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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인코그니토
작가 : BD번
작품등록일 : 2019.9.1

추기경 살해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귀족 청년 에드먼드. 무죄를 증명하고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그의 이야기.

 
8. 잠입(2)
작성일 : 19-10-27 12:07     조회 : 49     추천 : 0     분량 : 5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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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헨리의 소개에 라나의 경계심은 더욱 높아졌다. 다짜고짜 자신을 에드먼드의 친구라고 소개하는 저의를 볼 때, 그가 어떤 정보를 알고서 접근한 건지 뻔했다.

 

 "에디에게 친구가 있었다니 의외네요."

 "조금 성격이 삐뚤어져 보이긴 해도 나쁘진 않은 녀석이에요."

 

  이 자칭 친구라는 헨리도 에드먼드의 짜증 나는 성격에 대해선 부정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웃음이 나오는 상황은 절대 아니었다.

  대체 어떻게 라나의 행적을 알고, 이런 버스를 이용한 위장까지 준비한 걸까? 라나는 여러모로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식으로 누군가가 자신에게 접촉해 올 것이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중요했다.

 

 "이 버스가 당신의 전세 버스인지는 미처 몰랐네요. 생긴 건 어딜 봐도 공공버스로밖에 안 보였거든요."

 "아니에요. 이런 번거로운 방법으로 당신과 만나는 것 말곤 달리 방법이 없어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당신과 같은 사람과 직접 만나는 건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은 일이라서요."

 "제가 그렇게 만나기 어려운 사람이었나요? 저도 몰랐네요."

 

  라나와 달리 헨리는 일거수일투족 여유가 가득해 보였다. 손가방 안에 집어넣은 라나의 손에 무엇이 들려있는지는, 그도 분명 눈치를 채고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에겐 그것이 아무런 위협으로 다가오지 않아 보였다.

  대체 이 남자는 무엇을 믿고, 이렇게 여유로운 태도를 하는 걸까? 단순히 이 남자가 라나를 얕보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 남자가 등장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생각하면, 오히려 그런 생각이야말로 그를 얕보는 생각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뭐, 불필요한 탐색전은 접어두고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해도 될까요? 에드먼드의 신변을 제게 양도해 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그의 몸값은 당신이 원하는 대로 지불해 드리겠습니다."

 "글쎄요? 제가 알기로 에디네 집안이 귀족 중에서 가장 부자라고 알고 있는데, 제가 그를 데리고 있는 게 더 이득이 아닐까요?"

 "보기보다 욕심이 많으신 분이시군요."

 

  헨리는 라나의 대답에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라나는 따라 웃음을 지었지만, 헨리와 달리 그녀의 표정은 조금 굳어 있었다.

  헨리는 팔짱을 끼고서 조금 고민에 빠진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라나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의 제스쳐 하나하나가 일부러 여유로움을 연기하려는 것이 뻔히 보였다. 더욱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정말로 그는 여유로웠다. 라나를 전혀 위협으로 느끼지 않고 있었다.

  그저 자신의 여유로움을 더 보여주기 위한 과장된 연기였다.

 

 "그럼 어떤 조건을 제시하면 제 요구를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당신이 한번 말씀해 보시죠?"

 "글쎄요? 어디 보자. 당신이 우리에게 일절 관여하지 않는 게 내가 바라는 거긴 한데, 그러면 당연히 에디는 못 넘겨주겠네요?"

 

  어차피 그가 진짜로 에드먼드의 친구든, 그를 보호하고 싶은 의도를 가졌든 상관없었다. 라나에겐 에드먼드를 넘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라나는 에드먼드가 필요했다. 저 헨리라는 청년이 에드먼드를 대신할수 있는 게 아닌 이상은, 그의 요구를 들어줄 이유가 없다.

 

 "라나 스콧. 제가 이렇게 가능한 한 은밀하게 당신과 만나려 한 것은, 당신을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하고자 하는 일들을 방해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도 당신과 비슷해요. 저 역시 자격이 없는 자들이 휘두르는 권력에 저항해서, 핍박받는 이들을 구제하는 것이 제 사명입니다."

 "그래요? 제가 미처 혁명가들을 위한 모임 같은 게 있는 줄 몰라서, 당신이 그런 사람인 줄 몰랐네요."

