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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건조함
작성일 : 17-06-30 00:02     조회 : 24     추천 : 0     분량 : 7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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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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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임의 생각과는 달리 지혁은 아직 호텔에 있었다.

 

 

 돌아오자 마자 일단 짙은 커피를 한잔 했다. 낮이라 나른하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대면했는데..

 

 

  그녀는 몹시 놀란 표정이었다. 그랬겠지. 놀랄 만 하겠지.

 

 왠만한 사람은 날 보면 기가 죽는 편인데- 그녀는 안 그랬다. 오히려 불쾌하다는 표현이나 기분 나쁜건 바로바로

 말하는 모습이 , 뭐랄까 .. 좀 색달랐다.

 

 작업할때야 내가 갑이지만 쓸때없는 아부성 멘트를 들을때나 나를 조심조심히 대하는건

 오히려 내가 어떤 상황에 놓였다는걸 깨닫게 해 줄 뿐이다. 말하자면.. 좀 짜증날때가 많았다.

 

 갈때는, 강비서가 모는 차를 타고 갔다. 혼자 타는건 상관 없으니까 올때는 운전을 하려고 했는데 왠지 타면 안될것 같았다. 약을 먹고 조심하고 있지만

 만약. 만약 삐끗이라도 한다면...

 

 혼자 운전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얼마나 길었던가? 다시. 운전하게 된 시간이..

 

 최근에는 잘 안그랬는데....

 

 

  혹시 또 힘이 빠지기라도 할까봐 그냥 택시를 탔다. 유쾌하진 않지만 별수 있나.. 차가 있으나 마나 모는 일이 잘 없다.

 

 그때는 얼굴을 제대로 못 봤었다. 오늘은 찬찬히 봤다. 흰 얼굴 밝은 갈색빛 머리 밝은 갈색빛의 눈. 모든게 좀 옅었다.

 

 

 그 점은 하민이와 같았다.

 

 

 하민이는 특별히 염색을 하지 않아도 머리가 갈빛이었다. 장하임이야 염색했는지 아닌지 모르지만.. 아니, 관심도 없다.

 

 밝은 눈.... 묘하게 닮은 여자다. 강단있는 성격이라던가.. 장하임쪽이 훨씬 난폭한것은 맞지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살짝 침대에 기대자 노크 소리가 또 들렸다. 시끄러운 하루군

 

 

 문을 열자 강비서가 서있다. 싱긋 웃으면서- "싸인- 받아왔습니다 작가님!" 싱글싱글 거리는것도 이젠 질린다.

 

 

 

 

 "그럼 내가 받아오라 그랬잖아, 전화로 이야기하지 왜 또 왔어- 우리 너무 자주보는데. 질려"

 

 

 

 "아유 작가님도- 책 내실때 되면 저 아예 작가님한테로 출근하는데 무슨 말씀이세요-"

 

 

 

 이정도 이야기론 이젠 꿈쩍도 하지 않는다. 저 녀석도 이젠 내 밑에서 잔뼈가 굵어졌나 보네

 

 그 뼈에서 칼슘 빠질때가 됬지 니가.

 

 

 

 

 "그보다.. 다린 어떠세요? 아직도 쓰리세요?"

 

 

 

 지나가듯이 물었는데 지혁은 괜히 좀 발끈하고 만다.

 

 "그냥 온 이유나 이야기 해.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 말고. "

 

 

 

 "일단 이사님하고 계약 사항은 정리 다 됬어요- 하임씨 번호는 여기 있습니다- "

 

 

 번호 적힌 쪽지를 내민다.

 

 "저장 하라는 거야?"

 

 

 

 "원래 핸드폰 두개 쓰시잖아요- 업무용에 저장 하시면 되겠네요- 제 번호도 알고 있습니다 저도 하임씨 번호 알고요"

 

 

 

 싹싹한 일처리. 이게 내가 강비서를 쓰는 단 한가지 이유였다.

 

 유난히 솔직한 표정들만 뺀다면 말이다. 지혁은 괜히 비꼬고 싶어졌다.

