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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나비들
작성일 : 17-06-29 23:54     조회 : 20     추천 : 0     분량 : 2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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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세요?"

 

 

 

 "택배요-"

 

 

 

 "... 택배 시킨 적 없는데요?"

 

 

 

 "보낸데가 이탈리아로 되어 있는데요? 유세진씨 모르시는 분입니까?"

 

 

 "아- 알아요- "

 

 달칵 문을 열자- 택배 아저씨는 상자 하나를 내민다. 싸인 하나를 받더니

 그러더니 슝 하고 떠나버린다. 세진이가.. 뭘 보낸거지?

 

 

 박스를 열자 우선 그의 개성 넘치는 필체가 가득담긴 편지 한장이 나온다.

 그의 성격처럼 반듯하면서도 한쪽으로 기운 글씨.

 

 

 

 '하임이에게

 

 감사인사가 겨우 그 정도야?

 

 난데없이 나타나 생활을 송두리째 흔들고 가놓고는 메일 한통이라니..

 

 적어도 손편지 정도는 기대했는데.. 정말 해도 너무한다.

 

 코코아 톡도 있는데 가놓고는 그것도 잘 안했어! 배은망덕한 것.

 

 

 

 너 이사때문에 내내 바쁘다고 했잖아. 그거 아니었으면 진짜 나 화낼라 그랬는데..듣고보니 그럴듯 해서 , 그냥 넘어갔어.

 

 넌 늘 그럴듯한 이유가 있단 말야-....

 

 넌 맨날 나보고 여우 그러지.. 내가 여우면 넌 구미호야 알겠냐..

 안에 든건 새집 꾸미라고 주는 내 선물.

 

 

 원래 갈때 줄려고 했는데.. 시간이 너무 걸렸어.. 너 나중에 할머니 되면 엄청 비싼가격에 팔릴지도 몰라-!

 

 이거 만드느라고 며칠밤을 꼬박 샜는지 넌 상상도 못할거다! 그 어떤거 보다 시간과 정성을 들였다... 고맙지?

 

 젤 잘보이는데 세워두고 맨날 꼬박꼬박 문안 인사해- 내가 막 내 맘을 담아서 만들었어, 딱 보기만 해도 아니까

 

 순순히 하는게 좋을꺼다... 진짜야- 농담같지? 아니야 아니야-

 

 긴머리가 잘 어울린단 얘기 직접 말로 해 줬으면 더 감동이었을 텐데말야.. 여전히 귀여운 구석은 없는 여자야

 무슨 여자애가 애교나 립서비스라도 좋은 말이 전혀 없어? 너 앉은 자리엔 풀도 안날거야

 

 머리 계속- 길게 하고 다닐래. 니가 이쁘다 그럼 그럴게-

 

 그리고 또 하나의 서프라이즈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기대해!!!!!

 그 책 무슨 책인지.. 나도 알고 싶다.... 작업 열심히 하고-

 건강 챙겨-

 

 -이탈리아, 니가 앉아있던 그 쇼파에서 세진이가.

 

 

 p.s.-원래 사 주려던건 이거였는데... 예산 초과였어- 이거라도 기분좋게 받아줘-

 그거보다 더 예쁜것 같아. 내가 만들어서 그런가?

 

 

 

 편지 하나로 날 웃길수 있는건 세진이 뿐일거다.. 큭큭 거리는 웃음이 나온다. 그보다 예산 초과?.....편지 밑에는 하얀 종이와 버블랩으로 꽁꽁 싼 게

 나왔는데 다 풀어보니.....조각품이 나왔다. 조금 묵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돌로 된 조각이다. 눈부시게 흰 돌로 조각된 얇은 나비가 가득 내려 앉은

 구두... 구두가 조각되어 있다.

 

 구두는 나비가 마치 한쪽을 들고 날아가 버릴듯 하다..

 

 나비의 잎 맥까지 보일만큼 정교한 조각이다. 흰색임에도- 손으로 톡 치면 내려 앉은 나비들이 후드득 다 날라가 버릴것만 같다...

 

 

 진짜... 정성들인.. 그런 선물...

 

 "후와... 이게 다 뭐래..."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나온다.

 밑에는 세진이의 이니셜과 정교하게 적은 단어가 있다. 이탈리아 어인거 같은데 무슨 말인지.. 나는 모르겠다.

 

 구두가 마치 진짜 신을수 있을것 처럼 정교하고..

