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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운명찬탈자 : 미래를 보는 헌터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8.8.12

 
기회를 잡아라 (3)
작성일 : 18-10-05 10:05     조회 : 328     추천 : 0     분량 : 5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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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진우가 서 있는 곳은 거대한 동굴의 보이지도 않는 구석에 있는 곳이었다.

 

 “이곳에도 똑같은 표시가 있습니다. 아마 열쇠를 나타내는 표시겠죠.”

 

 송진우의 말대로 앞에는 처음 남자가 발견했던 홈과 같은 모양의 홈이 있었다.

 

 그러자 처음 남자가 반박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대왕이 지나는 길이다. 그렇게 샛길로 가는 것은 왕가의 위신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많은 사람이 지나갈 수도 없어.”

 

 그 말에 다른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왕가의 사람들이 걷는 길은 언제나 대로다. 같은 길이라면 그가 발견한 커다란 문이 왕세자에게 훨씬 어울릴 거다.

 

 하지만 송진우도 지지 않고 반박했다.

 

 “이곳은 샛길이 아니라 올바른 길입니다. 이것을 보십시오. 이곳에 태양이 그려져 있지 않습니까?”

 

 정말로 송진우가 가리킨 곳에는 희미하게나마 태양이 그려져 있었다.

 

 “실례지만 그곳에 그려져 있는 문양은 뭐죠?”

 

 “그, 그건…….”

 

 송진우의 말에 그는 문 앞에 있는 손으로 먼지를 걷어내 문양을 봤다.

 

 “다, 달?”

 

 그곳에 있는 것은 달이었다. 그것도 완전한 보름달이 아니라 저물어가는 하현달이다. 저 달은 시간이 흐르면 그믐달이 되었다가 다시 점점 채워져 보름달이 될 거다.

 

 “저물어가는 달이 왕가와 어울릴 수 없겠죠. 아마 다른 곳에 숨어 있는 문도 저런 문양을 갖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유일한 통로는 달이 아니라 왕가를 상징하는 태양입니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송진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그것을 듣고 있던 왕세자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흠~ 문이 두 개 이상 있다는 소리는 하나를 제외하면 함정이라는 말이겠지?”

 

 왕세자의 말에 그를 모시는 관리가 고개 숙이며 말했다.

 

 “그렇사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지혜롭게 풀어 가셔야 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큰 위험에 놓일 수 있사옵니다.”

 

 “……알겠다.”

 

 잠시 망설이던 왕세자는 송진우와 다른 남자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너희 말에 책임을 질 수 있겠느냐?”

 

 그 말에 송진우와 다른 남자가 합창하듯이 외쳤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럼 증명해 봐라.”

 

 왕세자는 목에 걸었던 목걸이를 빼서 우선 관리에게 넘겼다. 그리고 턱짓으로 큰문 앞에 서 있는 남자에게 신호를 주었다.

 

 “네가 먼저 시험해 보아라.”

 

 “알겠습니다!”

 

 그는 관리에게서 목걸이를 받아들고는 심호흡을 하며 문 앞에 섰다.

 

 ‘뭐가 나와도 피하면 그만이지.’

 

 그도 고렙의 헌터다. 어떤 함정이 튀어나와도 피할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목걸이를 홈에 끼웠다.

 

 딸깍!

 

 목걸이는 홈에 정확하게 맞았다. 표정이 밝아진 남자가 의기양양한 얼굴을 할 때 문이 열렸다.

 

 끼이이익!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문이 열리자 먼지가 사방으로 날렸다. 그리고 그 안을 쳐다본 남자는 이상한 음성을 냈다.

 

 “엥?”

 

 문이 열렸지만 그 안에는 기대하던 통로 대신에 돌로 꽉 채워져 있었다. 남자가 손으로 벽을 툭툭 쳐봤지만 역시 그냥 돌이었다.

 

 그 모습을 보던 왕세자는 실망스러운 음성을 냈다.

 

 “그쪽은 아닌가 보군.”

 

 그의 말에 민망해진 남자는 머리만 북북 긁었다. 그러자 관리가 큰 소리를 냈다.

 

 “어서 목걸이를 반납하라! 다시 한번 그런 얄팍한 지식을……”

 

 호통을 치던 관리는 별안간 깜짝 놀라면서 뒤로 풀쩍 뛰었다. 다들 왜 그러냐는 듯이 쳐다보자 관리는 떨리는 손으로 남자의 얼굴을 가리켰다.

 

 “너, 눈, 눈이…….”

 

 관리가 괴상한 표정으로 손짓하자 지적받은 남자는 오히려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눈이요?”

 

 그가 무심코 눈 주위를 만졌는데 이상한 끈적끈적한 감각이 느껴졌다.

 

 “어라?”

 

 그건 피였다. 그것도 맑은 피가 아니라 이미 오래된 듯이 끈적끈적하게 변한 피였다.

 

 “이거 왜 이러지…….”