 

 

 

 "그보다, 벌써 성 떼고 부르는 사이야? 그렇게 사교성이 좋으면 사교 모임이나 조직하지 그랬어?"

 

 

 

 지혁의 눈빛에 왠지모를 띄꺼움이 가득하다.. 이건 친하면 친하다고 난리 안 친하면 안 친하다고 난리...

 

 

 "... 아유 작가님도.... 뭐하러 딱딱하게 그러겠어요 그 딱딱한건 작가님이 다 맡고 계시잖아요- 저는 싸인하게 만들려고

 그저 굽히고 굽히다보니-"

 

 

 

 "진짜- 너야 말로 딱딱하게 굳어볼래? 죽으면 평생 굳을텐데 뭘 걱정해?"

 

 

 강비서는 잠시 말을 멈추고 , 당황한 기색을 감추고 말을 잇는다.

 

 

 

 ".... 그..그리고 내일 한부 복사해서 가져다 드리려구요 이 계약서는.... "

 

 

 

 지혁은 흐음... 하며 나른한 표정으로 한마디를 묻는다.

 "일일히 읽긴 했어? 걔 생각보다 좀 산만하던데.... "

 

 

 

 "그러신거 같긴한데.. 내내 혀를 차셔서.... 좀 .. 확실하질 않아요..원래 체력관리 항목이 전에도 있었던가요?"

 

 

 

 "뛰는건 내가 넣었고, 아프면 안되니까 전에도 그런건 넣었었어..조금 더 강화한건 있지 여리 여리한게 또 아프다 그럼 어떻게 해

 할 일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술은 해도 담배는 안 하는거 같던데? 왜 담배핀데?? "

 

 

 

 

 "아마 흡연자는 아니실걸요,따로 묻진 않았습니다. 근데 그건 ...왜 물으시는지..."

 

 

 

 "전에 삽화가가 꼴초였잖아. 종이에 냄새 벤거 같아서 받을때도 찝찝했어 "

 

 

 

 "....아... 메일로 받으신게 대부분인...데 아시겠던가요?"

 

 

 

 "들어가기 전에 스케치 확인 한번 두번 정도 했는데 봉투에서 담배냄새가 풀풀 나더라고. 딱 질색이었어. 몸에 베는 거 같았어.."

 

 

 

 그정도로 냄새가 베는 일은 절대로 없을텐데.. 싶지만

 

 괜한 얘기를 해서 화를 돋을 필요는 없으니까... 강비서는 억지로 말을 삼킨다

 얘랑 있으면 말을 하도 많이 삼켜서- 밥 안먹어도 배가 터질것 같다니까. 중간중간 그거 질릴까봐 욕도 먹여주시고.....아주 배가 불러..

 밥 먹을 필요가 없다니까?

 

 

 

 " 얘기 끝났으면 가- 내가 문자 할게-.. 무능한 니가 시간 협의나 약속까진 잡아오지는 못한거 같으니 내가 손수 해야하는 불편함이

 생겼잖아.

 

 이번이 대체 몇번째인데 , 어떻게 이렇게 꾸준히 무능해? 아주 초심을 잃지를 않네... "

 

 

 

 지혁의 얼굴엔 사디스트 적인 짗궃음이 묻어나고 , 강비서는 그저 한숨 쉬고는 말을 덧 붙인다.

 

 

 

 "대충은 설명은 드렸어요... 예전 작가님들 처럼 그냥 돈에 휘둘리면 참 좋은데, 그게 안되니 살살 달래는 수 밖에요..

 

 제발 예의바르게 하세요..

 

  이번에 장 하임씨 안되면 안된다고 하신분은 작가님인거.. 아시죠? 돈에 확확 안 휘둘리면 그냥

 살살 달래야죠- 뻣뻣하고 강압적으로 나오면... 어떤 사람이 한다고 하겠어요?"

 

 

 

 "나.. 니가 알진 모르겠는데.. 책 잘 팔리는 작가야, 커리어는 쌓을 생각없데? 집 사느라 대출 있는 상태 아니었나....."

 

 지혁의 얼굴에 띄꺼움이 가득하다.

