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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운명찬탈자 : 미래를 보는 헌터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8.8.12

 
운명을 찬탈하다 (9)
작성일 : 18-09-29 21:33     조회 : 303     추천 : 0     분량 : 7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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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앗!

 

 강력한 빛이 내려오기에 처음에는 바르샤 후작의 권능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느낌이 달랐다.

 

 “몸이?”

 

 거의 가루만 남았던 뼈다귀가 순식간에 원상복구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검은 사기만이 있었던 빈 곳에 갑자기 살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우두득

 

 근육이 만들어지고 피가 돌기 시작했다.

 

 많은 마법이 있었지만, 스켈레톤을 다시 멀쩡한 사람으로 만드는 마법은 없었다. 이것은 마법이 아니라 신성력이다.

 

 “후하!”

 

 오랜만에 폐에 공기가 가득 찼다. 코끝을 간질이는 꽃향기도 반가웠다.

 

 “하하하! 그게 그 여자의 선택인가? 이제 와서 사람으로 만든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나?”

 

 바르샤 후작이 레오나르드가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자 박장대소하며 영애의 어리석음을 비웃었다.

 

 아무리 레오나르드를 살려봤자 그는 일개 인간이다. 신이 된 자신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송진우의 생각은 달랐다.

 

 최하급 신 바르샤

 (엘리트)

 (LV 1,000)

 

 “뭐야? 신이 되었다고 해서 대단할 줄 알았는데 고작 1,000이잖아. 거기다가 보스도 아니고 엘리트네?”

 

 레오나르드의 몸이 복구됨과 동시에 후작의 레벨이 보이기 시작한 거다. 물론 1,000의 레벨은 적은 수치는 아니지만 지금의 레오나르드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뭐? 무슨 헛소리냐?”

 

 “한마디로 네가 별거 아니라는 소리지.”

 

 레오나르드가 몸이 복구되면서 조각나 있었던 그의 기억이 온전히 돌아왔다. 그 말은 즉, 그의 전투술이 온전하게 기억났다는 소리다.

 

 “대단하군.”

 

 레오나르드의 무술은 그냥 무기를 잘 쓰는 방법이 아니었다. 불리한 입장에서 유리한 쪽을 상대할 수 있게 하는 병법서에 가까웠다.

 

 게다가 이상하게도 아직 스켈레톤이었을 때 얻었던 힘인 ‘사기’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지금의 송진우는 죽지 전 레오나르드와 스켈레톤이 된 레오나르드의 힘을 합친 것만큼 강했다.

 

 “이제 2라운드다.”

 

 부웅~

 

 여전히 바르샤 후작의 힘은 강력했다. 거대한 아바타를 통해서 나오는 힘은 산을 으스러트릴 수 있었고 강을 가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강력한 힘도 일개 인간에게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송진우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아바타가 붕괴되었다. 아바타는 살아있는 생물이 아니라 힘의 결집체다. 그런 아바타가 송진우가 공격할 때마다 고통스러워했다.

 

 그 모습을 본 후작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무슨 짓을 한 거냐?!”

 

 바르샤 후작이 다시 힘을 불어넣으니 아바타는 어렵지 않게 복구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힘이 깨졌다는 것이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은 신의 힘을 얻었다. 만물이 자신의 앞에서 벌벌 떨어야 한다. 레오나르드처럼 도도하게 서 있으면 안 된다는 소리다.

 

 “건방진!”

 

 분노한 후작이 힘을 더 주자 아바타의 크기가 아까보다 더 커졌다. 크기가 커졌다는 것은 그 안에 들어있는 신성력이 더 강해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커진 아바타로도 송진우의 돌진을 막을 수 없었다.

 

 쿵! 쿵!!

 

 내려치는 아바타의 손바닥을 피해서 후작에게 달려갔다. 거대한 손바닥이었지만 송진우의 눈에는 그 틈이 훤히 보였다.

 

 “칫!”

