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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용사의 검 -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8.9.3

세계에 뿌려진, 신의 힘을 가진 검. 단 하나 뿐인 검을 사용하던 용사가 수백 년이 흐른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가 깨어난 세계는 자신이 살던 나라와 사람이 죽은, 이미 한번 멸망한 세계. 괴수라는 생명체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웠고,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현실에 그는 체념하지만, 그 만이 사용 할수 있던 검을 쓸 수 있는 소녀를 만난 그는, 그녀가 곧 그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로 마음 먹는다. 용사의 검에 얽혀 운명이 뒤틀린 두사람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8. 인장(6)
작성일 : 19-02-20 23:07     조회 : 64     추천 : 0     분량 : 8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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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짝이는 붉은 빛이 푸른 머리 소녀를 노려보았다. 거대한 도끼가 그녀를 향해 맹렬히 다가왔다. 소녀는 자신이 든 검으로 그 도끼를 막기 위해 자세를 취했다.

 

 콰아앙!

 

 ‘크윽......’

 

 충격이 검에서 손으로, 손에서 몸으로 퍼져나갔다. 거대한 충격에 온몸이 저려왔다. 아델과의 훈련에 비하면 약하긴 하지만,

 

 ‘이건.... 실전이야. 계속해서 맞으면 안 돼.’

 

 훈련과 실전은 다르다는 것을 잘 아는 아멜은 곧장 뒤로 물러서며 검기를 날렸다. 괴수는 갑자기 날아온, 처음 보는 것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뒤로 물러섰다.

 

 “오호?! 검기를 두르는 것에서 발산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르다니!! 이번 세대는 다들 특별한 것 같군요~!”

 

 검은 로브의 사내가 박수를 치며 눈살을 찌푸렸다. 특별한 힘을 가진 존재들 만들어 낸 힘들 중에 하나. 그건 지난 시절, 자신들을 괴롭혔던 하이랜더 녀석들뿐만 아니라 보편적으로 쓸 수 있는 힘이자........

 

 ‘괴수를 ‘냉병기’로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

 

 물론 엄청난 힘이 있다면 그냥 잡을 수도 있긴 하지만. 저 정도의 검기를 날리기 위해서는 피나는 훈련과 더불어 어떤 특별한 힘을 깨우쳐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 특별한 힘을 없애기 위해 피나는 공작을 했었는데 어떻게 얻은 거지?

 

 “하압! 영자 2식. 십자섬!”

 

 거기다 그녀가 쓰고 있는 검술은 그들이 가장 지독하게 싫어했고, 마지막까지 발목을 잡았었던 ‘하이앤더’들의 나라, 제국의 검술이었다. 아직 기초뿐이긴 하지만, 체계가 잡혀있고 변화무쌍한 그들의 검술은 분명 그녀를 성장 시킬 것이다.

 

 특히 ‘제국 검사’라는 녀석들을 앞장세워 덤벼들던 녀석들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검술을 가르치는 사람이 있었다니....... 아직도 살아남은 하이앤더가 있다는 말인가요? 이것 참 흥미롭군요.......”

 

 아멜은 그가 하이앤더라고 말을 하는 순간, 그의 몸에서 엄청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게 느껴졌다. 그것은 그냥 적대하는 자에 대한 대응이 아닌, 내면 깊이 박힌, 뿌리가 아주 깊은 원한에서 느껴지는 그런 살기였다. 마치 자신이 괴수를 혐오하는 것처럼. 그 역시 그들을 혐오하는 것 같았다.

 

 남자는 숨을 고르는 아멜을 보고 피식 웃음을 내뱉었다. 그는 마치 괴수가 무적인 것 마냥 자랑하듯 떠들어댔다.

 

 “뭐, 그래봐야 이 녀석은 못 이길 겁니다. 이 녀석에게는 아카레니님의 축복이 깃들어 있으니까요!!! 하하하!”

 

 순간 세유의 검이 섬뜩하게 빛났다. 회색빛의 칼날이 괴수를 빠르게 지나갔다. 아까 전과는 다른 움직임에 괴수도 그도, 아멜도 살짝 놀란 채로 그를 바라보았다.

 

 “축복? 축복이라는 단어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요? 예전에 상대했던 녀석보다 느린데? 헤헤.”