 

 

 원래 뭔가를 얻기위해 굽히는 일이 잘 없었는데.. 요즘은 매일 그러고 있으니

 골이 날만큼 나 있다.

 

 

 

 "... 은행권 대출에다.. 착실하신 타잎이니 굳이 이 일 안해도 곧 굶어 죽으실것 같진 않던데요..

 

 ... 그리고 적어도 한번 맘 먹은 건 잘 안바뀌시는건

 

 분명하고... 자존심 부터 강단있는 여성분이니까.. 괜시리 긁지 마시라고요.. 긁어 부스럼 되면 그거 수습치는건 저여야 하잖아요...."

 

 

 "그런거 하라고 너 돈주면서 쓰는거 아니야?"

 

 강비서가 절로 한숨을 쉰다.... 아효..

 

 

 

 ".... 이번에 그분 아니면 책 접으신다면서요?

 

 그분 두번 섭외는 못해요.. 제가 돈을 받고 안받고의 문제가 아니구요.. 사람 맘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잘 알면 비서로 일 안하죠.. 아직까지 결혼 안하고 늙을 일도 없고요.. 궁시렁궁시렁.."

 끝없이 뒷말을 궁시렁 댄다. 지혁은 더 들을 필요가 없단 생각에 한마디만 더 하기로 한다.

 

 원래 말 없는 내가.. 종일 떠들어 댔더니 좀 지치네..

 

 

 

 "알았으니까, 이제 나가- 대체 와서 말을 왜 이렇게 오래해, 전할 것만 전하랬더니만."

 

 

 "아 그리고요...."

 

 

 말을 덧붙이는 강비서의 표정이 자못 진지해지면서 좀 어두워 진다.

 

 

 

 "공사 끝났으니까.. 내일부턴 집으로 가셔도 됩니다. 청소도 깔끔하게 끝났구요.. 그리고 그 전에 본가 한번 다녀 오셔야 되지 않을까요?

 사모님이 전화로.. 부탁하시던데요.. 본 작업 들어가기 전에 한번은 뵙자고... 그러시던데.."

 

 

 

 지혁은 표정의 변화가 없다. 그저 조용하게 대답한다. " 그건 내가 해결할게. 신경 쓰지말고- ... 이제 나가봐-"

 

 

 ...본가라.. 매번 갈때마다 똑같은 소리에 질려서 나가는거 보시고도 정말 지치지도 않으시네.

 지혁은 쪽지에 적힌 번호로 일단 문자를 보낸다.

 

 

 쓰면서 지웠다 썼다를 반복한다. 그냥 이름을 보내는게 낫나? 그보다 내가 왜 이딴 이유를 고민하고 있는거지?

 

 

 -나야 저장해,

 

 

 ... 이정도면 되겠지?..

 

 

 

 

 문자 보낸 뒤 자기도 모르게.. 핸드폰을 힐끔힐끔 보면서 좀 기다렸다. 그냥 이름을 보낼껄 그랬나.

 

 

 

 -? 내가 누군데요?

 

 

 

 ... 알면서 치는 장난인가보군. 장난치기엔 시간이 좀 늦은거 같은데, 그보다 강비서, 아버지, 가족들이나 측근말고

 다른사람하고 이렇게 문자하는게 얼마만이었더라.

 

 지혁은 조금 서투른 솜씨로 문자를 다시 보낸다. 키 버튼이 이렇게나 작았던가? 자꾸 오타가 난다.

 

 

 

 

 -설마 모른다곤 하지 않겠지. 니가 싸인한 계약서 쓴 사람.

 

 

 바로 딩동 하고 대답이 온다

 

 

 

 - 그럼 이름을 말하셔야죠, 나야 그럼 어떻게 알아요 그리고 왜 문자로 하세요? 톡으로 하시면 되죠?

 

 

 

 

 톡?... 이건 강비서한테도 들은 말이었지만.. 뭐하러 그런걸 만든단 말인가.. 대충 알아보니 전혀 필요한 기능이 아니었다.

