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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운명찬탈자 : 미래를 보는 헌터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8.8.12

 
죄악의 무게 (1)
작성일 : 18-09-01 19:30     조회 : 32     추천 : 0     분량 : 5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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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G IN》

 

 게임에 접속한 송진우는 가장 먼저 직업소개소에 들렸다. 직업을 바꾸기 위해서인데 그림 리퍼를 잡고 얻은 ‘죽음의 무도’라는 엠블럼에 그림 리퍼로 전직할 수 있는 옵션이 붙어 있었다.

 

 대충 살펴보니 독특한 암 속성 스킬을 사용하는 전사 직업이다. 탱킹보다는 회피와 공격에 특화되어 있었고 원래 그림 리퍼가 낫을 사용하니 좋은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었다.

 

 이제 직업을 얻었으니 이것을 레벨 100까지 올려서 마스터하고 바로 1차 승급을 할 생각이다. 레벨은 이제 거의 400에 가까워졌으니 1차 승급 조건인 300은 넘은 지 오래다.

 

 하지만 직업을 마스터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직업 경험치인 JP(Job point)는 레벨 경험치인 EXP와는 달리 높은 레벨의 적을 쓰러트린다고 더 많이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낮은 레벨의 적을 쓰러트리면 훨씬 낮게 준다. 그러니 적당한 레벨의 적을 많이 쓰러트리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그렇다고 낮은 레벨의 몬스터를 잡을 생각은 없다. 새로 얻은 힘을 사용해서 계속 400 레벨대의 적을 잡을 생각이다

 

 “일단 스킬 확인부터······.”

 

 그림 리퍼를 잡고 나온 쉐도우 스텝이라는 스킬을 배우고 정확한 능력을 확인하고자 했다.

 

 쉐도우 스탭

 (액티브)

 (LV 1)

 3초 동안 그림자로 변하여 주변 적들에게 암 속성 데미지를 입히며 그 도중, 공격 및 스킬 사용이 가능하다. (쿨 타임 50초)

 

 “음, 이게 뭔 소리지?”

 

 백 번 글을 보는 것보다 한 번 직접 사용하는 것이 더 빠르다. 송진우는 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쉐도우 스텝!”

 

 우웅~

 

 스킬을 사용하자 몸이 흐릿해지면서 검은 아지랑이처럼 변했다. 다른 사람이 보면 엄청난 변화였지만 본인이 느끼기에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팔을 몇 번 흔들어봤는데 벌써 지속 시간이 끝났다.

 

 “설마, 3초간 무적이라는 건가?”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예상이 맞는다면 3초간 적의 공격을 받지 않으면서 자신은 공격할 수 있는 스킬 같았다. 3초면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위험한 순간을 벗어나기에는 좋은 스킬이다. 게다가 레벨이 오르면 지속 시간도 증가할 거다.

 

 “좋네.”

 

 보통 무적 스킬은 오직 방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이건 공격과 방어가 동시에 되는 스킬이다. 지속 시간은 짧아도 무적 스킬은 언제나 좋게 사용할 수 있다.

 

 만약 팔았으면 인기 없는 언데드 스킬인 것을 고려해도 수십억은 받았을 거다. 그것을 생각하면 손이 덜덜 떨렸지만 지금은 돈보다 힘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다음에 확인할 건 포식으로 얻은 신체에 들어있는 효과다.

 

 바이콘의 다리에는 바람 장막, 트롤의 피부에는 세포 재생, 오우거의 오른쪽 팔에는 단단한 피부와 괴력, 그리고 마지막에 얻은 부정한 피에는 피의 채찍이 있었다.

 

 바람 장막과 세포 재생은 이미 안다. 바람 장막은 빨리 달리면 바람 장막이 몸에 생성되어 원거리 투사체를 다 막아주고 세포 재생은 상처가 나면 빠른 속도로 회복한다.

 

 “남은 건 단단한 피부와 괴력, 그리고 피의 채찍인데······.”

