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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붓을 들 것이다.
작가 : 번트엄버
작품등록일 : 2020.9.29

평범했던 주인공이 한여자를 만나 화가를 꿈꾸며 겪는 인생 스토리 입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에서 화가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기 입니다.

 
13화. 다시 만난 그녀.
작성일 : 20-09-29 14:04     조회 : 53     추천 : 2     분량 : 7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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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화. 다시 만난 그녀.

 

 

 

  “ 세종아. 오늘 학원 나올 수 있지?”

 

  추석 명절 마지막 날이었다. 원장님한테 전화가 왔는데 제때 안 줘서 미안하다며 이번 달 월급을 준다고 세종이도 같이 오면 세종이 것도 준다고 말씀하셨다.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월급이 하루 이틀 밀리기는 했어도 한 번도 달을 넘긴 적은 없었다. 명절 연휴였지만 월급을 빨리 주고 싶은 원장님의 마음이 읽히는 상황이었다.

 

  “ 어. 월급을 주신다고.”

 

  원장님이 세종이 에게도 전화를 하신 모양이다. 원장님과는 3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었다. 나는 2시 정도에 나와서 학원에 붙여놓은 그림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배샘과 우 샘 그림도 아직 붙어있다. 잘 정리가 된 작품들은 학생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기 때문에 뗄 수가 없다.

 

  우리는 그림을 붙이다가 더 이상 공간이 없어지자 천장에 까지 그림을 붙이는 상황까지 와 있었다. 학생들 작품들을 정리해서 붙이고 있는 중이었는데 한 놈 한 놈 정리해서 붙이다 보니 누구 거는 붙이고 누구 거는 안 붙이게 되는 상황을 피해야 했다. 그래서 공평하게 다 붙이다 보니 이 상황이 된 것이다.

 

  “ 명절 잘 보냈냐?”

 

  세종이가 문을 열고 들어오며 말을 건다.

 

  “ 어. 뭐 추석 보내는 거 매년 똑같지 뭐.”

 

  “ 근데 주민아. 오는 길에 그 누나 봤다.”

 

  갑자기 호들갑을 떠는 것을 보니 갑자기 궁금해졌다.

 

  “ 그 누나. 누구?”

 

  “ 거 있잖아. 작년에 주유소에서 봤던 누나 중에 키 작았던 누나 있잖아.”

 

  “ 아... 그 서양화한다는 그 누나?”

 

  생각이 났다. 우리가 사장한테 큰소리치며 주유소를 빠져나갈 때 사무실에 들어가서 무엇인가 얘기를 하던 그 누나.

 

  “ 어디서 봤는데?”

 

  갑자기 흥미로워진 나는 궁금해졌다.

 

  “ 버스에서 내리는데 같은 버스를 타고 왔었더라고. 그래서 학원 앞 사거리에서 헤어졌어. 근대 그 누나도 학원 강산 가봐. 길 건너 학원 다닌다고 하던데.”

 

  ‘길 건너 학원이라면 어디를 말하는 거지?’

 

  길 건너에는 학원이 두 개가 있다.

 

  “ 학원 이름은. 학원 이름은 물어봤어?”

 

  “ 다빈이라고 하던데.”

 

  어딘지 알 것 같았다. 고2 때 미술학원을 알아보던 시기. 여기저기 기웃거리던 고2 시절에 나는 당시 바쁜 엄마가 학원을 같이 알아봐 줄 일이 만무했음을 알았기에 나 혼자 이 일대의 학원을 알아보고 있었다. 학원 안까지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입구까지는 가본 학원이었다.

 

  ‘ 멀지 않은 곳에 있었구나.’

 

  그저 그 사실이 신기했다.

 

  고개를 들어 벽에 있는 시계를 보니 시간을 보니 2시 반이다.

 

 “ 한 번 갔다 와 볼까?”

 

  아직 원장님이 오실 때까지 30분 정도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 안 그래도 너랑 같이 가본다고 말했는데, 흔쾌히 오라고 하더라고.”

 

  “ 원장님 오시려면 30분 정도 남았으니까 갔다 와 보자.”

 

  가면서 생각을 해보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일 년이 넘게 이 일대를 계속 다녔을 텐데 왜 한 번도 보지 못했을까? 가까운 곳에 학원을 다니고 있었는데 말이다.

 

  한걸음에 다다른 학원은 내가 기억하는 위치가 맞았다. 우리 학원 같이 두 개 층을 쓰고 있었다. 노크를 하고 들어간다.

 

  “ 계세요. 들어갑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조지 윈스톤의 피아노 연주곡이 흘러나왔다. 수채화 수업을 하는 학원인지 학원 한 구석에 수채화 좌판 위에 선풍기와 꽃다발, 장갑 따위가 올려져 있었다. 조금 더 둘러보려 는데 누군가 보였다. 그녀였다.

