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악! 까악!”
송진우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수많은 까마귀와 쥐 떼가 자신을 덮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당황한 송진우가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 손가락조차 까닥할 수 없었다.
반면, 다가온 짐승들은 축제를 벌였다. 송진우를 먹기 시작한 거다.
드득! 드득!
무언가가 자신의 몸을 갉아 먹고 있었지만 송진우는 아무 느낌도 없었고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저 무력하게 그것들이 자신을 먹어치우는 것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곧 이변이 일어났다.
“끼익!”
자신의 몸을 뜯어먹던 것들이 별안간 괴성을 지르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그것들은 입에 거품을 물고 파르르 떨더니 삽시간에 절명했다.
이제는 까마귀와 쥐의 사체로 뒤덮인 송진우다. 하지만 아직도 꼼짝할 수 없어 그것들이 딱딱하게 굳고 썩어가는 것을 느껴야 했다.
다시 한참이 흐르고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저벅 저벅
발자국의 주인은 송진우가 쓰러진 곳에 서서 한참 동안 주변을 둘러보더니 흥미롭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허~ 누군지 모르지만 단단히 당했네.”
보이지는 않지만 그건 늙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남자는 주변에 쓰러진 짐승의 사체를 발로 차고는 송진우를 찬찬히 훑어봤다.
“뼈가 온통 붉은색이 될 정도의 독이라니······ 이자는 살아생전에 대단한 자를 적으로 두었나 보군.”
놀랍게도 송진우의 의식은 살아있는 자의 몸에 들어온 것이 아니었다. 송진우가 들어온 몸은 이미 시체가 된 몸이었다.
이곳은 인기척이 드문 어느 산기슭이다. 원래 이 시체는 땅 아래 깊은 곳에 묻혀 있었는데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드러나게 되었다.
부패가 심하게 진행되어서 살점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시체였지만 남자는 오히려 즐거워했다.
“뭐, 나야 상관없지. 살아생전에 대단한 자였다면 나한테도 큰 도움이 될 거야.”
남자는 가져온 수레에 송진우를 싣고는 어디론 가로 향했다.
“으흥~~~”
송진우의 시신이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 보다. 콧노래까지 하며 신나게 이동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깊은 산에 숨겨진 동굴이었다. 그 안에는 정체불명의 실험기구들이 가득했다.
“자~ 도착했다.”
남자는 우선 송진우의 시신을 깨끗이 씻기고 썩어서 너덜거리는 살점을 모두 제거했다. 그렇게 남은 것은 독으로 붉게 변한 해골이었다.
“자~ 시작해볼까?”
그는 네크로멘서만 입고 검은 로브를 입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좋은 시체니까 좋은 병사가 될 거야.”
위이잉~
송진우의 해골에서 검은빛이 감돌더니 이내 엄청난 양의 사기가 생성되었다.
“이제 움직여야 하는데······.”
달그락
송진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뼈마디가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났다. 한참을 덜그럭거리다가 마침내 일어서자 남자가 환호했다.
“오! 이렇게 일찍 일어나다니 진짜 생전에 대단한 시체였나 보군. 이 기운 봐!”
남자는 신이 나서 방을 뛰어다녔지만 송진우는 자신의 상태를 살피는 데 정신이 팔려있었다.
‘이상한 감각이야. 근육이 없어도 몸이 움직이는데 호흡할 필요가 없어.’
습관적으로 숨을 쉬고 있지만 숨을 멈추어도 전혀 지장이 없었다. 눈동자가 없는 데도 뚜렷하게 보이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상현실 안에서 언데드인 디바우러가 종족이었지만 그것과는 완전 다른 감각이다.
“여기······가··· 어·디···지?”
송진우가 힘겹게 말을 꺼내자 진짜로 기겁한 남자가 송진우에게로 뛰어왔다.
“맙소사! 말도 하잖아?! 설마 내가 데스 나이트를 만들어낸 건가? 아니야. 그건 아닌데······.”
