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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소중한, 소꿉친구
작가 : 도톨
작품등록일 : 2019.11.1

우리집 옆에는 동갑지기 소꿉친구가 산다.
티격태격하긴해도, 날 위해주려 노력하는모습이 슬며시 드러나니,미워하려해도 미워할수 없는 녀석이다.
그런데 예전에 비해 나에게 선을 긋는듯한 느낌이 든다.
언젠가는 이유를 꼭 말해줘. 우리 친구잖아.

엉뚱발랄한 소녀 로해다와 티격태격 소꿉친구 허민우.
유쾌하고 따뜻하지만, 때론 씁쓸한.. 소중한 러브코미디. (shgprud62@naver.com)

 
[설특집] 쓰러지지 않는 꽃.
작성일 : 20-02-01 19:03     조회 : 48     추천 : 0     분량 : 1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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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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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특집]

 

  쓰러지지 않는 꽃

 

 

  <내용은 허구로, 현실 인물이라던지 사건 등과 연관이 없습니다>

  <본 내용과 연관이 별로 없을수도.. 있을 수도 있습니다! 설 특집으로 옛느낌을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시대느낌 판타지?라고 보시면 좋을것같습니다!>

  <동양풍 BGM을 들으시면서 보면 더 집중하실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처마 끝에 꽃이 한 가득 모일 때 즈음, 나는 꽃과 당신을 구분 할 수 없었다. 하늘의 박자를 타고 흐드러지는 꽃의 춤 사위, 그에 양분을 얻어 피어나고 있는 당신의 미소. 어느 것 하나 아리땁지 않은 것이 없었다. 세상을 행복이란 단어로 칭하게 만들어준 건.. 이루어질 수 없는, 당신 한 사람뿐이다.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 속에 한방울의 기쁨이 번지는데.. 한 낯 호위무사일 뿐인 나에게 미소를 나누어 주신다. 그때와 같이, 나에게 건네는 말 한 마디가 어찌나 이리 마음을 잠기게 만드는지.

 

  어린 시절의 나. 가난에 허덕여, 약 하나 취하지 못하는 어머님. 점점 야위어가는 그 모습을 지켜볼 수 없어, 무엇이든 드리고자 빠르게 장터로 걸음을 옮겼다.

 

  과일을 훔치는 것에 성공했지만, 포졸들에게 붙잡혀 포박당하고 있을때..

 

  “고..공주마마!”

 

  ..한 송이의 꽃이 내 앞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나와 비슷해보이는 나이의 앳된 얼굴. 고운 피부. 나와는 달리, 누구보다도 당당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얼굴의 아리따움이 전부가 아니었다. 고급스러운 비단옷과 그에 녹아있는 고귀함이 내 시선을 집중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멍하니 있었는데.. 무게감있는 목소리가 주변을 아우르기 시작했다.

 

  “이 아이는 내가 시키는 것을 했을 뿐이다.”

  “생각해보니 값을 주지 않았더구나. 미안하구나.”

 

  천천히 내미는 손길.

  살짝 고개를 들어 당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따뜻한 눈 웃음. 설명하지 않았음에도, 당신은 내 마음을 읽어주고 있는 듯 했다.

 

  ‘..알고 있다.’ 라며.

 

  섣부르게 손을 마주하지 못하는 내 머뭇거림 위에, 당신의 이끌림이 얹어졌다.

 

  “이 아이는 내가 데려가지.”

 

  당황한 표정의 궁녀가 큰 목소리로 어디가시는 거냐고 외쳤지만, 나를 잡은 손은 멈추지 않은 채 앞으로 나아가기만 했다. 어디로 가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닿아오는 손 끝이 너무 부드러워 다른 행동을 취하지 못했다.

 

  얼마나 걸어갔을까.

  우리 둘은 아무도 보이지않는 숲 길 속에서 멈춰섰다.

 

  “아유 답답해 죽는 줄 알았네.”

  “있지, 나 도와줘서 고마워. 궁 안에만 있는게 어찌나 답답하던지.”

 

  공주마마라고 들었는데, 나에게 거리감을 느끼도록 만들지 않는다. 되려, 친구로서 편하게 대하는 듯 한 말투가 또래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듯 한 느낌을 자아낸다. 어떻게 답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당신이 따뜻하게 미소지었다.

 

  “그리고 네가 나쁜 뜻으로 그러지 않았다는걸 알아.”

 

  처음 만난 사이. 앳된 미모의 공주님이 무엇을 안단 말 일까.

  맛있는것도 마음대로 먹고, 부족한 것도 없겠지. 나처럼.. 약 하나 없어서 부모님을 아프도록 내버려 두진 않을거야.. 나만의 생각대로 공주님의 일상을 그려보고 있는데, 갑자기 누구보다 강하고 멋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말의 뜻 하나하나는, 복잡하게 얽혀있던 내 생각을 단숨에 무너트렸다.

 

  “나쁜건 피폐해져버린 나라 상황이야.”

  “궁 안에만 있는거 말고.. 나도 뭔갈 도울 순 없을까 매번 생각해왔어..”

