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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운명찬탈자 : 미래를 보는 헌터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8.8.12

 
운명을 찬탈하다 (6)
작성일 : 18-09-27 20:52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8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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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적의 존재는 알았지만 그곳으로 곧장 돌입하지는 않았다. 그 유적에 들어갔던 사람들이 모두 살아나오지 못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곳에 존재하는 유적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대처하기 위해서 성에 존재하는 모든 자료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밤새우며 문헌들을 뒤진 끝에 결국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찾았다!”

 

 표지도 제대로 남아 있지 않은 낡은 책에서 찾은 것은 과거 부흥했던 종교의 흔적이었다.

 

 간절히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는 이 고대 신앙은 우습게도 신앙으로 소원을 이룬 자가 탄압하기 시작해서 없어졌다.

 

 그는 고대 신의 힘으로 나라를 세우고 왕이 되었지만 다시 누군가가 이 신에게 소원을 빌면 자신의 자리가 위태로울 거로 생각한 거다.

 

 그래서 병사를 시켜 사제들을 모두 죽이고 신전들을 부쉈는데 문헌에 따르면 오직 한 개의 신전만을 남겨놓았다고 했다.

 

 혹시 다른 위험이 닥치면 그 힘으로 위기를 넘기려 했던 거다.

 

 하지만 고대 신이 배은망덕한 자를 가만히 놔둘 리 없었고 그 왕은 권력을 얻은 후 불과 몇 달 만에 천벌로 몸이 썩어갔다.

 

 그제야 부랴부랴 신에게 용서를 빌려고 다시 신전을 찾아 떠났지만 도착하기 전에 숨이 끊어졌고 신전의 위치는 영원히 비밀에 묻혔다는 이야기다.

 

 에드워드 가문의 중요 인물들이 오랜만에 회의실에 모두 모였다.

 

 “동화 같네.”

 

 이름마저 잊힌 고대 신의 흔적이다. 하지만 이 말이 사실이면 그 어느 유적보다 귀중한 곳임에는 분명했다.

 

 “문헌에는 신전이라고 나왔는데 왜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거지?”

 

 송진우의 말에 그롬이 골똘히 생각하고 말을 했다.

 

 “분노한 신의 힘이라면 충분한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정말 유적을 막고 있는 자가 고대 신이라면 그 누가 들어가도 버티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그 말에 반박하는 자도 있었다.

 

 “신도가 없는 신은 현세에 행사할 수 있는 힘에 한계가 있습니다.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신도가 없었던 신이라면 그리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을 겁니다.”

 

 여러 말을 듣고 있던 영애가 골치 아프다는 듯이 자신의 관자놀이를 눌렀다.

 

 “생각 같아서는 계속 묻어두고 싶지만, 문제는 바르샤 후작이 찾고 있는 것이 이것 같다는 거겠지?”

 

 “그렇습니다. 만약 그들이 찾는 것이 이 유적이라면 우리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쩌면 들어갈 방법도 알고 있을 수도 있죠.”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

 

 “일단은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아직 그들은 유적의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행보를 생각하면 그것도 얼마 가지 못할 거야. 요즘 우리 영지를 침범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물론 그렇습니다만 지금은 방도가 없습니다.”

 

 다시 침묵이 흘렀고 잠시 뒤 어떤 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건 우리한테도 좋은 기회입니다. 바르샤 후작이 눈에 불을 켜고 찾는 유적이라면 전설이 사실일지도 모릅니다.”

 

 그 생각은 모두 하고 있었다. 아무리 힘이 약해졌다고 하지만 신은 신이다.

 

 “내가 여왕이 되는 것도 가능할까?”

 

 영애가 중얼거리자 신하 중 한 명이 냉정하게 말했다.

 

 “과거의 나라와는 상황이 다릅니다. 체제가 정비된 지금 상황에서 왕이 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신의 힘도 약화되었을 테니 더 그럴 테죠.”

 

 “그렇겠지. 그럼 바르샤 후작은 어떤 이유로 이 유적을 노리는 걸까?”

 

 “상상할 수 있는 것은 많이 있겠죠. 정말로 왕위를 노릴 수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많은 재물을 얻을 수도 있겠죠.”

 

 그 뒤로도 많은 추측들이 나왔지만 후작 본인 입에서 나오지 않는 이상 그의 정확한 목적을 알 수는 없었다.

 

 “어쨌든 그 유적을 바르샤 후작에게는 뺏기지 말아야 한다는 거군. 후작은 이 유적 때문에 계속 우리 영지를 건들었던 거고.”

