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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작약 그리고 peony
작성일 : 17-06-28 21:53     조회 : 21     추천 : 0     분량 : 1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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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여전히 창문은 활짝 열려있고- 병실안은 깨끗하기 그지없다. 모든 일을 마친채

 의자에 앉아 책을 읽던 간병인 아주머니의 귀에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가 들려온다

 아주머니는 책을 덮고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이윽고 똑똑 소리가 들려온다

 

 "누구시죠-?"

 

 

 "저에요 아주머니- "

 

 

 한눈에 지혁의 어머니를 알아본 아주머니는 인사를 건낸다. 지혁의 어머니는 간단한 음료와 어제 정성스레 만든 꽃꽃이를 내밀며

 감사의 인사를 건낸다-

 

 그리고 스치는 하민이 옆의 화려하게 꽃혀있는 하얀 작약.. 지혁이가 다녀온 곳이 여기였구나...

 

 

 

 "..지혁군 왔다간지 얼마 안 되었어요.." 아주머니가 말을 덧 붙인다...

 

 

 "네.. 그런것 같네요- 지혁이가 나와서 운전을 오래하는건 여기 올때 뿐이거든요,

 

 아직도 그래요, 아무도 자기가 운전하는 차에 못타게 하기도 하고요- 단 한번도요 운전할때는 전화도, 연락도 아예 두절이에요.... 운전만....하죠.."

 

 

 자신도 모르게 쓸데없는 말까지 술술 하고 나니.. 아주머니 표정에 안타까움이 깃든다. 그러곤 재게 움직이며 서둘러 말한다.

 

 

 저는 그럼 , 잠시 사올게 있어서- 말씀 나누고 계세요-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저 위에 호출버튼 있으니 누르시구요- 아주머니는 자리를 피해준다.

 

 

 문이 닫기고 , 하민이에게 다가가본다. 여전하다. 왜 지혁이가 그토록 하민이를 못 잊는지 이해 할수 있다. 보통의 식물인간 환자들은

 이렇지 않다. 호흡기를 끼고 있고, 손에 맥박 측정기가 달려있고.. 그 외엔, 살이 빠진것 뿐, 그대로 인것만 같다.

 

 금방이라도 전 처럼 "어머니 - 어머니" 하며 내 팔에 팔짱을 끼고 살갑게 굴 것처럼.. 그대로이다, 얼굴의 솜털까지도... 더디게 나았지만 상처들도 나았다.

 

 옆의 의자에 앉아 가볍게 이마를 쓸어 넘겨본다. 아들이 위태로울 때 마다, 하민이가 죽지 말았으면 했다. 그런 소망은 순전히

 나를 위해서 내 새끼를 살리기 위해 한 소망이었다. 하민이 살아 있어야 아들이 죽지 않고 악을 써서라도 살 테니까-

 

 첫 아이인 지견이보다 지혁이가 더 애착이 가는 아이였던건, 지혁이가 자신을 빼 닮았고, 또 맘에 약한구석이 너무 많음을

 알기 때문이기도 했다. 지혁이는 내가 절대 잃을수 없는.. 그런 아이였다. 자라는 내내 날 웃게하는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그런 아이였다.

 

 누워있는 하민은 아무것도 모른채 꿈 꾸는듯 하다. 지혁의 어머니는 입술을 깨물다 조용히 한마디를 건낸다.

 

 

 "잘 있었니.. 하민아-"

 

 

 당연히 대답없음을 안다.. 매번 지혁이도 이 자리에 앉아 메아리 없는 말을 한참이다 재잘이다 가겠지...

 

 "하민아.. 미안하다... 내가 너를 이렇게 만든거나 다름없구나- ..

 

 내 아이 살리겠다고 너를 이토록 오래 잠들게 했구나..

 

 너는 영원히 꺠어나지 않을수도... 혹은 내일 곧 깨어날수도 있겠지... 그러나 하민아....

 

 내가 내 아이를 위해.. 벌은 내가 다 받을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니가 이젠 그만 편안해졌으면 좋겠구나....

