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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인코그니토
작가 : BD번
작품등록일 : 2019.9.1

추기경 살해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귀족 청년 에드먼드. 무죄를 증명하고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그의 이야기.

 
9. 악몽(3)
작성일 : 19-11-04 14:54     조회 : 54     추천 : 0     분량 : 5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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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약점을 잡은 건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확실한 증거를 얻기가 힘들면, 최소한 자백이라도 끌어내자. 그에겐 자신감이 있었다. 자백을 확실하게 얻어낼 수 있는 비법이 그에겐 있었다. 사실 쓰고 싶지 않았던 수단이었지만, 대의를 위해서라면 써야만 했다. 그렇기에 그녀가 자신의 소굴에 불러내는 것에, 기어코 응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모든 게 엉클어졌다. 그저 저 조그만 목걸이 하나 때문에! 세상에 저런 것이 존재하고 있는지는 몰랐다. 그것도 하필이면 저런 자의 손에 있다니. 빌어먹을 신을 저주하고 싶은 마음밖에 들지 않았다.

  실수했다. 자신의 어리석음 때문에 모든 것을 망쳐버리고 말았다. 자신의 오만이 파멸로 이끌어버리고 말았다.

  후회했다. 바로잡고 싶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동안 힘들게 감추어 두었던 모든 것들이, 전부 저자를 통해 드러나 버릴지 몰랐다.

  아니다. 아직 방법은 남아 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실수에 대한 대가는 갚아야 했다. 그 책임을 져야만 했다. 그렇게 자신의 품속에 있던 권총을 꺼내 들어 조용히 뒤돌았다.

 

 "어머! 세상에나 에드먼드. 지금 당신이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알고 있나요?"

 

  자신을 겨누는 권총을 보고서도 그녀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대체 이 얼마나 오만하면,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도 비웃음을 짓는 걸까? 쉰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유혹적인 자태를 뽐내던 그녀는, 남자의 방문이 자신의 예상과 너무나 달랐기에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남자를 비웃었다. 그녀는 이미 모든 걸 알아버렸기에. 자신이 모든 걸 승리했다고 자만하고 있었기에. 드디어 저 남자를 굴복했다고 믿었기에, 그녀는 웃고 있었다.

 

 "아주 잘 알고 있죠."

 "에드먼드?"

 

  여자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궁지에 몰린 자의 마지막 저항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지만, 그의 결심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컸다.

  그렇게 그의 손가락은 방아쇠를 당기고 말았다. 두 번의 총성. 두 번의 섬광. 하나는 가슴에. 하나는 머리에. 확고하게 죽일 의사를 가진 그의 행동에, 그녀는 자신의 드레스와 같은 붉은 피를 흘리며 싸늘하게 식어갔다.

 

 "에드먼드. 불쌍한 에드먼드. 대체 어디서부터 자신이 놀아난 건지도 모르는 불쌍한 사람. 후후훗."

 

  여자의 시신이 자신을 쏜 자를 비웃고 있었다. 싸늘하게 식은 시신이 경멸과 조소를 담아, 그가 한 행동에 끊임없는 비웃음을 보내고 있었다.

  그의 손이 떨렸다. 자신의 행동에 후회하면서도, 자신을 달래기 위해 끊임없이 합리화했다. 해야 할 일을 했던 거라고. 자신의 사명이었다고 그렇게 자신을 속이면서.

  죽은 여자는 그런 그를 계속해서 비웃고 있었다.

 

 "빌어먹을..."

 

  잠에서 깬 에드먼드가 이제는 익숙해진 호텔의 천장을 보며 중얼거렸다. 어젯밤 찾아온 스페이드 때문인지, 한동안 꾸지 않던 꿈을 또 꾸고 말았다.

  에드먼드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식은땀에 축축해진 몸이 서늘한 새벽공기에 식으면서 소름이 돋았다.

  침대에서 일어나 맨 먼저 창가로 가서 커튼을 걷었다. 푸르스름한 새벽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왔다. 그렇게 밝지는 않았지만, 눈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하지만 눈살을 찌푸리는 게 만드는 건 하나 더 있었다. 창가엔 어제 스페이드가 놓고 간 재떨이가 그대로 있었다.