 

 급한 후작이 부유시켰던 대지를 땅으로 떨어트렸다. 송진우의 돌진을 늦추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송진우는 붕괴하는 대지의 조각을 밟고 후작에게 뛰어들었다.

 

 날개는 없지만 그랜드 마스터에 달한 레오나르드의 육체는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후작이 위기감을 느꼈을 때는 이미 송진우가 지척까지 당도한 상태였다.

 

 부웅!

 

 급한 후작이 아바타를 움직여 송진우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다른 사람들은 송진우의 움직임이 보이지도 않았지만, 신이 된 후작은 그 움직임에 반응한 것이다.

 

 송진우의 머리 위에는 거대한 아바타의 손이 내려오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 방어하면 조각난 대지와 함께 땅으로 곤두박질쳐질 것이다.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육체가 이 정도에서 떨어진다고 해도 죽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이 후작이 가장 약할 때고 가장 방심한 타이밍이다. 다시 이런 기회를 얻기는 어려울 거다.

 

 “하합!”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송진우는 앞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검을 크게 휘둘렀다. 그리고 그 공격은 아바타의 손가락을 자르면서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이제는 바르샤 후작이 눈앞에 있었다. 그 순간 기억의 무게가 송진우에서 레오나르드 쪽으로 기울었다.

 

 “바르샤 후작!!!!”

 

 레오나르드는 평민으로 태어나 구걸과 도둑질로 생계를 겨우 이어나갔다. 그때의 소망은 험난한 현실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었다.

 

 수많은 사투를 거쳐 힘을 얻은 레오나르드의 다음 소망은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강함 얻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용병이 된 것이 지금 생각하면 미친 짓이었다. 무기를 쥘 줄도 모르는 애송이가 살아남은 것은 오로지 운 덕분이었다.

 

 어린 나이에 빠르게 A급 용병이 된 레오나르드는 신분의 한계에 부딪혔다. 자신이 아무리 강해져도 귀족들에게는 한낱 쓸모 있는 병사일 뿐이었다. 조잡한 무술은 기사들에게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았다.

 

 어느 날 에드워드 백작가의 의뢰를 받았고 그때 에드워드 가문의 기사단장인 헨슨의 눈에 들어서 운 좋게 가문의 병사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레오나르드의 마지막 소망을 만나게 된다.

 

 [이 아이는 내 외동딸이네. 나보다 이 아이를 더 우선시했으면 좋겠군.]

 

 [반가워.]

 

 처음 만났을 때는 말로만 듣던 천사가 강림한 줄 알았다. 그리고 아가씨는 자라날수록 더 아름다워져 갔다.

 

 [레오나르드는 왜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아? 그롬이랑 잭은 편하게 부르잖아.]

 

 그 말에 레오나르드는 단지 미소로만 답했다. 하고 싶은 말을 따로 있었음에도 말이다.

 

 ‘그렇게 하면 내 욕심을 막을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이레아 아가씨.’

 

 천하제일이라는 수식어를 얻었어도 신분의 벽은 넘을 수 없다.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은 이레아 아가씨가 좋은 배필을 얻을 때까지 지켜주는 일이다.

 

 그녀를 생각해서 참을 수 있었고 그녀를 위해서 강해질 수 있었다.

 

 그녀를 위해서 죽을 수 있어 행복했다.

 

 하지만……

 

 “죄송합니다. 이제는 제 욕심을 막을 수 없습니다.”

 

 송진우도 몰랐지만 레오나르드가 스켈레톤이 되어서도 강한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미련이 강하게 남아서이다.

 

 그 미련은 억울한 죽음 때문이 아니다. 그녀에게 그의 진실한 마음을 전하지 못했기에 얻은 미련이다.

 

 이것이 송진우도 알 수 없었던 레오나르드의 숨겨진 마음이다.

 

 하지만 마침내 터져 나온 레오나르드의 고백은 이레아가 듣지 못했다. 그 고백을 들은 사람은 경악한 표정의 바르샤 후작이었다.