 

 그가 지나간 자리에, 괴수의 피부가 얇게 포를 뜬 듯 썰려 있었다. 검은 피와 붉은 피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에 괴수는 마구 소리를 지르며 세유를 노려보았다.

 

 “크아아아아!”

 

 “헤헤! 노려봐도 소용없다고! 것보다 너 참 질기네?!”

 

 다시 한 번, 세유의 검이 빛났다. 그리고 그 빛이 사라지기도 전에, 그는 괴수의 옆을 지나가며 한 차례 더 분수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세유는 만족스럽지 않은 얼굴로 툴툴대며 말했다.

 

 “분명 벤 느낌은 있는데...... 왜 그러지 않을까?”

 

 괴수는 도끼와 주먹을 마구 휘두르며 세유를 찍어 누르려고 했다. 쾅! 콰광! 도끼가 내리 찍히면서 부서지는 바위 잔해들이 사방으로 솟구쳤다. 세유는 가볍게 몸을 움직이며 도끼를 요리조리 피해 나갔다. 깃털처럼 가벼운 움직임을 둔탁한 움직임이 쫓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하! 하하하하!”

 

 세유는 약 올리듯 녀석의 도끼를 아슬아슬하게 피해나갔다. 그러면서 녀석의 품에 파고들어 검을 휘둘러 상처를 입혔다. 아멜은 그 모습에 문뜩 아델이 해줬던 이야기가 떠올랐었다.

 

 

 ‘혹시 창을 쓰는 사람과 검을 쓰는 사람이 맞붙어 있는 채로 붙으면 어떻게 되게?’

 

 ‘네? 그건 갑자기 왜요? 당연히 무기를 잘 쓰는 사람이 이기겠죠.’

 

 

 ‘아니, 무기를 아무리 잘 써도 십중팔구 창을 쓰는 사람이 지게 되어 있어.’

 

 ‘네? 그건 말이 안 되잖아요. 무기를 잘 다루면 어떤 사람도 지게 되어 있다고요.’

 

 ‘하하, 그건 넓은 공간이나 적당한 거리를 뒀을 때 얘기고.’

 

 ‘네.....? 그건 무슨 말인가요?’

 

 ‘말 그대로, 창은 넓은 공간에서 쓰는 무기야. 좁은 공간에서 쓰면 아무 의미가 없는 거라고.’

 

 

 녀석의 도끼는 팔과 합쳐져서 공격할 수 있는 범위를 늘려주었다. 하지만 도끼날이 달려 있는 부분이 굉장히 좁으므로 실질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범위는 좁았다. 말하자면 상대적으로 멀리서 공격하게끔 해주는 창이나 기다란 막대기에 단 단검이나 마찬가지였다.

 

 녀석은 아무리 애를 써도, 자신의 품에 파고드는 세유를 잡을 수가 없었다. 아니, 도끼를 넓게 휘두르는 것과 동시에 세유가 파고들고 있었다. 녀석이 휘두르는 공격범위를 마치 알고 있다는 듯이.

 

 “크.. 크아아아! 크아아아!”

 

 “강화했다고 해서 내심 기대 했었는데...... 싱겁잖아!”

 

 세유는 마음에 들지 않은 듯 고개를 가로 저으며 괴수를 팍팍 베어나갔다. 괴수는 순식간에 그의 칼에 조각조각 파여 들어갔다.

 

 “크아아아악! 크아악!”

 

 괴수가 이렇게 당하고 있을 때, 로브의 남자는 가만히 그 괴수를 지켜만 보고 있었다. 아멜은 이 점이 이상하다고 느껴져 그를 바라보며 경계를 했다. 오히려 괴수가 얻어맞고 있는 것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흐음.... 역시 짐승들은 알아보지 못하는 구나. 이 녀석의 진가를 말이야.”

 

 녀석이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 사이 세유는 괴수를 과일 깎듯이 돌려 깎았다. 사방에 살점이 튀고, 피가 흥건하게 퍼져나갔다. 썩은 냄새가 사방을 진동하고 있어서 점점 감각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

 

 ‘설마......’

 

 아멜은 즉시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코와 입을 막았다. 그러면서 세유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세유! 일단 물러서!”

 

 “헤에? 누나 무슨 소리야? 조금만 더하.....”

