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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붓을 들 것이다.
작가 : 번트엄버
작품등록일 : 2020.9.29

평범했던 주인공이 한여자를 만나 화가를 꿈꾸며 겪는 인생 스토리 입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에서 화가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기 입니다.

 
22화. 국전.
작성일 : 20-09-29 14:31     조회 : 49     추천 : 2     분량 : 7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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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화. 국전.

 

  끈적거렸던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로 접어들고 있었다. 공모전까진 일주일 남은 상태다. 공모전에 낼 그림은 완성이 되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나름 정리를 한 상태였다. 시집에 들어갈 시화는 200점 조금 안되게 그려서 촌장님께 드렸는데 내 그림은 시집에 그리 많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래도 시집 맨 뒤에 그림란에 내 이름은 넣어 주셨다. 크게 기대할 것도 없던 상황이었는데 촌장님은 시화의 대가로 나의 큰 고민이었던 100호 액자를 해주신다고 하셨다.

 

  “ 주민 씨. 너무 바쁜 시기에 일을 맡긴 거 같았어요. 나중에 기회 되면 한 번 더 해봐요. 우리.”

 

  “ 죄송해요. 더 잘하고 싶었는데 시간도 체력도 허락이 안됐네요.”

 

  “ 내일 처남이 안양 온다고 했으니까 그때 서로 연락해요.”

 

  “네. 촌장님. 고맙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액자 공장 사장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 주민 씨. 화실에 다와 가요.”

 

  “ 네. 사장님 그림 가지고 내려 갈게요.”

 

  아. 이제 진짜 끝났다. 4개월간의 긴 여정이었다. 이제 작품에서 해방이 되는구나. 그림을 거머쥐고 내려간다. 며칠 전까지 내린 비 때문에 걱정했는데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 이렇게 와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사장님.”

 

  나는 차에서 내리시는 사장님에게 인사를 건넸다.

 

  “ 주민 씨 국전에 내신다는데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직접 왔어요.”

 

  “ 시간을 너무 촉박하게 해 드려서 죄송해요.”

 

  “ 내일모레면 충분해요. 걱정하지 말아요.”

 

  “ 다른 것보다 패널이 휘어서 일을 더 만들어 드리게 됐네요.”

 

  “ 그림은 완성이 됐으니까 후일은 전문가들에게 맡기세요.”

 

  “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까 마음은 한결 편안하네요.”

 

  사장님이 멀찌감치 물러나서 내가 그린 그림을 한 동안 감상하신다. 그러고 나서 입을 떼셨다.

 

  “ 생각했던 느낌은 아니지만 완성도도 높고 작품이 특이합니다.”

 

  “ 네. 고맙습니다. 처음 하는 작품이라 나름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어요.”

 

  “ 의미에 대해서 실례가 안 된다면 물어봐도 될까요?”

 

  “ 제목은 생. 생이고요. 인간의 일생에 대한 저의 감회입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행위 중에 가장 아름다운 행위가 사랑이라는 전제하에 평생을 사랑으로 앞으로도 사랑으로 살아갈 아름다운 인생에 대한 고찰을 표현한 것입니다.”

 

  “ 아. 그렇게 심오한 뜻이. 전에 봤을 때 보다 한 뼘은 더 성장하신 거 같네요. 주민 씨 응원합니다. 액자도 잘 만들어서 약속한 시간에 꼭 가져다 드릴게요.”

 

  사장님은 말씀하시면서 그림을 싣고 길을 떠나셨다.

 

 

 

  나는 평소에 그림을 그릴 때 보면 집중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다.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마인드 컨트롤을 어느 정도 하고 나서야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 한 번 집중해서 작업을 하면 두세 시간 동안도 앉아서 그림을 그리지만 흐름이 끊기거나 정신이 흐트러지면 다시 집중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주의력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었는데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의 케어를 잘 받지 못해서 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주의력이 많이 떨어지는 편인 내가 이번 작품을 완성시켰다는 것. 그 자체가 나의 인생에 분수령이 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 과연 내가 이 큰 그림을 내가 원하는 완성도로 시간 내에 완성할 수 있을까?’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나는 나를 최초로 뛰어넘는 사건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100호 작품을 완성하는 일은 나 스스로를 실험하는 시간이었다. 고통스러운 시간이 이제 다 지나갔다. 이제 절차에 따라 그림을 접수하고 그 결과만 기다리면 된다. 뭐라 말할 수 없는 해방감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대한민국 미술대전은 올해로 19회째를 맞는다. 전신에 국전이라는 이름을 썼는데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아직도 국전이라고 부른다. 뭔가 모르게 더 권위가 느껴져서 일까? 그 이유를 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올해는 밀레니엄 시대의 새로운 도약이라는 이름 이로 국전 행사를 좀 크게 한다는 소문을 잡지를 통해 접 할 수 있었다.

