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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용사의 검 -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8.9.3

세계에 뿌려진, 신의 힘을 가진 검. 단 하나 뿐인 검을 사용하던 용사가 수백 년이 흐른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가 깨어난 세계는 자신이 살던 나라와 사람이 죽은, 이미 한번 멸망한 세계. 괴수라는 생명체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웠고,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현실에 그는 체념하지만, 그 만이 사용 할수 있던 검을 쓸 수 있는 소녀를 만난 그는, 그녀가 곧 그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로 마음 먹는다. 용사의 검에 얽혀 운명이 뒤틀린 두사람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10. 개전(5)
작성일 : 19-03-27 23:04     조회 : 60     추천 : 0     분량 : 8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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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불타오르는 대지. 기억이 없다. 황야에 버려져서.

 

 ‘아... 아파......’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묶여있는 팔과 다리. 발악이라도 하고 싶지만, 감각이 없다. 분명 마지막 기억은 거대한 불꽃의... 아니 불꽃이라기보다는 거대한 파도... 아니 난 ‘파도’라는 것을 알고 있는 건가?

 

 온통 모래뿐인 곳....... 걸어도, 걸어도 끊임없이 펼쳐져지는 이 망할 공간에, 한때 거대한 물웅덩이가 있었다는 게 떠오르는 건 뭘까? 아, 그래 그걸 ‘바다’라고 불렀어. 거기에 파도라는 것이 매일매일 일어났었지.

 

 근데 그게 중요한 건가? 지금 나는 무엇인가에 의해 움직이지 못하는데? 주변에서 웅얼거리는 소리가 마구 들려온다. 죽을 것 같은 고통....... 이 고통을 예전에도 느낀 적이 있었지....... 아니... 예전이라고? 언제?

 

 “크.. 크아아아....”

 

 한차례 검은 색 무엇인가가 솟구친다. 분명 내 피인 것 같은데...... 검은 색이 빠져나오고 무엇인가가 몸으로 흘러들어온다. 그럴수록 고통은 점점 커져가는 것 같다. 너무 아프다.... 너무 아프.....

 

 점점 정신을 잃는다. 이젠 그만했으면 좋겠는데..... 그만 했으면.... 그만... 그......

 

 

 

 

 

 - 북부 황무지, 이름 없는 신전 -

 

 

 휘이이이...... 작은 모래 먼지만이 떠돌아다니는 황무지. 흐릿한 하늘을 낮게 날고 있는 작은 새는 굶주린 배를 어떻게든 채우려고 눈알을 굴리고 있다.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었으니 그럴 만도 하니까.

 

 삐리릭..... 삐리...!!

 

 마침 모래 속에 있는 작은 무엇인가를 발견한 새는 곧장 머리를 들이밀며 쏜살같이 작은 몸체를 내리꽂았다. 하지만 곧 그것을 향해 덮친 거대한 무엇인가가 작고 부드러운 털 뭉치를 그대로 짓이겨버렸다.

 

 “키.. 키아아악!”

 

 “크아아악!”

 

 거대한 손 사이로 흘러 떨어지는 살점과 핏방울들이 바닥으로 흩뿌려지자, 모래 속에 숨어있던 괴수들이 일제히 뛰어나와 손을 향해 달려들었다. 거대한 손의 주인은 그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음? 뭐지? 애송이들은?”

 

 콰드드득. 콰지직. 거대한 손은 그대로 달려드는 괴수를 짓눌러버렸다. 덩치도 덩치다보니 아까와는 다른 끔찍한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괴수들은 그제야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온몸을 부르르 떠는 괴수들을 붉은 색 눈동자가 섬뜩하게 빛나며 바라보았다.

 

 “내.... 먹이가 되려고 온 건가?”

 

 “키.. 키아아악!”

 

 “크아아악!!”

 

 콰드득. 콰득.

 

 한차례 거대한 손이 움직이며 앞의 물체들을 휘갈겼다. 검붉은 살점들이 다시 하늘로 솟구쳤다. 재 같은 먼지들이 공중으로 떠오른 핏방울에 끈적끈적하게 뭉치며 눈처럼 떨어졌다.

 

 붉은 눈동자는 살육의 즐거움을 느꼈는지, 마구잡이로 괴수들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괴수들은 그런 그의 모습에 거대한 공포를 느끼고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래! 그래야 재밌.....”

