른 척하며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세희 아빠. 당신이 그렇게 딸 사랑이 지극한 모습은 보기 좋은데요. 세희도 언젠가 결혼할 날이 올 거잖아요. 그때는 어떻게 하려고 이렇게 고집을 부려요?"

 

 "에잉~. 몰라! 당신이 아무리 세희가 원하는 대로 하게 내버려두라고 해도 이건 싫다고! 독립은 절대 안돼! 나중에 아빠한테 허락받은 신랑감이 나타난다면 그때 허락할거야!"

 

 

 

 '에휴. 못 말리는 우리 아빠.'

 

 그녀는 한숨 쉬었다.

 

 요즘 한창 ‘딸 바보’라는 수식어로 딸 사랑이 지극한 아버지들이 대세라는데. 성환은 그들 중 단언컨대 으뜸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그녀를 무척 아꼈다.

 

 성환의 투정 같은 완고한 고집으로 인해 그녀는 잠시 시무룩했었지만.

 

 저녁 식사 후, 성환 몰래 그녀의 방에 살짝 들어온 시은이 남기고 간 말 덕분에 희망이 보였다.

 

 "쉿! 아빠가 널 무척 사랑하셔서 그런 거니까 너무 마음 쓰지는 마. 기회를 봐서 엄마가 알아 보고 잠깐이라도 독립하게 해줄게."

 

 시은 마저 그녀의 아버지처럼 반대의 입장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

 

 

 

 

 

 그녀는 생각에서 빠져나와 블로그 검색에 집중했다.

 

 강 사장에게서 받은 돈 50만원.

 

 다행히. 매일 저녁을 그와 함께 한 후, 그의 차에서 그가 말을 걸 틈도 없이 빛의 속도로 내려 집으로 달려간 덕분에 일식집을 다녀온 이후로는 돈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50만원을 찰지게 돌려줘야 할 것 같아서 열심히 준비했다.

 

 세희는 오늘부터 자신이 그에게 저녁을 사 줄 예정이었다.

 

 그에게 얻어먹은 금액에 비하면 작고 얼마 되지 않지만, 정을 느낄 수 있는 소박하고 사람 냄새 나는 음식들을 강 사장에게 보여줄 것이다.

 

 그녀는 지난 주말에 정보를 찾아보려고 노트북을 켰으나, 오피스텔이라는 엉뚱한 쪽으로 빠져버려 정작 필요한 것들은 알아보지 못 했다.

 

 

 

 오피스텔 라이프라는 블로그로 빠지기 전에 봐둔 게 있었는데...

 

 '국밥집이였는데. 이름을 모르겠어.'

 

 딸깍.

 

 검색결과에서 아무렇게나 들어간 블로그에 그녀가 원하는 그 국밥 집이 소개 되어 있었다.

 

 '있다!!'

 

 할매탕국.

 

 그 블로그에서 소개하길.

 

 이 집은 100년 된 곰탕 집이예요. 육수나 반찬 모두를 종류에 상관없이 할머니께서 직접 준비하시고 유기농 나물 반찬과 한우 사골 등의 재료도 직접 공수하시는 집이라서 먹고 나면 속도 든든하고 따뜻해요. 마치, 어릴 적 시골에서 먹은 구수하고 담백한 옛날 곰탕 맛이 난다고 할까요. 속이 차갑거나 외로우신 분들은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을 드시고 가시는 게 어떨까요?

 

 뽀얀 국물과 보기만 해도 촉촉해 보이는 고기가 아직 사진으로 밖에 보지 못 했지만. 일품이었다.

 

 세희는 수첩에 식당의 위치를 기록했다.

 

 아, 내가 곰탕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고 이런 집이 내 눈에 띄었을까.

 

 사실. 그녀가 첫 번째 메뉴로 이 집을 고른 것은. 그녀의 취향이 아주 많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녀는 감기에 걸렸을 때나, 수험생 시절을 보냈을 때. 매 끼 빠지지 않고 곰탕과 함께 했었다. 생각만으로도 침이 꼴깍 났다.