 

  어김없이 접수 날이 도래했다. 우리 화실에서 이번 구상부문에 4명이 출품한다. 선생님, 영숙이 아줌마, 영자 아줌마 그리고 나다. 선생님은 지난해 비구상 전에서 입선을 한 번 하셨다. 그때 정말 기뻐하시던 모습이 생각이 난다. 40 평생 국전 입선은 처음이었으니 충분히 그럴 만도 했었다.

 

 

 

  삼일 전에 나는 액자를 잘 차려입은 그림을 받아 볼 수 있었다. 화가들은 작품을 자식에 비유하고 액자를 옷에 비유한다.

 

  심하게 휘어져 그림이 작아 보였었는데 휘어진 패널을 다시 짜서 바로 잡은 패널 위에 7센티 미터 짜리 마트에 10센티짜리 액자 옷을 입은 그림은 웅장해 보였다.

 

  ‘이래서 액자를 꼭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림을 받은 나는 액자 공장 사장님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한 가지 작업을 더해야 완전한 완성이 된다. 그림에 마감재를 발라야 한다. 혹시 모를 파손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그림을 더 견고하게 보이기 위함이다. 그림을 들고 올라온 나는 의자 4개를 100호를 올려놓을 수 있게 벌려 그 위에 100호를 올려놓았다.

 

  글로스 바니시는 이번에 처음 발라 보는 것이었다. 뚜껑을 열고 안을 살펴보니 반투명에 약간 흰색을 띠고 있었다.

 

  “ 선생님 이거 마르면 투명해지는 거 맞아요?”

 

  “ 그래. 주민아. 금방 투명해지면서 광택이 생길 거야.”

 

  점성을 보니 좀 두껍게 발라야 원하는 느낌을 얻을 수 있을 거 같았다.

 

  천천히 화면에 바니시를 달래며 바른다. 바르는 면면마다 어떻게 그렸었는지 머릿속에 떠오른다. 붓 자국이 보이지 않게 바르게 위해 이리저리 바니시를 붓고 펼치기를 반복한다. 의자 위에서 하는 이유는 굽힌 허리의 통증도 이유지만 바닥에서 올라오는 먼지가 화면에 덜 달라붙게 하려는 의도도 다분하다.

 

  한 시간 남짓 바르고 나니 거의 다 발라간다.

 

  ‘그림이 크니까 이런 것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마무리 작업이니 조금은 숭고한 기분으로 작업에 임했다.

 

  드디어 출품을 하는 날이 왔다.

 

  “ 화물차 기사님 오셨대.”

 

  선생님이 전화를 끊으시며 말씀하셨다.

 

  그림은 이미 1층으로 다 내려 논 상태였다. 3층에서 그림을 내리는 것도 일이다 보니 미리 해놓은 것이다.

 

  “ 안녕하세요. 기사님.”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얼마 전부터 그림 옮기는 일을 도와주시는 기사님인데 참 친절하신 기사님이시다.

 

  “ 아이고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기사님이 인사를 받아주신다. 나이가 어린 나에게도 선생님이라고 하시는 분이다.

 

  “ 오늘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네요.”

 

  “ 그러게요. 어제까지 비가 와서 걱정이었는데 다행입니다.”

 

  기사님도 걱정이었나 보다. 이틀 연속 비가 내리는 통에 걱정을 안 할 수 없을 터였다. 기사님의 차는 일반 화물차다 보니 비가 오면 포장을 하긴 하는데 그래도 걱정을 안 할 수는 없는 입장이었다.

 

  그림은 금방 실었다. 고무 바로 단단하게 고정하고 이내 출발한다. 아무 머니들은 영숙이 아줌마 차를 타고 따로 움직이기로 했다. 선생님과 나는 기사님 차에 몸을 실었다.

 

  차가 시원스럽게 도로를 내 달린다. 안양을 벗어난 차는 과천으로 접어든다. 과천은 녹지가 많아 접어드는 순간부터 공기가 다르다. 공기가 달다. 8월이라 녹음은 푸르고 시야는 어제 내린 비 때문인지 저기 멀리 보이는 관악산이 평소보다 가까워 보인다.

