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눈 (각인)
(레전드)
올 스탯 +35%
지능 +500
지혜 +500
통찰
???
???의 음낭 (각인)
(레전드)
모든 저항 +35
매력 +1,000
무한한 힘
???
정체불명의 신에게 받았던 신체가 물음표를 지우고 옵션을 더 개방했다. 올 스탯과 모든 저항은 30% 정도 증가하고 스탯은 두 배로 증가했다. 거기에 통찰과 무한한 힘이라는 새로운 옵션도 생겼다.
“승급할 때마다 봉인이 풀리는 건가?”
거의 두 배로 좋아진 신의 신체다. 아직 레전드라는 등급에는 걸맞지 않지만 나머지 승급을 하면 얼마나 좋아질지 상상도 안 간다.
“좋네.”
아직 통찰과 무한한 힘이라는 옵션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도움이 될 거다.
“좋아, 좋아.”
횡당보도의 신호가 바뀌자 송진우는 상태창을 닫고 길을 건넜다.
지금 송진우가 온 곳은 홍대 근처다.
승급에 성공하고는 중앙 대륙에서 노가다 대신에 사냥을 시작했는데 생각대로 엄청난 경험치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고 사냥만 하던 송진우가 이곳까지 온 이유는 약속 때문이다.
홍대에 가서 기웃거리고 있으니 저 멀리서 누가 손을 흔드는 것이 보였다.
“여기야~ 여기!”
동창생인 노혜미였다. 저번 동창회 사건 이후로 간혹 문자를 주고받았는데 오늘은 직접 만나기로 한 거다.
“일찍 나왔네? 아직 약속 시각 10분 전인데.”
“아~ 이 근처에 볼일이 있었는데 빨리 끝났어.”
“그래? 배고프지? 저기 맛있는 데 있다고 하니까, 거기 들어가서 먹자.”
“그래.”
둘은 송진우가 미리 조사한 곳에 들어가 함께 식사했다.
“목발은 안 가지고 왔네?”
특성을 얻어서 다리가 정상이 되었어도 항상 하던 목발이다. 하지만 웬일인지 오늘은 목발이 보이지 않았다.
“뭐, 넌 알고 있으니까.”
저번에 노혜미에게 몸이 나았다는 것을 들켰었다. 오랜만에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목발을 사용하면 그녀가 기분 나쁠 수도 있다 생각해서 일부러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건 어떻게 된 거야? 보니까 키도 훌쩍 컸던데?”
노혜미는 멀쩡해진 송진우의 다리를 가리키며 물었다.
“진짜 신체 재생 포션이라도 얻은 거야?”
말하는 노혜미도 그것이 신체 재생 포션을 얻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알고 있다. 각인까지 된 포션이면 못해도 수십억은 된다.
“그건 아니고. 운 좋게 디멘션 특성을 얻었어.”
“헐~ 진짜? 어떻게?”
“말했잖아. 운이 좋았다고.”
노혜미는 놀란 눈으로 송진우를 보다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맞나 보네. 그렇게 열심히 살더니 결국 하늘이 도왔나 봐.”
“안 그래도 매일 감사 기도하고 있다.”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가 송진우가 근황을 물었다.
“요즘은 뭐해? 다시 유학 갈 거야?”
“아니, 이제 대학교 졸업하고 취직자리 알아봐야지. 넌 요즘 뭐해?”
“어…… 나는 헌터가 됐어.”
보통 헌터가 되었다고 하면 크게 놀라는데 의외로 노혜미는 덤덤했다.
“전에 네가 싸우는 걸 봤잖아. 안 그래도 네가 헌터가 되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어.”
“그러냐?”
“길드는 어디로 들어갔는데?”
“그…… 한영 그룹 알지?”
“당연히 알지.”
“거기 다섯째 아가씨가 만든 신생 길드에 들어가기로 했어.”
“정말? 그런 어쩌다가 그런 아가씨가 만든 길드에 들어간 거야?”