 

 전에 얻은 두 개는 패시브 스킬에 가깝다. 그러니 나머지도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발동되는 형식일 거다.

 

 “흠~ 모르겠네.”

 

 피부를 찌르고 힘을 주고 시동어를 소리쳐도 아무 반응이 없다.

 

 “언젠간 알 수 있겠지.”

 

 마을에서 볼 일을 모두 해결한 후에 사냥터로 떠났다. 목표는 직업 레벨을 올리고 보스 몬스터를 잡아 포식하는 거다.

 

 마나도 있는 대로 모두 사용해서 액티브 스킬인, 데들리 스핀과 쉐도우 스탭의 레벨을 올리는 것이 좋다.

 

 액티브 스킬은 보유 수가 많으면 나쁘지 않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스킬 레벨이다. 그래서 잡다하게 사용하는 것보다 주요 스킬을 정해서 중점적으로 사용해 레벨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날 하루 종일 돌아다녔지만 결국 보스는 만나지 못했다.

 

 《LOG OUT》

 

 ***

 

 오늘은 부모님의 기일이다.

 

 음주운전 차량에 두 분이 한날한시에 돌아가셨으니 기일도 같다.

 

 “저희 왔어요.”

 

 송진우와 송하나는 두 분의 유골이 모셔진 납골당에 가서 절을 했다. 돈을 충분하게 벌면 두 분을 수목장으로 옮기는 것이 꿈 중 하나다. 또래의 다른 사람들이 슈퍼카를 바라는 것에 비하면 초라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들보다 몇 배는 간절한 꿈이다.

 

 준비해 온 꽃을 걸고 둘이 쓴 편지도 낭송했다. 매년 오지만 여전히 동생, 송하나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뒤돌아서 눈물을 닦아냈다.

 

 친부모님은 아니지만 바다보다 깊고 하늘보다 높은 사랑을 주신 분들이다. 언젠가 출세하고 돈도 많이 벌어서 꼭 세계여행을 보내드리고 싶었지만 사고가 모든 것을 앗아갔다.

 

 더 분한 건 음주운전 당사자는 2년간의 복역을 끝내고 지금쯤 어딘가에서 잘 먹고 잘살고 있을 거라는 거다. 법의 허점을 고묘하게 이용해서 배상금도 결국 한 푼도 받지 못했고 그 탓에 두 남매는 지옥 같은 삶을 살아야 했다.

 

 이게 다 힘이 없어서다. 힘이 있는 것들은 천인공노할 죄를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잘살고 있다.

 

 ‘제가 하나를 꼭 지킬게요.’

 

 그분들을 위해 송진우가 해야 하는 최소한은 동생, 송하나를 지키는 거다.

 

 왜 운명이 죄 없고 착한 우리 가족을 건드리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할 거다.

 

 돌아오는 길 내내 송진우와 송하나는 손을 꼭 잡고 걸었다.

 

 그렇게 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 마침내 동생 하나의 독주회가 열리는 날이 되었다. 예고의 학생들이 독주회를 여는 것은 늘 있지만 졸업반도 아닌 2학년이 된 송하나가 독주회를 연 건 의미가 있었다.

 

 이건 송하나가 그녀가 다니는 진선예고 중에서도 탑 클래스라는 뜻이다. 이것은 고등학교의 전통이었고 그녀가 학교의 명예를 드높일 인재라고 천명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당연히 이날은 송진우와 송하나가 손꼽아 기다려온 날이기도 했다.

 

 “어디 보자······ 하나가 마지막이네?”

 

 이번 독주회에 참여하는 음악과 학생은 총 15명이고 그중에서 2학년은 송하나를 포함해서 단 두 명이다. 맨 마지막에 연주하기로 되어 있는 건 그중에서 송하나의 실력이 제일이라는 뜻도 된다.

 

 “헤헤~”

 

 입이 귓가에 걸리며 칠칠치 못한 웃음소리를 냈다.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봤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오늘은 태어나서 가장 기쁜 날이다.