 

  일 년 전과는 몰라 보게 달라진 그녀였다. 마치 본인 옷이 아닌 냥 보였던 풍덩한 청바지에 오빠 것이 아닐까 의심되는 남방으로 꽁꽁 자신의 몸을 감추고 있던 일 년 전 과는 다르게 몸매가 드러나는 쫄티에 마소재로 된 면바지의 바짓단은 약간 나팔바지를 입고 있었다. 약간의 굽이 있는 구두는 그녀의 의상을 완성시켰다. 작년에는 하지 않았던 화장을 한 그녀의 얼굴을 마주했다.

 

  ‘이렇게 예뻤었나?’

 

  하며 멍을 때리는 순간,

 

  “ 어서 와.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을 줄은 몰랐네? 반가워.”

 

  그녀가 인사를 건넨다.

 

  “ 어. 누나. 잘 지냈어요? 그러게 엄청 가까운 거리에 있었네요.”

 

  존대를 할 만큼 먼 사인가 싶었다. 하긴 통 성명이나 하고 눈인사만 하던 사이였으니까. 그래 봐야 나흘 같은 곳에 있었고 밥도 한 번 같이 먹어 본 적이 없는 사이였다. 같은 그림을 그린다는 사실 외에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는 사이였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고등학교 때부터 다녔다는 학원이란다. 원장님이 우리 학교 선배시고 출강도 하시는 분이라고 혹시 모르냐고 묻는데 진짜 모르는 분이어서 모른다고 했다. 이름을 들어보니 수강신청을 할 때 이름은 본거 같았다.

 

  “ 이왕 온 김에 그림 구경 좀 하고 가도 돼?”

 

  원장님이 소묘 수업을 하시고 수채화는 경기대학교 수석 입학한 선생님이 하신다고 했다. 원장님 소묘가 눈에 들어왔다.

 

  “ 이 그림 느낌. 주민이 그림이랑 비슷한데?”

 

  “ 그러게 진짜 비슷하네.”

 

  내가 하는 소묘는 면이 많이 보이는 소묘다. 영원한 미소라는 학원을 나온 배샘이 구사하는 소묘인데, 배샘 영향을 많이 받은 나는 그림 스타일이 비슷했다. 이 학원 원장님도 아마도 영원한 미소 영향을 받으신 게다.

 

  당시의 미대 입시는 춘추전국시대였다. 갈수록 큰 학원들이 등장하고 저마다 내놓은 그림들은 눈이 돌아갈 정도로 휘황찬란했다. 우리에게 있어서는 아무 정보 없어 유행을 쫓아 가기는 버거웠다. 얼마나 많은 강사들의 열정인 걸까? 싶었다.

 

  전화가 걸려 왔다. 원장님인가 보다.

 

  “ 유 선생. 문은 열어놓고 어디 간 거야?”

 

  그러고 보니 급하게 나오느라 문을 잠그고 나오는 것을 깜빡했다. 살짝 당황하셨나 보다.

 

  “ 네. 잠깐 나와 있었어요. 올라갈 게요.”

 

  “ 오 선생도 같이 있는 거지?”

 

  “ 네. 같이 있습니다.”

 

  “ 누나도 우리 학원 그림 구경 갈래? 우리도 학원 구경했으니까 우리 학원도 보여 줘야지.”

 

  손짓을 하며 세종이가 누나에게 말했다.

 

  “ 그래? 그럼. 같이 가볼까?”

 

  못 이기는 척 누나도 따라나서고 있었다.

 

  “ 내가 먼저 가서 원장실 가서 원장님 만나고 있을 테니까 세종이 너는 누나 4층 구경시켜줘.”

 

  원장님 스타일상 월급만 주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30분 정도는 이야기를 하실 것이다.

 

  “ 커피 한 잔 타 가지고 학원 구경시켜주고 있어.”

 

  라고 말을 하고 나는 먼저 뛰기 시작했다. 뛰어서 학원에 돌아와 보니 거리다 더 가깝게 느껴졌다.

 

  “ 자리에 앉아요. 유 선생.”

 

  “ 네. 원장님.”

 

  “ 월급도 월급인데 유 선생과 상의할 것도 있고.”

 

  “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원장님은 잠깐 뜸을 들이시더니 본론을 말씀하셨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효민이가 삼수를 하고 싶다며 어떻게 하면 좋겠냐며 상담을 하고 갔다는 것이었다. 무슨 문제가 될까 싶었지만 문제가 되는 상황이 있었다. 세종이와 효민이가 사귀는 사이라는 것은 학원 아이들이 다 아는 이야기였다. 사귀는 사이라는 것을 모든 학생들이 다 아는 내용이다 보니 수업을 진행하가가 껄끄럽다는 것. 선생이라고는 하지만 고작 수험생과 두 살 차이밖에 나지 않다 보니 우리는 학생들에게 또래 보다 훨씬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세종이와 효민이가 우리 학원에서 스승과 제자 사이로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 무슨 방법이 생기겠죠.”

