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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운명찬탈자 : 미래를 보는 헌터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8.8.12

 
죄악의 무게 (3)
작성일 : 18-09-02 21:26     조회 : 34     추천 : 0     분량 : 8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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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소리를 듣고 조직원들이 우르를 몰려왔다. 생각보다 규모가 더 큰 단체였는데 이 빌딩이 통째로 그들의 것인 것 같았다.

 

 “뭐야? 저 비닐봉다리는?”

 

 겉으로 보기에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송진우다. 하지만 지금 그들이 송진우의 표정을 봤더라면 그렇게 편하게 웃을 수 없었을 거다.

 

 지금 송진우의 눈에서는 마치 레이저가 쏟아지는 것처럼 광기가 서려 있었다.

 

 “이딴 놈들에게!”

 

 쾅! 쾅! 쾅!

 

 송진우가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공기가 터져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을 들은 깡패들이 기겁하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뭐, 뭐야!”

 

 하지만 수는 적들이 훨씬 많다. 압도적인 송진우의 기도에도 수를 믿고 도망치지 않았다.

 

 “고작 한 명에 뭘 그렇게 주저하고 있는 거야? 죽여!”

 

 그렇게 수십 대 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숫자에서는 상대도 안 되고 저들은 날카로운 흉기와 단단한 둔기로 무장하고 있지만 송진우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불도저처럼 밀고 나갔다.

 

 쿵쿵쿵!!!

 

 체계가 없이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송진우다. 몇몇은 그 틈을 노려서 칼과 몽둥이로 공격했지만 송진우의 두꺼운 피부를 뚫지 못했다.

 

 “아악!”

 

 “괴물이냐?”

 

 어보미네이션과는 디바우러는 달리 겉으로는 표시가 안 나지만 이미 몸의 반은 몬스터의 것이 되었다. 그래서 괴물이라는 저들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우아아아! 죽어! 이 쓰레기들아!”

 

 이런 쓰레기들에게 동생, 송하나의 운명이 망가졌다. 물론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한 갈래지만 그것만으로도 송진우가 분노할 이유는 충분했다.

 

 퍽! 퍽!

 

 송진우는 손에 사정을 두지 않고 휘둘렀다. 마구잡이로 휘둘러서 힘을 십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것으로도 저들에게는 악몽이었다.

 

 “히이익!”

 

 날카롭게 갈아놓은 검이 전혀 소용없고 단단한 복합 구조 플라스틱으로 정수리를 때려도 전혀 반응이 없다. 그와는 달리 송진우가 휘두를 때마다 조직원들이 마른 나뭇가지처럼 부러지고 비틀려서 날아간다.

 

 정말 악몽이라도 꾸는 기분이다.

 

 “도, 도망······.”

 

 콰직!

 

 등을 돌리고 도망가려는 자들도 절대 봐주지 않고 쫓아갔다. 바이콘의 다리 덕분에 말처럼 빠른 송진우다. 마음만 먹으면 저들이 절대 도망칠 수 없다.

 

 결국 10분도 안 돼서 모든 깡패들이 바닥에 쓰러져 신음만 흘리고 있었다. 바닥은 이미 저들이 흘린 피로 흥건했다.

 

 송진우는 여기서 봐주지 않았다.

 

 콰직!!!

 

 전처럼 바로 밟아서 쓰러진 모든 자들의 팔다리를 가루로 만들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서는 모두 죽여 버리고 싶지만 일이 커져 감옥에 가는 것은 피해야 한다.

 

 마침내 모든 자들을 불구로 만든 송진우는 위로 올라갔다. 이미 모든 깡패들이 내려와서 송진우를 막는 자들은 없었다.

 

 쾅!!!!

 

 송진우가 문을 걷어차니 안에서 영상에서 봤던 모습이 그대로 재연되고 있었다. 곽지원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사람이 울면서 밧줄에 묶여 있고 주변에는 그를 둘러싼 남자들이 있었다.

 

 아래에서 그토록 소란이 일어났는데도 느긋하게 있는 것으로 봐서 부하들을 믿고 있었나 보다. 하지만 들이닥친 건 그들의 남은 인생을 모두 바꿔버릴 포식귀다.