 

 “그쯤 하시죠?”

 

 뒤에서 나는 목소리가 그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흉측한 눈동자를 돌려 뒤에 있는 인물을 바라보는 그. 그의 앞에는 낯익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어떤 인물이 서있었다. 그는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붉은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너... 너는... 누구지?”

 

 “흠...... 역시 기록대로네요. 부활을 거듭하면 기억을 잃는 다는 거. 뭐, 소체가 ‘그거’였으니 당연한 결과지만요.”

 

 “뭐... 뭐지? 너는 나를 아는 가?”

 

 기억이 없는 그는 그저 고개를 갸웃 거리며, 아니 갸웃 거리는 거리는 건지 모르겠다. 수없이 많은 눈동자가 붉은 로브를 쳐다볼 뿐이다.

 

 “당연히... 잘 알지요. 당신이 신화시대 때부터 활약 해온 전사라는 것을. 그리고 이번 전투에 없어선 안 되는 존재죠.”

 

 “전투? 그게 무슨 소리지?”

 

 전투라는 단어도 오랜만에 듣는다. 아니, 내가 왜 전투라는 말을 알고 있는 걸까? 아니, 정확하게 내가 왜 ‘인간’들의 말을 알고 있는 거지?

 

 “참...... 그것마저도 잃어버리신 것 같네요.... 라고 말하기에는 일단 당신의 모습부터 봐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그는 깨진 유리 조각이 담긴 작은 거울을 주머니 속에서 꺼내들었다.

 

 ‘이... 이게 내 모습......’

 

 거울 속에 비친 그의 모습은 흉측한 이빨과 얼굴을 가지고 있는 하나의 서있는 짐승의 모습. 불길한 기운의, 붉은 눈동자가 연신 빛나고 있다. 아마 이게 눈인 것 같은데?

 

 팔은 딱딱한 껍질로 쌓여있었고, 단단한 가시와 칼날 같은 손톱이 박힌 손과 튼튼하다 못해 무엇이든 부셔버릴 것 같은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꼬리가 있다는 사실에 한번 꼬리를 움직여 볼까 하고 생각하자, 그대로 꼬리가 따라서 움직이는 것에 놀랐다.

 

 “으흠.... 이게 내 모습이라... 크윽!”

 

 자신의 몸을 관찰하던 그는 순간 머릿속이 깨질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런 몸이 아니었는데.......

 

 ‘분명. 내 모습은.... 이렇지....’

 

 차츰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기억들 중에, 깊은 숲속에서 검은 머리를 한 남자와 검을 겨누며 싸운 기억이 있다. 그때의 팔과 다리는 흰색 갑옷을 입고, 흉측한 팔이 아닌 검을 들고 싸우고 있었는데.......

 

 “내...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거지?”

 

 “예상은 했지만, 몸을 옮기신 것에 대한 충격이 조금 크신 것 같군요. 당신은 한때 이 세계에서 존경받던 인물이었지만, 세계를 멸망시키려던 자들에 의해 한번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그걸 저희 제단에서 살렸고요.”

 

 제단? 그게 뭐지? 그것보다 여기는 어디지?

 

 황무지에 아무것도 없는

 

 붉은 로브를 바라보던 그는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분명 그때 나와 싸우던 녀석은, 아름답던 세계를 부수던 한 악의 제국의 선봉장이었으니까. 그리고 녀석에 의해서 자신이 지키던, 자신이 아끼던 한 나라의 모든 것이 불살라졌었으니까.

 

 “아..... 하하하.... 그래.... 기억났다.... 기억났어! 난 한때 호수를 다스리던 신이라고 불렸지. 이제는 호수가 없는 게 아쉽지만.......”

 

 그는 자신의 몸을 다시 바라보았다. 흉측해진 몸. 전과는 다른 몸에 괴리감이 느껴졌지만 상관이 없다. 예전의 몸과는 같지 않지만, 몸에서 나오는 힘은 전과 다른 엄청난 힘이었으니까. 이 정도면 그 망할 제국의 ‘용사’들을 모조리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붉은 로브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웃었다. 훌륭한 ‘소체’는 훌륭한 그릇이 된다니까. 그래 이거면 된 거지. ‘자아가 없는 것에 자아를 넣으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었는데 말이다.

 

 “그럼 슬슬 정신도 드셨으니 가보실까요?”