 지혁은 연락이고 뭐고, 그저 조용히 살고 싶은 뿐인데.. 문자면 충분하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모르는척 하기로 하곤 다시 대답을 토도독 써내려 간다.

 

 

 

 -그게 뭔데? 난 그런거 안써.

 

 

 아무도 없던 일상에 세번째 사람이 끼면.. 이런 기분인가... 괜히 가슴께가 간질간질하다.

 한동안 느껴보지 못한 기분들.. 사람이 내는 온기같은 것.

 

 

 -무슨 조선시대 사람이에요?

 

 조선 시대라.. 내가 언제 그렇게 고지식하단 소릴 듣게 됬지?

 

 

 예전엔 유행따라 이리 저리 휘둘린다고 아버지께 쉽게 한소리씩 듣고 그랬는데....

 옷차림부터 하는 일 까지.... 취미같은건 이미 없어진지 오래고...

 많이 바뀌고 , 많이 ... 달라지긴 한거 같다..

 

 

 

 이렇게 툭툭 던지는 말들이 날 생각에 잠기게 한단게.. 싫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미묘하다..

 그보다.. 내가 지금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이렇게... 내심 즐거워하면서 해도 되는 처지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난 그저, 하민이가 좋아할 만한 삽화가를 골랐을 뿐이니까. 휘둘릴 필요 없는거다.

 

 지혁은 스스로에게 좀더 가혹해지기로, 아주 작은 미소조차 허용하지 않기로 다시 다짐을 한다.

 그리곤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말이란건 신기하네.. 며칠 해 버릇하니까.. 아주 날 놓아주려고 하네... 양심도 없게.. "

 

 

 지혁은 쓴웃음을 머금고.. 그저 다시 건조한 대답을 한다

 

 

 -귀찮게 하지마, 저장하라고 했으면 저장이나 해. 계약서 9조 조항 잊었나?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않는다. 쓸데없는 질문도.

 

 건조하게 날리고 나서 왠지 다시 원점에 선듯한 기분에, 지혁은 창밖을 보며 앉는다.

 

 전화기를 애초에 두개 만든것도 이런 이유이기도 했다. 아주 제한된 전화만 받는다 해도, 개인 번호가 유출되면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때문이었다. 개인 전화기에 저장 된건 아버지, 어머니, 형, 하민이가 있는 요양원, 하민이 어머니.. 그게 다다.

 

 

 예전의 친구들과 떠들썩하게 놀았던 지난날의 자신을 떠올려 본다. 게임, 축구, 농구... 그런것에 열광하고 재밌어하고 같이 웃고...

 그랬던 시절, 그때의 나로 돌아가기에... 나는 돌아온 발자취도 다 지워져 깜깜할 만큼 너무 멀리 와 있다.

 

 

 -네 알겠습니다 제 이름은 아시죠, 저장해주세요 장 하임...

 

 

 답장은 건조하게 보냈으니 건조하게 온다. 당연한 일인데.. 왜 벌써 기분이 묘한걸까.

 지혁은 자신을 다시 다잡는다. 작업은 빠르고 신속하게. 최소한의 시간만 마주치면 될 일이다.

 강비서 말따마나 내 욕심 때문에 고용한 사람인데... 내가 제대로 해야, 이 사람도 더 제대로 하겠지.

 

 이름을 저장하면서, 지혁은 부러 이름 대신 삽화가. 라고 저장하고는. 다시 고민에 빠진다..

 

 본가... 또 갈 때가 온건가? 솔직히 말하면 그저 불편한 자리일 뿐인데

 가지 않는다면.. 더 귀찮아질 것이다. 좋게 말하면 애정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지나친 노파심에 가득 찬 두분을

 마지못해 마주앉아 봐야 하니까... 지혁은 어쩔수 없이 일단 전화를 든다. 통화 버튼을 누를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다.. 어머니께 전화를 건다.

 

 "달칵."

 

 

 "여보세요?"

 

 

 어머니는 채 벨이 한번도 울리지 않았는데 전화를 받으신다. 아마 기다리신듯 하다.

 

 

 "저에요 어머니."

