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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운명찬탈자 : 미래를 보는 헌터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8.8.12

 
손을 잡다 (4)
작성일 : 18-09-17 21:53     조회 : 304     추천 : 0     분량 : 6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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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2D2는 두 손으로 라이트 세이버를 잡고는 거침없이 휘둘렀다.

 

 라이트 세이버는 광선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사용자도 몸에서 일정 거리 이상 가까이 대면 생명력이 줄어든다. 그래서 특수한 형태의 검술이 발전했는데 R2D2는 그 검술을 충실히 재현하고 있다.

 

 두두두두!!!

 

 붕~ 붕~

 

 R2D2는 놀랍게도 날아오는 총알을 라이트 세이버로 쳐냈다. 만약 일행이 에너지 광선총을 사용했더라면 반사해서 다시 사수들에게 날아왔을 거다. 일반 탄환이라서 소멸되는 것에 그쳤다.

 

 이번에는 근접 공격 유닛이라서 가까이 붙으면 오히려 불리하다. 최대한 멀리서 싸우는 것이 공략 방법이다. 아무리 총알을 라이트 세이버로 방어한다고 해도 결국 한계가 있고 몸에 맞는 것도 있다.

 

 하지만 한수정은 매뉴얼대로 따르지 않고 뒤로 돌아 R2D2와 맞섰다.

 

 “이앗!”

 

 레벨 700의 몬스터를 상대로도 한수정은 눈부신 검술을 보여줬다. 색색이 얽혀오는 라이트 세이버를 상대하면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밀리지도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한수정의 공격이 성공한 것도 아니지만 상관없다. 다가온 한수정을 공격하기 위해서 방어를 포기한 R2D2는 총알을 그대로 허용해야 했다.

 

 한수정은 이것을 노린 거다.

 

 두두두두!!

 

 한참을 얻어맞자 R2D2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엔진 과열, 엔진 과열]

 

 펑!!!!

 

 마침내 R2D2는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뚜껑이 날아가 버렸다.

 

 [엔진 정지······]

 

 고작 한 기가 나왔지만 상대하기 더 까다로운 로봇이었다. 앞에는 더 강한 몬스터 혹은 다수의 몬스터도 예상해야 한다.

 

 “일단 여기서 재정비하겠습니다.”

 

 전투 난이도가 높으니 한 번 싸우면 바로 휴식하는 것이 좋다. 송진우는 R2D2가 떨어트린 아이템을 보따리에 넣고서 아까의 전투를 복기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그전에는 큰 전략만 보였던 송진우지만 레오나르드의 전투 지식을 얻으니 순간적인 전투 상황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모습은 우스꽝스러웠지만 R2D2의 쌍검술은 어려서부터 무공을 배워온 한수정을 애먹일 만큼 대단했다. 로봇 팔이라서 관절에 구애받지 않으니 공격이 들어오는 각도도 사람을 상대할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나라면······.’

 

 송진우의 머릿속에서는 자신이 한수정의 입장이 되어서 R2D2를 상대하고 있었다.

 

 모리유가 알려준 전투법은 송진우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비록 아직까지는 기초 중의 기초만 배우고 있지만 그것으로도 넘쳐나는 스탯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큭!’

 

 하지만 상상 속에서도 송진우는 R2D2에게 손도 댈 수 없었다.

 

 만약 인간형 적이었다면 조금 다를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송진우 같은 초보자가 R2D2의 변칙이 많은 공격은 파훼하기가 쉽지 않았다. 오랜 시간 검을 연마해 고수의 반열에 오른 한수정도 손도 못 댄 적이다. 그런 R2D2를 송진우가 이긴다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했다.

 

 ‘좀 더 그림 리퍼의 기술을 연마해야해.’

 

 디멘션 월드에서는 현실보다 다양한 적들과 싸울 수 있어 현실의 무인들도 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송진우도 많은 적들과 싸우면서 부족한 전투 경험을 채워나가고 있다.

