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
 1  2  3  4  5  >>
 
자유연재 > 판타지/SF
인코그니토
작가 : BD번
작품등록일 : 2019.9.1

추기경 살해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귀족 청년 에드먼드. 무죄를 증명하고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그의 이야기.

 
8. 잡입(3)
작성일 : 19-10-28 12:04     조회 : 48     추천 : 0     분량 : 515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제시카가 종종 햄필드를 들리긴 하지만, 일주일 만에 재방문하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그녀의 등장에 가장 신이 난 건, 그녀가 사 온 과자 상자들을 보며 신이 난 보육원의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아만다의 손에 의해 그 수많은 과자가 한두 시간 만에 정복당하는 것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건 라나 선물이에요."

 "벌써 또?"

 

  제시카가 내민 검은색 편지 봉투를 받아 든 라나는, 누가 볼세라 안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아무래도 한동안 잠적하던 카라바스 후작은 할 말이 매우 많은 것 같았다. 물론 기왕이면 저번처럼 은유적인 표현은 조금 자제했으면 좋겠지만, 왠지 큰 기대는 하면 안될 것 같았다.

 

 "그나저나 제시카. 혹시 너 헨리 멜윈이라는 청년에 대해선 잘 알아?"

 "에드먼드의 친구 헨리요?"

 "두 사람이 엄청 친한가 보네. 그게 기본적인 수식어로 깔리는 걸 보면."

 "뭐 학창 시절엔 늘 1, 2등을 겨루던 라이벌 같은 관계였다고도 해요. 보통은 늘 에드먼드가 1등이라곤 하던데, 그래도 몸 쓰는 건 에드먼드보다 나아서 체육 쪽에선 그래도 늘 에드먼드를 이겼다곤 해요. 물론 인간관계도 훨씬 나았죠."

 

  유독 인간관계 부분에 힘을 줘서 말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고 헨리를 설명하는 제시카의 표정이 호감을 가지고서 말하는 것 같진 않았다. 에드먼드보단 덜하지만, 그래도 뭔가 혐오스러운 것을 얘기하는 것처럼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제시카의 표정을 보며 라나는 재밌어하고 있었다. 그녀는 상류층을 좋아하지 않기에, 그들에 관한 얘기를 물어볼 때마다 언제나 그런 표정이었다. 짓궂은 라나는 그 때문에라도, 제시카에게 이런 주제의 질문을 하는 것을 즐기고도 있었다.

 

 "뭔가 에디랑은 다른 유형의 완벽한 도련님이네. 그의 가문은 어떤 집안이야?"

 "랭스턴 후작가요? 뭐 그냥 적당히 영향력 있고, 적당히 잘 사는 그럼 집안이죠. 아 참. 그리고 그 베크햄 공작의 처가 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헨리에게 공작은 고모부가 되는 거네요."

 "흐음 과연."

 

  에드먼드와 헨리. 그리고 베크햄 공작. 이 세 사람의 관계가 미묘하게 얽혀있단 느낌이 들었다.

  공작에게 있어 에드먼드는 후계자 중 한 명이기도 했지만, 조카의 절친이기도 했다. 그런 에드먼드를 대체 무엇 때문에 냉정하게 가지 자르듯, 내치려고 한 걸까?

  물론 에드먼드가 해독해낸 암호를 봐도, 그것의 중요도는 꽤 높아 보이긴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론, 뭔가가 부족하단 느낌도 같이 들었다. 일단 지금 모든 상황이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왠지 암호 때문이 아니더라도 에드먼드를 내 치려 했단 느낌이 들기도 했다.

  라나는 문득 에드먼드와 첫 만남이 기억났다. 그는 처음엔 라나와 함께 하는 것보단, 그냥 교도소로 향하는 쪽을 원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교도소로 간 뒤로 믿는 구석이 있었고, 그 근원이 공작이었던 게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언제부터 어긋났던 것일까?