 

 "정말이지 사람 짜증 나게..."

 

  에드먼드는 창문을 열고 재떨이를 멀리 던져버렸다. 다행히 아래에 지나가는 사람이 없었지만, 에드먼드는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신경질적으로 창문을 다시 닫고, 침대 옆 탁자로 향했다.

  탁자 위엔 어제 스페이드가 주고 간 위스키병과 잔, 그리고 그의 회중시계가 올려져 있었다. 스페이드 덕에 악몽을 꾼 뒤라 짜증은 났지만, 위스키에다가는 화풀이하지는 않았다.

  회중시계를 집어 들고 지금 시간을 확인했다. 평소보단 조금 일찍 일어나긴 했지만, 다시 잠들고 싶지는 않았다. 온몸이 식은땀투성이였기에 지금은 씻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다.

 

 "난 해야 할 일을 한 거였어."

 

  살인자 따위가 아니야. 군인이 전장에서 적을 죽여도 살인자라고 하던가? 자신은 국가를 위해, 왕실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 페럴 추기경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다시 떠올리기 싫은 그 날의 기억.

  에드먼드는 그렇게 자신을 애써서 달래며, 다시 한번 싹트려는 죄의식을 꺾어버렸다.

 

 -똑똑

 

  평소와 다름없는 노크 소리. 에드먼드가 잠에서 깨고 서너 시간쯤 지나면, 저 노크 소리가 들리는 건 이제는 일상이었다. 하지만 매번 문 너머에서 보는 얼굴에는 익숙해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 문을 열어주지 않을 수도 없었다.

  하루는 일부러 문을 열어주지 않고서 놔둔 적도 있었다. 덕분에 에드먼드는 한 시간 내내 노크 소리를 듣느라, 신경쇠약이라도 걸리는 줄 알았다. 그리고 그대로 놔두면 온종일 그러고도 남을 것 같았기에, 결국 문을 열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기억이 있기에 어쩔 수 없이, 평소대로 문을 열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방문은 벌컥 열려버렸다.

 

 "안녕! 좋은 아침이야, 에디."

 

  오늘 하루는 아무래도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시작하려나 싶었다. 노크라는 형식적인 예의만 지키고, 무작정 방문을 열어버리는 라나의 행동은, 언제나 에드먼드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안 그래도 좋지 않은 꿈 덕에, 최악의 아침을 맞이했던 오늘이었다. 그런데 거기다 오전부터 라나가 나타나다니. 에드먼드가 평소보다 더욱 오만상을 찌푸리게 되는 건 당연했다.

 

 "와! 표정이 너무 노골적인거 아냐? 나도 사람이야 사람. 그런 얼굴로 쳐다보면 상처받는다고?"

 "오전부터 무슨 일이야?"

 

  상처받는다고 말하는 사람치고 표정은 밝아보였다. 그녀를 뒤따라 들어오는 베네딕트를 보며, 오늘만큼은 저 면상만 보는게 차라리 반가웠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에디, 지금 톰한테 지불한 숙박비는 얼마나 남았어?"

 "3일."

 

  차명계좌를 계속 이용하는 게 위험할 수는 있었지만, 숙박비에 관해선 어쩔 수 없었다. 물론 계좌의 내역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거미의 건부터 해서, 에드먼드의 위치가 너무 쉽게 발각이 되어버렸다.

  물론 록센 호텔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에드먼드가 그곳에 은거하고 있을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작과 주교가 에드먼드를 죽이기 위한 행동을 보면 예상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들의 행동을 보면 그가 이곳에 있다는 걸 사실을 확신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이제 슬슬 네 거처를 옮겨야 하겠단 생각이 들었거든."

 "거기엔 나도 동감하지만, 가능하다면 여기보다 나은 환경이면 좋겠어."

 "에이, 그건 무리지."

 

  예상은 했지만, 너무나 당연하게 무리라고 대답하다니. 라나에겐 에드먼드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맞춰준다는 선택지가 없는 것 같았다.

  스페이드가 전날 얘기한 대로, 록센 호텔이 안전하기는 했다. 적어도 공권력은 톰과 전면적으로 부딪히길 껄끄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에드먼드에게 가장 큰 문제는 경찰이 아니었다. 그의 신변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자들은, 이 호텔의 주인에 대해선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다.