“아가씨가 날 좋게 봤나 봐. 만나서 계약서를 보여 줬는데 조건이 너무 좋아서 바로 오케이 했지.”
“그래? 그 여자, 몇 살인데?”
아가씨에서 그 여자로 호칭이 격하되었지만 송진우는 미처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 태연하게 말했다.
“우리보다 두 살 어려.”
“근데 아가씨라고 불러?”
“뭐, 다들 그렇게 부르니까……. 이제는 길드장님이라고 불러야겠지.”
송진우를 유심히 보던 노혜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 여자…… 예뻐?”
“응? 어…… 상당한 미인이야. 전부터 길드원들이 아가씨 보는 것이 또 다른 즐거움이라고 말하는 걸 많이 들었으니까.”
“그래?”
그 말을 들은 노혜미는 음료수를 빨대로 휘저으며 심기 불편한 표정을 했지만 송진우가 알아차리지 못하자 한숨을 쉬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그 여자 남자 친구는 없대?”
“응? 글쎄? 나는 모르지.”
“왜? 관심 없어?”
“아니…… 뭐 딱히 중요한 것도 아니고. 그런 걸 물어볼 정도로 친하지도 않고.”
송진우의 말에 노혜미는 다시 기분이 좋아진 듯 새침하게 웃었다.
“뭐, 그럼 그렇지.”
“응? 뭔 소리야?”
“아니야. 나가자! 커피는 내가 살게.”
“그래, 그럼.”
***
노혜미와 헤어지고 저녁이 되었다. 송진우는 바로 집에 가지 않고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렸는데 그곳은 예전 범죄자들에 대한 자료를 얻을 수 있었던 김택현 기자의 집이었다.
탁탁탁!
김택현 기자는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쓰고 자판을 두들기고 있었다. 새로운 정보를 수집해서 기사를 쓰는 중이었는데 뒤에서 송진우가 그를 불렀다.
“김택현.”
누군가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리자 김택현 기자는 움찔하며 바르르 떨었다 하지만 소리 지르거나 도망치지 않고 의외로 침착하게 뒤를 돌았다.
“휴~ 결국, 왔군.”
그곳에는 사신의 가면을 쓴 송진우가 있었다. 전에 썼던 조잡한 가면이 아니라 플루토가 준 에픽 아이템이다. 송진우의 얼굴은 정말 해골처럼 보였다.
“당신이 검은 사신이지?”
그때는 너무 무서워서 자료를 건넸지만 뒤에 곰곰이 생각하니 침입자는 귀신도 아니고 디멘션 월드의 힘을 가진 헌터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바보 같이 자료를 몽땅 넘겨 준 걸 자책했지만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자신이 모은 정보를 그 헌터가 어떻게 사용할 지였다. 그 안에는 이 나라를 발칵 뒤집을 수 있는 엄청난 정보들이 들어 있다.
그런데 머지않아 TV에서는 검은 사신이 활동하며 죄를 저지르고도 벌을 받지 않은 범죄자를 처단한다는 뉴스를 봤다.
당연히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저 검은 사신은 자신의 집에 쳐들어왔던 바로 그놈이다.
[미친 새끼!]
처음에는 자신의 정보를 토대로 악인을 처벌한다는 것을 어처구니없게 생각했다.
자신은 기자다. 기자는 진실을 밝혀서 죄를 지은 자들이 법정에 설 수 있게 만드는 것이지 그것으로 남을 죽일 정당한 권리를 획득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행하는 것은 결코 합당한 정의라고 할 수 없다. 그냥 다른 힘 있는 이들처럼 분풀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
그래서 처음에는 자신이 모은 정보가 살생부가 되었다는 것에 분해서 잠도 자지 못했지만 검은 사신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쭉 지켜보다 조금씩 마음이 변했다.