  아마도 라나가 생각하기론, 에드먼드가 교도소로 갔었다면, 그가 기대하던 일과는 반대의 일이 벌어졌을지도 몰랐다. 오히려 라나 덕분에 그의 운명이 아슬아슬하게 바뀌었던 걸지도 몰랐다.

  물론 이 생각은 에드먼드에게 생색내기 좋은, 혼자만의 상상일지도 몰랐다.

 

 "그런데 베니는 아직 병원에 있어요? 아까 거기부터 들리려다 일단 여기 먼저 들리긴 했는데."

 "아니, 걘 벌써 퇴원해서 에디랑 같이 있지."

 "그렇게 심하게 다쳐놓고서 벌써요?"

 "그렇지? 난 아직 여태 이 꼴인데 말이야. 뭐, 걔도 한 쪽 팔이 완전히 아작나서, 아직 깁스는 하고 있지만."

 

  왠지 자신이 붕대를 푸는 날보다, 그 깁스를 푸는 날이 더 빠를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굳이 거기까지 얘기하지는 않았다. 베네딕트의 빠른 회복력의 근원에 대한 건 아직 확실히 확인된 사실도 아니었다. 물론 제시카도 그가 에테르 사용자라는 사실은 알고는 있다.

  하지만 굳이 그것과 빠른 회복이 연관되었을 가능성을 여기저기 떠들고 다닐 필요도 없었다. 그냥 지금으로선 그녀가 걱정하지 않도록, 그의 상태가 빠르게 호전되었단 사실만 전해주는 것으로 충분했다.

  두 사람이 얘기하는 사이, 라나를 닮아 짙은 피부색을 가진 어린 소녀가 빨래 바구니를 들고서 다가왔다. 라나의 어린 딸인 페니였다. 엄마를 많이 닮아있긴 했지만, 머리카락은 아빠를 닮은 건지 직모의 단발에 옅은 색이었다.

 

 "걱정 마요. 엄마는 제가 꼭 나중에 의사가 돼서 고쳐드릴 거에요."

 "페니 우리 아가. 네 말을 기특하지만, 그러면 엄마가 그때까지 낫지 말란 소리잖니."

 

  라나는 실소를 터트리며 페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라나의 지적에 괜히 부끄러워진 페니는 볼이 뾰로통하게 부풀었다. 그런 자신의 딸아이의 지켜보는 라나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자상한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페니의 말을 듣던 제시카는 싱긋 웃으며, 그녀의 눈높이에 맞춰 허리를 숙였다.

 

 "맞아. 의사가 되려면 공부도 잘해야 하는데, 요즘 성적은 많이 올랐어?"

 "많이는 아니지만, 전보단 조금은 올랐다고요!"

 "이 언니가 너희 학교에 투자하는 돈이 얼만데, 조금 가지고 되겠어?"

 

  제시카는 괜히 생색내는 식으로 심술을 부리며 페니의 뾰로통한 볼을 콕콕 찔렀다. 분명 그녀의 심술 맞은 장난기는, 어린 시절 라나에게 당하면서 배웠던 걸지도 몰랐다.

 

 "왜 또 애는 괴롭히고 그래?"

 "그게 지금 라나가 저한테 할 소리예요?"

 

  아무래도 그것은 기정사실이었던 것 같았다.

  거실 안쪽에서 페니를 부르는 아만다의 목소리가 들렸다. 페니는 다시 빨래 바구니를 들고서 종종걸음으로 할머니에게로 갔다.

  보육원의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라나라는 엄마와 할머니가 있기 때문일까? 페니는 다른 아이들에겐 없는 것을 가진 것에 대한 미안한 때문인지, 늘 자진해서 보육원을 일을 돕는 제법 기특한 아이였다.

  라나는 그런 딸의 모습을 보며, 한편으론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렇기에 저 아이만이라도 어떻게든 더욱 행복한 삶을 살게 해주고 싶은 게 그녀의 꿈이었다.

 

 "그나저나 헨리 그 사람 얘기는 갑자기 왜 꺼낸거에요?"

 "그냥 어쩌다 알게되서 어떤 사람인지 확인해보고 싶었어."