 

 쿵!!!!

 

 그는 말을 마치지도 못하고 쓰러졌다. 강력한 독에 중독된 결과다. 문을 열 때, 나왔던 먼지가 일반 먼지가 아니라 강력한 독분이었던 거다.

 

 “히익!”

 

 관리는 피 흘리며 쓰러진 플레이어를 보고 황급히 뒷걸음질 쳤다. 주변에 있던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는데 다행히 다른 사람에게는 이상이 없었다.

 

 “……목걸이를 정화하라!”

 

 왕세자의 명령에 같이 왔던 성직자들이 부랴부랴 움직여 목걸이를 정화했다. 신성 마법을 쏟아붓고 성수로 깨끗하게 씻은 후에야 겨우 관리가 목걸이를 집어 올릴 수 있었다.

 

 “큼! 다, 다음은 자네 차례네.”

 

 그는 노심초사하며 손가락 끝으로 목걸이를 들고는 송진우에게 건넸다. 송진우는 무서워하지 않고 그것을 집어 들어 문에 갔다 댔다.

 

 “히이익!”

 

 송진우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목걸이를 홈에 가져다 대자, 더 놀란 관리가 황급히 이동했다. 가까이에 있다가 또 아까처럼 휘말리기는 싫은 거다.

 

 쿵!!!

 

 이번에도 큰 소리가 나며 문이 열렸다.

 

 끼이이익!

 

 송진우는 그 사태를 보고도 도망치지 않고 당당히 문 앞에 서 있었다. 이곳이 올바른 통로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의 추리력이 뛰어나서가 아니었다.

 

 ‘뭐, 봤으니까.’

 

 원래는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해서 겨우 알아낸 통로다. 예지에서는 다섯 명의 목숨이 더 희생된 후에야 겨우 길을 알 수 있었다. 그것도 문양을 보고 뜻을 추리해서 알아낸 것이 아니라 마구잡이로 열다가 겨우 얻어걸린 거고, 문양은 그 뒤에야 끼어 맞춰서 추리했다.

 

 당연히 앞에는 좁은 통로가 있었다. 기다려도 송진우가 쓰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왕세자가 다시 고개로 옆의 병사에게 지시했다.

 

 “확인해 보아라.”

 

 “넵!”

 

 병사는 용감하게 움직여서 통로 앞에 섰다. 그리고 안에 들어가서 확인한 후에 다시 나와 손을 흔들었다.

 

 “이상 없습니다!”

 

 “음~ 그럼 저자의 말이 맞았군.”

 

 왕세자는 놀랍다는 표정으로 송진우를 봤다.

 

 “뛰어난 지혜를 가졌구나. 언데드 용병이여.”

 

 “잔재주에 불과할 뿐입니다.”

 

 송진우는 고개를 숙여 대답했고 왕세자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관리가 거들었다.

 

 “저자가 새로 들어온 용병 중에서 가장 높은 실력을 갖춘 자입니다.”

 

 그 말에 왕세자의 눈에 이채가 흘렀다.

 

 “호오~ 강하고 지혜롭기까지 하단 말인가? 좋군. 언데드만 아니었으면 기사단에 넣고 싶을 정도야.”

 

 실제로 송진우가 언데드가 아니라 판타지 대륙의 인간이었으면 단번에 왕실의 기사로 발탁되었을 거다. 하지만 송진우는 역시 겸손하게 말했다.

 

 “높게 평가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모두 왕세자님이 평소에 쌓은 은덕 덕분입니다.”

 

 “허허~ 혀도 날카롭군.”

 

 호감도 올라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 때문에 어울리지도 않는 사극 톤으로 말했던 송진우다.

 

 한차례 칭찬한 후에야 안까지 탐색했던 병사가 나왔다.

 

 “안에 방 같은 공간이 있고 또 문이 있습니다.”

 

 “공간? 넓이가 얼마나 큰 거냐?”

 

 “10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크기입니다.”

 

 “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무려 오천이나 끌고 왔던 왕세자다. 하지만 공간의 제약 때문에 이제부터는 정예 멤버만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확실히 시련은 시련이군.”

 

 국왕에게서 자세한 내용은 듣지 못한 왕세자다. 그래서 모든 상황에 대비하려 군대도 잔뜩 끌고 왔지만 소용없게 되었다.

 

 입맛을 쓰지만 어쩔 수 없다.

 

 “정예병을 추려라. 100명만 안으로 들어가겠다.”

 

 왕세자의 말에 관리와 기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참을 논의한 결과 왕국병 50명과 뛰어난 용병 50명을 추려서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용병의 대부분은 거대 길드 소속의 용병들이다.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도 했지만 거대 길드에 들어갔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이 있다는 증거다. 돌발 퀘스트로 뽑힌 용병들은 아쉽지만 밖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예외도 있었는데 돌발 퀘스트로 모집된 용병 중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보인 5명은 같이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당연히 그중에는 송진우도 포함되어 있었다.