 

 머리가 질끈 아파온다. 세유는 휘청거리는 몸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아까까지는 제대로 움직였었는데. 생각하는 대로 몸이 움직여지질 않았다. 완전히 너덜너덜해진 녀석은 세유의 둔해진 움직임을 보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크르르르......”

 

 거대한 손에 들린, 핏빛 도끼가 세유의 머리를 향해 세차게 내려왔다. 세유는 몸을 최대한 뒤로 던져보려고 했다. 하지만 아까와 같은 속도가 나지 않았다.

 

 ‘이... 이러면.....’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약을 올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녀석이 빠르게 내리치지 않고 있던 것이었다. 차라리 처음부터 전력으로 움직였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다. 작은 소년 앞에 떨어지는 도끼의 시퍼런 날이 먹이에 굶주린 맹수의 이빨 같아 보였다. 도끼날은 소년을 유린하기 위해 그대로 내리찍으려고 했다.

 

 “젠장! 기다려!”

 

 파앗! 그녀의 주변에서 거대한 진동이 느껴졌다. 오늘 여러모로 놀라운 것을 많이 보는 검은 로브의 사내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흐음...... 그 느낌..... 어디서 많이 느껴봤는데 말이죠.......”

 

 도끼날이 정확히 소년의 눈앞에서 멈췄다. 도끼 자루를 정확하게 막아선 그녀의 검 때문에, 괴수는 더 이상 도끼날을 아래로 내리찍을 수가 없었다.

 

 “크... 크아아아아악!”

 

 “시끄러워.......”

 

 그녀의 몸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맑고 청아한 하늘빛 머리칼도 어느새 붉게 물들여져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생채기 같은 붉은색 선들이 마구 흩뿌려져 있었다.

 

 “세유. 일단 이거 먹어.”

 

 아멜은 주머니 속에서 작은 약을 꺼내 세유의 입안에 넣어주었다. 세유는 약을 삼키자, 굳었던 몸이 조금씩 풀리는 게 느껴졌다. 세유는 괴수를 노려보며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누... 누나.... 내가....”

 

 “세유. 일단 뒤로 물러나.”

 

 세유는 아멜의 말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전에 봐왔던, 그녀와 달라보였다. 분명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는데.......

 

 아멜은 증오하는 눈빛으로 검은 로브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검은 로브의 남자는 재미있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게 힘을 개방한 모습인건가요? ‘마녀의 힘’이라고 하던가? 크크크크.”

 

 “정확히는 너희들이 건 저주겠지.......”

 

 아델이 여태 그 힘을 쓰지 말라고 한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이 힘은 그들의 가능성을 묶어둔다. 아델과 비슷한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힘의 본질을 뒤틀어버리는, 어떤 무엇인가가 씌워져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근데, 당신의 힘은 상당히 이질적이네요. 분명 그 검을 든 것과 연관이 있겠죠? 뭐, 그게 상관있을지 모르겠지만요.”

 

 아멜은 남자를 노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마치 무엇인가를 안다는 것처럼. 그리고 마치 아델이 말하는 것처럼 말하는 그의 태도가 짜증났다.

 

 “자, 그럼 마비독이 안 먹혔으니, 슬슬 2차전을 준비해야겠군요. 그쪽은 선수 교체? 그럼 우리 쪽은.... 선수 교체는 못하고..... 파밧!”

 

 “크오오오오!”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녀석이 괴로워하며 소리를 마구 질렀다. 녀석의 몸에서 붉은 빛과 기운들이 마구 흩뿌려졌다. 붉은 보석의 힘인 것 같았다. 녀석은 순식간에 몸을 회복하며 덩치가 점점 더 커져갔다. 그러면서 점점 더.... 징그러운 모습으로 변해갔다.

 

 

 “크아아아아!”

 

 거대한 포효가 하늘 높이 울려 퍼졌다. 섬뜩한 포효소리가 저 멀리 목장의 소들도 겁먹게 할 정도로.

 

 

 “크윽......”

 

 “응?! 설마, 녀석이 그걸 썼나?”

 

 회색 로브의 남자는 금발 머리 소년은 안중에도 없는 듯이 행동했다. 스티네아는 그런 그의 태도가 화가 났었다.

 

 “자식! 나한테 집중하라고!”

 

 “애송이에게 볼일은 없다. 꺼져라.”

 

 회색 로브의 남자의 주먹이 소년의 방패를 향해 날아왔다. 소년은 방패를 최대한 움켜쥐고 몸을 세워서 녀석의 주먹을 막아보려고 했다.

