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묻는 거 보니-.. 얘도 슬슬 후회되고 엎긴 싫고 .. 그런가보군-
진환은 그럴꺼면 이 깽판을 치지 말지..
그냥 조근조근- 당황해도 그정도는 컨트롤 했어야지 싶었지만
그냥 말을 했다. 돋구어봤자 자신 손해. 이건 언제나 옳았다. 한가지 정돈 배웠다. 갑들에겐 질문을 많이 할수록
자신이 손해라는 걸
"도중에 화 내지 말고 들으세요-.."
지혁은 눈을 치켜뜨고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라는 듯이 노려본다.
아유.. 또 좀 살아났나보다, 금방 전까지 무릎 사이에 머리 박고 있던 그놈 맞나.
"일단.. 작가님이 사과를 하셔야 될것 같습니다... 지..진심이 아니면 진심인..척으로라도.."
"사과? 니가 가서 미안하다 안그랬어?"
어이없게 당당하고만..
그래도 차라리 아까 처럼 그렇게 힘 빠져서 때려놓은 돈까스 고기마냥 축 쳐지는 거 보다야.. 이게 낫네
"그랬죠- 그런데 작가님.. 사과 받고 싶으시다고.. 직접 하시는 사과요"
지혁은 한숨과 핏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동시에 낸다.
"진짜- 번번이 이겨먹자고 달라드네? 책이고 뭐고 다 엎어버릴까보다..."
중얼거리는 목소리에는 어이없단 듯한 태도가 좀 실려있다. 한껏 실려있는건 아니고 조금...
번번히 사고치는건 자기면서 그 생각은 또 안하고 , 아주 뇌까지 이기적인 남자다. 지밖에 몰라요 하여튼
진환이 눈치를 보다 또 끼어든다
"그..그럼 엎는?.."
지혁이 탁 입을 막으며 되묻는다.
"누가 그러겠데? 그리고 또 뭐?"
"계약금 인상이요.. 이건 뭐 당연하다 싶이 말씀 하시던데.. 사실.. 뭐 그래야 하는 거기도 하고.."
"완전 건방진.."
돈에 안 휘둘린다며?
그러면서 챙길건 다 챙기시겠다? 청백리 코스프레 할꺼면 끝까지 할 일이지..
지혁은 속으로만 그런 생각을 했다..
"작가님.. 작가님이 멱살잡이 하셨잖아요 근데 건방지다뇨-"
"...그..그건.. 나도 .. "
휴- 하고 한숨 쉬고 만다
"모르고 그러셨다- 이거죠? 은연중에- 그러셨다고 .. 그거죠?"
말 앞서나가는 저놈이 한말이 다 맞다 그래서 더 신경질이 난다.
"추측해서 말하지마- "
씨근 거리긴 해도 영 빗나가진 않았나보다..
"그리고-.. 아무래도 아까 잘 못걸으시는거 보신거 같아요-
전부터 좀 눈치채신거 같기도 하구요.. ptsd증상은 이야기 하시죠-
어차피 측근들은 알수 밖에 없는거..... 아시잖아요-........ "
지혁의 얼굴에서 핏기가 싸악 가신다.
그리곤 당황해서 말을 잇는다.
"그것까지 눈치 챌 만큼 절룩댔어? 그러진 않았는데-"
정신 없었는줄 알았는데 좀 예리하네... 진환은 둘러대기를 시전한다
"많이 그러셨어요 거의 업혀서 들어가셔 놓고선.. 무슨.."
"대체 그런 이야기는 왜 해야하는건데-"
"상대편이 궁금증이 너-무 많으니.. 어쩔수 없죠- 제가 말씀 드렸잖아요 돈으로.."
뒷말은 이제 아예 외운 지혁이 말한다.
"휘둘리는 사람 아니니까... 실수 하지 말라고 했지.. 그래 니가 그랬어 고만 말해 이제"
지혁은 땀이 벤 머리가 찝찝한듯 뒤로 손으로 쓸어 넘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가 더 남았는데...."
지혁은 살벌하게 노려본다.
"아주 강비서 너 무능함 일수찍어? 꼬박 꼬박 아주 성실하네? 적당히 받아 줄수 있는 선에서 타협을 받아 왔어야 될꺼 아냐!"
진환은 기가 찬다는 듯이 대답한다.
".... 작가님이 여자분 멱살까지 잡았는데.. 제가 그 앞에서 어떻게 반박해요 일단 주는 대로 받아왔죠-"
"몇번을 말해- 적당히 몰라?"
지혁의 목소리에 뻣뻣함과 유아틱한 항의가 섞인다.. 역시 돌아오고 있어- 저약 진짜 신통방통하네..
먹으면 돌아와 먹으면-
그냥 그럴꺼 링거로 만들어서 아예 혈관에 박아 놓고 살아라.. 강비서는 맘속으로 궁시렁댄다.