 

  “ 유 선생이 친구기도 하니까 말 좀 더 들어봐요.”

 

  원장님과의 상담을 하다 보니 어느덧 30분 정도 지나고 있었다.

 

  “ 네. 한 번 만나서 얘기해 볼게요.”

 

  “ 오 선생 내려오라고 말 좀 해줘요.”

 

  ‘세종이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겠는데.’

 

  라는 생각을 하며 4층으로 올라왔다.

 

  “ 야. 오세종. 원장님 콜.”

 

  “ 오케이. 누나 여기 있어요. 나 금방 갔다 올게. 뉴 페이스가 생기니까 좋다. 야.”

 

  “ 구경 좀 했어요?”

 

  그녀를 이렇게 많은 그림이 붙어 있는 풍경이 의아하다고 했다. 강사들의 열정이 보인다며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세종이의 상담은 아마 조금 길어질 것이다. 원장님이 효민이 얘기를 꺼낼 것이고 아마도 세종이는 조금 난감해하며 어쩔 줄 몰라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세종이는 이미 알고 있었을까? 수업을 같이 하지 않다 보니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도 잘 모르겠다.

 

  “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은데. 우리는 그만 나갈까요?”

 

  원장님과의 상담이 언제 끝날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 우리 학원 가서 커피라도 한 잔 할까?”

 

  “ 그럴까요?”

 

  이 어색함은 오늘까지만 하자. 조금 친해져야겠다 싶었다.

 

  “ 학원에 수업이 있어서 나온 거는 아니죠? 명절 연휴에 수업이 있을 리가 없잖아.”

 

  그녀는 드로잉 북을 학원에 놓고 와서 그것을 가지러 나온 것이라며 명절 연휴에 학원에 나온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자리를 옮겼다.

 

  “ 자 커피 한 잔 마셔.”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내어 준다. 맥스웰이다. 천 원에 스무 개 들어 있는 박스가 누나 어깨너머로 보인다. 대부분의 커피 자판기도 맥스웰이다. 너무 많이 마셔 익숙한 맛. 어색한 시간이 익숙한 맛에 마음에 한결 편안 해진다.

 

  “ 누나도 여기서 학생들 가르쳐요?”

 

  한참을 생각하다 물었다.

 

  “ 어. 나는 수채화를 가르쳐. 취미 생들이랑 여중생들.”

 

  ‘우리 학원과는 다르게 취미생도 있구나.’

 

  우리처럼 입시를 전문으로 하는 학원에서는 취미 생들은 웬만하면 받지 않았다. 취미 생들이라 하면 화실이 딱인데. 그러고 보니 학교를 다니면서는 화실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네.

 

  “ 그렇구나.”

 

  받아 든 커피 잔의 바닥이 보인다. 그때 피상적인 이야기들로 채워지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다. 이렇게 시간이 주어진 만큼, 누나에 대해 많은 것들이 알고 싶어졌다. 계절이 바뀌면서 날씨가 조금 쌀쌀해지고 있었다. 추워진 날씨 탓인지 갑자기 속이 출출해지기 시작했다.

 

  “ 그럼 뭐 할 일 없으시면 나가서 뭐라도 먹으면서 밀린 이야기나 할까요?”

 

  빈 속에 커피를 연거푸 마셨더니 속도 니글거리고 담배도 한 대 피우고 싶어졌다. 시간은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때 마침 세종이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 어 가고 없네. 어디야?”

 

  “ 어. 주현이 누나네 학원에서 나가는 길이야.”

 

  밖으로 나와 보니 명절 연휴라 문을 연 가게가 별로 없었다. 우리 학원 방향으로 걸어가는데 누나네 학원과 우리 학원 딱 중간 정도에 투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보니 투다리 간판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이 문을 연거 같았다.

 

  “ 저기 투다리로 갈까요?”

 

  가까운 주변에서는 여기밖에 선택지가 없어 보였다.

 

  “ 나야 어디 던 지 상관없어.”

 

  마침 멀리서 세종이도 보였다. 나는 손짓으로 이쪽으로 오라고 했다.

 

  안으로 들어가 보자. 사장님으로 보이는 중년의 아주머니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 편하신 대로 앉으세요.”

 

  “ 맨 안쪽으로 들어가자.”

 

  우리는 가장 안쪽 자리로 들어가 앉았다.

 

  투다리는 꼬치구이 전문점이다. 아시다시피 꼬치는 양이 얼마 되지 않는다. 셋이서 먹어야 하니까 양이 적당히 많은 것이 좋겠는데 메뉴를 쭉 보니 치킨이 제일 나을 성싶었다. 치킨이 어떻겠냐고 물어보니 누나는 치킨을 좋아한다고 했다.