 

 송진우는 대기실에 가서 동생을 찾았다. 송하나는 평소에 안 하던 화장도 하고 드레스도 예쁘게 차려입었다. 입은 드레스는 싸구려였지만 그녀가 입으니까 가장 고급스러워 보였다.

 

 “오빠!”

 

 송진우를 본 송하나는 강아지처럼 튀어나왔다.

 

 “준비는 다 됐어?”

 

 “응.”

 

 “긴장돼?”

 

 “조금. 하지만 괜찮아. 잘 할 수 있어.”

 

 송하나는 평소에는 어린아이 같지만 바이올린만 잡으면 분위기가 바뀌면서 카리스마 있어 보인다. 그때에는 송진우도 쉽게 다가가지 못할 정도다.

 

 “좋아. 긴장만 하지 않으면 잘 할 수 있을 거야.”

 

 노력하는 천재가 송하나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러니 이런 좋은 기회까지 얻을 수 있었다.

 

 “그럼 들어가 봐. 나는 객석에서 보고 있을게.”

 

 “응.”

 

 동생과 헤어지고 송진우는 객석에 앉아 물만 벌컥벌컥 들이켰다. 연주하는 건 동생이지만 어쩐지 자신이 더 긴장되기 시작했다.

 

 “으~ 죽겠네.”

 

 갑자기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아직 첫 번째 연주도 시작되지 않았으니 송진우는 여유롭게 화장실로 갔다.

 

 “휴우~”

 

 화장실 변기에 앉아 심호흡을 했다. 꽉 막힌 변소에 있으니 그제야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다. 그때 밖이 시끄러워졌다.

 

 “어디 있어!”

 

 쾅! 쾅!

 

 여러 명이 우르르 몰려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다짜고짜 화장실 문을 세게 두들기기 시작했다.

 

 “너 여기 숨어있는 거 다 알아. 어서 안 열어?”

 

 쾅! 쾅! 쾅!

 

 ‘응?’

 

 변기에 앉아 있는 송진우에게는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문을 두들기는 소리는 점점 커져서 문이 부서질 것만 같았다.

 

 “저~ 누구세요?”

 

 송진우가 안에서 말을 하자 밖의 남자들이 소리치듯이 말했다.

 

 “곽철우! 너 곽철우지!”

 

 “저는 그런 사람 아닙니다. 사람 잘못 보셨어요.”

 

 남자들은 저들끼리 뭐라고 쑥덕거리더니 다시 송진우에게 말했다.

 

 “너 나와 봐! 확인해야겠어.”

 

 “잠시만 기다리세요. 지금 큰 거 보고 있다고요.”

 

 송진우는 대충 마무리하고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험상궂게 생긴 검은 양복의 남자들이 화장실을 둘러싸고 있었다.

 

 “아니잖아!”

 

 황당한 건 송진우인데 오히려 큰소리하는 건 남자들 쪽이었다. 무례에도 사과 한 번 안 하고 자기들끼리 또 떠들기 시작했다.

 

 “여기 오는 거 맞아?”

 

 “오늘 지 딸래미가 공연하는 날이니까 올 수도 있다는 거지.”

 

 “그럼, 안 올 수도 있다는 말이잖아.”

 

 “그거야 모르지. 우리야 까라면 까야지.”

 

 “아~ 씨벌, 쥐새끼 같은 새끼가 딸 공연이라고 오겠어?”

 

 “아, 진짜 짜증 나네. 딸이라도 데려가야 하는 거 아냐?”

 

 “그 독한 새끼는 눈앞에서 딸이 죽어 나가도 눈 하나 꿈쩍 안 할걸?”

 

 “그럼 그냥 팔아버리던지.”

 

 뭔가 좋은 이야기는 아닌 거 같은데 송진우가 뻔히 있는 앞에서 대놓고 말하고 있다. 어이가 없어진 송진우는 다시 문을 닫고 마저 마무리했다.

 

 ‘끊고 다시 싸려니까 더 안 나오네.’

 

 밖의 남자들의 대화가 신경 쓰였지만 지금은 동생의 독주회가 더 중요하다.