 

 저녁 먹을 생각으로 헤실 거리며 행복해 하는 그녀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세희 씨."

 

 "네?"

 

 "잠깐만."

 

 

 

 세희를 불러낸 그녀. 세진은 예전에 세희가 강 사장에게 까나리 복불복을 시전하게 도와준 공신이였다.

 

 세희는 세진의 부름에, 인터넷을 종료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갔다.

 

 그러나.

 

 세희가 세진에게 불려나가느라 읽지 못 한 것이 있었다.

 

 바로.

 

 그 탕국 집의 할머니는 찰진 욕쟁이라는 것.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그녀가 직접 경험하길 바란다.

 

 

 

 

 

 ***

 

 

 

 

 

 "네. 선배. 왜 그러세요?"

 

 "전에 세희 씨가 입사 초기에 혼자 살아보는 게 꿈이라고 했었지?"

 

 "네."

 

 "다행이야. 그럼 아직 그 생각에는 변함없는 거야?"

 

 "네. 저기.. 무슨 일인지 여쭤 봐도 될까요?"

 

 "내가 2주 뒤에 1년 동안 해외 지사로 파견 나가거든. 그래서 내가 사는 오피스텔을 처분해야 해서 부동산에 전화를 하려는데 세희 씨가 떠오르지 뭐야. 어때? 1년 동안 우리 집에서 살 생각 없어? 가구들은 다 기본으로 들어가 있는 곳이라서 세희 씨는 몸만 와도 괜찮아."

 

 오피스텔?!

 

 세희는 세진이 제안한 이야기를 듣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독립에 대한 열망이 컸던 만큼 간절해서 그랬던 걸까. 기회가 왔다!

 

 지극정성은 하늘도 감동한다 하지 않은가.

 

 그녀는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세진의 손을 덥썩 잡고 얘기했다.

 

 "선배. 완전 감사해요! 그나저나 제가 자꾸 받기만 해서 어떡하죠? 저번에 커피도 그렇구."

 

 "후훗. 괜찮아~. 사실 나도 그 집 처분하기 싫었거든. 근처에 공원도 있고 치안 문제도 걱정 없는 동네라서 속으로 세희 씨가 거절하지 않았으면 했어. 나야말로 고마워. 1년 동안 우리 집 잘 부탁해. 나중에 주소도 문자로 찍어줄게."

 

 

 

 사무실로 돌아온 세희는 시은에게 문자했다.

 

 [엄마. 우리 팀 아는 선배가 1년 동안 해외에서 일하게 됐다고. 나보고 그 선배가 살던 집에서 살 생각 있냐고 그래서 난 그러겠다고 했는데. 엄마는 어때?]

 

 띠링~.

 

 [방금 네가 찍어준 주소의 동네 알아봤는데. 여기 정말 좋다~. 엄마는 콜!]

 

 히히.

 

 기분이 좋아진 그녀는 남은 시간 동안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한 뒤 강 사장의 차가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

 

 

 

 

 

 "안녕하세요~."

 

 지원은 듣기만 해도 그 사람이 즐겁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목소리로 인사를 하며 차에 오르는 세희를 쳐다봤다.

 

 "세희 씨. 무슨 좋은 일 있어요?"

 

 "아? 아. 네."

 

 아직은 딱딱하고 불편한 강 사장이여서 그런지. 그녀는 그의 물음에 바로 얼굴에서 즐거움을 조금 지워냈다. 그래도 독립하게 된다는 생각에 감정이 주체가 안 된 그녀는 실룩거리는 얼굴 근육을 막을 수 없었다.

 

 "그냥 좋은 일이 있어서 오늘 하루 기분은 최고예요."

 

 "그래요? 그럼 갈까요."

 

 차를 출발 시키려는 지원의 팔을 세희가 잡았다. 지원은 자신의 팔 위에 놓인 그녀의 손을 본 후 그녀에게 무슨 뜻이냐는 눈빛을 보냈다.