 

  부족한 것 하나 없는 사람이, 이런 깊은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이야. 부를 지닌 사람들은 전부 자신의 이익을 탐한다고 들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걸까. 놀란 눈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는데, 당신이 갑작스런 제안을 건넸다.

 

  “아! 이런건 어떨까! 네가 내 옆에 있어주는거야.”

 

  무슨 소리인지 확실히 이해하지 못해, 아무 말을 하지 못했는데.. 곧바로 그에 대한 설명이 들려왔다.

 

  “난 아직 바깥의 상황을 전부 알지는 못해.

  “물론 나도 큰 목소리를 내지는 못하겠지만, 아는것과 모르는건 다르다고 생각해.”

 

  내 눈 앞에 보인.. 앳된 목소리와 작은 어깨가 당신의 전부는 아니었다.

  누구보다도 깊은 생각으로.. 굳이 하지 않아도될 무거운 짐을 스스로 들고 있다니. 내가 당신이라면 절대 그리 행동하지 않았을 터인데.

 

  당황스러움을 해결하지 못한 나에게, 당신이 옆에 있어준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꼭, 나중에 너를 내 호위무사로 옆에 둘게.”

 

  “..호위..무사.”

 

  자세히 그 뜻을 헤아릴 순 없지만, 적어도 옆에서 지켜주는 역할이라는 건 분위기 상 느껴졌다. 허나, 나는 여러사람과 대화해 본 적이 없다. 당신과의 대화 속에서도 곧바로 답하는 것은 무리였다. 생각의 시간을 가지고 있을때 즈음, 갑자기 무언가가 가까이 다가왔다.

 

  “오늘 가져온 건 별로없긴 해도, 이거 도움 될거야.”

 

  ..10개정도의 금속이 내 두 손 위에 닿아온다. 약을 사고도 과일까지 살 수 있는 충분한 양. 하지만 내가 염치없이 어떻게 이걸 그냥 받을 수 있을까. 도움까지 받은 입장에서 이렇게까지 받기엔 미안함이 올라왔다.

 

  마음을 정한 뒤, 받을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지만, 당신은 단호하게 말했다.

 

  “오늘 나 바람쐴 수 있도록 해준 값이야.”

 

  무언가를 회상 하듯, 당신의 얼굴에 외로움과 쓸쓸함이 비춰졌다.

 

  “나에게 크지 않은 것이, 도성 밖의 사람들에겐 큰 가치가 있다는 걸 알았을때..”

  “의미있게 사용하고 싶다고 생각했었어.”

 

  다시금 다가온 두 손에 의해, 내 주먹이 좀 더 안 쪽으로 쥐어졌다.

 

  “장신구들은 이미 많아. 내 조그만 마음이 너에게 큰 의미가 된다면 기쁠거야.”

  “사실, 밖에 나와서 또래는 처음보거든. 궁에는 진심으로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그러니까, 열심히 노력해서 꼭 내 옆에 와줘!”

 

  ..당신에겐 어떤 의미 일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그 약속은 모든 순간에서 나를 견디게 했다.

 

  “어..어머니!!!”

 

  며칠 안가 부모님께서 돌아가셨을때에도..

 

  짹-짹-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때에도..

 

  “그때 그 아이구나!”

 

  ..당신은 나에게 돌아올 공간을 만들어줬으니까.

 

  “무슨 생각해?”

 

  어릴때와 같은 편한 말투. 그러시면 안된다고 말했지만.. 둘 뿐인데 어떠냐며 되려 더 투정을 부리는 당신의 모습.

 

  ..이런 조그만 부분 하나하나가 정말 감사하다는걸.. 당신은 알고 있을까.

 

  ..상관없다.

  당신을 눈 여겨 보고 있던 사람에게 내가 모함을 당할 지라도..

 

  당신을 지키며 죽을 수 있다면..

  그보다 기쁜게 또 없을테니.

 

  “그만두세요! 저는 아무일도 당하지 않았습니다!”

 

  나쁜 마음을 가지고 당신을 마음에 품던 다른 국의 세자를 가로막은 이 후, 나는 공주를 음해했다는 죄목으로 이 자리에 묶여있게 되었다.

 

  무릎에 닿아오는 자갈들의 울퉁불퉁함. 나에게 겨누어진 병사들의 화살 촉.

  ..하지만 전혀 두렵지 않아.

 

  당신을 겁탈하려던 그 사람을 더 이상 이 궁안에 들이지 않는 것 만으로도.. 내 목숨은 충분히 가치있는 일을 한 거니까.

 

  생각할 수록, 말이란 건 정말 무섭다. 내가 저자를 언급한 이후, 시선이 바뀌긴 했으니까.

 

  “활을 겨눠라!”

 

  화살을 쏘라는 큰 목소리와 함께, 나는 기쁜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 내가 이렇게 나마 당신에게 사용되어질 수 있다면, 기꺼이 웃음으로 마무리 하리라.

 

  “..윽!”

 

  신음소리가 들렸음에도, 아픔이 닿아오지 않는다.

 

  그래.

  당신의 아픔섞인 목소리가 나에게 닿지 않았다면 나는 그대로 눈을 감았을 터.

 

  “..이게 무슨.”