 

 “뭐······.”

 

 쾅!!!

 

 말이 필요 없다. 서 있는 남자들부터 차근차근히 팼다.

 

 “미친!”

 

 “마, 막아!”

 

 아래층에서 수십 명으로도 못 막았던 송진우다. 그런 그를 고작 5명으로 막을 수 있을 리가 없다.

 

 퍽! 퍽!

 

 역시 송진우가 모두를 쓰러트릴 때, 상석에 앉아 있던 남자가 서랍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리고······.

 

 탕!!!!

 

 그가 꺼낸 총의 총구에서 불이 뿜어졌다.

 

 “디멘션 레어 아이템이다. 이것만 있으면······.”

 

 디멘션 월드의 각인 된 레어 아이템이면 절정 무인의 방어를 뚫을 수 있을 만큼 굉장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역시 각인 된 방어 아이템을 착용하지 않으면 즉사를 피할 수 없지만 지금 송진우의 피부 자체가 디멘션 아이템과 같다.

 

 퍽!!

 

 총알은 송진우의 피부를 뚫지 못하고 허무하게 땅에 떨어졌다.

 

 “크르릉!”

 

 “아, 아니!”

 

 송진우가 총에 맞고도 멀쩡해 보이니까 남자는 깜짝 놀라서 총알을 더 발사했다.

 

 탕! 탕! 탕!

 

 하지만 송진우는 얼굴만 팔로 가린 채 성큼성큼 걸어갔다.

 

 “크르륵!”

 

 마치 트롤에 빙의가 된 듯이 송진우의 가슴 깊은 곳에서 분노의 울음이 올라왔다. 마침내 송진우는 남자 앞에 당당히 섰다.

 

 딸각 딸각

 

 남자는 탄창이 다 빈 것도 모르고 당황해서 연신 방아쇠만 당기고 있다. 물론 그런다고 없는 총알이 나갈 리 없다.

 

 그런 그를 송진우가 손으로 번쩍 들어 올렸다.

 

 우두둑!

 

 “커어어억!”

 

 “살 가치도 없는 새끼.”

 

 우드드득!!

 

 송진우가 손에 점점 힘을 주자 남자의 얼굴이 터져나갈 것처럼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지금 송진우의 악력이라면 이대로 목 졸라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

 

 “커어억!”

 

 남자의 몸에서 서서히 힘이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조금만 있으면 진짜 죽는다.

 

 그때 송진우가 손에서 힘을 풀었다.

 

 “커억~ 커억~”

 

 남자가 겨우 숨을 내쉬고 있는 것을 송진우가 무심하게 쳐다봤다.

 

 “중앙 대륙이었다면 살려두지 않았을 거야.”

 

 살인이 두려운 것이 아니다. 다만 지켜야 하는 동생 때문에 살인자의 오명을 쓸 수 없는 거다.

 

 물론 목숨만 살려두는 거다.

 

 콰직! 콰직!

 

 “컥!!!”

 

 팔다리를 모조리 부러트리고 그것도 모자라서 관절을 박살냈다. 당연히 그를 비롯한 쓰러진 남자들의 모든 관절을 부쉈으니 이제 이 조직은 망했다고 봐야 한다.

 

 “휴우~”

 

 모든 상황이 정리되어서야 바닥에 무릎 꿇고 앉아 있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가 곽지원의 아버지다.

 

 그는 갑자기 일어난 사태에 어쩔 줄 모르고 눈만 굴리고 있었다. 일단 자신을 잡아 온 사람들의 위협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지만 눈앞의 이 비닐봉지 남자는 더 무서웠다.

 

 늑대 굴에 잡혀 왔더니 호랑이가 쳐들어온 기분이다. 잔혹한 손속에 말도 못 하고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럴 때, 송진우가 가만히 쳐다보자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지원이 아버지 되시죠?”

 

 “네? 네! 네!”

 

 갑자기 딸의 이야기가 들리자 남자는 깜짝 놀라서 송진우의 눈치만 살폈다.

 

 “지원이가 보내서 왔습니다.”