 이토록 오래, 이토록 사무치게.... 내 아이가 너를 사랑해서, 온 몸이 병들걸 알았다면 말이다.. 너를 만나지 못하게

 

 너를, 알지 못하게... 난 무슨 짓이든 했을텐데 말이야...."

 

 

 

 입에서 뱉는 말과 다르게.. 손길은 하염없이 하민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벌은 내가 받을테니... 이제 지혁이를 놓아주렴.... 내 아이가.. 다시 웃을수만 있다면...

 니가 얼마나 지혁이를 아꼈는지, 내가 잘 알고 있어... 그러니.. 그럴수만 있다면..."

 

 

 

 말간 하민의 얼굴에서 손을 떼고 손을 꼭 쥔채 결국엔 눈물을 떨구고 만다

 

 

 "놓아주렴.. 지혁이를.. 이젠, 그 아이를... 놓아주렴....부탁한다.

 니가 놓아주지 않으면.. 그 아이는 아마도 너를 평생 놓지 못할껀가봐..

 

 니가 놓아주면 안되겠니.. 그럼 그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니?..."

 

 

 

 바깥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볼을 스치고, 젖은 볼에 뭍은 물기가 마르는것이 느껴진다

 

 

 

 아주머니는 문 밖에서 가만히 서있다. 초여름.. 올해가 가도록 또 일어나지 못한다면...

 그렇다면.. 이렇게 모두가 이대로 고통 속에서, 기다려 줄수 있을까 저 아가씨를

 

 ... 이 기다림에서 가장 모두를 고통스럽게 하는건 희망이다.

 

 혹시라도 기적이 일어나 저 아가씨가 깨어난다는 그런 희망.....

 

 

 

 .... 조용한 요양원의 복도에도- 초여름의 바람이 인다- 계절은 빠르게 지나가고

 정체된 곳에도.. 계절은 변화한다.. 아무렇지 않게, 계절은 자비없이 지나친다.

 

 

 곧이어 지혁의 어머니가 빨개진 눈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 아주머니께 잘 돌봐 주십사 또 부탁을하고

 또각 또각 소리와 함께 너머로 사라진다. 이 아가씨는 그런 의도가 없었을텐데

 매번.. 오는 사람들은 눈물바람과 함께 이 방을 나선다.....

 

 

 그만큼 사랑받는 사람이었다는 뜻이었을 테다.. 아주머니는 말없이 하민을 살피고 다시 병실을 깨끗히 정돈한다.

 

 그러곤 잠든듯 누운 그 아가씨를 그저 바라본다. 말없이.

 

 

 

 

 -

 

 한참 까페에 앉아 작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큰소리로 벨소리가 울려 하임은 엉겹결에 큰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여보-! ...세요-"

 

 

 

 음악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려서 깜짝 놀랐다. 받아보니 출판사의 박부장님이다. 가끔 작은 작업을 도맡아 한 적도

 신간 디자인을 몇번 한적도 있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목소리가 급박하다.

 

 

 "장작가. 완전 대박이야 대박-"

 

 

 전후 사정 아무 설명없이 대박이라뇨... 무슨 말인지 이게

 

 

 "자네 작가 peony 알지??"

 

 

 이 출판사에서만 출판하는 엄청난 베스트셀러 작가..... 이 작가 덕분에 강남에 제일 비싼 건물로 출판사 자체를 옮겼단 이야기를

 들었다. 신예인데 인기를 몇년사이에 엄청나게 얻었으니까...

 

 

 

 "그 작가..야 알죠, 베스트셀러 작가잖아요.. 책을 읽은적은 없는것 같지만요"

 

 

 부장의 목소리에 흐뭇함과 여러가지가 섞인다.

 

 "그 작가 그 꼬장꼬장하기가 까다롭기가 말도 못하는 그 작가가 자네 그림이 맘에 든데 바로 계약하자네??"

 

 

 그 사람이?, 내 그림을 어디서 보고..?

 

 

 

 "네?? 정말요? 일러스트 작업은 많이 했지만 .. 책 디자인이나 삽화는 많이 한적도..없는데..요"

 

 

 

 무엇보다 자신이 없었다.. PEONY.. 무엇보다 그 사람과의 작업은 악명 높기로 유명했다. 책 하나 낼때마다

 삽화가가 3명에서 4명은 못하겠다고 할 정도.. 빡빡하고 , 다른 일정은 아에 다 캔슬해야 맞출만한 작가였다.