 

  재빨리 감았던 눈을 뜬 다음,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뭐하시는 거냐’며 당신을 붙잡았고, 그새 기운이 축 늘어져 버려 흐트러진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날개뼈 부분과 척추 주변에 꽂힌 여러 개의 화살들. 보자마자 정신이 아찔해졌다. 나에게 와야 할 것들이 당신에게 꽂혀져있다.

 

  “아..안돼. 아..안됩니다..”

 

  안된다며 눈물을 흘려보았지만, 당신의 옷만 적실 뿐 어떠한 기적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변하는 건 점점 식어가는 온도 뿐. 부들부들 떠는 오른손이 내 볼에 닿아온다. 그 작은 힘에 감사해, 볼을 감싼 손 위에 내 손을 얹었다.

 

  “나.. 화살 맞아버렸네.. 생각보다 아프다..”

  “근데 있잖아, 나도 모르게 저절로 뛰어 들어 버렸거든.”

 

  숨을 쉬는 것 처럼 샐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이 턱을 타고 방울져 떨어진다. 그런 표정짓지 말라며 당신이 고개를 젓는다.

 

  “우는것도.. 좋네.”

  “난 생각보다 더 너를 좋아하나봐.”

 

  말 하나가 뭐라고, 당신의 갈라진 입술 사이로 피식소리가 들려온다. 이 말에 가슴주변이 움직인 나는 얼마나 염치없는 사람인걸까.

 

  “하하. 그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곁에 계속 있고싶다고 느꼈을때 부터 알았어야 했는데.”

 

  아쉽다며 지은 미소 속에는 한약을 머금은 듯 한 쓴맛이 가득 퍼져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이내 약간의 두려움으로 젖어갔다. 당신은 나를 막은 스스로의 행동때문에 내가 더 큰 일을 당할까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네가 감정적인 나 때문에 더 큰 일을 당하면 어떡하지..”

  “진심으로 너를 구하고 싶었는데.. 이 지경으로 만들어 버렸어.”

 

  중간의 기침소리에 메마름이 번져간다. 안된다고 흐느끼는 내 눈가를 떨림가득한 손이 다가와 닦아주었다.

 

  “도망가. 부탁이야. 다른사람과 이어지느니, 나는 이렇게 죽는게 나아.”

 

  ..내 마음을 밝히던.. 미소라는 이름의 꽃잎이 점점 흐드러져 간다. 머리끝까지 차오른 분노가 조절 되지 않아, 당신을 조심히 뉘여 놓고, 칼을 빼내어.. 잔인하게 미소짓고 있는 다른 국의 세자 앞에 가져다 댔다.

 

  자신이 잘못한 걸 모르는 저 악함이 되려 미소짓고 있다. 주변의 병사들이 다 자신을 위한 사람들이란 걸 알고 있는 자의 거만함. 그럼에도 나는 그 추악함을 인정할 수 없다.

 

  “호오. 지금 나를 죽이겠다는 게냐?”

  “나는 공주에게 가까이 다가가 악수를 하고.. 안부를 전했을뿐..”

  “연을 맺을 지도 모르는 사이에, 인사겸 건넨 입맞춤하나가 그리 성이 나더냐?”

 

  ..저 말은 전부 잘못되었다. 당신은 이 사람을 거부하고 있었다. 당신이 저항하며 소리를 높일 때, 나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손목을 잡아챈 이 사람의 힘은 당신을 놓아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나 이기적인 자신의 행동을 저렇게나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니.

 

  눈물로 얼룩져 벌겋게 달아오른 눈을 숨기지 않은 채, 천천히 앞사람에게 다가갔다.

 

  “..윽!”

 

  그러던 찰나, 큰 화살 하나가 내 등을 꿰뚫었다. 움찔하는 내 모습을 본 앞 사람이 하찮다는 듯 콧방귀를 뀐다.

 

  “현실에서 못 이루어질 연정. 저승에서나 이루거라.”

 

  상대하기 싫다는 듯 점점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어떻게든 쫓아가려 했지만.. 몸이 움직여지질 않았다.

 

  “..크윽!”

 

  또 다시 찾아온 화살 하나가 반대쪽 어깨를 뚫는다. 이러다가 이 자리에서 무너져 버릴것 같았기에, 엎드려져 있는 당신에게로 천천히 걸어갔다.

 

  “….”

 

  왕이란 사람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은 채 죽어가는 자신의 공주를 보고 혀만 차고 있었다. 그 누구도 지금의 상황에 의의를 표하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 제 정신이 아니다.

 

  남은 힘을 전부 짜내어 소리쳤다. 당신을 부디 살려달라고.

 

  하지만, 왕이란 사람은.. 가문의 수치라면서 뒷 모습을 보이고 걸어갈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날아오는 화살을 마주한 채.. 숨을 거두었다.

 

  ‘부..부디 이 사람만은.. 살려..주세요..’

 

  신이 있다면, 부디 이 사람은 살려주라고 마음을 다해 울부짖었는데.. 결국 내 눈은 흑색을 불러오고 말았다.

 

  생명줄이 끊어질 무렵, 밝은 빛하나가 나에게로 다가왔다. 처음 보는 네모난 금속 하나. 처음 본 그 물건에서 이유모를 희망을 느껴, 죽어가는 목소리를 짜내어 소리쳤다. 살려달라고. 어떤방법이라도 좋으니 이 사람만은 부탁한다고.

