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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운명찬탈자 : 미래를 보는 헌터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8.8.12

 
검은 사신 (4)
작성일 : 18-09-06 18:48     조회 : 306     추천 : 0     분량 : 6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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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걱정했지만 변희재의 죽음은 텔레비전이나 신문에도 실리지 않았다.

 

 CCTV도 설치되지 않은 빈민가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이라서 범인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고 가족도 없어서 그의 죽음에 관심 갖는 이도 없어 경찰이 대충 덮어버렸다. 피해자 가족이 저지른 원한에 의한 살인이라고 생각하고 범죄자보다는 그들을 더 보호하고 싶었던 거다.

 

 그 덕분에 오늘 길의 CCTV도 최대한 피해서 온 송진우의 노력은 헛된 일이 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것이 훨씬 더 좋았다.

 

 "운이 좋았네."

 

 첫 번째는 운이 좋았지만 두 번째도 그럴 거라는 보증은 없다. 첫 번째의 경험을 토대로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야 나머지 7번을 성공할 수 있을 거다.

 

 "너무 어설펐어. 다음에는 이런 요행은 통하지 않을 거야."

 

 빨리 승급하고 싶어서 너무 급하게 움직였다. 나름 많은 것을 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변수 하나에 모든 것이 무너졌다.

 

 자신은 프로가 아니다. 모든 것이 영화처럼 딱딱 들어맞을 수 없다. 변수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더 확실하고 꼼꼼한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다음 작업을 위해서 역시 인터넷을 검색했지만 다음 타겟을 정하는 건 역시나 어려운 일이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인터넷으로만 봐서 혐의가 있는 사람이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간 사람인지 아니면 정말로 억울한 사람인지를 알 수 없다는 거다. 만약 결백한 사람을 실수로 죽인다면 송진우의 마음도 같이 죽을 거다.

 

 "인터넷 기사와 댓글은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까?"

 

 조회 수에 집착하는 나머지 인터넷 기사는 자극적인 내용들로 가득했고 실제 있었던 일보다 훨씬 더 부풀려져서 쓰인 일도 많다. 인터넷에 댓글을 다는 인터넷 전문가들도 알고 보면 아무 사전 지식 없이 마구잡이로 쓰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글로 작업할 수 없어."

 

 그 뒤로 오랜 시간 인터넷을 뒤지다가 특이한 기사를 봤다. 그건 짤막한 내용이었는데 어떤 기자가 인터넷에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운영하다가 역으로 고소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송진우는 처음 들어보는 김택현이라는 이름의 기자였는데 댓글을 보니 인터넷에서는 이미 유명 인사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국 잡혔냐?]

 

 [헛소문 남발하더니 결국은 잡혔네. 꼴좋다.]

 

 [국장원 국회의원이 술집 여자랑 바람 핀 거 사실인 거 사람들이 다 아는데 무슨 헛소문이냐? 그냥 힘없으니까 그런 거지.]

 

 [멍청이들아 그냥 고소만 당한 거다. 저걸로는 절대 감옥에 안 가.]

 

 "기발한 고발?"

 

 몇몇 기사들이 직접 만드는 시사 고발 프로그램이다. TV에서는 방송되지 않고 오직 인터넷에서만 볼 수 있다.

 

 송진우는 호기심이 생겨서 직접 들어가 지난 방송을 시청했는데 거기에서는 거물급 정치인들과 방송인들 그리고 고위 공무원들의 비리를 낱낱이 파헤치고 있었다.

 

 단순한 카더라가 아니라 직접 취재해서 합리적으로 의혹을 품을 수 있는 내용만 방송했다. 그중에는 나중에 진짜로 사실로 밝혀져서 진짜로 감옥에 가거나 지금도 재판 중인 사건도 많았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악질적인 사건은 오히려 당사자들이 강하게 반발해서 역으로 고소했고 각종 언론 플레이에 휘말려서 흐지부지된 일도 많았다.

