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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인코그니토
작가 : BD번
작품등록일 : 2019.9.1

추기경 살해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귀족 청년 에드먼드. 무죄를 증명하고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그의 이야기.

 
8. 잠입(1)
작성일 : 19-10-26 14:46     조회 : 53     추천 : 0     분량 : 5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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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세계에서 가장 넓은 정원. 그것이 이곳 솔즈의 별명이었다.

  랭커튼 안 자치구 중에서 동북쪽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솔즈는, 바로 서쪽에 위치한 러스트베인과 상반되는 느낌의 전원도시였다. 약 1, 2세기 전까지만 해도 드넓은 밀밭이 가을이 되면, 황금빛으로 들판을 빛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단연코 지금과 같은 봄이 이 지역의 아름다움을 가장 뽐내는 시기였다. 수많은 화초와 정원수들이 자리 잡은 이 땅에선, 누군가의 배를 불리기 위해 키워지는 식물이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곳에서 자라난 다양한 종류의 꽃들은, 누군가를 위해 바쳐지는 꽃다발을 장식하거나, 옷감을 물들일 염료나 향수에 들어갈 향료가 되기 위해 꽃봉오리를 피우고 있었다. 오롯이 아름다움이란 가치만을 위한 도시. 낭만주의자라면 이 도시를 어찌 찬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양쪽으로 드넓게 펼쳐진 꽃밭사이로 길게 뻗은 돌담길. 그리고 그사이에 서 있는 두 명의 남녀. 얼핏 보면 평화롭고 낭만적인 풍경이었지만, 두 사람은 낭만과 평화와 너무나도 무관한 사람들이었다.

 

 "겉으로 봤을 땐 보안이 허술해 보이는걸, 보스."

 "그래. 어디까지나 겉으로 봤을 땐 그렇겠지."

 

  라나의 옆엔 덩치 큰 남성이 서 있었다. 대머리에 짙은 눈썹과 덥수룩한 수염이 인상적인 그는, 라나의 단골 펍인 샷앤록의 주인 밥 커시였다. 그는 쌍안경을 들고서 멀리 위치한 언덕위를 살피고 있었다.

  두 사람이 바라보고 있는 건, 그들이 선 길을 따라가면 위치한 커다란 수도원 건물이었다. 낮은 언덕 위에 있는 솔즈 수도원은, 마치 이 일대를 망보는 감시탑과 같은 느낌도 들었다.

 

 "하긴, 전면전을 벌일 생각이면 모를까, 너무 탁 트여 있어서 침입하기엔 어렵겠어."

 "게다가 이 주변은 밤이 되어도 그다지 어둡지 않을 것 같아."

 

  주변은 온통 낮은 키의 꽃밖에 없었다. 덕분에 어딘가에 몸을 숨기고서 접근하기엔 어려워 보였다. 그나마 엄폐물이 될만한 건 돌담길의 돌담이었다. 하지만 그 길을 따라서 에테르 응집기가 세워져 있었다. 가로등의 역할도 하는 응집기 덕에, 이 돌담길은 오히려 밤에는 더 눈에 띄는 장소였다.

  물론 돌담길 말고도, 꽃밭 한가운데에도 간간이 응집기가 세워져 있었다. 아무래도 이 일대는 여러모로 사각을 찾기 어려웠다.

  아무래도 정면의 루트로 침입하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물론 침입 루트도 문제지만, 이후 탈출 루트도 중요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드넓은 꽃밭은 탈출 경로로도 좋지 않았다. 만일 이 평원을 지나야 한다면, 상대의 주의를 확실하게 끌어들일 수단이 필요했다.

 

 "근방의 상수도와 관련된 자료는 확보했어?"

 "이 지역 구청에서 일하는 친구를 통해서 수소문해 보긴 했는데, 2백 년 전 자료 말곤 없다더라고. 일단 그거라도 달라곤 해봤지."

 "혹시 모르니까 이 일대에서 행해진 대규모 공사 기록도 같이 체크해줘."

 

  밥에게서 쌍안경을 받아든 라나가 자신의 눈으로 수도원 주변을 면밀히 살폈다.

  낮이긴 했지만, 딱히 경비를 서고 있는 인력은 없어 보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종교시설인 수도원에 경비가 서 있는 것이 어울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요한 연구시설이기도 한 이 수도원에 아무런 경비가 없는 건 말이 안 됐다.

  오히려 반대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위험했다. 솔즈 수도원 정도의 시설이면, 방위시스템은 당연히 갖추고 있다. 없어서 안 보이는 게 아니라 잘 감추고 있기 때문에 안 보이는 것이다.