 

  작년 비구상 전에 선생님이 출품했을 때 따라왔었는데 미술관 가는 길 풍경이 참 아름다웠다. 가을 단풍이 한창때여서 단풍과 낙엽을 구경하며 가다 보니 금방이었었다. 오늘도 그 미술관을 가는 그 좁고 구불구불한 길이 어떨지가 궁금했다.

 

  “ 선생님은 작년에 입선 한번 하셨다고 하셨지요?”

 

  “ 네. 처음으로 국전에 한 줄 그었습니다.”

 

  쑥스러운 신가 보다. 공모전 도전 2년 만에 국전에 입선을 하신 것인데 나름 대단해 보였다.

 

  “ 올해에도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도 하겠습니다.”

 

  “ 다들 열심히 하셨으니까 좋은 결과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선생님도 덕담을 하셨다. 진짜 더운 여름에 그림 그리느라 땀도 많이 흘리고 고생도 많이 했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이번이 처음인 분들이다 보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했었다. 나는 이번 기회가 지나고 나면 다음이 언제가 될지 기약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두 달 후면 군대에 입대하기 때문이다.

 

  “ 최선을 다했으니까 미련은 없어요.”

 

  “ 그래. 이제 접수만 남았으니까 차분한 마음으로 임하자.”

 

  선생님의 말에서 단호함이 느껴졌다.

 

  선생님의 수상 소식은 수강생들이 점점 늘어나는데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생활 정보지 광고에 대한민국 미술대전 수상작가라는 수식을 쓰고 나서부터 문의 전화가 부쩍 늘었고 상담 이후에 수강하는 취미 생들도 늘어 화실에 다니는 사람은 20명을 훌쩍 넘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생님 역시 최선을 다해 자신의 커리어에 수상경력을 더 늘려야 했다.

 

  길에 차가 없어서 인지 생각보다 일찍 미술관에 도착했다. 전시가 행해지고 있는 전시장 입구를 지나 좁은 길을 지나 들어오다가 왼편에 있는 다리를 건너고 나면 국전 접수처가 나온다. 9관 전시실 앞에서 접수를 받고 있었다. 여기까지 와서 그림을 내려 주시면 기사님의 할 일을 끝이 난다. 일단, 그림을 한 군데 몰아놨다.

 

  “ 주민아. 아줌마들 올 때까지 저기 가서 담배나 한 대 피우자.”

 

  “ 그럴까요? 담배 한 대 피우다 보면 오시겠죠.”

 

  전시실 입구를 나와 오른쪽으로 돌아 가보니 커피 자판기가 있다. 자판기 커피를 뽑아 앞쪽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각자의 담배에 불을 붙였다.

 

  “ 주민이. 고생 많이 했다. 더운데 그림 그리느라.”

 

  “ 저만 고생했나요? 다 같이 고생했죠.”

 

  “ 아니야. 너는 한참 친구들하고 놀고 다닐 나이에 그렇게 그림 그리기가 쉬운 게 아니야.”

 

  “ 벌써 학교를 2년이나 쉬었는데 뭐라도 했어야죠.”

 

  다른 친구들은 학교 다니면서 학점을 쌓을 때 입대를 앞둔 나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저 그림에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담배를 다 피워갈 무렵, 아주머니들이 저 멀리 보였다. 영자 아줌마와 영숙이 아줌마도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미리 가서 받아놓은 원서를 선생님께서 나누어 주셨다.

 

  접수처 옆에서 예시를 보며 접수 원서를 작성한다. 글씨를 쓴 지 너무 오래됐는지 몇 자 쓰지도 않았는데 오른손이 뻐근해 온다. 평소에 왼손을 주로 쓰다 보니 그런 거 같았다.

 

  글씨체가 악필인 나는 조금이라도 글씨체가 좋아 보이기 위해 집에서 7 미리 짜리 펜을 따로 챙겨 왔었다. 사람들이 주로 쓰는 5 미리 짜리는 내 악필을 숨길 수 없기 때문이었다.

 

  원서를 다 작성하고 나서 접수를 할 때 접수 비 5 만원과 함께 접수를 한다. 접수원이 그림에 부칠 종이를 절취해서 주면 안내원의 안내에 따라 그림 뒤쪽 우 측 상단에 접수증을 부친다. 오기 전에 미리 후면 우 측 상단에 작품 정보를 네임 펜으로 써놓았었다. 제목, 사이즈, 년도, 성명, 싸인 순으로. 이렇게 써 놓는 게 일종의 관행이라고 선생님께서 전에 알려 주셨다.