 

 ‘일단 여기까지는 됐네.’

 

 탑 5위 안에 들어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고 왕세자의 신임도 얻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들어간다!”

 

 왕세자 직접 일행을 이끌었다. 송진우는 신임을 얻은 결과로 왕세자와 매우 가까운 곳에 섰는데 뒤에서 누가 어깨를 툭 치는 것이 느껴졌다.

 

 “흔치 않은 언데드 플레이어군. 나는 플레임 길드를 이끄는 염상섭이라고 하네.”

 

 그는 플레임 길드의 염상섭이었다. 백작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그 역시 50인 안에 포함되었다.

 

 “안녕하십니까, 백작님.”

 송진우가 그의 지위를 부르자 그가 의외라는 듯이 눈썹을 들어 올렸다.

 

 “날 아나?”

 

 “플레임 길드의 길드장님이면 모르는 것이 바보죠.”

 

 송진우의 아부가 싫지는 않았는지 염상섭의 한족 입꼬리가 씰룩하고 움직였다.

 

 “능력도 있고 머리도 있더군. 혹시 속한 길드가 있나?”

 

 “아시다시피 언데드는 인기가 없죠. 들어가고 싶어도 절 넣어주는 길드는 없더라고요.”

 

 이미 한수정의 엘리샤 길드에 소속된 송진우지만 지금은 최대한 염상섭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거짓말했다.

 

 “오늘, 하는 것을 봐서 내 길드에 넣어줄 수도 있네. 내 말만 잘 들으면 말이야.”

 

 염상섭의 마지막 말은 의미심장했다. 그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송진우지만 바로 고개를 조아렸다.

 

 “원하시는 일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하겠습니다.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좋아. 말 잘 듣는 친구군. 나와도 잘 맞겠어.”

 

 히죽 웃으며 돌아서는 염상섭은 고개 숙인 송진우의 눈빛을 보지 못했다. 송진우의 눈은 활화산처럼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안에 완전히 들어가자 병사가 말했던 것처럼 작은 공간이 있고 그 앞에 커다란 문이 막고 있었다.

 

 왕세자가 앞으로 나서려고 하자 그를 호위하던 기사가 가로막았다.

 

 “위험합니다, 왕세자님. 일단 병사들과 용병들을 보내서 위험한 것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의 말에 왕세자가 멈칫했다. 사람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는 싫었지만 독분에 감염된 용병이 어떻게 죽었는지 생생히 봤기에 함부로 나설 수 없었다.

 

 결국 왕세자는 헛기침하며 사람들을 앞으로 보냈다.

 

 “문을 검사해라!”

 

 “문을 검사해라!”

 

 명령이 떨어지자 병사들과 용병들이 일제히 나가 문을 검사하기 시작했다. 워낙 좁은 공간이었기에 용병들이 경쟁적으로 달려들어 나중에 간 사람은 조사할 공간도 없었다.

 

 송진우는 약간 느긋하게 움직여서 검사하는 시늉만 했다.

 

 한참이 지나도 별다른 흔적을 찾을 수 없자 왕세자가 기사에게 목걸이를 건넸다.

 

 “문을 열어라.”

 

 왕세자의 말에 목걸이를 받은 기사가 문으로 걸어가 홈에 목걸이를 끼웠다.

 

 딸깍!

 

 역시 홈에 목걸이가 딱 들어맞았고 곧 커다란 진동이 울리면서 거대한 문이 열렸다.

 

 쿠웅~

 

 그런데 앞에 문만 움직인 것이 아니었다.

 

 덜컹!!

 

 큰 소리가 나면서 뒤에 있던 통로가 닫혔다.

 

 “뭐, 뭐지?”

 

 갑자기 일어난 변고에 안에 있던 사람들이 당황해서 허둥지둥했고 사태를 주시하던 왕세자가 다시 명령을 내렸다.

 

 “그 문은 열리지 않는가?”

 

 다시 병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꽉 닫힌 문은 열릴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열리지 않습니다.”

 

 “흐음~ 앞으로만 나갈 수 있다는 뜻이겠지?”

 

 앞의 문은 열린 것으로 봐서 이곳이 함정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뒤에 놔둔 병력의 지원은 받을 수 없게 된다.

 

 “어쩔 수 없지. 선대왕은 모두 해낸 일이다. 내가 못할 리가 없어.”

 

 모든 금수저가 그렇듯이 왕세자도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도 그런 리더의 모습은 다른 사람에게 용기를 주었고 다들 불안함을 어느 정도 떨쳐버릴 수 있었다.

 

 왕국에서 뛰어난 실력자를 100명이나 모은 일행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해결할 자신이 있었다.

 

 “앞으로 간다.”

 

 왕세자의 말에 다시 일행은 앞으로 나아갔고 송진우는 예지로 봤던 앞으로 일어날 일을 되새기며 타이밍을 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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