 

 “지, 지원이가요? 하지만 어떻게······.”

 

 자신의 딸인 곽지원은 송진우처럼 강한 사람을 부를 능력이 없다. 그건 자신이 더 잘 안다. 지금 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도 자신이 버는 돈으로 간신히 학비만 내고 있는 실정이다.

 

 “우연히 만나서 제가 이리 오게 되었습니다.”

 

 “그, 그렇습니까? 근데······ 지원이는 무사한 거죠?”

 

 “네, 무사합니다.”

 

 “허어억! 다행이다. 진짜 다행이야!”

 

 남자는 겨우 살았다는 듯이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처음에 이들에게 잡혀 왔을 때만 해도 모든 것이 다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천신만고 끝에 겨우 살아난 거다.

 

 “잠시만요. 풀어드릴게요.”

 

 송진우는 묶인 줄을 풀어주었다.

 

 “어흑!”

 

 꽉 조이고 있던 줄이 풀리자 남자는 떨리는 손으로 줄이 묶였던 자리를 쓰다듬었다. 피가 통하니 비로소 살 것 같다.

 

 “휴 그럼······.”

 

 송진우는 이제 그를 끌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래서 처음으로 그의 얼굴을 자세히 보는 순간······

 

 “······.”

 

 말도 잊고 멍하니 그를 쳐다봐야 했다.

 

 “왜, 왜 그러시죠?”

 

 송진우가 자신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자 다시 겁이 덜컥 난 남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만약 이 정체불명의 남자가 자신에게 악감정이라고 품으면 아까 저들처럼 끔찍하게 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곽······철우?”

 

 그의 얼굴은 퉁퉁 불어서 이미 알아보기 힘들 지경이다. 하지만 그런 모습에서도 송진우는 자신이 아는 잘 아는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를 수가 없었다. 벌써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꿈속에서는 그의 비열한 얼굴이 나온다.

 

 송진우는 당장 그의 목을 잡았다.

 

 “이 개새끼!!!!”

 

 “컥! 왜, 왜 이러세요?!”

 

 남자, 곽철우는 갑자기 달라진 송진우의 태도에 두려워하며 벌벌 떨었다. 그러자 송진우는 얼굴에 쓰고 있던 비닐봉지를 던지며 자신의 얼굴을 그에게 똑똑히 보여줬다.

 

 “날 봐!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누, 누구신데요?”

 

 곽철우는 송진우가 누군지 전혀 모르는 눈치다. 그래서 송진우가 친히 알려 줬다.

 

 “3년 전에 네게 우리 부모님을 차로 치어 죽였잖아! 이 천하에 찢어 죽일 놈아!”

 

 송진우가 곽철우의 얼굴을 아는 것도 당연했다. 왜나면 3년 전에 술에 잔뜩 취한 채로 운전을 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부모님을 차로 치어 죽게 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그 사건 때문에 송진우와 동생, 송하나는 지옥과 같은 삶을 살아야 했다. 송진우는 짐꾼으로 중앙 대륙을 드나들었고 송하나는 고아가 되어서 또래 친구들이 누리는 것들을 하나도 못 누리고 손에 피가 나도록 연주만 했다.

 

 “다, 당신은?!”

 

 송진우의 말을 듣고서야 기억난다는 듯이 곽철우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이 개새끼! 왜 그랬어! 왜!”

 

 평생을 죄 한 번 짓지 않고 선하게만 살아온 부모님들이다. 여가 시간에는 봉사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냈고 그러다가 자신을 입양까지 한 분이다. 장애를 가져서 입양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송진우에게는 하늘이 내려주신 선물과 같았다.

 

 그런 두 분이 그토록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야 했다.

 

 바로 이놈 때문에!

 

 송진우가 주먹을 불끈 쥐자 곽철우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싹싹 빌기 시작했다.

 

 “자, 잘못했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그때는 억울하다는 듯이 연기를 하며 법의 심판을 쏙쏙 피해갔던 놈이다. 심신미약으로 겨우 3년 형을 받았을 때는 가슴 속이 텅 빈 듯한 고통이 찾아 왔었다. 그 구멍은 아직도 메워지지 않았다.