 

  라나는 굳이 그를 만났던 이야기를, 제시카만이 아닌 다른 누구에게도 얘기할 생각이 없었다. 물론 에드먼드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물론 제시카도 이 이상 그 얘기에 대해 파고들 생각은 없었다.

  그러다 문득 라나는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그와 버스에서 만났던 때를 생각하면, 분명 전부터 자신이나 그 밖에 다른 이들에 대해 감시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렇다면 아마도 제시카와 자신의 관계라거나, 그녀가 에드먼드와도 접촉했단 사실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제시카에겐 미안한 일이었다. 당장은 그가 위협으로 다가오진 않았지만, 어쨌거나 본의 아니게 원치 않는 제시카를 더욱 깊숙이 끌어들이고 말았다.

 

 "아니다. 그냥 너에겐 얘기를 해 둬야겠어."

 "잠깐만요! 그거 제가 꼭 들어야 하는 얘기 맞죠?"

 

  라나는 미안한 마음을 담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시카는 라나의 표정만 보고서, 뭔가 복잡하게 꼬인 이야기라는 걸 직감했다. 그녀의 입에선 절로 한숨이 새어나왔다.

 

 "어제 그 헨리와 만났었어. 에드먼드가 우리와 함께 있는 것도 알고 있었고, 우리가 누군지도 알고 있는 것 같았어. 아마 네가 우리랑 접촉이 있단 사실도 알고 있을지도 몰라."

 "그... 카라바스 후작의 편지에 대해선요?"

 "그 부분은 아직 잘 몰라."

 "뭐 적어도 최악의 상황은 아니네요. 차라리 그가 카라바스 후작이였다면 좋겠어요. 마침 집안도 후작 가문이고..."

 

  물론 제시카의 말에 일리는 있었다. 그가 나타난 타이밍이나, 후작의 편지가 다시 오게 된 시점이나 생각하면 가능성이 있었다. 심지어 그가 자신의 입으로 말했다. 자신은 핍박받는 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사명을 갖고 있다고.

  그렇다고 그가 카라바스 후작이라고 확신할 증거는 없었다. 무엇보다 그 말은 어디까지나 제시카의 푸념 어린 희망 사항에 지나지 않았다.

 

 "어쨌든 당장은 그는 우리와 적대하는 관계는 아니지만, 일단은 조심하도록 해."

 "내키지는 않지만 여차하면 미인계라도 써보죠, 뭐."

 "풉!"

 

  제시카의 입에서 스스로 미인계란 단어가 튀어나오자, 라나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급하게 입을 틀어막고 고개를 돌렸지만, 계속해서 들썩이는 어깨는 감출 수가 없었다.

  웃음보가 터져버린 라나를 제시카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본인은 지금 걱정이 태산인데 지금 웃음이 나올 일일까? 조금은 원망 어린 눈빛으로 째려보며, 제시카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라나. 저는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거라고요?"

 "아, 미안 미안. 그런데 네가 고민해서 내놓는 답이란 게 너무 웃겨서... 뭐랄까. 전혀 상상이 안 되잖아? 네가 평소 귀족 얘기만 하면 나오는 표정을 생각하면... 푸흡!"

 

  라나가 상상하는 제시카의 미인계란, 얼굴에는 혐오감을 잔뜩 품으면서, 말로만 미인계를 펼치는 광경인지도 몰랐다. 덕분에 라나는 방금 말한 그 표정을, 자신을 향해 내비치고 있는 제시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제시카는 붉어진 얼굴로 눈썹을 꿈틀거렸다. 분명히 눈앞에 있는 게 라나가 아니었다면, 찰진 욕 한 바가지와 함께 뺨을 후려갈겼을 게 뻔했다.

 

 "애초에 이런 고민을 하게 된 것도 다 라나 때문이잖아요."

 "아이고 배야... 그러니까 미안. 진짜 미안. 아, 어깨야..."