“여기······는?”
“내가 보이는가?”
남자가 송진우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어대자 송진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시체이기에 이렇게 강한 사기가 느껴지는 거지?”
남자는 정신없이 자신의 마법서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스켈레톤이 말은커녕 생각조차 못 하는데 송진우가 말을 한 것에 놀란 거다.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자 송진우는 다시 자신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그리자 투명한 창이 눈앞에 생성되었다.
《디멘션 퀘스트 발생》
《메인 퀘스트 : 세계의 파멸을 저지해라.》
헌터들이 의식을 차지한 몸은 임의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임무 수행에 가장 유리한 시기에 가장 적합한 자의 몸을 대신해 차지하게 된다.
남성 혹은 여성이 될 수도 있고 사람이 아니라 이종족, 때로는 괴물도 될 수 있다고 한다. 만약, 실패하거나 완벽하게 성공하지 못하면 다른 헌터가 또 시도할 수도 있다.
균열 안의 시간은 현실과 달라서 이 안에서 아무리 오래 있어도 다시 돌아가면 시간이 거의 흐리지 않은 상태다. 듣기로는 균열 안에서 수년간 있었던 헌터도 있었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몸을 차지하면 몸 주인의 기억을 공유하게 된다. 어지러운 송진우에게 지금은 시체가 된 몸 주인의 기억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우우웅
그와 동시에 엄청난 두통이 느껴졌다.
“크윽! 머리가!!”
몸 주인의 기억이 밀려와 송진우의 기억이 혼재되니 자신이 본래 누구인지도 혼란스럽게 되었다. 만약 여기서 다른 사람의 기억에 먹히면 송진우라는 존재가 영영 사라질 수도 있다.
“헉~ 헉~”
막대한 양의 정보가 송진우의 머릿속에 쏟아졌다. 이건 몸의 주인이 가지고 있던 기억이다. 이 기억을 바탕으로 주어진 퀘스트를 성공해야 한다.
‘기억이 너무 단편적으로 흩어져있어. 이름도 기억이 안 나네.’
언데드가 돼서 그런지 기억의 결손이 심각하다. 왜 이런 몸이 되었는지도 알 수 없다.
뭘 해야 할지 고민하던 송진우는 아직도 마법책을 정신없이 쳐다보고 있는 남자에게 눈이 멈췄다.
‘저 사람을 이용해야겠군.’
지금 송진우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을 되살린 저 네크로멘서밖에 없다. 좋든 싫든 그에게 협조해야 했다.
“거기······ 인··간.”
다시 송진우가 말하자 남자가 다시 깜짝 놀라 송진우에게 다가왔다.
“오! 미안하다. 나도 이런 일이 처음이거든.”
남자의 서클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겨우 도굴이나 해서 이렇게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거다.
“누구지 너는? 살아생전의 기억이 있나?”
기억이라면 생생하지만 그가 원한 것은 송진우의 기억이 아닐 거다. 그래서 송진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흠~ 역시 기억의 결손은 막을 수 없군. 그건 내가 아직 능력이 모자라서 그런 거야. 아쉽군. 조금만 더 내가 힘을 얻은 후에 자네를 얻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여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남자는 구석으로 가서 이상한 물건을 꺼내왔는데 그건 작은 보관함이었다.
“이것을 지금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남자는 보관함을 열어 검은 구체를 꺼냈다. 그건 그냥 보기에도 평범한 구슬이 아니었는데 음습한 기운이 흘러 주변을 차갑게 식히고 있었다.
“이건 스승님과 함께 만든 사기의 정수지. 원래는 내 경지가 높아졌을 때 만든 병사에게 쓰려 했지만 자네에게 쓰면 훨씬 유용하겠군.”
남자가 송진우에게 그 사기를 밀어 넣자 순식간의 강력한 힘이 안에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하핫! 좋아, 성공했어. 이걸로 나를 무시하는 자들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어줄 수 있겠네.”