 

 스릉~

 

 송진우의 검이 바르샤 후작의 심장에서 빠져나오자 상처를 통해 신성력이 빠져나갔다.

 

 “내가…… 내가…….”

 

 “내가 아는 후작은 매사에 조심스럽고 완벽하게 짜인 상황이 아니면 절대 앞으로 나서지 않지. 그런 당신도 힘을 얻으니 방만해지는군.”

 

 “커억!”

 

 후작은 지금의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이 레오나르드의 팔을 잡았지만 힘이 빠져나가자 바닥으로 축 늘어졌다.

 

 “차라리 신의 힘을 얻기 전의 당신이 더 무서웠어. 그게 당신의 패착이야.”

 

 레오나르드의 말에 그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후작이 허망한 눈빛으로 쓰러졌다. 이제는 신도 인간도 아니게 된 것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양 가문의 병사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바르샤 후작이 이상한 거인을 소환하나 싶더니 스켈레톤이 사람으로 변해 거인과 싸웠다. 그리고 절대 쓰러질 것 같지 않던 후작이 피를 철철 흘리며 땅에 쓰러졌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역시 그롬이었다.

 

 “레오나르드 단장님이 후작을 쓰러트렸다!! 우리의 승리다!!”

 

 그제야 에드워드 가문의 병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와와!!! 레오나르드 단장님이 돌아왔다!”

 

 바르샤 가문의 병력들에게는 후작이 쓰러진 것도 충격적이지만 레오나르드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 더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바라봐도 그 레오나르드가 맞았다.

 

 챙그랑

 

 한 명이 무기를 내려놓으니 연속적으로 병사들이 무기를 땅에 떨어뜨렸다.

 

 전쟁이 끝난 거다.

 

 “단장님!”

 

 에드워드 병사들이 달려와 송진우를 껴안았다. 아직 후작의 병력이 무력화된 것이 아니지만

 레오나르드가 있으니 무섭지 않았다.

 

 “역시 대장님은 살아있을 때가 더 멋있는 거 같습니다.”

 

 “저는 전 모습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단장님은 해골도 멋있으십니다.”

 

 “고맙다.”

 

 바르샤 후작과의 전쟁에서 승리했고 천하제일 기사인 레오나르드가 돌아왔다. 이 사실은 전 왕국을 발칵 뒤집을 놀라운 일이었다.

 

 그리고 무너진 신전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영애님!”

 

 그건 이레아였다.

 

 “아가…….”

 

 눈치 없이 달리려는 잭을 그롬이 막았다.

 

 레오나르드는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고 울음을 애써 참고 있는 이레아의 앞에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돌아왔습니다, 이레아 아가씨.”

 

 “……일어나세요, 나의 기사여.”

 

 레오나르드가 일어서자 이레아는 단숨에 그를 와락 껴안았다.

 

 “바보야, 너무 늦었잖아.”

 

 “죄송합니다.”

 

 레오나르드가 격하게 이레아를 껴안았다.

 

 갑작스러운 전개에 황급히 놀란 그롬은 뒤의 병사들을 주의시켰다.

 

 “빨리 고개 돌려! 거기 너희도 빨리 고개 안 돌려?!”

 

 영문도 모르는 바르샤 후작가의 병사들도 고개를 숙이거나 돌려야 했다.

 

 그리고 레오나르드의 의식 밖에서 그것을 관찰하고 있던 송진우도 원하는 것을 얻었다.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했습니다.》

 

 《디멘션 특성 획득》

 귀환병 : ‘사기’를 다룰 수 있게 된다.

 

 《칭호 획득》

 

 운명찬탈자

 (랭크 SS)

 운명을 거스르는 힘을 얻는다.

 

 ***

 

 “우왁!”

 

 정신차려보니 처음에 균열에 들어왔던 남산의 산기슭이었다. 시계를 확인했는데 균열 안에서 몇 달은 있었던 것 같은데 역시 시간은 전혀 흐르지 않고 있었다.