 

  “ 사장님. 여기 주문이요.”

 

  꼬치 전문점이니까 충분히 꼬치를 시킬 법도 했으나 우리의 선택은 단호했다.

 

  사장님이 오셨다.

 

  “ 저희 후라이드 치킨이랑 소주 한 병, 맥주 피쳐 하나 그렇게 주세요. 그리고 얼음물도요.”

 

  내가 주문을 하는 사이 세종이는 담배를 빼물고 있었다.

 

  “ 누나. 나 담배 펴도 되지?”

 

  세종이는 이미 불을 붙이고 있었다.

 

  “ 어. 괜찮아. 편하게 피워.”

 

  담배에 대한 편견 같은 거는 없어 보였다.

 

  술이 먼저 나와 서비스 안주와 소주를 따라 먼저 마시고 있었다. 술이 조금 들어가니까 어색함도 많이 무뎌지고 있었다. 무슨 술을 마실지 몰라 맥주도 시켰는데 주현이 누나는 소주를 마신다고 했다. 몇 잔을 기울이다 보니 이내 치킨이 나왔다. 배달을 시켜서 먹는 치킨보다 매장에서 먹는 치킨은 역시 뜨거웠다.

 

  한입 베어 물은 치킨에서 기름이 흘러나와 연신 뜨겁다고 손으로 바람을 부치는 세종이를 보며 한 바탕 웃음이 터졌다.

 

  “ 저것 봐. 다리 먹는다고 욕심부리더니... ”

 

  내가 혀를 차는데 정말 뜨거웠는지 녀석의 눈에서 찔끔 눈물을 보였다. 근데 더 웃기는 것은 흐르던 기름에 덴 자국이 생긴 것이다. 기름의 모양대로 자국이 생겨 언뜻 보면 침을 흘리고 있는 것처럼 보여 술집에 있는 내내 웃겼다.

 

  우리는 신나게 웃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언제 그렇게 어색했나 싶을 정도였다.

 

 

 

  “ 뭐. 이미 누나 네가 먼저 뽑혔던 거였다고?”

 

  “ 그러니까. 누나네 2명이 먼저 뽑혔는데. 나중에 우리가 연락을 하니까 오라고 해놓고 터무니없는 제안을 한 거였어? 아 빡 치네.”

 

  그 말을 들은 세종이는 화를 버럭 냈다. 그러니까 여학생들을 세차원으로 두 명을 뽑아 놓고 우리가 나중에 연락을 하니까 한 번 와보라고 하고 시급도 없이 그 일을 시킨 것이었다. 듣다 보니 사장은 꼼수를 폈고 그 사실을 알고 있던 누나들은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라 우리가 나가고 나서 자기들도 나왔다고 했다. 알고 있던 사이는 아니었지만 왠지 좋은 동료가 생긴 거 같아 기쁘게 생각하고 있었단다. 나도 화가 났지만 나중에 누나 말을 들으니 의리 있는 동료가 생기는 일에 한양 주유소가 일조했다면 화만 낼 일이 아니었다. 그 인연을 만들어 줬기 때문이다.

 

  취해 갈수록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주현이 누나는 올해 한국예술 종합학교 입시를 준비 중이라 했다. 작년에는 1차 시험은 통과했는데 아깝게 2차에서 떨어졌단다. 그래서 올해는 심기일전해서 다시 시험에 임한다고 했다. 이렇게 열심히 준비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와 내 친구들은 너무 대충 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취기가 올라 올 무렵,

 

  “ 더 먹고 취하지 말고 우리 노래방이나 갈까?”

 

  졸렸는지 눈이 좀 풀린 세종이가 말했다.

 

  “ 좋지. 가자. 노래방. 누나 같이 가요.”

 

  누나도 가자고 나섰다.

 

  생각을 해보니 나는 주현이 누나같이 그렇게 진지하게 인생을 고민하며 살아오지 않았다.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는 성향의 나는 바로 앞에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며 만족하며 살아왔을 뿐, 젊은 청년으로서 진지하게 예술을 논해본 적도 고민해 본 적도 없었다. 그저 누구보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었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잘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면 어렵게 돈을 벌어서 뒷받침을 해 주시는 부모님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었을 뿐이었다.

 

  주현이 누나와의 대화는 나를 조금 더 성숙하게 만들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그저 그림을 잘 그리는 것에 치우쳤다면 앞으로는 진지한 자세로 예술을 이해하고 작품다운 작품이 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세 청춘은 저마다의 꿈을 위해 달려가고 있었다. 오늘은 잠시 쉬어가는 날이다. 좋은 동료도 생긴 거 같아 기분도 좋다.

 

  가자. 3차로 3차도 내가 쏜다. 오늘은 월급을 받은 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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