 

 “이 유적이 있다는 소문이 돌면 많은 귀족들이 관심을 가질 겁니다. 어쩌면 국왕의 명령이 떨어질 수도 있죠. 그래서 바르샤 후작도 대놓고 도발하지 않았던 겁니다.”

 

 “여우 같은 늙은이!”

 

 쾅!

 

 영애가 책상을 주먹으로 치며 분노를 표했다. 이 유적 때문에 많은 것들을 잃어야 했다. 그러니 더더욱 유적을 뺏길 수 없다.

 

 “이제는 어떻게 하지?”

 

 “유적 안에 들어갈 방법을 알아낼 때까지 정보를 철저히 통제해야 합니다.”

 

 “병력은? 그쪽으로 옮기는 것은 안 될 거 같은데?”

 

 이제 와서 많은 병력을 옮기면 뭔가를 알아냈다고 광고하는 꼴이 될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숫자는 비슷하게 유지하되 구성원들을 정예병들로 교체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놈들이 자꾸 여기를 침범하니 조금은 수를 늘려도 눈치채지 못할 겁니다.”

 

 “좋아. 그럼 그렇게 하지.”

 

 방향은 정해졌다. 이제는 시간을 벌기 위한 약간의 연극이 필요할 때다. 정보를 철저히 통제하고 몰래 유적의 입구에 가 여러 실험을 했다. 마법사와 성직자들을 투입해서 안을 조사하려 했지만 모두 헛수고로 돌아갔고 스켈레톤 몇 마리를 내려보냈으나 역시 돌아오지 못했다.

 

 “저······ 대장님. 괜찮으신가요?”

 

 “뭔 말이 하고 싶은 거냐?”

 

 스켈레톤이 희생될 때마다 사람들이 자꾸 송진우를 의식해서 짜증 나게 했다.

 

 “나는 괜찮다고!”

 

 송진우가 크게 소리치고 나서야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온갖 방법을 다 써봤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시간이 속절없이 흘렀고 모두가 지쳐갈 때쯤 뜻밖의 곳에서 해답이 나왔다.

 

 문헌을 연구하던 학자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했다.

 

 “혹시 이거 파르테논 신앙 아닌가요?”

 

 “파르테논 신앙? 그게 뭔데?”

 

 “동요로 구전되어 내려온 이야기가 있습니다. 파르테논이라는 신이 소원을 들어준다는 이야기지요.”

 

 “파르테논? 그런 노래가 있었나?”

 

 “제가 살던 곳에서는 유명한 노래입니다. 그러니까······.”

 

 동요의 내용은 단순했는데 그중에서 신의 은총을 받고 싶으면 아카시아 나무를 지녀야 한다는 가사가 있었다.

 

 혹시나 해서 스켈레톤에게 아카시아 나무를 쥐여주고 내려보냈는데 정말로 멀쩡했다.

 

 “좋았어! 드디어 방법을 찾았다.”

 

 그리고 병사 중 하나가 송진우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스켈레톤이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그거 하지 말라고.”

 

 유적에 들어갈 방법을 찾았고 이제 병력을 꾸려서 본격적인 유적 탐험을 떠나기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모든 게 그렇게 순탄하게 흐르지 않았다.

 

 “큰일 났습니다! 바르샤 후작이 대규모의 병력을 데리고 쳐들어 왔습니다.”

 

 “뭐? 왜 하필 지금?”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영애는 뭔가 집히는 구석이 있어서 유적의 존재를 안 사람들을 모았는데 역시나 그중의 한 명이 보이지 않았다.

 

 학자 중 한 명이 배신한 것이다. 그 소식에 영애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빌어먹을! 다 됐는데!”

 

 “이제 어떻게 하죠?”

 

 “할 수 없지. 이제 와서 유적을 포기할 수는 없어. 우리도 병력을 움직인다.”

 

 몇 년 동안 신경전만 하던 두 가문이 유적 소유권을 두고 정면으로 붙었다.

 

 전투가 중요했기 때문에 영주의 대리를 맡은 영애도 직접 참전했다. 번쩍이는 갑옷을 입은 영애의 모습은 병사들의 사기를 고양하기에 충분했다.

 

 “모두 돌격!”

 

 와와와!!

 

 험준한 산맥에서의 전투다. 바르샤 후작이 자랑하는 기병대가 활약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에드워드 백작가가 더 유리했지만 그래도 병력의 차이는 여전했다.

 

 왕국 내에서도 유명한 후작의 군대이다. 레오나르드의 지도로 강해진 에드워드 백작가라고 해도 정면으로 붙으면 승산이 없다.