 

 "이건, 좋은데?"

 

 당장 방송만 들어도 죽어 마땅한 놈들이 수두룩했다. 하지만 송진우는 그보다 더 확실한 증거를 원했다.

 

 [내가 공개 못 한 자료만 공개해도······.]

 

 방송에서 들리는 김택현 기자의 목소리가 송진우 귓가를 계속 맴돌았다.

 

 그날 밤이었다. 김택현 기자는 오전에 법원에 출두했다가 오후 늦게야 집에 들어왔다.

 

 일반인이었다면 법원에 갔다는 사실만으로도 밤잠을 설칠 일이었으나 김택현 기자는 이런 일을 한두 번 겪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냥 조금 피곤할 뿐이었다.

 

 "하암~ 더럽게 피곤하네."

 

 독신이라서 아파트에 돌아와도 반기는 이 하나 없다. 대충 씻고 침대에 누우려는데 갑자기 집에 있는 모든 불이 한꺼번에 꺼졌다.

 

 팟!

 

 "깜짝이야! 뭐, 뭐야? 정전인가?"

 

 갑자가 불이 꺼지니 눈앞이 정말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더듬거리면서 침대를 찾으려는데 갑자기 뭔가가 손에 만져졌다.

 

 "이건 뭐······ 히이익!"

 

 손에 닿은 건이 뭐 인지 자세히 보려는데 갑자기 시커먼 해골이 보여서 놀라 뒤로 자빠졌다.

 

 "김택현 기자인가?"

 

 심지어는 그 해골이 말까지 했다.

 

 "누, 누구야?!"

 

 고발 프로그램을 하면서 별의별 협박과 회유를 받았던 김택현 기자다. 이 정도 협박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 같잖은 짓거리에 내가 무서워할 것 같냐?"

 

 지금은 스튜디오에서만 방송하지만 왕년에는 취재하다 조직 폭력배와도 싸워 탈출하기도 했다. 팔뚝을 걷어붙이며 싸울 준비까지 하며 당당히 말했다..

 

 "쓴맛을 보기 전에 내 집에서 나가!"

 

 김택현 기자의 대응에도 송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정보가 필요하다."

 

 "뭐? 정보?"

 

 "죽여 마땅한 놈을 찾고 있다."

 

 너무나 황당한 말에 김택현 기자는 콧방귀를 뀌며 소리쳤다.

 

 "개소리하지 말고 꺼져! 정보가 필요하면 네가 발로 뛰어 취재하던가!"

 

 갑자기 집에 쳐들어온 침입자에게도 전혀 기죽지 않고 대응하고 있다. 과연 권력자에 맞서 비리를 폭로하는 기자다운 패기다.

 

 송진우는 내심 그의 기개에 감탄하면서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죽어 마땅한 자들에 대한 정보를 다오"

 

 그렇게 말하며 배를 드러냈다. 김택현은 이게 뭔 헛짓거린가 하고 쳐다보고 있는데 송진우의 배가 가로로 갈라지더니 포식이가 입을 벌렸다.

 

 쩌어억~

 

 위에는 검은 해골, 아래는 괴수의 입. 마치 지옥의 악마를 연상케 하는 끔찍한 모습이다.

 

 "어······?"

 

 공포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아무리 담대한 사람이라도 이런 상황에서 제정신을 유지하는 것이 쉬울 리 없었다.

 

 날름

 

 송진우의 마음을 알았는지 포식이가 혀를 내밀어 김택현 기자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촉수 같은 끈적한 혓바닥이 얼굴에 닿으니 그제야 공포가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히익!"

 

 거대한 입이 자신을 생으로 씹어 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분명 꿈은 아닌데 악몽보다 더 끔찍했고 도망칠 곳도 없다.

 

 "정보를 다오."

 

 머리가 새하얘지고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아까의 강인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자, 잠시만요!"