 

 콰앙!

 

 “크으윽!”

 

 “귀찮은 녀석....... 왜 이리 끈질긴 거지?”

 

 스티네아는 다리가 떨렸지만, 최대한 견뎌보려고 애를 썼다. 뒤에 녀석의 기습으로 쓰러진 동료들을 지켜야 했으니까.

 

 ‘더 버텨서.... 시간을 끌어야 해......’

 

 근처에서 아델이 달려오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또 스피넬과 마유 역시 이쪽으로 합류를 한다고 했으니, 그들만 온다면 녀석을 단숨에 제압할 수 있다. 그러니까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소년은 그렇게 녀석의 발목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잔챙이 녀석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네가 그 무구 적합자인지 뭔지 하는 거냐? 생각이상으로 맷집이센데?”

 

 “마.. 맞아! 내가 바로 무구 적합자야! 그러니 어디 한번 덤벼보라고!”

 

 “싸구려 도발로 나를 잡아두려는 건가? 근데..... 무구적합자라는 건 조금 끌리긴 하는군.”

 

 회색로브의 남자는 스티네아를 향해 자세를 잡았다. 스티네아는 그런 그를 보며 침을 꿀꺽 삼키며 방패를 고쳐 잡았다.

 

 “조금 힘을 줘봐야겠군. 어디까지가 한계일지 궁금하니까 말이야.”

 

 녀석의 주먹이 방패를 향해 날아왔다. 이번에도 버티기인가? 아무 방심도 하지 않고 녀석은 주먹을 날려 소년의 방패를 세게 강타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스티네아의 입가에 미소가 흘러나왔다.

 

 ‘방패는 상대의 공격을 무작정 맞아주는 게 아니야.’

 

 “흐아압!”

 

 방패에 힘을 주어 주먹을 날리기 직전, 스티네아가 온 힘을 다해 방패를 세게 밀어냈다. 거대한 강철벽이 자신한테로 날아 들어오는 것에 놀란 그였지만, 이미 몸은 공격을 내지르고 있던 단계였으므로......

 

 쾅!

 

 “크오어억!”

 

 그대로 손목이 꺾이고, 방패에 의한 충격에 그대로 튕겨져 날아가 버렸다.

 

 “크... 크으윽......”

 

 물론 스티네아 역시 온전하지는 않지만 그에게 들어오려던 충격을 맞아, 손과 팔이 저려왔었다. 그래도 녀석에게 한방 먹였다는 생각이 들어 기뻤었지만.

 

 “크.. 이... 이자식이.....”

 

 코를 세게 맞아 버렸는지, 녀석의 코가 함몰되어있는 게 보였다. 스티네아는 자신이 최대한 멀쩡하다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굳건하게 자세를 잡으며 녀석을 노려보았다.

 

 “방패밀치기라니....... 방패병..... 제국..... 제국 녀석이 아직도 있다고?! 너, 정체가 뭐냐?! 제국 녀석들이나 아는 걸 쓰다니...... 아니, 그 녀석이 여기 있는 건가?”

 

 “뭔 소리야. 방패를 쓰다보면 다 알게 되는 거 아니었나? 방패는 막는 게 아니라 때리는 거라고!”

 

 스티네아는 당당하게 녀석을 노려보면서도, 그가 한 말이 조금은 신경 쓰였다. 제국이라는 말에, 분명 녀석은 아델을 찾으러 온 것임이 틀림없었다. 안 그래도 대원들을 습격할 때부터, 마치 사람을 찾는 듯 하는 녀석의 움직임에서 그걸 알 수가 있었다.

 

 “아니다.... 방패로 그냥 때릴 수는 있지만, 그런 훈련된 자세를 가르치려면 그걸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넌 정확히 내가 힘을 주기 직전일 때에 방패를 밀치지 않았나?”

 

 되돌리기. 방패 밀치기의 가장 중요한 것을 알고 있는 녀석이었다.

 

 ‘강한 상대를 이기는 방법은 그 상대가 판단을 제대로 못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해.’

 

 그러므로 녀석을 더 당황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든 스티네아는, 방패를 살짝 치우고 과장된 몸짓을 하며 말을 했다.