 

 “죽어! 이 개새끼야!”

 

 퍽!!

 

 송진우가 발로 차자 그는 트럭에 치진 것처럼 날아가더니 벽에 쿵하고 부딪히고 다시 바닥으로 쓰러졌다.

 

 “컥! 컥!”

 

 약해질 대로 약해진 몸이기에 지금 공격으로도 죽었을 수도 있다. 용케 살았지만 아직 그의 앞에는 악귀 같은 얼굴을 한 송진우가 있었다.

 

 “왜 너 같은 놈은 살고, 우리 부모님은 죽어야 했던 거야?”

 

 퍽! 퍽!!

 

 송진우는 그를 깔고 앉아 주먹으로 그의 얼굴을 마구 내려쳤다. 내려칠 때마다 그의 얼굴뼈가 함몰되고 얼굴을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지경으로 변했다.

 

 진짜 죽을 것 같으니 곽철우가 손으로 송진우를 더듬으며 애원했다.

 

 “사, 살려주세요!! 저는 죽으면 안 됩니다. 딸이 기다리고 있어요.”

 

 “이익!!!”

 

 송지우는 아직 분이 풀리지 않았지만 딸이라는 말에 멈칫했다. 그를 이곳으로 보낸 것도 딸인 곽지원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저도 뭐라 사과할 말이 없습니다. 저도 그날 이후로 인생이 망했습니다. 다 제 잘못입니다!”

 

 그러고 보니 잘 먹고 잘살 줄 알았던 곽철우였는데 이토록 엉망이 되어 있는 것이 의외였다. 분명 돈을 미리 빼돌려서 보상금 한 푼 주지 않았었는데 말이다.

 

 “감옥에 가 있는 동안에 마누라가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서 돈을 들고 외국으로 튀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제 딸아이도 길바닥에 나앉게 되었고요.”

 

 모든 돈을 아내의 명의로 돌리고 이혼을 해서 보상금을 주지 않아도 됐었다. 이제 3년간의 감옥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합치면 모든 것이 계획대로였겠지만 역시 세상에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것은 없는 모양이었다.

 

 다른 남자와 눈이 맞은 그의 부인이 모든 돈을 들고 외국으로 도망친 거다. 물론 합법적으로 이혼해서 곽철우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알거지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딸은 원하는 음대에 보내고 싶어서 돈을 꾸었어요. 하지만 이놈들이 갑자기 이자를 10배로 불러서 빛은 늘어만 갔고요.”

 

 뒷면을 확인하지 못한 남자의 패착이었다. 뒤에는 이상한 조약들이 덕지덕지 있어서 결국 1년에 10배 이자라는 말도 안 되는 돈을 물게 생겼다.

 

 “안 해 본 일이 없습니다. 이미 신장 하나를 팔았고 지금은 짐꾼으로 연명하고 있어요.”

 

 이미 한쪽 눈이 퉁퉁 부어서 한쪽은 눈이 보이지도 않는다. 병원을 가봐야 알 수 있겠지만 실명했을 가능성도 높다. 이미 얼굴만 봐서는 다 죽어가고 있었지만 그는 애원하고 또 애원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곽철우의 간절한 말에도 송진우의 분노는 풀리지 않았다. 지금은 그를 어떻게 죽이는 것이 가장 고통스러울까만 생각하고 있었다.

 

 “이······.”

 

 여기서 가볍게 주먹을 휘둘러도 곽철우의 머리가 터져나갈 거다. 길고 길었던 악몽이 마침내 종착점을 찍을 거다.

 

 송진우가 꽉 쥔 주먹을 들자 곽철우도 눈물을 흘리면서 사정했다.

 

 “저는 어떻게 되어도 좋습니다. 다만······ 제 딸이 무사히 대학에만······ 원하는 음악을 할 수 있게만 해주세요. 돈을 원하신다면 드리겠습니다. 지금보다 짐꾼 일을 열 배로 더 뛰어서 반드시 드릴게요.”

 

 “······딸이라고! 우리 가족을 그렇게 파탄 냈으면서 이제 와서 딸이라고! 어쩜 그렇게 이기적일 수 있어!”