 

 하지만 에드워드 가문의 병력들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 구도는 오랜만이네요, 스승님.”

 

 “그리웠습니다.”

 

 맨 앞에 송진우가 서고 그 뒤에 그롬과 잭이 그의 날개가 되어서 보조했다. 단순한 진영이지만 이것으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항상 이겨낼 수 있었다.

 

 “그럼 간다.”

 

 “맡겨만 주세요.”

 

 예전에는 미치지 못하는 실력이지만 근래에 사기를 많이 흡수해서 이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을 정도는 된다.

 

 사기가 채워짐에 따라 기억도 조금씩 돌아오고 있어 레오나르드의 고명한 무술도 상당 부분 회복했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부족함을 느꼈다.

 

 ‘베나자르.’

 

 예전 코넬이 죽었을 때 송진우와 마주했던 기사의 이름이다.

 

 그의 말이 맞았다. 기억이 조금만 돌아왔으면 그가 복면이 아니라 변장을 했더라도 알아봤을 거다.

 

 그는 후작가의 기사단장으로 레오나르드가 오기 전까지 최강이라는 수식을 달고 있던 자였다.

 

 비록 한 번의 전투에서 레오나르드에게 져서 그 칭호를 레오나르드에게 빼앗겼지만 그 싸움은 지금 생각해도 운이 좋았었다. 다시 싸운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지금 상태로 만나면 필패다.

 

 ‘그래도 물러설 수는 없어.’

 

 유적을 빼앗기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고 영원히 이 균열에서 빠져나갈 수 없을 수도 있다.

 

 송진우는 검을 들고 앞으로 나갔다.

 

 “모두 대장님을 따르라!!!”

 

 “레오나르드 단장님의 부활이다!!”

 

 레오나르드의 합류는 단지 강한 기사가 늘었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평민에서 백작가의 기사단장이 되고 어떤 전투에서도 패하지 않은 그의 이력은 차라리 전설에 가까웠다.

 

 레오나르드가 있기에 바르샤 후작가의 강군이 와도 떨지 않을 수 있었다.

 

 쿵!!!!

 

 드디어 병사들이 맞붙었다. 가장 먼저 상대의 목숨을 거둔 사람은 역시나 송진우이었다.

 

 “5년 동안 게으름 피지 않았는지 볼까?”

 

 “하핫! 내기할까요, 대장?”

 

 송진우는 무아지경으로 적들을 베었다. 적들을 죽일 때마다 사기가 들어왔기 때문에 싸우는 순간에도 강해질 수 있었다.

 

 아군의 피해도 컸지만 웬일인지 밀고 나가는 것은 아군이었다. 한참을 싸우던 송진우는 그 사실을 깨달았으나 기분이 마냥 좋지 않았다.

 

 ‘베나자르가 없어.’

 

 적의 기사단장과 주요 기사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만약 그들이 이곳에 있었으면 이렇게 일방적인 공격이 불가능했을 거다.

 

 ‘설마?!’

 

 송진우는 유적의 입구를 쳐다봤다.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 기사가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필시 그들의 몸에는 아카시아 나무가 있을 거다.

 

 “전투보다 유적이 중요하다는 건가?”

 

 정면으로 붙으면 후작가가 유리하다고 생각해서 이쪽은 모든 힘을 기울이고 있었지만 정작 후작은 전투 따위는 어떻게 돼도 상관이 없었나 보다.

 

 가장 중요한 병력인 기사단을 데리고 유적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전투하던 송진우가 알아낸 사실을 총명한 영애가 못 알아차릴 리 없었다. 그녀도 사라져가는 후작의 모습을 보고 이를 갈았다.

 

 “이렇게 뺏길 순 없어.”

 

 다급해진 영애는 전황을 살폈다. 지금은 이기고 있지만 이쪽은 후작처럼 병력의 여유가 없다.

 

 아직 숫자는 저쪽이 더 많으니 너무 많은 병력을 데려가면 순식간에 밀릴 거다.

 

 “나를 호위하는 자는 나를 따르라! 그리고 레오나르드!”

 

 영애가 레오나르드를 불렀다.

 

 “그대도 따라와라.”

 

 처음에는 퉁명하게 대했던 영애지만 사실 그녀도 지금 이 상황을 이겨낼 변수는 레오나르드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레오나르드라면 무슨 일이 벌어져도 어떻게든 해결해 줄 것이다.

 

 이것은 그녀가 아직 어린 시절부터 가졌던 믿음이고 레오나르드는 한 번도 그녀의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었다.