 

 “헤.... 아까는 그냥 잔챙이라고 하더니........ 뭐, 네가 찾는 사람이라면 이미 여기 없다고. 아니 다른 곳으로 이미 출발 했을 지도 모르지. 그러니까 너희들이 꾸미고 있는 거,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거라고!”

 

 “흐...... 아무래도 녀석이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회색 로브의 남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북쪽으로 돌렸다. 방벽 너머에서 거대한 괴수의 포효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지만, 방벽이 무너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이것 참.... 임무 실패잖아...... 그분한테 엄청나게 깨지겠네.......”

 

 인장도 회수를 못하고, 알 포트 메인도 함락을 못시켰다. 아니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녀석들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토벌부대를 괴롭히고 전력을 주기적으로 약화시켜야 하는 그들의 임무는 어느 순간부터 계속해서 꼬여가기만 했다.

 

 “그래...... 2년 전부터.... 갑자기 그 돼지 녀석이 쫓겨나고 난 뒤부터였나? 이렇게 까지 인간들이 성장하게 될 줄이야.......”

 

 알 수 없는 말을 계속해서 늘어놓는 그의 말에 스티네아도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대로 시간을 벌어준다면야 더 좋을 것이 없지만 말이다.

 

 “젠장... 되는 일이 없어... 500년 전이나... 400년 전이나... 8년 전이나........ 그때도 방패에 막혀서 일을 이루지 못했는데.......”

 

 8년 전? 갑자기 그의 말에 스티네아는 적잖이 당황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이라면 그가 후보생으로 있었던 시절과 동시에.

 

 “문을 필사적으로 부수려던 녀석들이 있었는데... 네 머리카락을 보면 딱 그녀석이 떠오른단 말이야......”

 

 “이... 이자식이!”

 

 오히려 도발을 하려고 했던 스티네아가 그에게 도발을 당해버렸다. 아니, 그는 도발을 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스티네아는 그때 그 기억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에 도리에 당해버릴 수밖에 없었다. 소년은 천천히, 떨리는 입술로 또박또박 녀석에게 말을 했다.

 

 “너.... 그때 그 사건의 주동자였어?!”

 

 소년의 말을 들은 남자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8년 전의 사건을 ‘알고 있다.’고? 가 아니라 아니 ‘기억하고 있다.’고?

 

 “음? 설마 너도 그때 그 일에 있었던 녀석인.... 아니지. 이정도로 견뎌낼 줄 안다면 그때 살아남은 녀석이 맞겠군.”

 

 그의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다, 문뜩 밖에 있는 녀석이 떠올랐다.

 

 ‘아, 그래 이제야 모든 것이 맞아 들어가는 거구만. 젠장.... 빨리 눈치 챘어야 했는데.......’

 

 함정이었나? 나의 위세를 지우기 위해 녀석이 파놓은 건가? 그래서 들어오기 전에 말을 얼버무린 것인가?

 

 그의 이마가 삽시간에 일그러지며 붉게 물드는 것이 보였다. 스티네아 역시 그를 보며 온몸에 치를 떤다는 듯 화가 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8년 전..... 그때 일을 잊을까 보냐......’

 

 스티네아의 눈빛에 결연한 의지가 담겨져 갔다. 녀석이 8년 전 사건의 주동자라면, 어쩌면 이건 운명과도 같은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스피넬이 그와 만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너는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8년 전이나 지금이나 내가 똑같다고 생각하는 거냐?”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생각이 든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소년을 바라보았다. 소년 역시 방패를 고쳐 잡고, 자세를 잡으며 그를 응시했다.

 

 “너야 말로, 그때 꼬맹이라고 생각해서 발전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냐? 나는 그때 무구 적합자도 아니었고, 일반 병사도 아니었어. 그런데도 나는 살아남았고, 오늘날 너를 만날 수 있게 된 거라고.”

 

 그 말을 끝으로 둘은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기 위해, 자신들이 가진 발톱을 노려보며 서서히 간격을 조절해 나갔다. 둘 사이에서 흐르는 침묵. 마치 신호를 기다리는 주자들처럼 그들은 서로를 견제하며 노려보았다.

 

 “크아아아!”

 

 순간 방벽 밖, 괴수의 포효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동시에, 둘의 방패와 주먹이 맞부딪히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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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8. 인장(4) 2019 / 2 / 12 66 0 7978   
42 #8. 인장(3) 2019 / 1 / 30 76 0 9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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