 

 김택현은 실신할 것 같은 정신을 붙잡고 허둥지둥 움직여 침대 아래 있는 비밀 공간을 열었다. 그곳에는 각종 서류와 자료가 저장된 USB가 있었다.

 

 "여기요! 여기 있습니다!"

 

 김택현은 눈을 꼭 감고 송진우에게 그것들을 내밀었다. 그가 바라는 건 어서 이 악몽이 끝나는 것이었다.

 

 "······."

 

 한참이 지나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김택현은 감았던 눈을 살며시 떴다.

 

 "어, 없어?"

 

 아무리 둘러봐도 방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꿈인가?"

 

 김택현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자신의 볼을 세게 꼬집었으나 역시 현실이었다.

 

 다시 불이 들어왔을 때는 텅 빈 금고만 남아 있었다.

 

 ***

 

 송진우가 집에 들어와 자료를 확인하니 루머로만 떠돌던 사건에 대한 명백한 증거들이 안에 잘 담겨 있었다. 김택현 기자가 직접 발로 뛰어 수집한 자료들이다.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문서와 사진까지 있었다.

 

 "내가 바라는 것들이야."

 

 송진우는 자료를 분류해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기 시작했다.

 

 현재 검찰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은 제외하고 확증이 없는 것도 제외했다. 지은 죄가 약해서 죽일 정도가 아닌 것도 제외했다.

 

 그렇게 추리니 눈에 띄는 사건이 보였다.

 

 "다음 타겟은 김형우."

 

 음주 운전으로 일가족을 몰살시켜놓고는 검사인 아버지 빽으로 집행유예로 풀려난 놈이다. 그래 놓고는 다시 한번 음주 운전을 해 청소년 축구 대표팀까지 지낸 축구 유망주의 다리를 앗아갔다.

 

 그것으로 받은 처분은 겨우 사회봉사 300시간이다. 하지만 그는 그 후로도 음주 운전을 멈추지 않았고 자신의 범죄를 무용담처럼 떠벌리고 다녔다.

 

 부모님의 사건 때문에 음주 운전에 민감한 송진우다. 이놈은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

 

 이번에는 변희재와 다를 거다. 김형우는 잘나가는 검사장의 아들이다. 미우나 고우나 아들인 그가 죽는다면 그의 아버지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이번에는 한 치의 오차도 있으면 안 돼."

 

 송진우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계획을 세웠다.

 

 ***

 

 그로부터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송진우는 밤에는 디멘션 월드에서 렙업을 하고 낮에는 승급 퀘스트에 관한 일을 계획하거나 진행했다. 물론 처벌은 주로 밤에 이루어졌다.

 

 [수확한 영혼 9/10]

 

 한 달 동안 추가로 6명의 악독한 범죄자를 처벌했다. 그중에는 계획대로 매끄럽게 성공한 경우도 있었지만 들켜서 곤란해진 적도 있었다.

 

 가장 곤란했던 일은 역시 두 번째 표적이었던 검사장의 아들인 김형우를 죽이는 일에서 일어났다. 그를 죽이고 빠져나가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경찰들의 끈질긴 추격에 송진우의 모습이 찍힌 CCTV가 모든 방송사에 뿌려졌다. 해골 가면을 쓰고 있어서 정체는 탄로 나지 않았지만 검은 해골 가면을 쓴 암살자는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인사가 되었다.

 

 검은 사신.

 

 그것이 송진우가 새로 얻은 별명이었다.

 

 김형우의 죽음으로 그의 악행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고 검은 사신을 두고 옹호하는 입장과 비난하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기도 했다. 그런 범죄자는 죽어도 싸다는 사람들과 아무리 그래도 자력 구제는 허용될 수 없다는 사람들이 인터넷과 현실에서 논쟁했으며 유명 인사들이 TV에서 토론하기도 했다.

 

 그러던 도중에 송진우의 세 번째 사냥이 다시 시작되었다.