 

 “휴~”

 

 파란 하늘을 보니 겨우 현실로 돌아왔다는 실감이 났다. 그리고 그런 송진우를 환형해 주는 것은 다름 아닌 알림창이었다.

 

 《히든 승급 궤스트 완료》

 《소울이터로 승급하였습니다.》

 

 《엠블럼 획득》

 익스퍼트 플레이어

 (랭크 S)

 올 스탯 +30%

 

 《새로운 디멘션 특성을 얻었습니다.》

 소울칼리버 : 모은 소울의 숫자만큼 공격력이 증가하고 무기의 형태를 자유자제로 변형할 수 있다.

 공허의 주머니 : 몸무게 무게의 물건을 몸에 저장할 수 있다.

 

 드디어 1차 승급 엠블럼을 얻었다. 이 엠블럼이 중요한 이유는 올 스탯이 30%나 증가한다는 점도 있었지만 다른 올 스탯이 합 연산으로 적용되는 것과 비교해서 이 엠블럼은 곱 연산으로 적용된다는 점이 컸다.

 

 즉 이 30%의 증가는 모든 스탯과 엠블럼 그리고 장비에 달린 스탯의 효과를 합한 후에 마지막으로 30%를 곱하게 된다. 다른 올 스탯은 오로지 레벨 업으로 얻은 스탯에서만 적용되고 다른 올 스탯과는 합 연산으로 적용된다.

 

  물론 모든 스탯에서 행운 스탯은 제외다.

 

 “디멘션 특성이 두 개나 더 생겼네.”

 

 보통은 승급할 때 보너스는 엠블럼으로 받는데 특이하게 디멘션 특성으로 받았다.

 

 “소울칼리버? 무기를 변형할 수 있다고?”

 

 이렇게 되면 굳이 낫이 아니라 다른 무기를 들어도 낫으로 변형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그게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공격력이 오르니까 좋긴 하겠지.”

 

 다음은 공허의 주머니다. 그것을 자세히 보다가

 

 “혹시…….”

 

 송진우는 손목에 있는 시계를 들어서 포식이에게 들이밀었다.

 

 “이것 좀 저장해줄래?”

 

 그러자 포식이는 입을 쩍 벌리더니 전에 그 블랙홀 같은 공허 균열을 만들어냈다.

 

 위이잉~

 

 그리고는 시계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다른 것들은 전혀 미동도 없었다.

 

 “……다시 꺼내 줄 수 있어?”

 

 포식이는 맡기라는 듯이 입을 벌려고 다시 공허 균열이 생기면서 시계를 토해냈다.

 

 “이건 대박이다!”

 

 일종의 인벤토리 주머니가 생긴 셈이다. 본인의 무게까지 저장할 수 있다고 했으니 지금 약 300kg의 무게를 저장할 수 있다.

 

 다음에 볼 것은 균열을 클리어하고 얻은 보상이다. 균열을 클리어할 때 보통으로 클리어하면 보상을 하나만 얻고 일명 퍼펙트 클리어라고 완벽하게 퀘스트를 수행하면 두 개 얻는다고 한다.

 

 송진우가 두 개 얻었으니 퀘스트를 완벽하게 끝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기? 이게 뭔 소리지?”

 

 궁금한 마음에 상태창을 확인해 보니 역시 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것이 아니라 마나라고 표기된 것 대신에 사기라는 글자가 보인 것이다.

 

 “음…… 이게 뭔 도움이 되나?”

 

 잘은 모르겠는데 스켈레톤인 레오나르드를 강력하게 만들었던 기운이다. 잘만 사용하면 큰 도움이 될 거고 또 디멘션 특성이니 연습하면 현실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거다.

 

 “일단 패스.”

 

 다음은 칭호다. 수많은 것을 동시에 적용할 수 있는 엠블럼과는 달리 칭호는 오직 단 한 개만 적용할 수 있는데 그래서 같은 등급의 엡블럼보다 능력이 훨씬 좋은 것이 보통이다.