 

 "일단 필요한 정보들이 모이고 나면, 나중에 해가 진 시간에 다시 와봐야겠어. 야간 방위 시스템이 돌아가는 것도 한번 확인해야지."

 

  라나는 쌍안경을 접어 가방에 넣곤 미련 없이 돌아섰다. 지금 당장은 딱히 뾰족한 침입 경로가 보이지 않았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차량도 없고, 들락이는 사람도 수사뿐이었다. 그야말로 평원 한가운데에 위치한 섬과 같은 고립된 장소였다.

  밥도 그의 맨들맨들한 뒤통수를 긁으며 라나의 발걸음을 뒤따랐다. 그의 표정은 뭔가 라나에게 할말이 많아보였다.

 

 "그나저나 리타에게 들었는데, 이번 작전의 목표가 블레서 탈취라고 들었는데."

 "응 맞아. 그 밖에도 유용해 보이는 건 가능한 전부 손에 넣어야지."

 "하지만 보스도 잘 알겠지만 블레서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제대로 훈련받은 너랑 나밖에 없잖아. 굳이 그걸 얻기 위해서 이런 모험을 해야 할 필요가 있나?"

 "날 믿어. 그럴 가치가 충분히 있어."

 

  밥은 아무래도 이번 작전이 여러모로 망설여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라나가 저렇게까지 확신을 하는 것을 보면, 아마 블레서 이외에도 뭔가가 더 있나 싶긴 했다.

  블레서에 대한 얘기도 라나가 아닌 리타에게 전해 들었던 만큼, 평소 라나는 작전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전부 공유하지 않았다. 굳이 숨기려는 의도가 없더라도, 오직 필요한 정보만 전달하고 그 이상은 결코 입에 담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방식에 특별히 의문을 품지 않았다. 만에 하나 작전이 유출될 경우를 대비하여, 정보를 쪼개어 전달하는 방식인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밥이 이번 작전에 대해 망설임을 가지고 있는 건, 단순히 그녀가 제한된 정보를 줬기 때문이 아니었다. 과거의 좋지 못한 기억이 그를 자꾸만 괴롭히고 있었다.

 

 "수도원 침입이 처음은 아니니 알 거 아니냐고? 솔직히 그때 베네딕트를 구했던 네 결정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그때 그 한 명을 구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었는지는 기억했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그때만큼의 희생자를 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작전을 면밀히 준비하고 임할 테니 걱정하지 마."

 

  라나의 대답은 조금 신경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당시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그의 실수였던 것 같았다. 밥은 별수 없다는 듯 한숨만 내쉬고 이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그보다 어깨 부상은 어떻게 할 거야? 설마 부상이 다 낫지 않은 상태로 작전에 들어갈 생각이야?"

 "뭐 어때? 현역 땐 배때기에 총알 서너 방 박힌 채로도 임무 수행한 적 많잖아?"

 "그땐 그래도 젊기라도 했지."

 "그래 네 머리카락도 아직 남아 있던 시절이었고."

 

  밥은 자신의 민둥민둥한 머리를 쓰다듬었다. 라나의 얘기에 조금은 상처받은 듯, 시무룩한 표정이 되었다. 괜히 나이 얘기를 꺼냈다가 갑절로 되받고 말았다.

 

 "인간적으로 머리 얘기는 건드는 게 아니야."

 "네가 먼저 나이 얘기 꺼냈잖아. 나보다 늙은 게."

 

  요즘 부쩍이나 나이에 민감해진 라나였다. 사실 나이 때문에 서럽다면야, 이제 마흔을 갓 넘은 라나보단 곧 쉰을 앞둔 밥이 더 서러웠다. 하지만 그걸로 항변해봤자 돌아올 게 없다는 걸 알기에, 밥은 또 침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이 솔즈 수도원이 위치한 꽃밭을 벗어난 건 한 시간 정도 더 걸은 뒤였다. 그만큼을 걷고 난 뒤에야, 비로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있는 시내가 나왔다.

  아무래도 이번 작전은 여러모로 다양한 문제들에 직면해 있는 것 같았다.

 

 "보스, 설마 당일에도 도보로 이동할 생각은 아니지?"

 "그럴 리가. 하지만 확실히 그 인근까지 이동하고 빠져나올 때 필요한 이동수단에 대해선 많이 고민해야겠지?"