 

 세희는 기분이 좋은 나머지, 어느덧 조금 적응이 된 그의 앞에서 편하게 행동했다. 그의 눈빛이 물어오는 물음에 흠칫한 그녀는 속으로 '우왓.. 이게 아닌데.'라고 중얼거리며 손을 휙하고 거둬갔다.

 

 "저기.. 사장님. 오늘부터는 제가 가고 싶은 식당에 가시면 안될까요?"

 

 지원은 속으로 헛웃음을 토했다.

 

 어이쿠. 이 여자 보게?

 

 이제는 메뉴도 제일 비싼 걸 맛 봤다고 장소까지 복불복으로 고르려나?

 

 지원은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눈치를 주며 눈썹을 치켜 올렸다.

 

 "아! 이건 절대 복불복 아니에요! 제가 사장님께 받은 돈도 있고. 얻어먹은 식사도 있고 해서.. 사장님처럼 굉장한 데서 대접은 못 하지만. 제가 사장님 밥 사주고 싶어요. 그렇게 해주세요. 네?"

 

 세희는 복불복이 아니라며 연신 손 사레를 치다 마지막에는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따라와 달라고 졸랐다.

 

 

 

 사람이 기분이 좋으면 팽팽하게 당겨졌던 긴장의 끈이 조금 풀리게 된다. 세희가 지어보인 불쌍한 표정과 애원하는 듯한 말투는 세희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다니던 지원에게 낯선 모습이었고. 지원은 황당함에 잠시 멍하게 있었지만, 어느새 그 황당함은 순식간에 지원의 긴장감마저 빼앗아 가버렸다.

 

 피식.

 

 그는 살짝 올라가기 위해 실룩거리는 입 꼬리를 눈치채지 못 했으나. 그는 조금씩 세희에게 적응하며 그녀의 밝은 분위기에 물들어 가고 있었다.

 

 황당했지만. 조금.. 귀엽게 보이기도 했다.

 

 그의 살짝 올라갈까 말까 밀당을 하던 입꼬리는 어느덧 해맑게 그의 얼굴을 가득 채웠다.

 

 '어디로 가고 싶은 건지.. 궁금한데. 가볼까?'

 

 잡티 없는 새하얀 얼굴을 가득 메운 소년 같은 그 미소가 푸른 하늘처럼 맑고 예뻤다.

 

 '이 남자는 이렇게 웃을 수도 있구나. 웃으니까, 다른 사람 같잖아..? ..예쁘다.'

 

 세희는 그의 웃는 얼굴을 쳐다보며 손가락을 꼼지락 꼼지락 거렸다.

 

 "좋아요. 안내해요."

 

 잠시 후, 지원은 지옥(어디까지나 그의 기준에서)을 맛 봐야했다.

 

 

 

 

 

 ***

 

 

 

 

 

 지원은 세희가 안내한 식당 앞에 차를 대놓고 시동을 끈 뒤. 한참을 운전석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굳어 있었다.

 

 그냥 일반 식당으로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차가 겨우 들어가는 좁은 골목골목을 지나 도착한 이 동네는. 건물이 즐비하거나 세련된, 자신이 아는 그런 동네가 아니었다.

 

 심지어, 그녀가 입구에 서서 얼른 들어가자고 손짓 하는 그 식당은. 건물이며 내부며. 유지 공사를 한 번도 안 한 것인지. 마치 옛날 사진에 나올 법한 건물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왠지 들어가기 싫어졌다.

 

 똑똑.

 

 "사장님, 안 나오시고 뭐하세요?"

 

 그녀가 차 밖에서 창문을 두드리며 얼른 나오라고 손짓한다.

 

 그 모습이 지원에게는 자신을 배불리 먹여 잡아먹으려는 마녀처럼 보였다.

 

 "저기. 안 가면 안 되나요? 세희 씨가 원하는 곳은 구경했으니, 제가 원하는 곳으로 가죠."

 

 "에이~. 왜 그러세요. 여기까지 왔는데 국물 맛은 보고 가야죠. 사장님은 모르시죠? 이 집이 100년이 넘은 전통을 자랑하는 집이라서 엄~청 유명하대요. 들어가요. 저 배고파서 죽을 것 같아요."