"뭐 안들어주실것 같긴 한데요.. 일단 말씀은 드릴께요.. 제가 꺼낸 이야기 아니에요- 작가님이 먼저 말씀하셨으니까.. 이름도요.."
지혁의 얼굴이 굳는다.
"하민이 얘기...말이야?"
........
"네, 간단히라도 상황 설명 좀 들었으면 ...하시던데.."
이상한 여자. 멱살까지 잡힌 상황에.. 그딴게 왜 궁금한데.
나한텐 그 여자가 세상이고 전부고 , 대체할수 없는 한가지지만..
그 여자에겐 그저- 우연이 겹쳐 -...알게된 이름일 뿐인데.
"그 얘긴 못해."
.....
이렇게 나올줄은 알았지만.. 대체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 그럼 어떻게 할까요-... 설명을 바라는 거 같으시던데- 이름 까지 들은 마당에.. 어떻게 설득하죠?"
"...... 이름만 알았잖아-..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어- 여러가지 붙인거 보니까 자기도 영 할맘 없는건 아닌가보네"
..... 눈치도 빠르네- 결국 이야긴 안 하겠단 건가보네
고집불통- 알면 어때서-
안다고 딱해할지 어떨지 모르면서.
....... "제가.. 이야기 할까요?"
"됐어. 그거가지고 시비걸면- 진짜 엎지 뭐-.... 그런 사정까지 이야기 할정도로..."
.... 어차피 하민이위해 쓰기 시작한 글이다.. 어차피 한사람을 위한 일이었으니까
"나. 간절하지 않아."
지혁은 말을 마쳤고- 진환은 한숨을 내 쉬었다.
"... 그럼 일단은 뜻대로 하세요- 연락 하시고 이번엔 그쪽 집에 가세요-"
지혁은 이해 할수 없다는 듯 말간 눈을 똥그랗게 뜨고 반문한다.
"......... 왜? "
이런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데 뭘 기대했던 건지..
"사과는 보통은 가서 하는게 예의니까요-.. 사과를 받으러 굳이 찾아오진 않죠-"
지혁은 강비서의 톤을 고대로 따라해서 얄밉게 한마디를 거든다.
"보통 상사한테 훈계 조로 말하는건 어울리지 않죠- 정신차려-
그래 내 실수야 , 이건 어쩔수 없는 내 과실이야
내가 수습하고 올게.... "
그러더니 마지못해 핸드폰을 들고는 다시금 말한다.
"그보다- 김박사님 예약 잡어-"
...
"내일 당장이요?"
그러곤 혼자 중얼대듯 대답한다
"나.. 아무래도 정상 아닌거 같아서.. 요즘 나 완전.. 미친놈이야....
원래도 나 자신에 대한 기대가 크진 않지만 이건 너무 기대 이하잖아...."
-
하임은 반쯤 넋이 나가 있었다.. 대체 왜 나는 이걸 받아들이고
심지어 붙잡기까지 했단 말인가...
아 왜 그랬지... 아............
뒤늦게 자존심인 듯한 가슴께의 무엇이 미친듯 켕겨왔다.
그 사람의 손은 너무 힘이 세서 무서웠다. 눈이 더 그랬다.
흔들리지 않는건 둘째치고 눈에는 힘 이상의 것이 들어 있었다.
무거운 슬픔...
보지 말아야 할 개인의 시간을, 혹은 개인적 기억을 몰래 엿본 기분이었다.
그래서 멱살까지 잡혔는데도...... 난 부끄러웠다.
왠지 미안했다.
그래서 이해가 안됬다. 예전에는 장난으로 살짝만 쳐도 정색을 했던 내가
이번엔 생판 남한테 멱살을 잡혔는데....
화가 난게 아니라- 그토록 이 사람을 흔들었다는 것이- 낮은 목소리를
소리 높여 새된 소리로 악악 소리지르게 만들었다는게...
미안했다.
분노는 턱없이 작았다. 그건.. 더 의아했다.
앞에 놓였던 찻잔의 차는 싸늘하게 식었건만. 난 아직도 핸드폰의 전화만 기다리고 있었다.
엎어질리가 없다- 고 생각했다가 그러곤 엎어질수도 있겠다. 그랬다.
맘도 오락가락..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그 사람은 내 그림을 마음에 들어했다. 아니- 자기 입으로 그랬으니 그 사실은 확실하다.
그러나.. 그 고고한 사람이 미안하다 사과할게 그런 말을 하고..
게다가- 그토록 질색 팔색하는 이야기까지 다 할려고 할까..
내 그림이.. 내 존재가 그만큼이나.. 그걸 무릅쓸 만큼이나 유익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요 며칠의 나는.. 나답지 않았다. 나는 이상했다. 내가 아닌 것 같았다. 정말.
그때 전화기가 울렸다.
"여보세요-"
"나야."
그 사람의 목소리는 대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낮게 깔려 있었다. 마치 그런일은 없었던 것 처럼.
"들어가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