 

 송진우가 곽철우의 목을 잡고 허공에 번쩍 들어 올렸다. 곽철우는 항거할 수 없는 힘을 느끼고 발버둥을 쳤지만 발은 땅에 닿지 않았다.

 

 점점 송진우의 손이 숨통을 죄어오고 있었다. 마치 서서히 다가오는 사신의 손길 같았다. 하지만 곽철우도 포기할 수 없었다.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제발······ 딸아이가······ 졸업할 때까지만······.”

 

 그 순간 송진우의 눈앞에 한 여자아이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제발 우리 아빠 좀 살려주세요.]

 

 [엉~ 엉~ 우리 아빠 죽을 수도 있어요.]

 

 그건 곽철우의 딸이자 하나의 친구인 곽지원이었다.

 

 곽철우는 자신에게는 불구대천지원수지만 곽지원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아버지다.

 

 그 일 초 사이에 수많은 생각들이 송진우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때였다.

 

 [복수를 원하는가?]

 

 다시 신의 목소리가 머리에 울렸다. 그의 육성을 직접 듣는 건 오랜만의 일이었다.

 

 “그렇습니다. 아니······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는 벌을 받아야 합니다.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합니다!”

 

 죽여 마땅한 인물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무사귀환을 바라고 있는 곽지원을 생각하면 그를 단매에 쳐 죽일 수 없었다.

 

 아직도 갈팡질팡하고 있는데 갑자기 곽철우의 양손과 발목에 이상한 금속태가 씌워졌다.

 

 철컹! 철컹!!

 

 그건 새하얀 족쇄였다. 그것도 신이 직접 내린 족쇄니 절대 풀 수 없는 물건이다.

 

 족쇄에 묶인 촥철우는 갑자기 몸에서 털이 자라나고 머리에서 뿔마저 자라기 시작했다. 곧, 그는 염소 모양의 괴물로 변하고 말았다.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사티로스로 변한 거다.

 

 “이게 무슨?!”

 

 갑자기 곽철우가 사티로스로 변하자 송진우는 본인보다 더 놀랐다.

 

 [그는 영원히 네 수확자가 될 거다.]

 

 “수확자? 그게 뭐죠?”

 

 [너만을 위해 일하는 노예다. 그는 명계의 광산에서 가 영원히 죽음보다 지독한 노역을 해야 한다.]

 

 “메~~~”

 

 신의 목소리가 들렸는지 사티로스가 된 곽철우는 구슬프게 울었다. 그러자 그의 앞에 빛나는 황금이 떨어졌다.

 

 [수확자의 활동은 네게도 큰 힘이 될 거다. 그리고 이 황금은 네 죄책감을 덜 물건이다.]

 

 “······이게 뭡니까?”

 

 [그의 노동의 대가는 그의 딸에게도 돌아갈 거다. 그것이라면 금전적으로는 충분하겠지.]

 

 “메~~~”

 

 그의 말에 곽철우는 다시 울었다. 이번에는 안심하는 듯한 울음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의 몸은 갑자기 나타난 차원 구멍으로 사라졌다.

 

 위잉~

 

 “메~~~~”

 

 순식간에 그의 몸이 사라졌다. 신의 말에 따르면 그는 죄지은 죄수들이 있는 명계의 광산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투명 알림창이 허공에 떴다.

 

 《종족 특성 획득》

 수확의 계절 : 수확자의 수마다 버프 획득

  현재 수확자 수 : 1명 (모든 경험치 획득 +12%)

 

 갑자기 새로운 종족 특성을 얻었다. 이 모든 것들은 송진우가 상황을 인지하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다.

 

 모든 경험치 획득은 레벨이 부족한 송진우에게는 엄청 도움이 되는 특성이다. 빨리 승급을 해야 강해질 수 있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신을 말대로라면 그는 영원히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겪어야 한다.

 

 “그는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영원히 명계에서 일해야 하나요?”

 

 송진우가 외쳤지만 신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여보세요? 알려주세요! 그는······ 합당한 벌을 받은 겁니까? 난 그에게 합당한 벌을 내린 겁니까? 네?!”