 

 최대한 싫은 티는 안 내며 좋게 얘기해서 이 장소를 벗어나고자 한 지원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한 술 더 떠서. 지원이 세희에게 얘기하려고 살짝 문을 연 틈을 타, 세희가 문을 활짝 열어제쳤다. 문을 닫고 들어가지 않으려는 지원과 그런 지원을 말리는 세희의 모습은. 학교 가기 싫다며 이불을 뒤집어쓰는 아들과 그런 아들을 재촉하는 엄마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결국. 배고프다며 배를 잡고 그의 눈을 바라보는 그녀에게 진 그는 차의 문을 닫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지원이 아무리 차가운 성격이라지만. 눈앞에서 배고프다며 다 죽어가는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을 그냥 지나칠 나쁜 놈은 못 된다. 여자들은 많이 먹는다니까. 밥시간 놓치면 안 되지.

 

 

 

 

 

 ***

 

 

 

 

 

 지원은 세희를 뒤따라 들어가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몇 개 안 되는 식탁과 허름한 내부가 자신이 알고 있는 고급스런 식당과는 너무 차이가 나서 절로 눈이 찌푸려졌다.

 

 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녀가 안내하는 자리에 가서 앉았다.

 

 "할머니~. 여기 국밥 두 그릇 주세요. 아, 한 그릇은 고기 신경 써서 팍팍 주시구요."

 

 그는 뾰루퉁한 표정으로 휴지를 깔고 수저를 꺼내놓는 세희를 지켜보았다.

 

 나는 항상 메뉴판을 주며 선택할 수 있게 해줬는데. 왜 뭐 먹을 거냐고 묻지도 않고 바로 주문하는 거지?

 

 "세희 씨. 왜 그냥 바로 시켜요? 여기는 메뉴판 없어요?"

 

 그런 그의 말을 듣고 세희는 푸흡- 하며 먹던 물을 조금 뿜었다.

 

 "킥킥. 사장님. 사장님 한 번도 이런 곳에 오신 적 없으시죠?"

 

 당연하지. 당연한 걸 왜 물어?

 

 "네.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여기는 메뉴가 하나 밖에 없어요. 킥킥. 아, 배 아파. 그래도 저는 사장님 배려해서 사장님 드실 그릇에는 고기 많이 달라고 부탁했는데... 이거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그녀는 이제 배를 잡고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깔깔거리기까지 했다.

 

 지원은 무지함에 부끄러웠는지. 그의 양 볼에 발그스레한 홍조가 피어올랐다.

 

 "흠흠. 메뉴가 단품이었나요..."

 

 

 

 어쩔 줄 몰라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그의 뒤에서 아주 구수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냥 쳐 먹으면 될 것이지. 뭔 사내새끼가 투덜투덜 말이 많은가? 내 특별히 이 예쁜 아가씨 부탁으로 고기에 신경 썼으니 어여 쳐 먹고 가버려 이놈아! 옛날부터 밥상머리에서 투덜거리거나 음식 귀한 줄 모르면 벌 받는댔어!"

 

 세희와 지원 모두 구수한 돌직구에 얼어버린 상태로 할머니를 쳐다봤다.

 

 세희는 코를 자극하는 맛좋은 곰탕의 향기 덕에 얼른 정신을 차리고 수저를 들었다.

 

 "우와. 감사합니다 할머니. 사장님도 어서 드셔보세요."

 

 지원은 행복한 표정으로 국물 한 숟가락을 뜨다 밥 한 공기를 통째로 말아먹기 시작한 세희를 보며 국물을 한 번 맛보았다. 그렇게 맛있나?

 

 맛. 있었다.

 

 처음에 이 식당을 보고 다 무너져가는 이 허름한 식당에서 만드는 음식이 맛있어봤자 얼마나 맛있을까 했었다. 지원은 자신의 식도를 타고 흘러가며 퍼지는 구수하고 담백한 풍미에, 옛날 외할머니가 살아계실 적에 자주 해주시던 곰탕이 생각났다.