 

 세 번째 타겟은 더 거물이었다. 바로 조직 폭력배를 뒤를 봐주고 각종 비리를 저지르고도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으로 떵떵거리며 살던 현직 국회의원이었다. 그가 자택에서 살해된 채로 발견되자 전국이 뒤집어졌다.

 

 이 일로 경찰은 비상체제를 발동해서 송진우를 잡으려고 추적에 특화된 헌터를 투입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어두운 기운이 제 비전을 막고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제 능력으로도 그의 정체를 알아낼 수 없습니다."

 

 디멘션 월드의 힘을 사용하는 사람은 송진우 혼자만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을 투입해도 송진우를 막을 수 없었다. 이건 송진우도 알지 못한 플루토의 다른 권능이다.

 

 네 번째 타겟은 사이비 교단의 교주였다. 그는 신도들을 거짓으로 홀려서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여신도들을 자신이 성 노리개로 삼았었다.

 

 웃긴 일은 그를 죽이니 겁에 질린 교단 관계자들이 알아서 자신들이 죄를 낱낱이 실토했다는 거다. 김택현의 자료에도 없던 비리들이 쏟아지자 결국 교단 관계자들 모두는 잡혀가고 사이비 교단은 완전히 공중 분해되었다.

 

 이 일로 검은 사신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고 광적으로 신봉하는 사람도 나타났다.

 

 심지어는 모방 범죄도 일어났는데 동네에서 횡포를 부리던 폭력배가 배에 칼을 맞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그 폭력배는 결국 죽지 않아 범인은 금방 밝혀졌는데 같은 동네에 살던 고등학생 세 명이 벌인 일이었다. 그들은 살인미수로 바로 체포되었다.

 

 다섯 번째는 거대한 신문사의 사장이었다. 그는 정치 권력과 폭력 조직의 비호를 받으면서 여론은 자기들의 입맛대로 조정했으며 그 대가로 많은 돈을 챙기고 심지어는 연예 지망생들에게 성 상납을 받고 좋은 기사를 쓰기도 했다.

 

 송진우가 갔을 때도 딸뻘인 연예 지망생과 질펀하게 놀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 죽었으니 호상일지도 모르겠다.

 

 신문사 사장까지 죽으니까 그동안 힘과 권력을 남용하던 이들이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비리가 눈에 띄게 줄었으며 죄지은 자들이 발 뻗고 자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TV에서는 연신 검은 사신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검은 사신을 프로파일링한 것들이 잔뜩 나왔는데 어느 것은 전혀 틀렸지만 어느 것은 놀랄 정도로 맞는 것도 있었다.

 

 [······이 범죄자는 힘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마치 자신이 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으니 잡힐 때까지는 절대 멈추지 않을 겁니다.]

 

 [······가족 혹은 소중한 누군가가 강력 범죄에 희생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필시 범행을 돕는 이가 있을 겁니다. 어쩌면 검은 사신은 한 명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15세에서 25세의 남성으로 디멘션 월드에서 얻은 힘에 도취되어 그것을 사용하고 싶었을 겁니다. 목표를 선량한 시민이 아닌 악인이라고 생각하는 자를 선택해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있는 거죠.]

 

 

 저들은 죽었다가 깨어나도 동기를 맞출 수는 없을 거다. 송진우가 이런 일을 벌인 것은 힘을 과시하기 위함도 아니고 사회 정의를 구현하기 위함도 아니었다.

 

 "하나를 구하려면 힘이 있어야 해."

 

 어차피 죽여야 할 목숨이라면 좀 더 죄책감이 덜 가는 대상으로 하고 싶었다. 거창한 이유로 자신이 행동을 포장하고 싶지는 않다.

 

 이것이 옳은 일인지 아니면 오히려 사회에 악영향이 가는 일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힘을 얻어야 한다.

 

 "이제 마지막인가?"

 

 한 명만 더 죽이면 이 빌어먹을 퀘스트도 끝난다. 마지막 타겟은 다름 아닌 헌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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