[검은 사신의 활동으로 범죄율이 줄어들었으며……]
[주식 사기로 출국금지를 당해서 국내에 숨었던 사기꾼이 자수를 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검은 사신이 두려워서……]
[국회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었습니다. 이에 야당 의원은 검찰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전문가들은 검은 사신의 영향으로……]
놀랍게도 사회가 변하고 있었다. 단지 몇 명의 죽음으로 범죄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왔고 힘 있는 자들이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것이 그 어떤 협박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강인한 기자의 신념을 흔들었다.
“난 아직도 당신의 행동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하지만…… 필요악이라는 것도 있는 거겠지.”
그런 말을 하며 김택현은 미리 준비해 두었던 지료를 꺼내서 송진우에게 건넸다.
“필요하다면 가져가라. 만약 당신이 또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면…… 당신이 죽어 마땅한 상대를 찾고 있다면…… 그것이 도움이 될 거다. 최소한 죄 없는 자를 죽이는 것보다는 낫겠지.”
그건 꾸깃꾸깃하게 구겨진 종이들이었다. 그 상태를 봐서 그가 이 정보를 건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심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김택현 기자는 전에 봤을 때보다 훨씬 더 늙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그 어떤 청춘보다 밝게 빛나고 있었다.
문뜩 송진우는 자신의 눈이 상대에게 어떻게 보일지가 궁금했다.
‘내 신념도 남들에게 빛나 보일까?’
살인이 즐거워서도 악이 미워서도 복수를 위해서도 아니다. 자신이 악인을 죽이는 건 단지 힘을 얻기 위해서였다.
걱정대로 송진우의 눈빛이 김택현의 신념 앞에 사그라졌지만 이내, 다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동생 송하나를 생각해서다.
그래서 힘주어 김택현이 들고 있는 자료집을 받았다.
“고맙소.”
그리고 포식이에게 손짓하자 포식이가 무언가를 뱉었다.
우엑!
그건 전에 김택현에게 받았던 자료들이다. 새로 얻은 특성으로 물건을 포식이에게 저장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 포식이를 본 김택현은 이번에도 깜작 놀랬지만 도망치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받았다. 이 포식이마저 자신의 공포가 만들어낸 허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진짜라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
“잘 썼소.”
이제는 송진우에게 필요 없는 정보다. 하지만 여전히 김택현 기자는 그것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복잡한 표정으로 그것을 보고 있는 김택현에게 송진우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떠났다.
“다시 오겠소.”
펄럭!
순식간에 사라진 송진우의 빈자리를 보며 김택현은 한숨 쉬었다.
“내 팔자야.”
***
《LOG IN》
한수정을 길드장으로 한 길드가 창설되었다. 길드 이름은 엘리샤, 신의 구원자라는 뜻이 담긴 이름이었다. 여성 길드장이 세운 길드답게 길드 이름도 여성스러웠다.
길드에 가입하자 길드 보너스를 받았다.
《길드 보너스》
생명력 재생률 +10%
마나 재생률 +10%
아직 신생 길드라서 길드 보너스는 대단치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좋아질 거다. 원래 길드에 들어갈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송진우에게는 감지덕지한 일이다.
한수정이 처음 모은 길드원은 NPC를 제외하고 총 50명이다. 처음 만들어진 길드치고는 상당히 많은 편인데 놀랍게도 과학 대륙에 마을도 하나 가지고 시작했다. 이건 한영 길드에서 후계자들에게 준 선물 같은 거다.
도시의 이름은 프리파이어, 변방에 속한 작은 도시지만 이곳을 거점으로 길드를 키워나갈 생각이다.
프리파이어의 중심에서 길드 창단식을 가졌는데 송진우도 당연히 길드원의 자격으로 참가했다. 송진우가 창단식에 모습을 드러내자 미리 와 있던 다른 길드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뭐, 뭐지? 저 사람도 우리 길드원인가?”
“그렇……겠지? 하지만 저 사람은 언데드 아냐?”