 

 “움직입시다!”

 

 김 실장의 구호와 함께 다시 사람들이 일어났고 송진우도 손끝에 남아있던 아찔한 감각을 해소하면서 일어섰다.

 

 다시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었고 위험한 전투 때문에 긴장감이 극에 달했을 때 또 변수가 나타났다.

 

 “다시 갈림길이네요.”

 

 다시 여러 갈래의 길이 나타나게 된 거다. 총 다섯 개로 나뉘었는데 이런 어려운 던전에서 사람을 나눌 수도 없었다.

 

 “일단 나쁘지는 않네요. 갈림길이 또 나왔다는 것은 처음에 한 선택이 맞았다는 뜻이니까요.”

 

 한수정은 송진우를 보며 싱긋 웃었다.

 

 “진우 씨가 좋은 추리를 해서 첫 번째 선택은 맞았지만 두 번째는 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분명, 뭔가 단서가 있을 겁니다. 모두 찾아봅시다.”

 

 김 실장의 밀에 사람들이 가는 통로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미 첫 번째 선택에서 사용했던 먼지는 모든 통로에 동일하게 쌓인 상태다. 이것이 풀어야 할 문제라면 같은 답이 또 나오지는 않을 거다.

 

 송진우도 참여해서 모든 사람들이 단서를 찾으려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한참이 지났을 때 누군가가 소리쳤다.

 

 “여기! 여기 좀 보세요.”

 

 남자의 말에 모든 사람들이 그쪽으로 몰렸다.

 

 “여기에 무슨 자국이 있습니다.”

 

 남자가 벽을 손으로 쓸어내리자 쌓여있던 먼지가 떨어지면서 이상한 자국 같은 것이 보였다.

 

 “이건······ 뭐죠?”

 

 “뭔가를 운반하다가 생긴 자국 같은데요?”

 

 “그럼······ 다른 통로에도 같은 자국이 있는지 확인해보죠.”

 

 “네!”

 

 한수정의 말에 사람들이 다른 통로로 가 벽을 손으로 청소했다. 깨끗했던 손이 먼지투성이가 되도록 찾아다녔지만 별다른 흔적은 찾지 못했다.

 

 “여기는 없는 것 같습니다.”

 

 “여기도 없습니다.”

 

 모든 통로를 샅샅이 찾았지만 같은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 이것이 정답인 거 같네요.”

 

 “괜히 있는 자국은 아닌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이렇게 교묘하게 숨겨져 있는 거라면요.”

 

 좀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봤지만 더 좋은 아이디어는 없었다. 이것이 시간제한이 있는 퀘스트는 아니지만 시간을 오래 끌어서 좋을 건 없다.

 

 “그럼 이쪽으로 가겠습니다.”

 

 방향이 정해졌으니 그대로 나아갔다.

 

 그런데 맨 뒤에 있던 송진우까지 모두 통로를 빠져나왔을 때였다.

 

 드르륵 쾅!!!!

 

 갑자기 거대한 소리가 들리면서 지나왔던 통로의 문이 닫혔다.

 

 “뭐, 뭐야?”

 

 “확인해 봐!”

 

 사람들이 닫힌 문을 두들기고 무기로 쳐보기도 했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문을 툭툭 쳐보던 한수정이 입술을 빼쭉 내밀면서 말했다.

 

 “흠~ 아무래도 돌아갈 수는 없는 모양이네요.”

 

 돌아갈 수 없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위험부담이 몇 배로 커지는 순간이었지만 한수정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이런 장치를 보면 우리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여기만 클리어하면 좋은 보상이 있을 테니까 활기차게 가자고요!”

 

 이럴 때 리더가 불안해하면 파티 전체가 흔들린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한수정이 의도적으로 웃으면서 말하자 일행들도 불안해하기보다는 일확천금의 꿈에 부풀어 올랐다.

 

 “그럼 가자고요.”