 

  거래를 했다.

  죽어가는 나의 이 짧은 생명을 대가로,

 

  당신을 모든것이 평등한, 자유로운 세계로 데려다 주겠다는 거래. 흑색의 금속이 반짝 빛나더니 화면 속에 거래성립이란 글자를 보여주었다.

 

  ..그렇게 내 눈은 기쁨을 머금은 채 감기었다.

 

  ‘..당신이 부디 행복하길.’

 

 

  ***

 

 

  “오예! 설이다!! 12시까지 자야지.. 켈켈..”

 

  이불 속에서 행복의 몸서림을 치고 있을때, 엄마의 강압적인 문 열림소리가 들려왔다.

 

  “자긴 뭘자, 전 구워야지.”

 

  하기 싫다는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아랫입술을 한없이 앞으로 내밀었다. 먹을때는 맛있는데 하는건 왜이리 고된 걸까.

 

  하지만 엄마의 말을 거절할만한 패기는 나에게 없다. 전을 마무리 짓고 기름향을 지우기 위해 샤워한 뒤 침대에 털썩 누웠다.

 

  “아!!”

 

  …?

  아무 생각없이 몸을 던졌기 때문에, 침대가 아팠던 걸까?

 

  약간의 미안함이 올라와, 침대주변 이불을 쓰다듬으며 사과를 전했다.

 

  “ ..어.. 미안. 다음부턴 조심히 뛰어들게.”

 

  그렇게 침대의 이불을 쓰다듬던 중, 평소와 다른 볼록한 형태가 존재한다는 걸 알아차렸다. 뭔가 싶어 이불을 젖혀보니, 비단옷을 입은 아리따운 여성 한 분이 누워계셨다.

 

  ‘뭐..뭐지.’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의상. 옷의 끄트머리를 만져보았는데, 실크보다 더욱 부드러운 느낌이 손에 닿아왔다. 처음 느껴보는 고급스러운 느낌에, 현실 속의 소재 중 무언가와 연관 짓지 못했다. 그렇게 시선에 따라 바뀌는 옷의 질감을 계속 관찰하던 중, 신음하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아..아파.”

 

  “..아파요?!”

 

  미세하게 떨리는 움직임에, 약간의 두려움이 올라왔다. 배 주변을 잡으며 끙끙대는 소리가, 마치 무언가에 뚫린 듯한 착각까지 느끼게 했다. 누구인지 물어볼 틈도 없이 당장 달려가 물수건과 구급상자를 준비했다.

 

  “살펴보니 다행히 다친 곳은 없는것 같은데..”

 

  허나, 내 확인과는 달리, 이불 속을 자리한 사람의 식은땀은 얼굴을 뒤덮으며 흐르고 있었다. 뭐라도 주어야 할까 싶어, 부엌에서 쌀로 죽을 끓여 방에 다시 돌아왔는데..

 

  “..나와 비슷하게 생긴 아이로구나. 도와주어 고마워.”

 

  “..?!”

 

  왠 아리따운 공주마마 한 분이 내 침대에 앉아계셨다. 눈을 감았으셨을땐 몰랐는데, 자체의 분위기와 행동 하나하나가 고귀함을 물씬 풍겼다.

 

  ‘잠깐, 그것보다 왜 내 얼굴과 비슷하게 생긴거지?’

 

  머리길이만 다를 뿐, 전체적인 느낌과 이목구비 하나하나가 거울이 비춰주던 내 모습과 똑같다. 너무 신기해서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던 중, 중요한 걸 하나 발견했다.

 

  ..베게에 화장품이 잔뜩 묻어있다!!!

 

  “으아아악!! 뭐야!!!”

 

  식은땀과 함께 녹아버린 분의 자국들이 베게에 스며들다 못해 물티슈로 문질러도 사라지질 않는다. 지우지 못할 것 같은 불행예감에, 어떻게 해야하나 부들대고 있었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왜 살아있는거지?”

  “물어볼게 있다. 여기가 극락인게냐?”

 

  뭘까. 사극에서나 나올 말투. 허나, 전혀 연기라는게 느껴지질 않는다. 일단 이름을 묻고 어디에서 사는지도 물어보았는데, 대답은 전혀 모르는 단어만 가득할 뿐, 듣자마자 알 수 있는건 하나도 없었다.

 

  음.. 이 사람이 옛시대의 공주라는 것만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얘기를 잇던 중, 놀란 공주의 표정이 무언가를 찾아 헤맸다.

 

  “내 호위, 민루는 어디로 갔지?”

 

  민루.. 민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내가 아는 사람인가 싶어 물어보려 할 때 즈음, 마침 그 이름과 비슷한 녀석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엄마랑 아주머니랑 두 분 대화 중이시니까 잠깐 여기 있는..”

 

  타앗-

 

  언제 움직인건지, 기쁜 표정으로 달려가 녀석을 안아버리는 옛시대 공주라는 사람.

 

  “..민루야,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죽지 않았구나.. 다행이야.”