 

  아무래도 교통수단 때문에라도 많은 인원을 투입하기 힘들어 보였다. 무엇보다 수도원을 습격하고, 무사히 빠져나오기 위한 수단이 제일 문제였다. 에드먼드 때처럼 잭의 택시를 이용할 수도 없었다.

  수도원에서 확보한 장비들을 거기에 모두 싣는 것도 힘들뿐더러, 또 택시로 수송하려면 가능한 인원이 너무 적었다. 아무래도 트럭과 같은 운송수단이 필요는 하겠지만, 그것을 직접 수도원 근처까지 끌고 가는 것도 힘들었다.

 

 "아무래도 여러 가지로 많은 밑 작업이 필요할 것 같네."

 

  라나는 몇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는지 씩 웃음을 지었다. 밥은 그 표정을 보며 괜히 더 불안한 마음에 쓴웃음이 절로 지어졌다. 라나가 저런 표정을 지으며 작전을 떠올릴 땐, 하나같이 개고생한 기억밖에 없었다.

 

 "제발 생업에는 지장이 없을 정도로만 굴려줘..."

 "걱정 마, 아직 필요한 정보도 다 모인 건 아니니까. 찬찬히 진행해 가자고."

 "난 보스가 찬찬히라고 말할 때가 제일 무섭더라."

 

 농담보단 진담이 더 많이 섞인 밥의 푸념이었다. 아무래도 이번 일은 그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으로 골치 아플 거란 예감만 가득했다.

  밥은 아까 말했던 상수도 관련 자료를 위해 라나와 헤어지고 어디론가 향했다. 라나는 이 지역에 더는 볼일이 없는지, 이동을 위해 버스정류장 앞에 서서 기다렸다. 다행히도 그녀의 목적지인 햄필드 동부와 이어진 버스 노선이 딱 하나 있었기에, 중간에 갈아탈 필요는 없었다.

  정류장에 기다리는 사람은 그녀 말곤 없었다. 시간도 시간일뿐더러, 애초에 솔즈는 그렇게 사람이 북적이는 지역이 아니었다. 마치 이 거리를 혼자서 전세 낸 것 마냥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십여 분을 기다리자, 그녀가 기다리던 버스가 멀리서 달려오는 게 보였다. 이 시간에 승객을 태울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 하마터면 버스는 그녀를 못 보고 지나칠뻔한 기세로 달려오다 급히 정차했다.

 

 "어서오세요, 부인."

 

  버스 기사는 하마터면 지나칠뻔한 것이 신경 쓰였는지, 멋쩍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라나는 그의 인사에 미소로 답하며, 동전을 요금통에 넣었다. 짤랑 이는 소리와 함께 계수기의 숫자가 하나 올라갔다.

  라나가 좌석에 앉자 버스는 곧바로 출발했다. 그녀가 기다리던 정류장만큼이나 버스 안도 매우 한적했다. 이쯤이면 이 버스에 사람이 일부러 타지 않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라나는 조용히 창밖의 풍경을 즐기고 있었다. 그렇게 주변 풍경이 바뀌어 가는 것을 보던 라나의 표정에 뭔가 미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녀는 왼손에 들고 있던 손가방을 열고, 그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안에 들어 있는 뭔가를 손에 쥐었지만, 곧바로 꺼내지 않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끼이익

 

  한참을 달리던 버스가 정차했다. 하지만 그곳은 정류장이 아닌 곳이었다.

  버스의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버스 위에 올랐다. 제법 큰 키에 단단해 보이는 체격. 짧은 흑발에 뚜렷한 이목구비에 강인한 턱선이 눈에 띄는, 남성미 넘치는 매력을 가진 청년이었다. 나이는 아마도 에드먼드와 비슷한 정도의 나이.

  라나는 그 남성의 등장에 긴장하면서도, 남자의 동작 하나하나에 시선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잠깐 옆에 앉아도 될까요? 라나 스콧."

 "우리가 구면이던가요?"

 "아뇨. 초면인데 조금 부담스러우시다면 이 옆에 앉죠."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라나가 앉은 자리 건너편 자리에 앉았다. 그와 함께 버스는 다시 출발했다.

  라나는 여전히 손가방에서 손을 빼지 않고, 남자의 행동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그 어떤 위협적인 제스쳐를 취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몸짓 하나하나가 정중하게 예의를 갖춘 느낌이었다.

 

 "인사가 늦었네요. 전 헨리 멜윈이라고 합니다. 랭스턴 후작가의 차남이자, 에드먼드의 둘도 없는 친우지요."

 

  그의 자기소개는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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