 

 역시 한수정이 앞장서서 앞으로 나아갔다. 앞의 길은 한 갈래 밖에 없었기에 다시 머리를 쓰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길을 따라 걸어가니 다시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아래는 불이 켜지지 않아 앞이 분간이 안 갈 만큼 어두웠다.

 

 “모두 발밑을 조심하세요.”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가니 다행히 저절로 불이 켜졌다.

 

 깜빡!

 

 불이 환하게 켜지자 깜짝 놀랄 만한 것들이 보였다.

 

 “여긴······ 공방인가요?”

 

 최첨단 컴퓨터가 보이고 알 수 없는 기호와 그림이 홀로그램으로 허공에 그려져 있었다. 주변에는 사람 팔 모양의 각종 기계들이 있었고 특이한 장비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리 넓은 공간은 아니다. 사람 20명이 들어온 꽉 차는 느낌이다.

 

 한수정이 천천히 주변을 살펴보다가 눈에 띄는 쪽지를 집었다.

 

 “찾았어요! 아크 원자로 설계도입니다. 그런데······ 이건 여러 장의 설계도 중의 일부네요.”

 

 아마 아크 원자로 설계도는 하나가 아니었나 보다. 여러 개의 설계도를 하나로 모아서 완성시켜야 하는 것 같았다.

 

 원하던 목표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것은 설계도가 끝이 아니었다. 방의 끝에 화려한 위용을 자랑하는 갑옷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것을 본 김 실장이 놀라 소리쳤다.

 

 “파워 아머 슈트입니다, 아가씨!”

 

 불타는 듯한 붉은색과 황금색으로 멋들어지게 장식된 파워 아머 슈트였다.

 

 파워 아머 슈트는 사람 몸을 감싸는 갑옷 형태의 기계 장치다. 사람이 안에 직접 탑승해서 움직이며 당연히 엄청난 화력과 방어력을 자랑한다.

 

 과학 대륙의 최첨단 기술로도 만들 수 없는 장비라는 설정이라 플레이어들이 커스텀으로는 만들 수 없고 오직 고대 유적에서만 얻을 수 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기동하는 데 마나석이 소비된다는 건데, 사실 이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비용이 들어가서 이것을 우연히 얻은 작은 길드에서 거대 길드에 팔았다는 소식도 가끔 들릴 정도다.

 

 비슷한 물건으로는 모든 대륙을 통틀어서 단일 최강이라고 불리는, 역시 과학 대륙의 마장기가 있는데 사람이 탑승해서 움직인다는 것과 마나석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동일하지만 크기가 다르다. 마장기는 작은 것도 2층 건물 높이고 큰 것은 건물 10층 정도로 크다.

 

 “아가씨 한 번 입어보시죠.”

 

 마장기는 강력하지만 마나석이 너무 많이 필요해서 공성전 같은 중요한 때에만 사용된다. 하지만 그것의 축소판인 파워 아머는 평소에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한수정은 조심스럽게 그것에 다가갔다. 그러자······

 

 지이이잉~

 

 갑자기 천장에서 눈알 모양의 로봇이 나왔다.

 

 “적인가?”

 

 헌터들이 깜짝 놀라서 무기를 들었지만 눈알밖에 없는 로봇은 공격력이 없어 보였다, 역시나 로봇은 다른 헌터들에게는 반응하지 않고 한수정에게 다가갔다.

 

 [프로젝트 NX803 도우미, 제이슨입니다. 파워 아머를 입으시면 바로 훈련 시스템에 접속하게 됩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훈련 프로그램? 그게 뭐지?”

 

 [파워 아머를 기동하기 위한 4차원 홀로그램 훈련입니다. 가상현실을 통해서 적을 사살하고 날아오는 미사일을 회피하는 내용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상현실 속의 또 가상현실이라고?”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니야. 그럼······ 훈련에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훈련에 실패해도 언제든지 다시 도전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다만?”