 

 아름답다..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네.. 내가 알던 그 유세진이 깎은거 맞나 싶을 만큼.

 

 나는 창 앞 큰 책상 위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그 조각품을 놔둔다.

 고마운 내 친구. 하얀 구두에 내려앉은 모습이 너무 산뜻해서

 

 

 나비들이 바람에 흩날릴 것만 같다. 나비같이 정교한 조각을 보내는데 , 또 만드는데... 얼마나 신경을 썼을까.. 깨질까 얼마나 포장을

 

 열심히 했을까.. 자기 일도 바쁠텐데.... 이렇게 소중한 선물을 보내다니....

 창을 열자 시원한 바람이 든다. 이미 땅거미는 내려 앉았다.

 

 

 그때 핸드폰에서 문자오는 알림이 들렸다. 핸드폰을 보니

 

 

 

 

 -나야, 저장해

 

 

 .....? 나야? 저장해?... 아마도 심지혁 씨인거 같은데.. 난 왠지 슬쩍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나야? 여전히 극도건조로군

 

 

 

 -? 내가 누군데요?

 

 

 

 문자를 보내곤 나도 몰래 킬킬댄다. 뻥 질 그 인간의 표정이 상상이 된다.

 자긴 그런 세상에 살았겠지 늘 자신 하나만이 전부인 세상.

 

 

 - 설마 모른다곤 하지 않겠지. 니가 싸인한 계약서 쓴 사람.

 

 

 뭐야 이 진지한 반응은.... 에이 재미없게

 

 

 -그럼 이름을 말하셔야죠, 나야 그럼 어떻게 알아요 그리고 왜 문자로 하세요? 톡 으로 하시면 되죠

 

 

 

 -그게 뭔데? 난 그런거 안써

 

 

 

 그게 뭔데? 진짜.. 답답한 사람이네...? 나보다 더 정보화에 느린 사람은 처음인거 같다.

 

 

 

 -... 무슨 조선시대 사람이에요?

 

 

 

 -귀찮게 하지마 저장하라고 했으면 저장이나 해,

 

 계약서 9조 조항 잊었나?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않는다. 쓸데없는 질문도.

 

 

 

 진짜 9조에 그런게 있어?? 내가 그정도로 꼼꼼히 안 읽었던가... 그러나 진환씨가 아직 복사본을 주지 않아서 확인할 길은 없다.

 일단은 수긍하기로 한다.

 

 

 

 -네.. 알겠습니다. 제 이름은 아시죠, 저장해 주세요 장 하임

 

 

 그 뒤로 대답도 없다! 읽씹?

 

 이렇게 무미건조한 사람이랑 어떻게 콜라보를 한다는 건지.. 아주 사회생활의 기초가 안되어 있구만...

 

 

 하임은 하품을 한뒤 슬슬 일찍 잠들까 생각한다.

 

 

 내일아침엔 말도 안되는.. 조깅을 해야 되니까.... 진짜.. 조깅같은 소리하네,마지막으로

 

 뛴게 언젠지도 기억이 안나는데... 순순히 수긍한 자신이 좀 의아하다... 뛰는거 포함 움직이는거 너무 싫은데.

 가장 좋아하는 여가 활동이 딩굴딩굴인데......

 

 조깅은 개뿔.. 돈이 갑이지.. 대출만 좀 안했어도 이런 일에는 안 끼어드는건데, 한번에 이렇게 많이 벌기가 쉽나 어디..

 

 여러모로 내집 장만의 꿈 이루는 과정인 셈이니 나도 참는다.

 

 

 

 하임이 침대로 가서 쓰러지듯 누워 오늘 봤던 이 건조한 문자의 주인에 대해 곰곰히 생각한다.

 

 하얀 얼굴-

 

 거기에 짙다못해 암흑같은 눈썹, 눈동자, 그리고 속눈썹... 그 밑의 그늘. 짙다못해 응달처럼 차가움이 서린 그런 그늘.

 

 환하게 , 아니 그냥 웃는 모습은 오늘 못본것 같다. 내내 아무런 표정이 없거나, 마지못해 짓는 미소도 비웃는 듯 입꼬리가 올라간

 미소였다. 아니..웃을줄도 모르나

 

 

 "..웃으면 좀 인상이 다를것 같기도 한데-...."

 

 

 

 하임은 웅얼웅얼 거리다 그대로 깜빡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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