 

 ‘누가 돈 떼먹고 도망쳤나 보네.’

 

 살면서 저런 사람들 보는 것이 한두 명이 아니다. 만약 송진우도 짐꾼 생활을 하지 않았더라면 저런 사람들에게 쫓기면서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밖의 대화는 점점 더 거칠어졌다.

 

 “좆같네! 일단 딸년부터 족치자. 족치다 보면 지 애비가 있는 곳을 말하겠지. 설마 정말 모를까?”

 

 “이것들이 아직 법 위에 주먹이 있는 걸 모르네.”

 

 다시 우당탕탕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남자들이 빠져나갔다. 송진우는 그 후에 2분쯤 더 있다가 밖으로 나왔다.

 

 “설마 진짜로 여기 학생을 건드리려나?”

 

 아까 독주회가 있는 여학생이라고 했다. 그럼 동생, 하나의 차례 전에 공연하는 학생일 거다.

 

 ‘설마 이것 때문에 독주회가 엉망이 되는 건 아니겠지?’

 

 연주하기로 된 학생이 저런 조폭 같은 놈들에게 끌려가면 분명 큰 소란이 일어날 거다. 어쩌면 독주회가 취소되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다시 자리에 돌아온 송진우는 머리가 심난해졌다. 이제 첫 공연이 시작되었고 동생 하나의 연주는 앞으로 두세 시간은 더 기다려야 한다.

 

 화장실에 다녀오기 전에는 날아갈 듯이 기분이 좋았는데 지금은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이다.

 

 이 순간을 손꼽아 기다려 온 만큼, 독주회가 취소된다면 하나의 기분이 많이 떨어질 거다.

 

 “아~ 복잡하네.”

 

 송진우는 머리를 긁적인 후에 다시 조용히 자리를 떴다. 아까 그놈들이 진짜 대낮에 미친 짓을 할까 봐서다.

 

 “학교 엄청 넓네.”

 

 유명한 사립학교라서 그런지 학교가 넓고 시설도 엄청 좋았다. 이런 학교이기 때문에 한 학기 비용이 그렇게 비쌌나 보다.

 

 어느새 목적을 잃고 학교 구경이 되어버린 그때였다.

 

 “꺄아아아!”

 

 갑자기 여자아이의 비명이 들렸다.

 

 “설마?”

 

 비명이 들린 곳에는 송진우가 상상했던 장면이 그대로 펼쳐지고 있었다. 험상궂게 생긴 남자들이 드레스를 예쁘게 차려입은 여학생을 압박하고 있었다.

 

 “엉~ 엉~ 엉~”

 

 여자아이는 곱게 칠한 화장이 눈물로 다 지워져서 팬더처럼 변했고 남자들은 아직도 분이 안 풀렸는지 씩씩거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왜 버티긴 버터!”

 

 “죄송해요.”

 

 “죄송하다면 다야?! 이거 어떻게 할 거야? 네 아비가 못 갚으면 네가 몸으로라도 갚아야지.”

 

 “저는 모르는 일이예요.”

 

 여자아이가 울면서 사죄하자 깡패는 더 심하게 압박했다.

 

 “너 당장 여기다가 지장 찍어!”

 

 “네? 하지만······.”

 

 “확! 씨! 너 또 까불래?!”

 

 “건방 떨지 말고 여기에 지장 찍으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깡패들은 강제로 여자아이 손에 인주를 묻히고는 가져온 종이에 억지로 찍었다.

 

 “진작 이렇게 할 것이지.”

 

 그때 장내를 울리는 큰 음성이 들렸다.

 

 “잠깐!”

 

 “뭐여?!”

 

 갑작스러운 소리에 깡패들은 최대한 험상궂은 얼굴로 고개를 돌리다가 곧,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만 둬라.”

 

 “이건 또 웬 또라이야?”

 

 이곳에 나타난 남자, 송진우의 얼굴에는 구멍이 두 개 뚫린 비닐봉지가 씌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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