 

  학생으로 보이는 두 명이 내 그림을 들고 안쪽으로 돌아 들어가는데 가슴이 쿵쾅거렸다. 이렇게 나의 첫 번째 공모전은 일 달라고 짓는구나 싶었다. 그간의 노력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고생스러웠지만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다. 아직 화가가 되지 못한 내가 화가 행세를 하며 지나 온 시간들이었다.

 

  접수 첫날이고 시간도 일러서 접수 번호가 제법 앞쪽이었다. 한참을 뜸을 들이며 그림을 접수했다. 접수 번호가 가깝게 붙어 있으면 우리끼리 경쟁을 해야 할 수 도 있다는 선생님 말에 시간차를 두고 접수를 해야 했다. 이렇게 접수를 하다 보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있었다.

 

  접수를 다하고 영숙이 아줌마 차를 타고 화실로 향하고 있다. 다들 후련하신지 표정들이 좋았다.

 

  “ 모두들 수고 많았어. 안양에 도착하면 오랜만에 회포나 풀자고.”

 

  “ 제가 제일 한 일이 없는 것 같아요. 오늘은 제가 쏠게요.”

 

  영숙이 아줌마가 운전을 하루 종일 하신 것이 영자 아줌마는 마음에 걸리시나 싶다. 누가 쏘던지 빨리 허기진 배를 채우고 싶었다.

 

  화실에 도착해서 일단 갑자기 나가느라 어지러워진 내부를 청소를 했다. 혹시 우리가 식사와 술을 한 잔 하는 동안 수강생 중에 누군가가 와서 그림을 그리다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허기진 배를 달래기에는 역시 고기가 최고다. 선생님이 최근에 뚫어 놓은 고기 집으로 향한다. 이렇게 소수가 먹을 때는 밖에서 먹는 것이 낫다. 그리고 오늘은 시간이 낮 시간이기에 화실에서 술판을 벌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림을 출품한 사람들에게 오늘은 충분이 회포를 풀 수 있는 시간이지만 한참 그림을 수학 하는 취미 생들에게는 남의 일이나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 4인분 같은 3인분 주세요.”

 

  식당에 도착해서 앉자마자 선생님께서 주문을 하신다.

 

  “ 삼겹살 주문하신 거 맞죠?”

 

  식당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이 주문을 받으러 오셨다.

 

  “ 네. 삼겹살 4인분 같은 3인분이요.”

 

  실없는 농담을 연신 하시는 것이 선생님께서 오늘 기분이 좋으신 모양이다. 하긴 제자로만 생각했던 사람들이 동료로 느껴지셨을 것이다. 화가로 인생을 산다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 일이었을까? 그 외로운 길에 만난 금쪽같은 동료들. 오늘 우리는 그러한 동료애를 많이 느낀 하루였다.

 

  “ 사장님. 여기 소주도 하나 주세요.”

 

  “ 잔은 몇 개 드릴까요?”

 

  “ 영숙 씨 운전해야 하잖아요. 2개만 주세요.”

 

  “ 차야 놓고 가면 되죠. 오늘 같은 날 저도 한 잔해야죠.”

 

  그러고 보니 영숙이 아줌마하고 술을 마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영숙 씨 드신다니까 저도 한 잔 해야겠네요.”

 

  통 술을 마시지 않으시던 영자 아줌마도 드신단다. 그간 서로 표현은 안 했지만 모두 다 같은 마음인가 보다. 후련하고 시원섭섭한 기분을 달래 보자.

 

  “ 주민 씨 유화 처음이라며 그렇게 잘할 줄 몰랐어.”

 

  몇 잔을 드시더니 영숙이 아줌마가 말했다.

 

  “ 잘하기는요. 마지막까지 마음에 안 들어서 혼났어요. 간신히 정리한 거 에요.”

 

  진심이었다. 연필로 낼 수 있는 정도의 완성도에 비하면 턱도 안 되는 완성도였다. 그저 첫 술에 배부르지 말자 정도였다.

 

  “ 내가 봤을 때는 그냥 완성이던데요.”

 

  영자 아줌마도 거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줌마들이 그림을 그린 시간에 비하면 내가 아마도 두 배는 시간을 들였을 것이다. 내가 시간이 많다 보니 그렇게 된 거였다. 각자 위로와 격려의 시간을 보내며 마시는 술은 달았다. 그렇게 꽉 찬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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