 

  라나는 너무 웃느라 당기는 배와 시큰해진 어깨, 어느 쪽을 부여잡아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 그녀의 손이 배 위로 갔다가 어깨로 갔다가, 갈팡질팡하다 결국 어디로도 못 가고 중간에서 갈 길을 잃었다.

 

 "거봐요. 남 놀리다가 벌받은 거에요."

 

  허리에 손을 올린 제시카가, 콧방귀를 뀌며 라나를 다그쳤다. 어느새 눈물까지 찔끔 흘리는 라나는, 애써 심호흡을 하며 주체못하던 웃음기를 잠재웠다.

  호흡을 가다듬은 라나가 눈물을 닦고 허리를 폈다. 휴 하고 깊은 숨을 내뱉더니, 어쩐지 그녀는 상쾌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 진심으로 죽는 줄 알았네. 그래도 덕분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왜요? 어디 가서 미인계라도 하려고요?"

 

  제시카는 진심으로 라나의 머릿속을 걱정하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혹시 웃다가 뇌에 공기가 잘못 들어가기라도 한 걸까? 의학 지식이 없어 그것이 가능한지는 몰랐지만, 적어도 라나야 말로 미인계를 시도하는 모습이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히 라나는 고개를 저으며 미인계란 단어에 대해선 부정했다.

 

 "아니, 굳이 미인계까진 아니더라도, 때론 단순한 게 정답일 수도 있는 거지."

 "어쩐지 그 말, 굉장히 기분 나쁘게 들리는데요?"

 

  제시카가 라나를 쏘아보며 말했다. 라나는 그저 웃음만 지을 뿐, 단순함에 대해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1부 완결 안내 2019 / 12 / 16 644 0 -
공지 연재 주기에 대한 안내 2019 / 11 / 5 744 0 -
40 9. 악몽(4) 2019 / 11 / 5 60 0 5544   
39 9. 악몽(3) 2019 / 11 / 4 55 0 5230   
38 9. 악몽(2) 2019 / 11 / 3 46 0 5529   
37 9. 악몽(1) 2019 / 11 / 2 52 0 5380   
36 8. 잠입(7) 2019 / 11 / 1 53 0 5101   
35 8. 잠입(6) 2019 / 10 / 31 61 0 5704   
34 8. 잠입(5) 2019 / 10 / 30 46 0 6476   
33 8. 잠입(4) 2019 / 10 / 29 59 0 5302   
32 8. 잡입(3) 2019 / 10 / 28 49 0 5154   
31 8. 잠입(2) 2019 / 10 / 27 52 0 5326   
30 8. 잠입(1) 2019 / 10 / 26 54 0 5261   
29 7. 실험(4) 2019 / 10 / 25 61 0 5309   
28 7. 실험(3) 2019 / 10 / 24 54 0 5306   
27 7. 실험(2) 2019 / 10 / 23 49 0 6241   
26 7. 실험(1) 2019 / 10 / 22 57 0 5115   
25 6. 완숙(2) 2019 / 10 / 21 72 0 5331   
24 6. 완숙(1) 2019 / 10 / 20 48 0 7461   
23 5. 가희(5) 2019 / 10 / 19 76 0 5976   
22 5. 가희(4) 2019 / 10 / 18 65 0 5563   
21 5. 가희(3) 2019 / 10 / 17 68 0 6813   
20 5. 가희(2) 2019 / 10 / 16 55 0 5168   
19 5. 가희(1) 2019 / 10 / 15 61 0 5236   
18 4. 거미(8) 2019 / 10 / 14 57 0 5518   
17 4. 거미(7) 2019 / 10 / 13 55 0 5436   
16 4. 거미(6) 2019 / 10 / 12 61 0 5439   
15 4. 거미(5) 2019 / 10 / 11 53 0 5113   
14 4. 거미(4) 2019 / 10 / 10 58 0 5640   
13 4. 거미(3) 2019 / 10 / 9 65 0 5417   
12 4. 거미(2) 2019 / 10 / 8 62 0 6247   
11 4. 거미(1) 2019 / 10 / 7 58 0 5815   
 1  2  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