 

 하지만 아무리 외쳐 봐도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난······ 올바른 일을 한 겁니까?”

 

 송진우는 그 자리에 앉아서 멍하니 허공만 쳐다보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건을 머릿속에서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이럴 때가 아니야.”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선 송진우는 아직 정신 못 차리는 남자들 사이에 커다란 금고가 있는 것을 보았고 그것에 다가가 힘주어 뜯어냈다.

 

 콰직!

 

 드릴로도 쉽게 뚫을 수 없는 단단한 금고가 단숨에 부서져 나갔다.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돈이 아니라 곽철우 같은 사람들에게 받아낸 차용증이었다. 모두 미친 이자율이 쓰여 있었다.

 

 북! 북!

 

 그것들을 단숨에 찢어버리고는 창밖으로 뿌렸다. 그리고 다시 주위를 둘러보다가 아까 조직의 보스가 떨어트린 권총을 집어 들었다.

 

 노리쇠 강화된 연발 권총 (각인)

 (레어)

 능력 : 공격력 110

  명중률 +35%

  관통률 +10%

  민첩 +25

  반동 저하

 

 ***

 

 송진우는 무사히 학교로 돌아왔다. 학교에 왔을 때는 이미 밤이 늦은 시각이었지만 다행히 송하나의 연주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몇 사람의 연주가 끝나고 마침내 송하나의 차례가 되었다.

 

 기이잉~

 

 송하나는 학교에서도 촉망받는 인재다. 마지막 차례가 그것을 증명하는데 그래서인지 송하나를 보는 다른 사람들의 눈빛이 더 매서웠다. 얼마나 잘하기에 2학년이 마지막에 연주를 하는지 보기 위함이다.

 

 당연히 연주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훨씬 가중되었지만 활대를 잡은 송하나의 움직임은 거침없었다.

 

 기잉 기잉 기이이이~

 

 난해한 부분도 실수 없이 지나갔다. 단지 실수만 없는 것이 아니라 음악에 문외한인 송진우도 느낄 정도로 송하나의 연주에는 기술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

 

 마치 혼을 울리는 듯한 기분 좋은 선율이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동생이라는 것도 잊고, 아까 있었던 일도 잊고, 그저 멍하게 음악에 홀린 듯이 앉아만 있어야 했다.

 

 송진우를 깨운 것은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였다.

 

 짝짝짝짝!!!!

 

 “와아아아! 잘한다.”

 

 송하나는 연주를 끝내고 우아하게 인사했다. 그 모습마저 하늘에서 강림한 천사 같았다.

 

 “으으흑!”

 

 결국 송진우는 또 눈물을 흘렸다.

 

 내리는 눈물이 송진우의 가슴 속에 맺혀 있었던 응어리까지 한꺼번에 쓸고 내려갔다.

 

 그렇게 길었던 하루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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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운명을 찬탈하다 (5) 2018 / 9 / 24 307 0 6574   
46 운명을 찬탈하다 (4) 2018 / 9 / 21 308 0 5748   
45 운명을 찬탈하다 (3) 2018 / 9 / 20 304 0 5715   
44 운명을 찬탈하다 (2) 2018 / 9 / 20 303 0 7906   
43 운명을 찬탈하다 (1) 2018 / 9 / 19 302 0 6835   
42 손을 잡다 (6) 2018 / 9 / 19 321 0 6677   
41 손을 잡다 (5) 2018 / 9 / 18 313 0 5649   
40 손을 잡다 (4) 2018 / 9 / 17 305 0 6043   
39 손을 잡다 (3) 2018 / 9 / 14 316 0 6095   
38 손을 잡다 (2) 2018 / 9 / 11 311 0 6304   
37 손을 잡다 (1) 2018 / 9 / 10 312 0 6024   
36 검은 사신 (6) 2018 / 9 / 7 305 0 7680   
35 검은 사신 (5) 2018 / 9 / 7 293 0 6677   
34 검은 사신 (4) 2018 / 9 / 6 307 0 6128   
33 검은 사신 (3) 2018 / 9 / 4 312 0 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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