 

  슬픔이 가득담긴 목소리가 녀석을 안은 채 눈물을 머금는다. 그 목소리가 너무 애절해서..

 

  “..뭐야. 이거 놓으..”

 

  당장 떼어 놓으려 인상을 찌푸리는 녀석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신호를 주었다.

 

  “..미안..해요”

 

  잠시 후, 얼굴이 같아 헷갈렸다는 사과의 말과 함께 공주의 사정을 듣게 되었다.

 

  ..자신은 화살을 맞았고, 죽은 줄 알았더니 이곳에 있었다고 한다. 남아있는건 손에 쥐고 있었던 검은 금속 하나.. 아니 스마트폰 하나 뿐. 자신과 함께했던 민루를 찾아야한다며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공주라는 분의 입에서 녀석과 비슷한 이름이 나오는게 참 어색하긴 했지만, 절박함어린 목소리에.. 얼떨결에 돕겠다고 동의를 해버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와 동시에 웃어주는 공주의 미소가.. 정말 기쁜듯 휘어졌다.

 

  ..그 사람을 생각하면 저리 미소지을 수 있는 걸까.

 

  나와 닮은 얼굴이 순수하게 행복해한다.

  확실히 느꼈다. 이 사람은 나와 다르다.

  다른 수식어 필요없이, 그냥 아름다운 사람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스마트폰을 살펴보니,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전원을 켜자마자 ‘돌이킬 수 없다’라는 큰 문구가 눈에 띄었다. 그래도 다음으로 가는 화살표가 있었기에, 뭔가 싶어 그걸 누르니 다른 문구가 보여졌다.

 

  「 바꾸고 싶다면, 과거로 돌아가 그와의 인연을 끊으세요.

  시간에서 벗어난 당신은 3자로서 지켜볼 수만 있을 뿐,

  상황에서 행동할 수 있는건 외부인 뿐입니다.

  외부인이 시간속으로 빨려들어간 이상,

  성격은 유지되지만.. 그 인물과 동화됩니다.

  마음대로 연을 바꾸는건 불가능 하겠지만,

  달라질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동의하시면, 버튼을 누르세요. 」

 

 

  글의 의미를 파악하자마자 얼굴에 회색빛을 띈 공주의 표정에 고민이 잔뜩 비춰졌다.

 

  ..그나저나, 이거 한글인데 어떻게 의미를 파악하는 건가 싶어 여쭈어보려 했는데.. 물어보기도 전에 곧바로 대답이 들려왔다.

 

  “파악하시는 걸 보니, 이 시대 글자로 번역이 되나 보군요.”

  “제 눈에는 제가 알고 있던 글자로 보이니.. 참으로 신기하네요.”

 

  그렇게 이야기를 잇던 중, 조심스러운 부탁이 들려왔다. 필요한 사람은 두 명. 그리고 공주라는 분 앞에 서있는 우리 둘. 성별도 남 녀. 정확히 일치하는 조건.

 

  계속 우리집에 이 분을 모실 수 도 없었고, 한 시라도 빨리 되돌아가셔야 한다는 건 나에게도 필요한 일이었다. 그래도 잠깐의 마음 준비가 필요해서, 호흡을 잇고 있는데.. 공주가 자신에게 붙어있던 장신구 하나를 나에게 건넸다.

 

  “드릴건 없지만, 부디 받아주세요.”

 

  “안 주셔도 괜찮..”

 

  괜찮다고 다시 드리려 했지만, 거부할 수 없는 부드러운 단호함이 찾아왔다.

 

  “행적도, 뵌적도 없는.. “

  “처음 마주하는 사람에게 건네주시는 따뜻함에 감동받아 드리는거에요.”

  “저의 성의를 무시하지 말아주세요. 부탁해요.”

 

  잔잔함 속에 숨어있는 무게감. 그 단호함을 뿌리치지 못하고, 받아든 뒤에 주머니에 넣었다. 진지하게 거부하던 녀석도, 내가 받아들이니 이내 알겠다고 생각을 바꾸었다.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하니.. 투명한 상태로 옆에서 보고 있을게요.”

  “여러분들이 저희 모습으로 동화한다고 하시니, 지금의 말들을 기억하실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부디.. 제가 함께한다는 걸 기억해주세요.”

 

  그 말을 끝으로, 공주와 허스키, 그리고 내가 검지손가락을 이용해 같이 버튼을 눌렀다.

 

  마지막으로, 공주님의 조언이 들려왔다.

 

  “그와 제가 서로 엮이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소중한 사람이 다치지 않을 수 있다면.. 연이 이어지지않아도 상관없어요.”

 

  그 말을 끝으로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이는 빛이 우리를 덮쳤고, 허스키와 나는 그렇게 옛 시대로 녹아들었다.

 

 

  ***

 

 

  웅성임이 가득한 저잣거리. 장터느낌이 물씬 풍긴다. 신선한 채소의 내음과, 달콤한 과일들의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신기해서 주변을 살펴보았는데, 처음 보는 갖가지 향신료와 아리따운 장신구들도 눈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어느새 내 옷은 고급비단으로 이루어진 옛 복장을 입고 있었고.. 고개를 돌려보니 주변엔 나를 따라다니는 여성분들로 가득했다.