 

 붉은 로브는 그에게 손을 내밀며 말을 했다. 그러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손을 잡았다. 그에게 있어서 남은 것은, 오직 복수뿐이었으니까.

 

 “그래, 가지. 그러고 보니 저건 나의 군단인가?”

 

 “뭐, 그렇죠. 당신을 위한 군대에요. 녀석들을 무찌르기 위한.”

 

 두 사람은 천천히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뒤에서는 괴수들이 무리를 지어, 천천히 따라오기 시작했다. 그 수가 점점 불어난다. 마치 거대한 군대가 움직이는 것처럼.

 

 모래바람이 점점 거칠어져갔다. 그 모래바람 소리에 맞춰, 괴수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져 나갔다. 지옥의 군세가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 할 정도로. 본격적으로 인간들과 부딪히기 위해.

 

 오래된 묵은 감정을 청산하기 위해서.

 

 

 

 - 비공정, 도엘라로 가는 길 -

 

 

 알 포트 메인에서 이륙한지 30분이 조금 흘렀을까? 아델은 조용히 지휘실에서 가만히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차분한 분위기와 작게 흘러나오는 축음기의 노래를 들으며, 마음을 가라앉히려는 그와는 달리,

 

 “오우와와와와!!!”

 

 “이.. 이게 비공정이라니!”

 

 평소에는 작은 여객선만 타고 다녔었던 터라, 모두들 이렇게 큰 배를 타는 것은 처음인 모양이다. 서로를 마주보며 날아가는 비공정 두체를 바라보며 양쪽에 탄 인원들이 손을 흔들었다.

 

 “우와!! 들려?!!!”

 

 “뭐라고?!!!”

 

 “들리냐고!!!”

 

 “뭐라는 거야?!!!”

 

 양쪽에서 소리를 왁왁 질러대지만, 거대한 비공정의 소음에 묻혀서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평소의 비공정은, 그러니까 여행용 비공정은 많아봐야 50명에서 80명 정도가 타는 배들이라 지금 타고 있는 배의 절반 수준도 안 되는 작은 크기였다.

 

 그러니까 뭐에 비교하면 눈에 띠려나..... 아, 평소에는 축구장 반 정도보다 큰 크기라고 한다면, 지금 비공정들은 축구장 하나에서 하나 반 정도라고 보면 될 거다. 물론 이건 수송용 비공정이고 전투용 함선은 더 크지만 말이다.

 

 “이런 배는 처음 타 봐요!”

 

 리엔이 창문에 붙어서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아델은 그런 그녀에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거... 전함에 타면 놀라겠구나.”

 

 “전함이요? 관리관님은 전함에도 탄 적이 있나요?”

 

 “훗. 이래보여도 난 군 수뇌부 중 하나라고.”

 

 물론 그때 탔었던 거는 관에 실린 채로였지만, 그리고 엄청나게 공격을 받았지. 녀석이 약해지지 않았다면 아마 거기서 죽었을지도 몰랐을 것이었지만.

 

 “후아.... 나중에 저도 그런 커다란 배를 가지고 싶어요. 이렇게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는 배 말이에요.”

 

 “그럼 상인을 하지..... 왜 군에 들어온 거야?”

 

 상인들도 이런 배는 아니더라도, 여객선 보다 큰 화물선을 이끌고 다닌다. 거기다 이 시대에 비적이 있는 것도 아니니, 군보다는 안전할 텐데 말이다.

 

 “글쎄요? 아마, 알 포트 메인에 먼저 도착해서 그런걸요. 처음 도착한 장소가 여기다 보니 일거리도 없고....... 솔직히 농장에서는 번번이 퇴짜를 맞았거든요.”

 

 싹싹한 리엔이 농장에서 퇴짜를 맞았다고? 그녀의 말에 아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기다 장사를 하기에는..... 제가 재능이 없거든요.”

 

 아, 그건 좀 그런 것 같기는 하다. 은근히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성향이 있으니까. 가끔씩 집무실 한 곳에 쌓여있는 책이나 도기들을 보면, 분명 구입을 하지 않은 것들이 몇 가지가 늘어나는 것이 그녀가 사오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한번은 그녀의 집에 간적이 있었는데.......

 

 ‘이... 이게 뭐야?’

 

 ‘앗! 관리관님! 왜 지금 오셨어요!’