 

  라나는 그저 코웃음만 나왔다. 헨리는 숭고한 뜻을 품고 있는 것처럼 말을 하지만, 저런 부류를 처음 본 것도 아니었다. 가끔 귀족이나 다른 상류층들 사이에서 종종 튀어나오기 마련이었다.

  무언가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세상의 불쌍한 이들을 구원하고 싶어 하는 메시아 병에 걸린 자들. 라나는 저런 이들이 자신과 같다고 여기는 게 너무나 싫었다. 되려 구역질이 나기만 했다. 저들은 그녀와 그녀의 동료들이 품고 있는 분노의 근원에 대해선 정작 이해하지도 못했다.

 

 "애석하네요. 가능하면 평화적으로 해결이 나길 원했는데."

 

  헨리는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라나는 이 이상 망설일 생각은 없었다. 상대의 말에서 확실한 적의를 느꼈다. 그녀는 손가방에 든 손을 빼 들어 헨리에게 향했다. 그녀의 손에는 평소 애용하던 9밀리 자동권총이, 헨리를 향해 총구를 들이밀고 있었다.

 

 "가능하면 평화적인 걸 바라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예요."

 "굉장히 동작이 재빠르시네요. 왜 처음부터 겨누고 있지 않나 했습니다."

 

  헨리는 여전히 여유로운 태도를 고수하며, 깍지낀 손을 한쪽 무릎에 올려두고 있었다.

  라나는 도무지 저 남자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따금 버스 기사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지만, 그는 뒤쪽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혹시 지금 이 버스가 향하고 있는 장소가, 그녀에게 위협이 되는 장소일지도 몰랐다. 버스 안의 두 사람의 행동을 주시하며, 라나는 창밖의 풍경도 함께 살폈다. 하지만 버스는 그저 솔즈의 한적한 시내 안을 통과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 오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지금 당장 당신에게 위해를 가하겠단 의미는 아니에요. 아직, 에드먼드를 조용히 빼내 올 방법에 대해선 구상을 하는 중이라서요. 제게 조금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그거 다행이네요. 저도 지금 당장 이 방아쇠를 당겨야 할지, 말아야 할지 확신이 서지는 않거든요."

 

  헨리는 뜻대로 하라는 듯, 양손을 펴 보이며 제스쳐를 취했다.

  아무래도 아직은 대화할 여지가 남아 있긴 한 것 같았다. 처음엔 저쪽에서 먼저 설득을 해보려 했으니, 이젠 라나 쪽에서 설득을 시도할 차례였다. 그리고 그것이 안 된다면, 그때는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겨야 할지도 몰랐다.

 

 "당신이 정말로 에드먼드의 친구고, 그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그냥 우리에게 맡기지 그래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저번 주에 록센 호텔에서 일어난 사고를 보니, 그렇게 안전해 보이진 않더군요. 거기서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들었을 땐, 에드먼드의 안전을 확인할 수 없어 며칠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었죠."

 

  헨리는 그날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다는 듯, 진저리치며 말했다.

  역시나 헨리는 에드먼드의 소재까지 확실히 파악하고, 계속 감시해왔던 것 같았다. 하지만 어딘가 그의 말엔 위화감이 들었다. 그의 여유로운 태도에 비해, 그가 가지고 있는 정보는 생각보다 적어 보였다.

 

 "솔직히 제가 고용한 감시인들을 하룻밤 만에 처리해버린 솜씨는 감탄했습니다. 그들을 그렇게 금방 찾아서 없앨 거라곤 전혀 생각지도 못했거든요. 그렇다고 그게 당신을 믿을 이유는 안 되죠."

 "잠깐만... 지금 무슨 얘길...?"

 

  라나는 진심으로 헨리가 무슨 얘기를 하는 줄 몰랐다. 그녀의 표정엔 일말의 거짓도 없었다. 그 얼굴을 본 헨리는 처음으로 여유롭던 표정이 사라졌다.

  그는 사뭇 진지해진 얼굴로, 보다 라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여전히 그를 향해 총구가 겨누어지고 있음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건 그날에 대한 진실 말고는 없었다.

 

 "당신들이 처리했던 부랑자 다섯 명을 얘기하는 겁니다. 제가 그 지역 감시를 목적으로 위장 시켜 보낸 사람들 말이에요. 그 들이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폭발 사건이 일어나서 솔직히 여러모로 불안했었죠."