 

 영애와 그녀의 호위기사와 레오나르드가 아카시아 나무를 가지고 유적 안으로 들어갔다.

 

 신전으로 한걸음 내디뎠을 뿐인데 공기가 달라졌다.

 

 예전 전성기를 구가했던 신전답게 화려한 장식들과 성물들이 즐비했지만 신성이 빠지고 모두 빛이 바래 오히려 더 음산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입구에는 말라비틀어진 시체들이 가득했는데 그중에서는 에드워드 가문에서 내려보냈던 스켈레톤들도 있었다. 아카시아 나무를 가지지 않은 자는 이곳에서 모두 죽었던 거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송진우가 자청해서 앞으로 나섰다. 아카시아 나무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안심할 수는 없다.

 

 이제는 신성보다는 저주로 가득한 사원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같이 왔던 이들이 모두 알 수 없는 한기에 부들부들 떨었다.

 

 ‘나는 스켈레톤이라서 영향이 없는 건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송진우는 움직이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오히려 더 기운이 나는 거 같았다.

 

 ‘사방이 사기로 가득해.’

 

 이제 보니 이 사원에는 죽은 자만 가질 수 있다는 사기가 가득했다. 그래서 생자(生者)는 고통받고 사자(死者)는 힘을 얻는 거다.

 

 영애를 지키는 수호기사들은 기사 중에 가장 특출 난 자들을 추려서 뽑은 거다. 그롬과 잭을 제외한 기사 중에서는 가장 강한 축에 속하는 자들이었으나 이 막대한 사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니 영애는 말할 것도 없었다.

 

 “괜찮으십니까? 이곳은 저한테 맡기고 나가 계시는 게 좋겠습니다.”

 

 레오나르드가 행방불명되고 영애도 가문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기사들도 혀를 내두르는 훈련을 받았다. 하지만 그래도 건강한 기사들에 비할 수 없다.

 

 하지만 영애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버틸 수 있어. 나는 걱정하지 말고 계속 진행해.”

 

 고통스러울 것이 분명하지만 영애는 내색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더는 만류할 수 없는 송진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나갔다.

 

 “이런 곳에 이렇게 거대한 신전이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네.”

 

 영애의 말대로 신전은 산을 깎아서 그 안에 만들어졌는데 규모가 상상을 초월했다. 그 옛날 이런 신전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동력이 들어갔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내부는 어둡고 갈림길도 많았기 때문에 바르샤 후작의 일행이 어느 쪽으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부지런히 걸어가면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역시 문제가 생겼다.

 

 스르륵

 

 신전의 벽을 뚫고 투명한 형체가 나타난 것이다.

 

 “유령이다!”

 

 그들은 해골의 형태의 유령이었는데 벽화에 그려진 사제복을 입고 있었다.

 

 “예전에 살해된 파르테논의 성직자들이다!”

 

 모든 파르테논의 사제와 신도들이 살해되었지만 이곳에 머물던 사람들의 최후가 가장 끔찍했다. 이들은 이곳에 산 채로 묻힌 것이다.

 

 빛도 없는 곳에서 공포에 떨면서 굶어 죽어갔는데 그 원한 때문에 이렇게 유령이 된 거다.

 

 당연히 이곳에 들어온 침입자를 좋게 볼 리 없었다.

 

 [끼이이이악!!!!!]

 

 가만히 있어도 무서운 해골이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다가왔다.

 

 “전투 준비! 영애를 지켜!”

 

 환경은 최악이었지만 유령을 보고 뒤로 나자빠질 정도로 약하게 훈련받은 이들이 아니다. 송진우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무기를 잡고 진형을 갖추었다.

 

 [끄으윽!]

 

 “더 온다!”

 

 유령들은 벽을 뚫고 오기 때문에 어디서 오는지도 보이지 않았고 수가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중앙으로 모여!”

 

 벽에 붙어 있다가 기습당하는 것보다 중앙에서 적들을 상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벽은 바닥에도 있었다.

 

 [키이익!]

 

 유령들이 바닥에서 나와서 다리를 붙잡았는데 그럴 때마다 병사들의 생기가 급속하게 빨렸다.

 

 “손을 잘라!”

 

 검을 농기구처럼 사용해서 바닥에서 빠져나오는 손을 공격했다. 영애를 보호하느라 시선이 분산된 송진우도 유령에게 잡혔었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끄르륵!]

 

 오히려 유령들의 사기가 송진우에게로 빨려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유령이 빨아들이는 힘보다 송진우가 사기를 빨아들이는 힘이 더 강한 것이다.