 

 자주 찾아뵙지는 못 했지만. 누나들과 놀러갈 때마다 항상 인자하신 미소로 반겨주신 외할머니는. 튼튼하게 무럭무럭 자라라는 뜻으로 오랜 시간 고아낸 곰탕을 자주 해주셨다.

 

 새삼 외할머니가 그리웠다.

 

 그래서 지원은 외할머니가 그리운 만큼. 그리운 마음을 잊기 위해 밥까지 말아 열심히 곰탕을 먹었다.

 

 

 

 그런 그에게 할머니가 혀를 차며 고기를 더 가져다 주셨다.

 

 "천천히 좀 먹어라 이놈아. 그러다 체할라. 내 장사한 세월이 40년 넘었거늘. 이렇게 맛있게 먹는 놈은 처음일세. 옛다! 이 놈 맛있게 먹는 걸 보니 기분이 좋아져서 이 고기는 기분이다! 보기에는 멀쩡하게 생겨서 곱게 자란 티는 다 내고 다니는 것 같은데. 의외로 가슴 속의 외로움이 진하게 박혀 있는 놈이구먼? 쯧쯧. 많이 먹어라."

 

 "할머니. 감사해요."

 

 열심히 식사에 집중하고 있는 지원을 대신하여, 세희가 인사했다.

 

 그런 그들에게.

 

 

 

 "가만. 내가 남자 좀 볼 줄 아는데..."

 

 세희가 블로그에서 읽지 못한, 직접 경험해야 할 사실이 나왔다. 믿거나 말거나.

 

 부엌으로 되돌아가려던 할머니께서 다시 돌아오셨다.

 

 할머니께서 지원의 얼굴을 가까이서 유심히 보며 말하셨다.

 

 "이 놈 이거 금덩이야. 아직 감정에 솔직할 줄 몰라서 그렇지. 마음이 열리면 여자한테 엄청 잘하겠구먼."

 

 지원의 얼굴을 본 할머니는 이번에 세희의 얼굴을 쓰윽 훑어보시더니 의미심장한 폭탄을 날리고 부엌으로 들어가셨다.

 

 "그러고 보니. 둘이 속궁합도 장난 아니것어? 깔깔깔."

 

 

 

 남자들의 대화 주제는 아주 다양하고 주제도 남다른지라. 지원은 친구들과 어울리며 속궁합이라는 단어를 몇 번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랬기에, 그는 그 말을 듣자마자 얼굴을 찌푸렸다.

 

 '나랑 결혼할 여자는 내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우선인데. 우리가 과연 연애부터가 가능할지 모르겠군.'

 

 그는 수저를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으며 세희에게 잘 먹었다고 얘기한 후. 밖으로 나가 그녀를 기다렸다.

 

 반면, 세희는 속궁합의 뜻이 뭔지 몰라 지원이 저렇게 나간 이유가 이해되지 않았다.

 

 속궁합? 서로 마음이 잘 맞는다는 뜻인가? 근데 사장님은 왜 저러시지?

 

 아이고. 이 순진하고 귀여운 아가씨를 어찌할꼬.

 

 계산을 마치고 나가려는 세희를 할머니가 붙잡았다.

 

 "할머니. 감사해요. 자주 올게요."

 

 "아가씨, 잠깐만. 아가씨가 내 손녀랑 닮아서 자꾸 눈길이 가. 그래서 얘기해주는 말인데......"

 

 세희는 그 말을 듣고 설마 하는 마음으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강 사장에게 다가갔다.

 

 

 

 

 

 ***

 

 

 

 

 

 세희는 집으로 돌아와 아까 할머니께서 말하셨던 그 속궁합이란 단어의 뜻을 검색해 보았다.

 

 검색결과는 정말 화려했다.

 

 ...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한다.

 

 세희는 이불을 뒤집어쓰며 빨개진 얼굴을 감추기 바빴다.

 

 어우.. 부끄러워.

 

 내가. 그 남자랑?! 미쳤어!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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