 그 정도 소문은 노력하지 않아도 들릴 정도였다. 그러니 실상은 어떨지.. 반갑지가 않다. 왠지.

 

 유달리 삽화를 많이 넣기도 한다고들 했다... 사실 동화책이 아닌데 왜 그렇게 삽화를 많이 넣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고민하고 있는데, 박부장의 다급한목소리가 말을 덧붙였다.

 

 

 

 "장작가.. 진짜 부탁좀 하네.. 이제 더 맡길 삽화가도 없고 하겠단 삽화가도 없어- 여지껏 우리 이사님이랑만 만나서

 회의하는 꼬장꼬장한 사람이야... 어려울꺼 알지만,

 

 처음으로 그쪽에서 이사님까지 해서 3인 회의를 하자는 제의가왔어..

 

  2인 회의만 해서 이때까지 그냥 한번에 말하고 정리하면 될껄 10번 넘게 만나고 체킹하고 엎고 세우고 하게 만든

 사람이란 말야.. 근데 자기 그림을 어디서 봤는지.. 이번엔 3인 회의로 가겠다잖아.. 우리 출판사 매출 1위야.. 나오기만

 하면 줄세우듯 기록 경신하는 사람이라고... 나 좀 도와줘!! "

 

 

 

 "... 글쎄요.. 그 사람이 대체 무슨 삽화를 본 건진 모르겠지만요.... 일단 회의 정도라면.. 상관없어요...

 베일에 싸인 그 작가를 보는 첫번쨰 삽화가가 되겠네요-... 근데 아마 , 그럴려면 지금 나머지 일들은 캔슬해야 될지도

 모르는데.. 위약금 걸려 있는 일들도 꽤 있는 처지라서.. 아직 잘은 모르겠네요-"

 

 

  부장의 목소리는 되려 자신 만만해진다-

 

 

 " 그런일은 걱정 안해도 될꺼야 전 삽화가가 완전 다작하는 사람이었는데 위약금 다 물어주고 고용했어.. 그것때문에 아주 폐인이 될

 지경으로 거기에 매달려야 하긴했지, 삽화를 50장 넣겠다면서 매일같이 30장을 컨펌에서 까버렸거든..."

 

 

 부장의 목소리에서 절로 못마땅 함이 묻어난다. 박부장이 이래서 사람 좋단 소릴 듣는다. 다른 사람보다는 삽화가의

 상황을 잘 이해하는 편이다. 편의를 봐 줄려고 애도 쓰는 타잎이고.. 그래도 이건 좀 느닷없다.

 

 

 "위약금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런 계약은 신용인데 어떻게 그래요 평생 이 사람과만 작업할것도 아니구요,"

 하임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무튼!! 꼭 만나봐.. 자네 이름을 벌써 알던데? 보통은 삽화가 한 6명 셀렉 해 놓으면 그중에 2명 정도 마지못해 고르는 수준이었지

 그러니 컨펌에 시간이 걸린것도 당연하기도 하고-... 삽화가가 작가를 만나서 이렇고 저렇고 저런느낌으로 설명을 들으면

 좀 수월할텐데.. 곧죽어도 얼굴은 안 비치겠다고 난리를 쳐대니.. 이제껏 버린 그림, 시간, 노동이 얼마겠어..? 근데 장작가는

 그쪽에서 이름부터 말하더라고.. 그러곤 만나자고 하네- 그렇담 더 바랄께 없지 우리쪽에서도.. 삽화에 돈 엄청들여 이 작가..

 정말 쏠쏠할꺼야- 잘 생각해 보고 미팅 날짜는 메세지로 알려줄게 그리고 이사님 전화번호도-"

 

 

 

 "이사님이요?"