 

 그것을 깨닫자 오히려 송진우가 바닥에서 나오는 유령의 손을 붙잡았다. 유령 몇 마리를 그렇게 흡수하자 유령들도 겁이 나는지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역시 단장님이 최고이십니다.”

 

 “이제는 단장 아니야.”

 

 현재 기사단장은 그롬이다. 하지만 기사들의 마음속에서 레오나르드는 영원히 단장이다.

 

 “영애를 지켜!”

 

 더 이상 손이 바닥에서 나오지 않자 이번에 송진우가 앞으로 달려서 유령에게 뛰어들어 그들의 몸을 잡아 사기를 흡수했다.

 

 꿀렁 꿀렁

 

 사기가 넘어오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사람을 죽였을 때와 비교하면 얻을 수 있는 사기의 양이 못해도 10배가 넘는 것 같다. 사기로만 이루어진 유령들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꺄아악!!!]

 

 “들어올 땐 마음대로였지만 나갈 때는 그렇게 안 되지.”

 

 혼비백산한 유령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레오나르드를 신봉하는 기사들도 누가 악당인지 헷갈릴 정도다.

 

 피 같은 붉은 해골로 유령들의 사기를 먹어 치우는 송진우의 모습은 악마 그 자체였다.

 

 모든 유령들을 포식한 송진우는 더 강력해진 모습으로 말했다.

 

 “다시 출발한다.”

 

 방해는 물리쳤으나 아직 후작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일행보다 후작이 먼저 목표를 찾으면 곤란해질 거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 끔찍한 유령이 나왔다. 생긴 것이 무서워지고 크기가 커질수록 더 원한 깊은 유령을 뜻했는데, 당연히 가진 기운도 더 강력했다.

 

 더 강력해진 유령의 사악한 기운에 병사들은 눈앞이 흐려질 지경이었지만 송진우는 자신도 모르게 군침을 삼켰다.

 

 “좋은 영양분이네.”

 

 유령들이 강해질수록 송진우가 얻는 사기도 많아진다. 이미 유적 안으로 들어오기 전보다 배는 강해진 송진우이다. 남은 유령들을 모두 흡수하면 얼마나 강해질지 예상도 안 됐다.

 

 “모두 대기해.”

 

 기사들은 뒤에 놔두고 송진우만 혼자 돌진했다. 물론 시간은 더 지체되겠지만 영애나 기사들이 입을 피해와 송진우의 레벨 업을 생각하면 이편이 더 좋아 보였다.

 

 나중에 후작가의 병사들과 만났을 때, 최선의 상태에 있어야 한다.

 

 복잡한 미로였지만 이제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더 강한 사기가 느껴지는 쪽으로 가면 된다.

 

 기운이 부르는 곳에 일행이 원하는 것이 있을 거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한 유령들이 나왔고 기사들과 영애가 정신력으로 버티기 힘든 상황까지 왔지만 그와 반대로 송진우는 더 생생해졌다.

 

 이제는 휘감고 있는 검은 사기가 육안으로도 보일 지경이다. 누가 보면 마왕의 현신이라도 해도 믿을 지경이지만 기사들의 눈은 더 초롱초롱해졌다.

 

 “단장님, 멋있으십니다.”

 

 “······고맙다.”

 

 이쯤 되면 기사가 아니라 팬클럽이라고 해도 믿을 거다.

 

 그리고 결국 사기의 중심에서 바르샤 후작의 병력과 만날 수 있었다.

 

 “어서 오게. 자네가 그 영애로군.”

 

 신중하고 꾀가 많아서 영애가 여우라고 부르는 사내다. 그가 목숨이 위험한 이런 전장에 나온 것은 그만큼 이 유적의 가치가 높다는 것을 의미할 거다.

 

 “바르샤 후작!”

 

 영애가 금방이라도 뛰어갈 것처럼 검을 휘어잡았다. 물론 정말로 뛰쳐나갈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그리고 송진우는 검은 갑옷을 입고 있는 사내와 정면으로 마주했다.

 

 “베나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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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손을 잡다 (2) 2018 / 9 / 11 257 0 6304   
37 손을 잡다 (1) 2018 / 9 / 10 269 0 6024   
36 검은 사신 (6) 2018 / 9 / 7 261 0 7680   
35 검은 사신 (5) 2018 / 9 / 7 258 0 6677   
34 검은 사신 (4) 2018 / 9 / 6 262 0 6128   
33 검은 사신 (3) 2018 / 9 / 4 264 0 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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