남자는 희희낙락거리며 송진우의 몸을 쓰다듬었다.
“···나··에게···· 원하는···것이···뭐요?”
검은 사기를 얻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송진우의 발음도 정확해졌다.
“나는 네크로멘서 코넬이네. 나와 우리 스승님은 네크로멘시 마법을 획기적으로 바꿀 위대한 기술을 발명하고 있었지. 하지만 그것을 다른 네크로멘서들이 비웃었고 우리는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서 많은 연구를 진행했다네. 하지만······.”
열정적이던 코넬의 표정이 갑자기 시무룩해졌다.
“갑자기 스승님의 건강이 악화되어서 그 뜻을 쉽게 이루지 못했지. 그래서 몇 년이 지난 지금에야 자네가 먹은 사기를 발명했어.”
“이 사기는 뭐요?”
“그건 일종의 기로 만든 인공 근육이지. 이것이 자네의 성장을 도울 걸세.”
“성장을?”
원래 스켈레톤은 능력치가 낮고 데스 나이트로 승급하지 않는 이상 레벨이 올라도 능력이 크게 오르지 않는다.
네크로멘서들이 사용하는 스켈레톤도 초반에 주력으로 쓰이지만 고레벨이 되어도 더 강해지지 않기 때문에 후반에는 물량으로 미는 용도로만 쓰인다.
그런 스켈레톤의 성장을 돕는 능력이라면 잘만 사용하면 네크로멘서의 전투력을 크게 올릴 수 있을 거 같았다.
“어떻게 하면 능력을 올릴 수 있죠?”
이제는 목소리까지 완벽하게 나왔다. 그사이에 사기에 적용한 거다.
“간단하네. 사기를 더 흡수하면 되지.”
“그러니까 어떻게요?”
“살아있는 생명체를 죽이고 뺏어야지.”
그 말을 송진우가 한마디로 평가했다.
“결국은 사냥이네.”
설명은 거창하게 했지만 결국은 사냥해서 경험치를 얻으라는 말이었다.
“만약 사기가 충만해지면 자네의 기억도 되돌릴 수 있을 걸세. 그러니 자네가 나를 도와서 내 연구 실적을 알리면 나도 자네를 도와주겠네.”
“기억?”
“그래. 자네가 그런 곳에 묻혀있었다는 건 뭔가 음모에 휘말렸다는 거겠지. 그러니 복수할 방도를 주겠다는 거네.”
여전히 알쏭달쏭하지만 이 퀘스트를 깨려면 코넬에게 협력해야 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최대한 돕겠습니다.”
“좋아, 좋아!”
코넬은 손뼉을 크게 치며 좋아했다.
“그럼 일단 이곳에 눕게. 우선 독 때문에 약해진 뼈를 강화하고 사기를 더 부여하겠네.”
송진우는 일단 시키는 대로 실험대 위에 누웠다. 그러자 머리가 빙글빙글 돌면서 다시 정신을 잃기 시작했다.
***
그 후로 몇 달이 지났다.
송진우는 코넬의 바람처럼 점점 강해졌으며 그것에 탄력을 받은 코넬은 다시 몇 구의 스켈레톤을 생산해서 사기를 불어넣었다.
다른 스켈레톤도 일반적인 것들에 비해서는 많이 강해졌지만 송진우처럼 크게 강해지거나 말을 하지는 않았다.
이 세계는 일반적인 세계관과는 다르게 흑마법사나 네크로멘서도 일반 사람들과 섞여서 살아가고 있는데 음지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왕실의 비호를 받으면서 마탑까지 가지고 있었다.
코넬은 그중에서도 비주류 학파였는데 학계에서 힘을 얻기 위해서 스승과 스켈레톤을 강화하는 법을 연구한 거다.
송진우는 살아있는 몬스터들을 잡아서 점점 강해졌는데 그것도 이제는 한계에 봉착해서 더 강해지지 않는 중이었다.