길드원이나 소속 NPC를 받아들이면 군주 캐릭터, 즉 길드장의 지배력이 필요하다. 매력 스탯을 바탕으로 지배력이 결정되는데 만약 다른 대륙 플레이어나 NPC를 길드원으로 받으면 필요한 지배력이 두 배로 든다.
그래서 꼭 필요한 플레이어이나 특별한 능력을 지닌 플레이어가 아니면 다른 대륙 사람은 받지 않는데 다른 종족도 아니고 언데드 플레이어가 등장하니 모두 어리둥절한 듯했다.
“저 가면 봐! 무시무시한데?”
“보통 사람이 아니니 길드장이 데려왔겠지. 분명 랭커일 거야.”
지금 송진우는 사신의 가면을 쓴 상태다. 사신의 가면은 아무 변화가 없으면 검은 해골 모양이었는데 그건 검은 사신의 트레이드마크라서 붉은색으로 바꿨다. 레오나르드의 스켈레톤을 본뜬 거다.
본래 한영 길드의 짐꾼으로 활동한 적이 있는 송진우라서 다른 사람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착용했는데, 워낙 끔찍하게 생긴 가면이라서 그런지 다른 플레이어들이 다가오기를 꺼렸다.
‘나야 좋지.’
길드원이 되었지만 언데드인 송진우는 디멘션 월드에서 같이 다니지는 않을 거다.
전투 타입이 달라서 다른 플레이어와 시너지 효과가 나기 어렵고 회복과 버프 효과도 받지 못해서 굳이 같이 다닐 필요를 못 느꼈다. 혼자 해야 하는 특별한 임무를 맡거나 아니면 중앙 대륙의 퀘스트에서만 합류해서 싸우기로 했다.
일종의 히든카드 역할이다. 물론 그것도 송진우가 충분히 성장한 뒤에나 가능할 거다. 지금도 강력하지만 2차 승급은 해야 진짜 비밀 병기가 될 수 있다.
송진우이 조용히 구석으로 가자 다른 플레이어들도 한 번씩 힐끔 쳐다보고는 신경을 껐다. 조금 있다가 길드장인 한수정과 부길드장이 된 김 실장이 단상에 올라왔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엘리샤 길드의 길드장이 된 한수정입니다.”
“와우!!”
“예쁘다!”
한수정이 인사하자 열렬한 환호가 쏟아졌다. 한수정은 활짝 웃으면서 화답하고는 말을 이었다.
“저는 이 길드를 그 어느 길드보다 강하고 크게 키워갈 생각입니다. 여기 계신 길드원 여러분들이 도와주신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옳소!”
전부터 봐서 알았지만 한수정의 리더쉽은 뛰어났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한수정이 말하니 더 가슴에 와 닿았다. 열화와 같은 지지 속에서 한수정의 연설이 끝나고 다음에 올라온 사람은 부 길드장인 김 실장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부 길드장이 된 김 실장입니다. 성이 김, 이름이 실장입니다.”
“와하하!”
김 실장의 농담에 사람들이 웃음을 빵 터트렸지만 그중에는 그게 진짜인가 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제가 이제까지 해 온 일은 단순합니다. 수정 아가씨, 프린세스 메이커입니다. 앞으로도 같은 일을 할 생각이니 혹시라도 아가씨에게 흑심을 품은 놈팽이가 있으면, 내 시체를 넘어…….”
김 실장의 연설은 한수정이 그를 끌어내리는 것을 막을 내렸고 사람들은 다시 한바탕 웃었다.
연설이 끝나고 사람들은 만찬을 벌이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미 서로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도 있었는데 자기소개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그 속에 송진우만 뻘쭘하게 서 있었다.
‘이런 컨셉을 잡으려 한 건 아니었는데…….’
그들과 굳이 어울릴 생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배척받는 것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송진우는 구석에서 가만히 서 있었고 뜻밖의 만찬에 신난 포식이만 열심히 음식을 먹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놀랄까 봐 송진우가 몰래 먹였다.
그때 한수정이 다가왔다.
“가면 멋지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