 

 전화기 너머의 지혁의 목소리에 어머니는 조금 들뜨고 만다. 예전엔 사소한 얘기도 미주알 고주알 털어놓던 아들은

 전화 할때가 아니면 마주본채 대답하는 일도 적어졌으니까...

 

 

 "그래 지혁아- 강비서님에게 부탁했어, 너 신작 들어가고 나선 더 나올일 없을거 같아서... 아버지가 보고 싶다고 하시기도 하고..

 한번 와서 밥이라도 한끼 먹고 가지 않을래? "

 

 지혁은 조금 망설이다 묻는다.

 

 

 "형도, 같이 말인가요?"

 

 

 "... 아니야 아니야, 아버지랑 나랑. 형은 지금 홍콩에 출장 가있어- 형도 보고싶어 하는데.. 많이 바쁘다 보니까.."

 

 

 형까지 끼면, 그저 자리는 내가 형의 것을 탐내서 주변을 맴돈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원래도 살가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까지 일이 생기고 나서.. 지혁은 형이 너무나도 불편했다.

 

 욕심내지 않는데 방어하는 태도는.. 지혁을 너무나 피곤하게 만들곤 했다.

 

 

 "저- 내일부터 바로 작업 들어가기로 해서... 사실 갈수 있을지..."

 

 띄엄띄엄 하는 말에.. 오기 싫단 말인걸 뻔히 알았지만.. 지혁의 어머니는 간곡하게 부탁한다.

 

 

 ".. 내일부터면, 내일 점심이라도 먹으러 와-

 

 아버지 내일은 아마 너 온다고 하면 집에서 점심 드신다 하실꺼야- 그렇게 해도 어려울까?...

 

 무엇보다.."

 

 

 

 어머니의 말에 지혁은 바짝 긴장한다. 무엇보다?.. 늘 딸려오는 얘기는 좋은게 아니었으니까.

 

 

 ".. 내가 니가 너무 보고 싶구나...."

 

 어머니 입에서 터져나온 간절한 한마디에.. 그냥.. 지혁은 말과 생각을 그저 잊어버린다....

 

 숨 쉬는것 조차 잊는다. 그저, 날 위하는 사람인데.. 나는 왜 이리도 이들에게서 달아나기 바쁠까..

 

 이런 생각을 하며.. 안타까워 하면서도.. 망설인다. 난 이들과 마주할 준비가... 언제나 되어 있지가 않다.

 

 

 "..... 내일 점심에 갈게요.. 오래는 못 있을꺼에요. 약속이 잡혀 있어요. 12시에 갈게요-"

 

 

 어머니의 숨소리가 이제야 편하게 들리는게 느껴진다.

 

 

 "그래. 기다리고 있을께- 운전 하고 올꺼니?"

 

 ....

 

 "아뇨,"

 

 

 "그래 알았어- 조심해서 오렴."

 

 

 

 달칵.

 

 

 ...... 어머니가 나처럼 예민하거나 눈치가 빠르시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껄..

 

 

 운전을 못한다는 것만으로도 어머니는 지금 내 위치가 어디인지. 최근 얼마만큼 흔들렸는지...

 얼마만큼 힘들었는지 알아채신다. 매번 물으시니 대답은 하지만..

 

 무의미한 상처내기의 반복일 뿐이다.

 

 바보같이..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는데.. 왜 난 아직도 내 앞가림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까.

 

 창밖의 멀리 보이는 작은 불빛들이 예전 함께봤던 쏟아질듯한 별빛을 흉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난 바싹 바싹 말라가고 있을 뿐이다. 수분이랄까 물기랄까... 촉촉함조차 하나 남지않은

 

 마르고 마른 나무처럼. 그 자리에 스톱이 되어서. 그저...

 

 지혁을 말없이 약을 챙겨 먹고 이르게 잠 자리에 든다. 불조차 꺼진 호텔 방 안은 건조하고

 

 지혁은 눈을 꼭 감는다. 안오는 잠이라도.. 내일을 버텨 낼 려면.. 잠들어야 한다.

 

 약이 퍼지며 곤두선 신경을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할때쯤... 지혁은 잠이 들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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