‘······라는 스토리네.’
송진우는 밀려드는 기억 때문에 아픈 머리를 붙잡았다. 다시 두 달의 기억이 한순간에 밀려들어 기억의 혼재가 일어난 거다.
“레오나르드! 드디어 오늘이야. 오늘 마탑에 자네를 선보일 걸세.”
몇 달 사이에 기억을 조금이나마 찾았는데 그중에서 가장 큰 성과가 이름을 기억했다는 것이었다.
이 몸의 이름은 레오나르드였다.
“어? 아······ 그거? 미안하기만 아직 레오나르드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을 찾지 못했어.”
“그런가요?”
“꼭 찾아줄게. 하지만 지금은 이 일에 집중해주게.”
“알겠습니다.”
오늘은 코넬에게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날이다. 그의 성과를 마탑에 발표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오늘을 위해서 몇 년을 고생했어. 자네의 능력이라면 분명히 마탑을 뒤집어 놓을 수 있을 거야.”
송진우를 제외한 다른 스켈레톤도 부족하지만 전투 기술을 습득할 정도의 지능이 생겼다. 이건 획기적인 발견이다.
“이 마법이 보편화되면 네크로멘서들은 모두 엄청나게 강해질 거야. 그리고 나와 스승님의 이름이 전 세계에 퍼지겠지.”
가장 일반적인 네크로멘서의 유닛인 스켈레톤을 몇 배로 강화하는 스킬이다. 코넬의 말처럼 이건 네크로멘서들에게는 혁명이 될 거다.
“가자!”
코넬과 송진우는 스켈레톤들을 데리고 마탑으로 향했다. 물론 마탑으로 가는 길은 쉽지만은 않았다.
평소에 운동을 안 하는 코넬은 1km도 못가고 퍼져서 휴식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헥! 헥! 힘드네”
수중에 가진 돈이 없기 때문에 마탑까지 부지런히 걸어야 했다. 연구하느라 모은 동은 모두 썼기 때문이다.
무장한 스켈레톤들이 대로를 걸어가고 있음에도 사람들이 크게 놀라거나 하지 않았다. 송진우도 그게 궁금해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스켈레톤이 농사도 하네.”
여기저기서 스켈레톤이 사람들이 하는 노동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농사는 물론이고 건축이나 하수구 청소도 하고 있었다.
약해서 전투에는 사실 크게 도움이 안 되는 스켈레톤들이기 때문에 이런 일에 투입되는 거다. 사실 송진우와 코넬의 스켈레톤들이 무기를 차고 있는 것이 사람들에게 더 낯설었다.
“이제는 그것도 끝이야. 내 연구가 발표되면 스켈레톤들이 더 중요한 일에 쓰일 거야. 예를 들면······ 그래! 미장이라던가!”
“······스켈레톤을 강화해서 하는 일이 고작 그겁니까?”
“미장이 얼마나 섬세한 일인데!”
“좀 더 크게 쏘시죠. 예를 들면 경비병이라든지.”
“오오! 그래! 그것도 있었지. 경비병도 좋군.”
신바람이 난 코넬이 한걸음에 마탑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예전 동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 이게 누구야? 코넬 아니야?”
“허허~ 오랜만이군, 피어즈.”
“자네가 여긴 무슨 일인가?”
“무슨 일이긴. 내 성과를 보여주려고 왔지.”
“성과?”
피어즈가 얼굴을 찌푸리자 코넬이 자랑스럽게 송진우를 소개했다.
“여기 내 연구의 결정체가 있네. 레오나르드, 인사하게.”
“안녕하세요. 저는 송······ 아니 레오나르드라고 합니다.”
붉은색의 스켈레톤이 능숙하게 말을 하자 피어즈가 깜짝 놀랐다.
“아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허허허! 예전에 내가 이루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 친구가 바로 강화된 스켈레톤이지.”