 

 

 

 여기서 일을 그래도 5개는 넘게 했는데.. 이제껏 디자인팀만 만났지 이사는 코빼기도 못 봤는데.. 와우... 스타 작가의 이름값이

 대단하긴 한가보네-.. 경력은 경력이지.. 근데 대체 어떤 그림을 보고 날 지목한거지? 어디서보고?

 ....

 

 

 

 "네.. 일단 알겠습니다-"

 

 

 

 하임은 전화를 끊고, 생각에 잠긴다. 어떤 문체인지 어떤 작가인지... 전혀 아직 모른다는데에 생각이 미치자 검색 엔진에

 PEONY를 검색해본다. 베일에 싸인 스타작가- 아마도 남성일 것으로 추정, 추정이라.. 얼마만큼 사생활 보호를 하고 살길래..

 

 보통 작가는 인터뷰 한번 하면 더 유명해지고 더 편리할텐데 왜 이렇게 살지?.. 문체는 염체- ... 주로 틀을 깨는 상식을 뒤 엎는 소재의 글, 근데 소재는 평범하다는 것.

 삽화가 많아 동화책같은 느낌도 난다, 그러나 글이 적지가 않아 책 두께 또한 상당한 수준, 그것말고는 인터뷰도 그 흔한 사진 한장도 없음..

 

 남자라고 추정되는 이유는 늘 책 서문에 적는 여는 글이 같기 때문- '영원한 나의 사랑- 그녀가 다시 필수 있을때까지, 이 글을 그녀에게 바칩니다-' .......

 

 애절하네.. 다시 핀다니.... 한번 지고 나서 다시 필수 있는 꽃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데, 모든 것들이 그렇듯.

 계절이 변하고- 봄이면 흐드러지게 피었던 벛꽃도 바람에 날리고 날리다 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더운 여름이 오듯이..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예습은 해 둬야지- 그래.. 무려 6억을 거절했는데 빡세게 일 해야지!! 그녀는 집에 가는 길에

 서점에 들러 피오니의 책을 다 산다- 두께도 무게도 가격도- 상당하다.. 전의 작가들의 컨펌을 거절했다고?

 

 

 

 난 예습을 해서 습작부터 들고가는 준비성을 보여줄테다!!! 그녀는 가장 먼저나온 책을 든체 비스듬히 기댈수 있는 의자에

 커피까지 만만의 준비를 하고- 읽어나간다 한장- 그리고 또 한장씩

 

 책의 예의 그 서문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대목 대목- 마음을 사로잡는 구절이 보일때마다. 가슴이 아릿한 기분. 자꾸만 생각나는 기억들이 생기는 그런 글들이었다.

 

 

 

 '사랑한다는것은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그 토양이 어떤지, 어떤 햇살이 비추는지 어떨때 비가 오는지-... 그런 토양을 만난다면

 그리고 운이 좋다면 당신은 그곳에 뿌리를 내릴 것이다. 그리고 따스한 햇살을, 산뜻한 바람을, 가끔 우울한 날의 비를 , 달콤하게 맞을것이다

 이토록 뿌리 내려선 안돼.. 이 사람에게 이토록 깊게 박혀선 안돼... 언젠간 헤어질지도 몰라.. 안돼 하면서도

 당신의 뿌리는 ... 아마 당신의 의견과 상관없이 깊히 박혀 있을것이다 이미.. 그것은 자연스러운 섭리이지 거슬를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뿌리는 뽑히는 일이 없길, 그래서 거센 바람을 만난다 해도, 단단함이 있어 흔들리지 않길... 쉽게 날리지 않길..

 한가지 확실한것은 당신의 뿌리가 뽑힌다고 해서 토양이 다치지 않는다고 생각치는 말길

 당신을 뽑아내며.. 토양도 당신의 뿌리에 붙어 있던 흙들을 함께 잃는다. 그 흙이 기억이던 추억이던, 혹은 미련이더라도.

 사랑한다는것은.. 그렇게 생채기로 덮인... 그런 일인것이다....-

 

 

 '내 기억은 그런 대목이 있어, 물론 현실은 그만큼 안 아름다웠을수도 있어- 근데 지나보니까 너무 아름다웠던 순간이었던거야

 그저 숨쉬고 내 숨을 그 사람이 들이 마실수 있는 그 정도 거리에 그 사람이 있었던 것만으로 짜릿하고 찬란한 순간이었던거야.