 

  “오늘은 어떤 장신구를 보실련지요.”

 

  ‘아. 나는 장신구를 보러온거구나.’

 

  좀 전만 해도 내가 왜 여기 있지라는 생각이 가득했는데, 이내, 그것을 다 잊어버렸다. 지금 나온 것이 산책 중 하나라는 것만 떠오를 뿐.

 

  ‘뭔가 잊어버린 듯 한 느낌이 드는데.. 착각인걸까?’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주변을 보던 중, 포졸들이 누군가를 포박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달려가는 나를 말리고자 궁녀 한 명이 허공에서 두 손을 휘젓는다.

 

  “..어..어딜가시는..”

 

  빨리 걸어가 상황을 바라보았는데.. 내 또래 아이 한 명이 포졸에게 손을 포박당하고 있었다.

 

  잔뜩 야윈 얼굴, 한 줌에 잡힐만큼 얇은 손목. 그 손에 잡혀있는 과일 하나. 저게 뭐라고 저리 수난을 당하고 있다.

 

  당장 달려가 막으려 했는데..

  어째선지 발이 움직여지질 않았다.

 

  투명한 벽 하나를 두고, 지켜보고 있는 공주가 소리를 높였지만..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는 소녀에게 닿질 않았다.

 

  (..안돼.. 부탁이야.. )

  (여기서 이어지면 결국 저 아이는 나 때문에 모함을 받게될거야.)

 

  왜 움직여지지 않는 걸 까.

  더 이상 움직여지지 않는 발을 질질 끌고 몇걸음 더 움직여 보았지만, 땅 밑에서 잡아당기는 힘이 얼마나 센지, 반항할 수 없었다.

 

  에잇 몰라-

 

  그래서 얽매이지 않는 목소리를 이용해 그 상황에 소리쳤다.

 

  “그 아이는 내가 시키는 것을 했을 뿐이다!”

  “생각해보니 값을 주지 않았더구나! 자 가서 건네주고 오너라.”

 

  그래. 내가 가지 못한다면 부탁하면 되는 것. 옆에 있는 궁녀에게 부탁해 값을 건네 주고 와 달라고 했다.

 

  나를 멍하니 바라보는 익숙한 얼굴. 빛이 비출때마다 회색빛으로 바뀌는 머리. 그 모양새가 참으로 부드러울것 같다 생각했다.

 

  “….”

 

  고개들어 멍하니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 활짝 웃어주었다. 나라 전체는 바꿀 수 없겠지만, 적어도 한 사람에게라도 내가 벗이 되어주리. 궁에 발이 묶인 공주일 뿐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게 있어 너무 기뻤다.

 

  (..이러면..안될터인데..)

  (방법이 다르니,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런지..)

  (허나, 호위관련 얘기는 꺼내지 않았으니 또 다시 만나지 못할거야..)

 

  눈을 감고 다시 뜨니, 어느새 내 옆에 그때 그 아이가 서있었다. 바람에 나부끼는 회색빛 검은머리가 찰랑인다. 높게 한 개로 묶은 긴머리, 나보다 위에서 미소짓는 다부진 소년.

 

  ..어느새 내 옆에 와 있었던 걸까.

 

  궁에는 공주로서 날 대하는 사람들 뿐이다. 마음이 편해지는 장소에는 모두 네가 녹아 있다. 그 마음이 내 입을 간지럽혀, 떨어지는 꽃잎에 속마음을 드러내고 말았다.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아.”

 

  네가 미묘한 표정을 띄더니, 고개를 반대로 돌리며 귀 끝에 분홍빛 연지를 머금는다. 내 행동에 저런 모습을 보여주는 네 순수함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 넌 모르겠지.

 

  널 도왔던 내 행동에, 후회는 없다. 형태만 있을뿐, 힘 없는 목소리를 가진 내가.. 무언가 할 수 있다고 알려 주었으니까.

 

  ..그리고, 이렇게나 편한 쉼터를 너를 통해 받았으니까.

 

  골똘히 생각을 머금고 있는 너에게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물어보았다.

 

  “..무슨 생각해?”

 

  기쁜 듯 부끄러워하는 너의 모습에 냉정을 유지하려는 긴장이 섞인다.

 

  “그러시면 안됩니다. 저에게 그렇게 편하게 말씀하시면..”

 

  “둘 뿐인데 어때. 난 너랑 얘기하는게 좋아.”

 

  꽃이 우리 둘 사이에 떨어져 내려, 천천히 바닥에 닿는다. 이 순간이 오래 지속 되었으면 좋겠다. 아무런 불행없이, 그냥 이렇게 꽃비를 맞는 순간 속.. 옆에 네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아닐거야.)

  (똑같을 리 없어.)

 

  앞 뒤가 막혀버린 공간. 잠궈진 문 사이에 힘으로 억눌러진 나와, 기쁜듯 미소짓는.. 다른 국 세자의 그림자가 보인다.

 

  “그렇게 강하게 나를 바라보셔도 소용없다는걸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저를 이렇게 하셔서 어쩌실 생각인거죠?”

 

  “제가 마음에 안 드신다면, 몸을 통하게 하는것도 나쁘지 않죠.”