  그리고 당연히 그들은 톰의 갱단이 감당하기에도 버거웠다.

 

 "어라? 에디. 이건 웬 술이야? 꽤 비싸 보이는데."

 

  라나가 침대 옆 탁자에 놓인 위스키병을 보며 말했다. 같이 놓여있는 잔도 유명한 장인이 만든 고가의 물건이었지만, 그것까지 알아볼 심미안은 라나에게 없었다.

 

 "오랜 지인이 멋대로 찾아와서 놓고 갔어."

 

  어차피 라나 입에서도 거처를 옮긴다는 얘기가 나왔으니, 간밤의 방문자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꺼냈다. 물론 그게 누군지는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아마 탐정 스페이드라는 인물을 제법 유명하기도 하니, 그의 이름을 라나도 알고 있을 것 같았다. 그렇기에 그가 자신을 방문한 이유, 그리고 그와 자신의 관계 등을 괜히 캐묻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에드먼드의 대답에 라나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의외의 것이었다.

 

 "뭣? 헨리 그 사람이 여기까지 왔다 갔어?"

 "헨리 누구?"

 

  세상에 헨리라는 이름을 쓰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처음엔 라나의 입에서 나온 이름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원래라면 자신이 알고 있는 헨리는, 라나와 알고 있는 사이일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그 이름이 나온 상황이, 자신이 알고 있는 헨리 말고는 나올 이유가 없었다.

 

 "잠깐만. 방금 당신이 얘기한 게 헨리 멜윈을 말하는 건가?"

 "어라? 네가 찾아왔단 사람이 그 사람이 아니야?"

 "당신이야말로 헨리를 어떻게..."

 

  물론 자신의 뒷배경을 조사하면, 헨리에 대한 것도 나올 수는 있었다. 하지만 방금 라나가 그의 얘기를 꺼냈을 땐, 마치 그녀도 그와 만났었던 것 같은 뉘앙스였다.

 

 "어쩌다가 그와 만나게 됐거든. 널 내놓으라고 하더라."

 "그에게 무슨 짓을 했어?"

 

  어지간히도 그를 신뢰하는구나. 한순간 라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목적은 빼고 애매하게 내놓으라는 말을 꺼냈다. 생각하기에 따라선 에드먼드의 목숨을 노리고 내놓으라고 말했다고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에드먼드는 그런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오히려 헨리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이 먼저인 것 같았다. 혹시 그에게 무슨 일이 있다면, 당장에 라나를 죽일 것 같은 그런 얼굴이었다. 물론 그게 가능하지는 않겠지만.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 줄래? 오히려 뭔가 당할뻔한 건 내 쪽이었으니까. 뭐, 그래도 우리가 널 데리고 있는 것에 대해선 납득해준다고."

 "납득했다고? 헨리가?"

 

  에드먼드는 전혀 납득하지 못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수긍이 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확실히 스스로 생각해봐도, 지금은 헨리와 함께 있는 것 보다, 라나쪽이 그에게 안전했다. 오히려 지금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과 더 가까운 곳으로 가게 되는 꼴이니까.

 

 "뭐, 나로서도 헨리가 무모하게 나서지 않길 바라지만..."

 

  친구의 우정에 대해선 강한 신뢰가 있는 것 같지만, 그의 능력에 대해선 그렇게까지 신뢰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공작과 주교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특히 공작이 가진 재상이란 지위가 상당했다. 어떤 의미로 직접적인 영향력은 국왕보다 더 크다고 볼 수도 있었다. 전제군주의 폭정을 막기 위해, 현재 브리카의 왕권은 오로지 재상이라는 대행인을 통해서만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왕실조차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게 배크햄 공작이었다. 그런 자와 대립한다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쨌거나, 헨리 그 사람이 아니면 누가 왔다 간 건데? 설마 제시카가 우리에게 말도 안 하고서 왔다 갔을 리는 없고. 아닌가? 설마 진짜로...?"

 "진짜 짜증 나는 헛소리는 그만해주겠어?"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하던가? 하지만 저렇게 음흉한 얼굴로 웃고 있으면, 오히려 침을 뱉고 싶어지는 에드먼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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