 그 당시엔 잘 알지 못했어. 만약 알았다면 , 그 사람의 숨 한줌도 절대 놓치지 않았을 건데 말야...

 하지만... 우리가 다시 그 시간을 가진다고 해서 ..... 우리가 그런 절절한 사랑을 다시 할수 있을까?'

 

 ......

 이 사람의 사랑은... 아니... 이 사람의 글은

 이 대목은.. 도하를 떠올리게끔 했다.. 이탈리아로 갔을 떄, 아니, 내가 이탈리아로 도망쳤을때 느꼈던 감정.

 구멍이 뚫린듯.. 채워지지 않는 그런 감정.... 그래.. 내가 도하에게 토양이었을까

 도하의 뿌리는 얼마만큼... 내게 뿌리를 내리고 있었을까.... 내가 잃은 흙이 클까.. 아니면.. 도하가 잃은 .. 내가 주던 햇살.. 비.. 바람이 클까..

 

 도하 생각은 의식적으로 잊은 채 했는데. 이토록 오래 우리의 기억을 생각하게 된 건, 최근에는 없던 일이었다.

 

 

 

 책을 나도 모르게 꼭 안게 된다. 책 장에 입술이 스친다, 문득 잊었던 상처가 떠올라 눈에 눈물이 차오를것 같다.

 

 우리의 순간은... 아직은 추억보다 기억인 그 순간은... 아직은... 아름답진 않다. 떠올리지 않으려 꽁꽁 싸매둔 기억들.

 책을 옆 탁자에 내려 놓고 창가에 놓인 스노우 볼을 흔들어 본다.

 

 자그락 자그락 안에서 부딫히는 한 쌍의 반지.. 위로 흩날리는 하얀 눈발-..

 

 

 나는 이 삽화를 하기로..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다 해내기는 힘들겠지만 해 보고 싶어졌다.

 한번도 내 마음을 담아- 글처럼 , 마음을 녹인 그림을 그린적이 있었던가.. 그런 그림.. 그런 그림을 그린게 대체 언제였더라.....

 이번에 나올 책이 어떤 책이던 , 어떤 감정이던...

 

 그 감정을 녹여서- 나는 그 책에 색을 , 생명을 입혀 줬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문자 메세지로 온 미팅 날짜와 이사님의 번호를 저장한다.

 

 그리고 문득 마음이 동해, 세진이에게 메일을 보낸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생겼어. 내가 할줄 아는걸로 색을 입히고 싶은 글이 생겼어

 너에게도 꼭 보여주고싶다.

 작업 끝나면 말야.. 너한테 제일 먼저 보여줄게-..

 

 그리고 말 안해도 알겠지만.. 정말 고마웠어 그곳에서

 나 정말 도망자 같은 심정으로 갔는데.. 잘 보살핌 받고 돌아왔더라.

 서울에 오니까 빠르게 일 할수 있는 힘을 너한테 얻어서 돌아왔어. 너의 힘이야.

 

 너는 말 하지 않아도... 위에서 그래놓고.. 자꾸 말하지 않아도래..

 그래도 너는 날 다 알잖아 늘 , 어떤일이 있어도 니가 늘 내편이라는 것에 늘 감사해..

 

 그래도 담부턴 꼭 말로 해줘야겠다. 너 그동안 섭섭했겠어.

 

 잘 지내지?

 

 나는 잘 지내는것 같아. 세진아

 

 그런 것 같아, 이제 더 잘 지내볼려구..

 

 추신-

 사실 니 긴머리 잘 어울렸어- 말은 못했지만'

 

 메일을 보낸 뒤 창을 연다- 큰 창에서 여름 향기가 솔솔 바람따라 들어온다....

 

 어떤 작가일까.. 어떻게 생긴.. 얼굴일까.. 기대가 된다.

 하임은 바람을 얼굴에 느끼며 눈을 감는다.

 

 

 

 

 

 -

 

 

 

 "하겠다고 하던가요?"