 

  “..무례한!!”

 

  비아냥 대는 웃음소리가 이어졌고, 입술에 강압적인 힘이 채워졌다.

 

  “..으읍!!”

 

  싫어.

  사라지라고 온 힘다해 밀어보았지만 되려 손목까지 붙잡히고 말았다.

 

  이렇게나 힘 없는 자신을 발견해버리고 말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 자신을 알아 차리자마자 눈물이 흘러내렸다. 동시에 마음속으로 네 이름을 몇번 되뇌었더니,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무례하군.. 지금 교제하는거 안 보이나?”

 

  “..흐..흐윽..”

 

  네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을 왈칵 쏟고 말았다. 너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무력한 나자신이 억울하다 못 해 화가난다. 무릎꿇은 채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음에도 눈물이 손가락사이로 빠져나온다.

 

  “..읏!”

 

  내 모습을 발견했는지. 네가 잔뜩 화난 표정으로 왕자 앞에 성큼성큼 다가갔다.

 

  “지금 당장 저하에게 알리지요. “

  “강압적이신데다, 상처를 주셨다고 말이지요.”

 

  “기..기고만장 하구나..?”

 

  단호한 목소리에 얼굴을 구긴 왕자는, 걸음을 속히 바깥으로 이동했다. 무릎꿇은 내 앞에, 큰 그림자 하나가 드리워졌다. 조심스레 다가오던 손이, 나에게 닿으려다 자신을 숨긴다.

 

  “ 공주…”

 

  그 모습이 마음 아파, 다음 말을 이으려던 너의 뒷 말을 끊고 품에 안겼다. 귀에 닿아온 네 심장소리가 맥박을 높인다.

 

  “..무..무슨..”

  “ ..이러시면.. 안됩니다..”

 

  나를 떼어내려는 너를 붙잡고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네 품에 있으면, 마음이 진정될 것 같았다.

 

  “조금만.. 부탁이야. 무서워서 그래.. 무서웠어.”

  “무력한 내가.. 억울하고.. 화가나서..”

 

  “그러..셨습니까..”

 

  너는 그렇게 내 등을 몇번 토닥여주었다. 그게 뭐길래.. 마음이 따뜻해져버렸다.

 

  “..호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왕자의 검은 미소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안돼.)

  (제발.. 제발 안돼..)

 

  “그만두세요! 저는 아무일도 당하지 않았습니다!”

 

  너의 죄는, 나를 음해했다는 누명. 왕자의 말은 들어주면서, 나와 너의 말은 들어주지 않는 분위기. 두 손을 포박당한 채, 바닥에 무릎꿇고 있는 너.

 

  ..그리고 주변을 둘러싼 화살 촉들.

 

  신분이 대체 무엇이기에, 목숨을 똑같이 여기지 않는 걸까. 잘못을.. 거짓으로 바꾸어도.. 모두다 고개를 끄덕이는 걸까. 회의감에 사로잡힌 나는, 화살이 쏘아지려 할 즈음 네 앞에 달려들었다.

 

  ..하지만.

 

  “..윽!!”

 

  “미..민루야..”

 

  내가 달려올걸 알고 있었다는 듯, 네가 나를 밀어냈다. 두 개의 화살이 네 등을 뚫었고, 네 입끝에서 피가 나오고 있다.

 

  날 바라보던 눈빛이 미소를 머금더니.. 한 사람의 영혼을 바깥으로 빠져나오도록 만들었다. 한 몸에서 빠져나온 익숙한 회색빛머리 사람을 부축할때 즈음, 네가 허공을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듣고 계시지요.”

  “제가 한 번 더 당신과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셔서..너무 감사합니다..”

  “저는 당신이 살아남길 바랬어요.”

  “하얀빛을 끌고오던 자에게, 설명을 들은 뒤 하나를 더 부탁했지요.”

  “ ..지금의 기억을 잃지 않게 해달라고.”

  “한 번만 더 당신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이제 저의 소원은 이루어졌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 당신은.. 당신은 살아가세요.”

  “그리고 답해주지 못했던..말..지금에서야..”

 

  ..으허억!! 쿨럭!!

 

  두 어번 기침을 내뱉는 네 목끝에 핏물이 잔뜩 고여있다. 죽어가는 목소리가, 행복하게 웃으며 마지막 한 마디를 건넸다.

 

  “저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아..아아!!! 안돼!!)

  (내..내가 너를 두 번 죽게 만들었어..)

  (부탁이야!! 나를 이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지만 그 벽을 뚫을 수 있는 힘은 나에게 없었다. 허공에서 안된다는 단호함섞인 말이 들려온다.

 

  「 안됩니다. 미리 말씀드렸을텐데요.

  마지막이 바뀌었습니다. 당신이 살아남았으니, 이제 돌아가시기만 하면 됩니다. 」

 

  (죽음을 뛰어넘은 사람에게, 그런 규칙이 통할 것 같아?)

 

  화면을 뚫고 나가려는 몸에 전류가 흘러들어온다. 조금만 힘을 풀면 쓰러져버릴것 같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가는 과정을 앞에서 보는것 보다 괴로운건 없었다.