 

 집들이 선물에 대한 보답 겸으로 간 것이었는데, 엄청나게 쌓여있는 잡동사니와 하얀 티와 간단한 반바지를 대충 입고 있는 리엔의 모습이 잠깐 보인 뒤, 그대로 기억을 잃었었다. 잠시 뒤에 깨어나니, 깔끔하게 정리되어있는 집의 모습이 보이긴 했지만......

 

 ‘그렇게 많이 쌓여있는 것은 처음이었어.’

 

 아델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리엔 역시 다시 창밖을 보며 감탄사를 연신 내뱉었다. 그러다 곧 아델에게 쫓겨나게 되었지만.

 

 

 한편 밖에서는 스피넬과 아멜이 배 한쪽 난간에 몸을 걸치고 배 밖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푸른 하늘과 초원만 보였던 광경이 점차 모래먼지가 휘날리는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아멜, 너는 알 포트 메인에서 자주 나가봤으니까 이런 거 자주 봤겠네?”

 

 스피넬의 말에 아멜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 생각해보면 스피넬이 알 포트 메인에서 나가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마차로 주변의 파견 임무를 나가거나, 저번에 한번 리엔과 자신 손에 이끌려 에테레아까지 간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음...... 자주는 아니지만.......”

 

 그러고 보니 그녀가 알 포트 메인에서 왜 나가지 않는 걸까? 아멜의 생각을 읽었는지, 스피넬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만난 지 벌써 8년도 더 넘었는데...... 생각해보니 서로에 대해 그렇게 까지 아는 게 없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생각해봐. 너 나에 대해 아는 게 몇 가지가 있다고 생각해?”

 

 뜻밖의 질문에 아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스피넬에 대해서라.......

 

 ‘머리가 눈동자처럼 붉다. 귀무족이면서도 그녀의 뿔이 부러져있다. 스티네아와 사이가 좋다....... 그 외에는? 노래를 좋아 한다.’

 

 “뭐, 이정도 까지만 생각날 걸? 내가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왜 내가 여기 있는지는 잘 모를 테니까.”

 

 “그건 나도 마찬가지인걸. 사실 여기에 온 것에 대해 서로 묻지 않잖아.”

 

 “그래, 일종의 불문율 같은 거니까. 왜냐면 우리는 이렇게 보여도 어느 하나가 부족한 사람들이니까.”

 

 그녀의 말에 가슴 속으로 파고드는 것 같았다. 맞아....... 아델과 주변에서 모두가 따뜻하게 대해주니 잊고 있었다. 우리들이 무구 적합자가 된 이유. 그것들은 꽤나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이야기.

 

 “혹시 ‘알루자(추방된 자)’에 대해서 알고 있어?”

 

 그녀의 말에 아멜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에 책을 좋아해서 몇 가지를 읽었었다. 그 중에 귀무족의 풍습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추방된 자. 형벌을 받고 쫓겨난 자......”

 

 귀무족에서 주어지는 가장 큰 형벌로, 특수 제작 된 족쇄를 발목과 팔목에 찬 채로 평생을 떠돌아다니는 형벌을 받는 자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족쇄가 파고들지 않으려면 계속해서 움직여야 하기에, 잠도 제대로 잘 수 없고 쉬지도 못한 채로 황무지를 떠돌아야 하는 끔찍한 형벌 말이다.

 

 “사실 나는 귀무족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있던 자였어. 그런 자가 자기 주인을 멋대로 죽이고, 그 끔찍한 힘을 사용해서 근위병마저 공격했었지. 결국 붙잡힌 나는 알루자가 되서 사막을 떠돌게 되었어.”

 

 살인적인 더위와 추위가 오락가락하는 황무지의 사막에서, 견디기 힘든 모래 먼지를 맞으며 떠돌아다녔다. 대개 이런 자들은 금방 괴수들의 먹이가 되기 십상인데 신기하게도 그녀는 괴수들에게서 살아남아 계속 떠돌아다닌 것이었다.

 

 “팔목과 다리에 걸린 족쇄가 조여 오면 엄청난 고통을 줬었어. 빨리 죽고 싶어서 별짓을 다했지만 죽지 못했어. 애초에 높은 절벽도 안보이고, 모래에 파묻히고 싶어도 바람이 세니 파묻히지도 못하고........”