 

 

 "확답은 아직 못 받았지만, 직접 미팅하시면 아마 하게 될것 같습니다. 워낙에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서요..

 그런데 혹시 물어 봐도 되겠습니까?"

 

 

 

 이사의 목소리에 궁금해 죽겠다는 듯한 궁금증들이 덕지덕지 묻어있다. 나는 왠지 조금 짜증스러워졌다.

 내가 만들어 내가 그려 내가 찍어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순 없지만.

 

 

 "뭐죠?"

 

 

 

 "장작가 그림은 어떤데서 알게 되신겁니까?, 삽화가를 아에 지정해주신건 처음이라... 게다가 만약에 장작가가 안하겠다고 한다면

 비슷한 분위기의 작가들로 2군은 꾸려 둬야 되지 않을까요?, 지금 계약하고 있는 그림이 많다고 하더군요- 그냥 캔슬할 성격이 아니라서요,

 신용을 중요시 여기는것 같더라고요..-"

 

 

 아... 2군이라, 어떻게든 내 책은 내고 싶으시다? 데려올 능력은 없고?

 

 

 

 

 "누군가의 추천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2군은 필요 없습니다 장 하임씨 아니면 안할 꺼니까요"

 

 내 목소리엔 필요 이상으로 냉기가 맴돈다.

 

 

 

 

 "..네? 계약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사의 목소리가 한방 맞은듯 어리 벙벙한 기색을 띈다.

 

 

 

 "장 하임씨 어떻게든 붙잡아 오세요- 최종 오퍼입니다. 그 작가 못 잡아오면.. 출판 계약은 재고 해 봐야겠네요

 2 군 꾸려 보겠단거는 , 뭐 지금 저희 능력이 이것밖에 안되니까... 란 뜻 아닌가요? 전 유능한 사람들이 좋거든요.

 저는 작가로 판권 아예 계약하는 일이 없다는것도 아실테고.. 정 못 잡아 오시면 잡아 올수 있는 출판사에서 출판할수도

 있겠죠. 저는 책 대충 만드는데엔, 흥미 없거든요"

 

 

 

 ".... 네.. 일단 알겠습니다.. 미팅 날 뵙겠습니다"

 

 

 

 지혁을 전활 끊고 침대에 누워서 그때 마주친 그 잠시의 하임의 얼굴을 떠올려본다,

 

 

 아마..돈이 아니라 나란걸 알면 더 하기 싫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더 없는 조건의 삽화가다.

 맘에 쏙 드는 그림을 택하기는 이제껏 없는 일에 가까웠다.

 

 어떻게든 회유하고 구슬려야 하는데.... 벌써부터 힘겨워지는 느낌이네

 돈에 휘둘리는 여자는 아닌듯 하니까.... 일단...

 

 지혁은 어색하게 웃는걸 연습한다. 하지만 웃는 얼굴이 아니라 비웃는 얼굴같아 보이자 ,그냥 머리를 긁고 한숨을 푹 쉰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쉽게 말해 내 사람 내 편으로 만드는데는 영 재주가 없어진지 오래다.

 

 바로 옆집, 컨펌하러 따로 나갈 필요조차- 힘겹게 의견을 메일로 일일이 지시할 일도 없다.

 그래, 그 여자를 일일히 만나야 하긴 하네, 좀 까다로운 일이지만.. 강비서나 누구 도움을 좀 받는다면..

 

 게다가. 좋든 실든 강비서 그놈이 멍청하게도 명함을 건냈으니.. 내 얼굴 알고 직업 알고나면.. 어떤 돈을 쥐어주고서라도

 언론에 안 흘리게 관리도 해야하는데.. 바로 옆집이니.. 그 또한 관리하기 용이할것이다..

 강비서 입장에서 말이다 그런 관리는 난 안할거니까-

 

 장 하임이라..... 이름은 좀 바꿨으면 좋겠네... 이름인데 왜 이렇게 거슬리는지...

 지혁은 바지를 걷어, 참담하다 못해 덕지덕지 달라붙은 흉터들을 만져본다.

 

 살이 움푹 패여있는 곳이 여러군데고 새 살들이 치덕치덕 멋대로 달라붙어 아마, 평생 반바지는 입지 못할것이다.