“말도 한다는 말인가?”
“아무렴! 조금만 더 연구하면 마법도 쓸걸.”
“대단하군.”
“큼! 그럼 나는 들어가 보겠네.”
피어즈가 눈이 휘둥그레지자 의기양양해진 코넬이 어깨를 잔뜩 세우고 마탑 안으로 들어갔다.
코넬의 연구는 기존의 시체학을 획기적으로 변화할 수 있을 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피어즈를 통해서 퍼진 코넬의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졌고 결국, 코넬의 발표에 엄청난 인파들이 몰렸다. 소문처럼 정말 스켈레톤을 강화했는지 알기 위해서다.
코넬은 높은 단상에 올라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송진우는 사람들이 잘 보이는 앞까지 나와 있었다.
“저 붉은 스켈레톤인가?”
“맞아. 피어즈가 저 스켈레톤이 말을 하는 건 똑똑히 봤다고 했어.”
“스켈레톤이 말을 하다니 믿을 수가 없군.”
“그 말이 사실이라면 스켈레톤의 활용법이 말도 안 되게 늘어날 거야.”
사람이 모두 모이자 코넬의 발표가 시작되었다.
“······그래서 사기를 이용하여······.”
“······스켈레톤의 인공 근육으로······.”
“······지능이 늘어나고 전술도 가능해서······.”
코넬의 발표가 진행될수록 사람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건 혁명이야!”
“스켈레톤이 강화되면 다른 이들이 우리를 무시하지 않을 거야.”
네크로멘서들은 다른 마법사나 흑마법사보다 천시받는 게 사실이다.
이 세계는 시체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지만 학문의 특정 때문에 다른 마법사들에 비해 활약이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마법사들은 농부 마법사들이라고 놀리기도 했다.
한창 발표가 진행되고 있을 때, 갑자기 한 네크로멘서가 손을 들었다.
“말로만 떠들지 말고 스켈레톤을 보여줘.”
그가 말하자 기다리다 지친 다른 네크로멘서도 같이 소리를 질렀다.
“그래. 우린 저 스켈레톤의 능력을 알고 싶다고.”
네크로멘서의 비난이 빗발쳤지만 오히려 코넬은 씩 웃었다.
“자자~ 알겠습니다. 그럼 저의 작품인 스켈레톤을 소개하겠습니다. 레오나르드!!”
코넬의 말에 송진우가 앞으로 나서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레오나르드라고 합니다.”
송진우가 진짜 말하자 큰 반향이 일어났다.
“진짜 말을 하잖아!”
“놀라울 정도로 발음이 정확해!”
웅성거리는 소리가 잦아지지 않자, 코넬은 다시 쐐기를 박았다.
“그럼 레오나르드가 싸우는 모습을 보여드리죠.”
코넬이 손짓하자 멀리서 커다란 우리가 나타났고 그 안에는 거대한 오크가 들어 있었다.
“설마 오크를 잡는다는 건가? 고작 스켈레톤 하나로?”
“허헛! 보기만 하시죠.”
송진우는 검을 들고 우리에서 나온 오크에게 갔다. 스켈레톤이 오크에게 이기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송진우의 능력이라면 누워서 떡 먹기였다.
“크아아악!”
훈련받은 오크는 송진우를 보자마자 득달같이 달려와 손에 든 곤봉을 사납게 휘둘렀다.. 하지만 송진우는 그 공격을 모두 피하면서 반격해 승기를 가져갔다.
송진우와 싸우고 있는 오크는 일반적인 오크에 비해 전혀 능력이 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강해 보였다. 그런 오크가 피투성이가 될수록 네크로멘서들도 손뼉을 치며 코넬을 칭찬했다.
그래서였다. 처음으로 받아보는 환호 때문에 누군가가 떨리는 심장으로 송진우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알지 못했다.
‘레오나르드이라고?! 설마 저건?’
그는 급히 자리를 떠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