 

 “SS등급 칭호라…….”

 

 최고 등급의 칭호다. 인터넷에 떠도는 SS급 칭호는 말도 안 되는 옵션이 달려 있는데 이상하게 이 칭호는 그냥 한 줄의 글이 쓰여 있는 것이 다였다.

 

 “운명찬탈자?”

 

 찬탈이라는 것은 보통 왕에게서 권력을 빼앗는 행위를 말한다. 즉 반역을 의미해서 보통은 나쁜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건 왕위가 아닌 운명을 빼앗은 행위다. 그 대상이 누구인지는 알 것 같았다.

 

 “신.”

 

 레오나르드가 최하급 신을 이기고 더 나은 운명을 얻었듯이 이 칭호도 신에게서 운명의 주도권을 빼앗을 수 있는 힘이 담겨 있었다.

 

 최소한 송진우는 그렇게 느꼈다.

 

 “그렇다면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지.”

 

 송진우는 자신과 동생의 운명이 다시 한번 변하는 것을 느꼈다.

 

 ***

 

 댕~ 댕~ 댕~

 

 종이 울리자 사람들이 모두 마을 광장에 모였다. 오늘은 경사스러운 날이다. 에드워드 백작가의 하나밖에 없는 영애가 마침내 결혼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매일 땀에 찌든 갑옷만 입던 병사들도 오늘만큼은 정복으로 쫙 차려입었다.

 

 “키야~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역시 정복을 입은 잭이 샴페인을 들고 아름다운 두 커플을 보며 건배했다. 잭이 경망스럽게 행동하자 기사단장에서 다시 부관이 된 그롬이 핀잔을 줬다.

 

 “기사는 어떤 상황에서도 흐트러지면 안 된다. 너무 많이 마시지 마라.”

 

 “이 답답아! 오늘 같은 날에는 마음껏 취하는 거야. 그렇게 무뚝뚝하게 행동하다가는 진짜 돌로 변한다, 너.”

 

 “난 기사의 본분을 지켰을 뿐이다.”

 

 “하여간 재미없기는.”

 

 잭은 샴페인을 또 홀짝 마시다가 주례가 끝나자 다시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다가 팔꿈치로 그롬의 옆구리를 툭 치며 말했다.

 

 “근데 이게 어떻게 된 걸까?”

 

 “뭐가?”

 

 “아무리 우리 대장님이 최고의 기사지만 그 고지식한 왕궁에서 아가씨와의 결혼을 허락할 리가 없는데.”

 

 이레야 영애와 결혼한다는 것은 차후에 에드워드 백작가를 이끌어 갈 사람이라는 말과 같다. 아무리 레오나르드가 최고의 기사고 왕국을 위험에서 구했지만 평민 출신이다. 출신의 한계가 있는데 왕궁의 허락이 떨어진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의외였다.

 

 하지만 그롬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건 뻔하지.”

 

 “응? 넌 알고 있는 거야?”

 

 “아가씨가 빈 소원이 단지 사부님의 부활만이 아니었던 거지.”

 

 그 말에 잠시 눈만 끔뻑거리던 잭도 이제야 알았다는 듯이 손뼉을 쳤다.

 

 “이거~ 이거~ 아가씨도 보통이 아니군. 그 상황에서 그런 소원을 빌 줄이야.”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아가씨가 가장 바라던 것이 이것이었겠지.”

 

 둘은 흐뭇하게 웃으면서 건배를 했다. 고지식한 그롬도 이 순간만큼은 술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때 새신랑이 된 레오나르드의 연설이 막 끝나갔다.

 

 “절 구해준 아가…… 아니, 부인과 병사들 그리고…….”

 

 레오나르드가 호칭한 마지막 인물은 누구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목숨을 걸고 도와준 송진우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에드워드 백작가의 결혼식은 신랑과 신부의 키스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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