 무엇이든 이겨 낼 자신이 있다. 그게 나 자신에 관한 문제라면..

 

 의사는 막 수술에서 깨어난 내게 , 첫마디로 평생 못 걸을 꺼라고 했다. 수술을 10번 이상 했을때도, 뼈가 아닌것들을 찢고 끼우고 맞췄을때도

 별의 별일이 다 있었을 때도.. 난 내가 못 걸을 꺼란 생각 자체를 한 적이 없다. 하민이가 깨어나면 분명히 하반신 마비일 것이었다.

 척추에 손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하민이 뒤에는 내가 있어야 했으니까, 재활은 지독히 아팠다.. 비명을 지르고 악을 쓰고 싶었다.

 다리 뼈가 살을 터트리면서 다 튀어나올것만 같단 생각을 계속 했으니까.. 그래도 난 비명을 지를 명분조차 없었다.

 

 스스로 생각했을때 그럴 자격이 없었다. 죽어라 연습을 했다. 아무런 말 없이 재활에 몰두할때, 난 독하디 독한 내가 몰랐던 나를 알게 되었다.

 

 절룩이지 않기위해, 일반인처럼 걷는것 처럼 보이기 위해, 재활 끝나고도 난 스스로 연습까지 했다. 한쪽 다리가 살짝 끌리는 것처럼

 보이는게 너무 싫어서 죽어라 연습해서 그것또한 고쳤다. 그게 무엇이던 그게 나한테 달린 일이라면...

 

 새끼손가락의 큰 반지가 반짝인다.. 반지를 쓰다듬는다.

 

 반지는 당연히 내 것이 아니다. 큼지막한 반지. 중간에 박힌 큰 에메랄드. 내 첫소설이 팔리고, 베스트 셀러가 되던 날,

 

 하민이의 약지에 맞춰 맞춘 반지다 그녀가 좋아하던 에메랄드. 맞추는 내내 얼마나 설레이던지.. 온전히 내 힘으로 번 돈이라 더 의미가 실렸다.

 내 손가락엔 당연히 좀 낀다, 아무리 새끼손가락에 낀다고 해도.

 

 하지만 깨어 날 때까지 반지를 차갑게 둘순 없었다. 누구처럼 심장 가까이 뒀다가 줄순 없어도 내 맥박소리를 가득 담아주고 싶어서.

 

 당장은 하민이는 아무 악세사리도 할수 없다. 뭐가 닿아있기만 하면 살이 물러 버리기 때문에... 마치, 설탕인형처럼.

 손만 오래 닿아있어도 녹아버릴듯... 불안불안하다.. 차라리 내가 24시간 붙어있었으면.. 그랬으면 했지만..

 어머니의 부탁, 어머니의 간절함.. 아버지의 한숨.. 모든걸 버리기는 쉽지 않았다. 아예 미국으로 보내 버리려던 하민이를, 붙잡는데

 모든일을 다 해야 했다. 멀쩡한척이라도 해야했다. 내가 그랬던게 통한건지 아니면 내가 죽을지도 몰라 하민이를 여기 두신건지

 

 의중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지만... 그렇게라도 여기에 둬야 했다.

 

 

 작약이라... 이번 소설은 꼭 이 그림을 써야 하는데... 이 여자가 필요한데.....

 

 

 컴퓨터 작업말고, 일일이 손으로 물들인 이 그림이 꼭 필요하다.

 그때 받았던 그림을 다시 넘겨본다. 그림이 너무 좋다. 전에 늘 조금씩은 못마땅했던

 느낌의 삽화가들과는 다르다.

 

 그쪽이 원하는게 뭐든. 날 너무 힘들게 하지만 않는다면...

 한심한 여자일뿐이라 생각했는데... 그림의 섬세함이 남다르다

 

 그림에 묻어나는게... 그냥 느낌으로는 .. 예전의 나와 그 시간처럼 밝다.

 

 한숨을 쉬며 지혁은 다시 침대에 누워 뒤척인다. 회유라...

 

 

 내가 사람을 회유한게 언제쯤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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