 

 [가상현실이 현실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기 때문에 정신적인 피해를 입으면 훈련생에게 충격이 갈 수도 있습니다.]

 

 어쩐지 불안한 말이다. 아무 피해 없이 같은 훈련을 또 할 수 있다는 말부터가 이미 이상했다.

 

 “어떤 충격? 그러니까 훈련생이 다칠 수도 있다는 말인가?”

 

 [죽을 수도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 결과로는 99.82%입니다.]

 

 돌려 말했지만 한마디로 정의하면 실패하면 그냥 죽는다는 말이다.

 

 그 말을 들은 김 실장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다.

 

 “깜짝이야! 아가씨 이건 포기해야 합니다. 실패하면 죽는 훈련이라뇨! 세상에! 무슨 이딴 훈련이 다 있습니까?!”

 

 김 실장이 놀란 것도 무리가 아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파워 아머 슈트라면 값으로 매길 수 없이 귀중한 것이고 또 디멘션 월드의 법칙상, 좋은 물건일수록 얻기 힘든 법이다.

 

 어떤 훈련인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분명 험난할 것이다.

 

 “······.”

 

 항상 용기 있던 한수정도 이번만큼은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그 모습에 김 실장이 애원하듯이 매달리며 말했다.

 

 “아가씨!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이건 위험한 도전 정도가 아니라 도박입니다! 러시아 룰렛도 아니고 이런 거에 목숨을 걸고 도박하시면 안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수정의 표정은 결의에 찬 듯이 변했다. 그 모습에 김 실장은 안절부절 못 했지만 한수정은 단호했다.

 

 “이건 큰 기회입니다. 물론 위험한 건 알고 있지만 이만한 것도 두려워하면 절대 언니 오빠들을 이길 수 없어요. 아저씨도 아시잖아요. 후계자 경쟁에서 떨어지면 제가 어떤 꼴을 당할 지를요.”

 

 “하지만······.”

 

 “파워 아머라면 제게 큰 힘이 될 겁니다. 제발 말리지 마세요.”

 

 단단히 결심한 한수정은 앞으로 나섰다.

 

 “훈련에 참여하겠다.”

 

 [승인 확인했습니다. 훈련생은 이곳에 똑바로 서 주십시오.]

 

 로봇의 말에 따라 한수정은 아래 발 모양이 그려진 곳에 똑바로 섰다. 그러자······

 

 위이이잉!

 

 역시 팔 모양의 기계들이 나오더니 한수정의 몸에 맞춰서 파워 아머를 조립하기 시작했다.

 

 위이이잉!

 

 몇 초도 지나지 않았는데 순식간에 한수정의 모습이 사라지고 대신 멋들어진 파워 아머를 입은 전사가 탄생했다.

 

 [훈련 프로그램 시작.]

 

 파워 아머의 눈 부분이 갑자기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로봇이 말한 홀로그램으로 된 훈련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거다.

 

 “으으~~~ 막았어야 했는데.”

 

 김 실장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그 모습을 보며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다. 송진우를 비롯한 다른 대원들도 손에 땀을 쥐며 기다렸다.

 

 푸쉬쉬! 푸쉬쉬!

 

 무슨 훈련을 하는지 몰라도 꽤 격렬한 동작을 하는 것 같았다. 파워 아머가 이따금 움찔움찔하며 움직였고 그것을 보는 사람들도 덩달아 전기 충격을 받은 것처럼 몸을 움찔했다.

 

 “부디 신이 있다면 아가씨를 도와주세요.”

 

 김 실장은 급기야 무릎까지 꿇으며 기도하기 시작했고 송진우도 거기에 합류했다.

 

 ‘아직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전하지 못했습니다. 부디 그녀를 무사하게 보내주세요.’

 

 그리고 마침내······

 

 푸쉬쉬쉬쉬

 

 눈에서 빛이 꺼지며 파워 아머가 축 늘어졌다.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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