 

 그렇게 황무지를 떠돌던 그녀는, 마침 막 지어진 개척촌까지 다다르게 되었었다. 헝클어진 머리와 귀무족을 처음 보는 이들은 그녀를 거부했었지만, 그녀를 받아준 것은 다름 아닌 스티네아였다.

 

 “스티네아가 아니었다면 나는 여기에 있을 수 없었겠지.”

 

 그녀의 눈가에 작은 물방울이 맺혔다. 그런 그녀를 아멜은 조용히 토닥거리며 어깨를 빌려주었다.

 

 

 그녀가 알루자임에도 불구하고, 스티네아는 그 족쇄를 끊어주었다고 했다. 스티네아 안에 있는 힘은 그녀와 비슷한 힘과 같았고, 스티네아는 그런 힘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었다. 덕분에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고, 스피넬의 합류로 그는 더욱 더 마을에서 고립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구한 게 크로웰. 참, 그 아이에게 감사하다고 말을 전해주고 싶은데.”

 

 아델은 책을 살짝 덮으며 탁자에 다리를 걸치고 의자의 등받이에 등을 최대한 기대며 몸을 쭉 폈다. 그의 손에 들려있던 것은 작은 일기장. 아니, 일기장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관찰일지나 마찬가지였다.

 

 “리즌 녀석. 정말이지 더럽기는 정말 더러워.”

 

 책을 가방에다 넣어두고 밖을 잠시 바라보았다. 푸른 초원과 하늘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모래 폭풍이 밑에서 미친 듯이 불고 있었다. 마침 배 전체를 떠나가라 울릴 선내 안내 방송이 울려퍼졌다.

 

 “지금 밖에 있는 인원들은 즉시 안으로 들어와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지금 밖에 있는 인원들은 즉시 안으로 들어와 주시기 바랍니다! 곧 도엘라 산맥으로 들어가기 위한 ‘모래 방벽’을 뚫을 예정이니, 모든 인원들은 선실로 들어와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역시 비공정이 크면 좋다니까. 원래는 반나절 걸릴 거리도 3시간 만에 도착했으니까. 이제 이 ‘모래 방벽’만 뚫으면 도엘라로 금방 갈 것이다.

 

 “그럼 한숨 자 둘까?”

 

 편안한 자세를 마저 취한 뒤,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래 이제 이 모래 방벽만 넘어가면, 돌이킬 수가 없는 거야. 이제는 정말 싸워야 하는 거지. 정말로........

 

 ‘에이씨, 이런 거 고민해봤자 머리만 아프다고!’

 

 그래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언젠가는 닥쳐올 일이니까. 이젠 정말로 그들을 지킬 생각만 하자.

 

 덜컹! 덜컹!

 

 드디어 방벽에 들어선 건가? 배가 심하게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이 심하게 요동치는 구간만 뚫으면 평온한 하늘과 함께 따분한 하늘길이 나올 것이다. 그는 천천히 감은 눈을, 천천히 의식을 검은 바다로 내 던지기 위해 노력했다.

 

 ‘후아암........’

 

 조금씩 사라져가는 주변 소리와 몰려드는 졸음. 편안한 낮잠을 자기 위해 잠의 바다로 빠져들기 시작한다. 조금만 더하면 평온의 세계로 갈 수 있을 것이다.

 

 벌컥!

 

 “관리관님!”

 

 “아저씨!”

 

 하지만 그는 금방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잠을 청하려고 해도, 꼭 항상 방해하려는 것들이 존재하니까. 그는 짜증이 가득 묻어나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며 말했다.

 

 “무슨 일이야?”

 

 “괴수들이! 괴수들이 나타났어요!”

 

 응? 괴수들이라고?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창밖을 보았다. 그러자 그의 눈은 휘둥그레 질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게.......

 

 “키아아아악!”

 

 “크아아악!”

 

 사방에 깔린 괴수들이 그들의 배를 둘러싸고 있었으니까. 그것도 선체를 향해, 날아 들어들고 있었으니까.

 

 “총원! 전투 준비! 전투 준비!”

 

 그의 외침에 모두 각자의 무기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합류하기도 전에 첫 전투라니.

 

 앞으로의 험로가 예상이 되는, 그들의 이야기가 막 열리는 참이었다. 그것도.... 막 열리는......

 
작가의 말
 

 커피 나무가 잘 자라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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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의 연대기 - 마
크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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