 "그러니까 그 전날 살해당했던 그들이 단순한 부랑자가 아니었단 거네요?"

 

  헨리의 얼굴이 첫인상과 대조되게 굉장히 험악해졌다. 라나의 말에 뭔가를 깨달은 것 같은 그의 표정엔, 굉장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 하지만 그 분노는 결코 눈앞의 라나를 향한게 아니었다.

  라나는 그제야, 거미가 습격하기 전에 부랑자들을 죽인 이유를 알았다. 그것은 에드먼드에게 보내는 경고의 표시 같은게 아니었다. 그저 그들의 존재가 성가셨기 때문에 없앤 것이었다. 바로 저 헨리가 그 날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제대로 알지 못하도록.

  그 순간 깨달았다. 눈 앞의 헨리는 그녀에게 위협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이용할 수 있는 카드였다. 라나는 처음으로 이 남자를 대면하고, 진심으로 여유가 담긴 미소를 지었다.

 

 "일단 적어도 당신이 베크햄 공작과 래컴 주교와 한패가 아니란 건 알겠네요."

 "잠시만요. 왜 그들의 이름이 지금 이 대화에서 나오는 겁니까?"

 "그야, 그날 에드먼드를 죽이려 한 게 그들이니까요."

 

  헨리의 표정은 분노를 넘어 싸늘해져 버렸다. 하마터면 라나도 모르게 방아쇠를 당겨버릴 뻔했다. 금방이라도 눈앞의 남자가 자신을 죽이려고 드는 줄 알아버렸다.

 

 "제가 당신의 말을 믿어야 할 근거라도 있습니까?"

 "글쎄요? 굳이 이유가 될 거라면 그 배후세력을 추리해낸 게 에드먼드라는 정도요? 공작의 후계자였던 만큼, 그에 대한 배신감이 매우 커 보이더라고요."

 

  라나와 헨리 사이에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헨리는 아직 완전히 라나의 말에 납득한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하지만 라나의 말에 터무니없는 것으로 치부하지 않는 시점에서, 그 역시 뭔가 아는 바가 있는 것 같았다.

  결국 헨리는 우선 라나의 말을 믿는 것을 택한 것 같았다. 그리고 에드먼드를 해하려 한두 사람에 대한 분노를 삼키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솔직히 후작 가문의 차남에 불과한 그가, 그 두 사람을 상대하기엔 버거울 게 뻔했다. 하지만 그가 에드먼드에게 쏟는 우정이 진심이라면, 그저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그것이 어떤 것이 되든, 분명 라나에겐 이득이었다.

 

 "그럼 일단은 당신들에게 에드먼드를 맡기는 수밖에 없겠네요. 오히려 제가 데리러 가려 했다간, 그를 위험에 처하게 만들인지도 모르겠군요."

 "그렇게 생각해주신 김에, 기왕이면 여러모로 원조를 해주셔도 사양은 하지 않을게요."

 "그 환경에선 그의 안전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하기는 어렵겠지만, 가능한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헨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 출입구로 향했다.

  버스 기사는 헨리가 다가오자, 운전석 옆의 레버 하나를 당겼다. 버스의 앞에 달린 표지판은 언제부턴가 운행 중지 표시로 바뀐 채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원래의 정류장을 나타내는 표시로 전환되어, 정상 운행을 알리고 있었다.

 

 "아참. 이 버스는 이제 정상 노선으로 돌아갈 테니. 그냥 계속 타시고 가시면 됩니다."]

 

  곧 버스가 한 정류장에 멈춰서고, 헨리는 그대로 버스에서 내렸다.

  그가 내리고 나자 정류장에 있던 승객들이 하나둘 허전했던 버스 위로 오르고 있었다. 짤랑거리는 동전 소리와 함께, 요금통의 계수기 숫자가 올라갔다. 라나는 황급히 손에 들고 있던 권총을 가시 손가방 안으로 다시 넣었다.

  대여섯 명의 승객들을 태운 버스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지금 버스 안에 있던 승객들에게선 무언가 위화감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어느샌가 그녀가 탄 버스는 정말로 평범한 버스로 돌아가 버렸다.

 

 "그냥 나중에 내려서 갈아타야지..."

 

 아무리 평범한 버스로 돌아왔어도, 라나는 이 버스를 계속 타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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