 

  (네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기위해 두 번의 죽음을 택했다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겠어.)

 

  터져나올 것 같은 심장, 잔뜩 부풀어오른 핏줄.

 

  (으아아아!!)

 

  아파서 정신을 놓을 것 같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파앗-

 

  “으윽.. 돼..됐어!!”

 

  「 이..이럴수가!!」

 

  허공의 목소리를 제치고, 아직 눈이 감기지 않은 너에게로 달려나갔다.

 

  “하아..하.. 당신이.. 어떻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얼굴이, 점점 차갑게 식어간다.

 

  “너만 잘났지?! 너만 대단하지?! 내가 가만있을 줄 알았어?!”

 

  분노가득한 목소리가 궁안에 울려퍼졌고, 모든 사람이 멍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랑 해보고 싶었던거 지금에서야 할거야.”

  “..ㅁ..무슨 말씀..”

 

  나와 민루의 몸 속에서 빠져나온 사람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느낌표를 잔뜩 머금고 말았다.

 

  “..!!”

  “ ..!!”

 

  눈에 닿아온 상황 속, 두 사람의 입술이 맞 부딪혔고, 깊은 입맞춤이 이어졌다. 잔뜩 붉어진 두 사람의 얼굴 사이, 천천히 떼어진 호흡이 이어졌고.. 남자에게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하..하아.. 하하하…”

 

  한 층 강해진 공주의 모습이 카리스마를 잔뜩 머금었다.

  ..잠깐. 공주..? 저 사람이 공주 인걸 내가 어떻게 알았지..?

 

  “모르나본데, 내가 더 좋아해!!”

  “너의 죽음을 절대 헛되게 만들지 않을거야.”

 

  갑자기 일어선 나와 똑같은 사람이, 주변을 둘러보더니 단호한 말을 내뱉었다.

 

  “당신들이 어떻게 하든, 나는 이 시대를 바꿀거에요.”

  “철저히 붙잡고 늘어져서, 이 잘못된 사상을 바꾸어버릴거야.”

  “당신, 연 맺을 생각하지 마세요 절대 안 할 거니까.”

  “아버지도 여자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저는 더 큰 세상을 보고 온 사람이니까요.”

  “이 모든게 허상이라고 해도, 나는 기억을 이어갈거에요.”

  “두고 봐요!!!”

 

  바보라는 의미의 피식함이 남자의 미소 끝에 보여졌다.

 

  “..하..역시..대단한..사람..”

 

  ..잠시 후. 그렇게 두 사람은 빛이 되어 하늘로 사라졌다.

 

  “..윽!”

 

  갑자기 찾아온 통증. 저절로 감긴 눈이 떠질때 즈음, 나는 익숙한 부드러움에 누워있었다.

 

  ..옆에서 같이 누워있는 녀석의 얼굴을 마주한 채.

 

  ..녀석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한 방울 떨어져 내렸다.

 

  ‘뭘까, 왜 이렇게 슬픈거지.’

 

  그렇게 멍하니 옆 사람의 숨소리를 바라보던 중, 사라락 이불을 움직이는 녀석의 뒤척임이 느껴져..

 

  ‘나..나 뭐하는거지 지금?!!’

 

  당장 누워있던 침대에서 일어나 지금 상황을 직시했다.

 

  “우아아악!! 나 지금 내 침대 으아아악!!”

 

  생각을 마구 휘젓던 중, 일어선 내 밑으로 무언가가 하나 툭하고 떨어졌다.

 

  “ ..?”

 

  ..비싸보이는 장신구다.

 

  “..이게..뭐지?”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드는데,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진다.

 

  “갈비 다 됐어! 내려와서 민우랑 같이 먹어라!”

 

  엄마께서 음식 알람을 전해주셨다. 미묘한 감정을 갈비로 변경하고, 책상 위에 장신구를 살짝 올려놓은 뒤 녀석을 깨웠다.

 

  “오예! 야 일어나!! 갈비야 갈비!!”

 

  일어난 녀석의 표정에도 처음의 나처럼 놀람이 가득 고여있다.

 

  “..내가 왜 여기서 자고 있..”

 

  “됐고!! 야, 얼른 가자. 나 완전 배고파.”

 

  돌아다닌 것도 없었는데.. 위가 심각하게 꼬르륵 소리를 내고 있었다. 녀석을 끌고 아래로 내려가는데, 귓 속을 울리는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고마워. 미래의 나.」

 

  “뭐 못들었어?”

 

  “배고파서 헛소리 들었겠지.”

 

  “뭐래! 내가 헛소리 들을정도로 음식 돼지는 아니거든!”

 

  ‘그러세요’라는 저 짜증나는 표정이 나를 더 부추긴다. 그만하라며 엄마께서 더 좋은 소식을 알려주셨다.

 

  “일반 갈비아니고 등갈비니까, 둘다 많이 먹어도 된단다.”

 

  “와아!!!”

 

  “..하. 역시 대단한 사람.”

 

  (..?)

 

 

  소년이 무언가 생각난 듯 고개를 까딱였지만, 이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행복해하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때, 책상 위에 놓여있던 장신구가 바람을 타고 빛의 형태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비가 되어 아름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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