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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운명찬탈자 : 미래를 보는 헌터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8.8.12

 
파멸의 전주곡 (4)
작성일 : 18-08-30 20:36     조회 : 32     추천 : 0     분량 : 6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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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쏴아아아아

 

 포식이가 입을 벌리고 힘껏 빨아들이자 마법진에 있던 생명력과 마법진으로 다가오던 생명력이 포식이의 입으로 빨려 들어갔다. 피 안개 같은 시뻘건 기운이 포식이에게 빨려 들어가는 장면은 장관을 이루었다.

 

 “뭐, 뭐 하는 거야?”

 

 송진우가 물어봤자 포식이가 대답할 리가 없다. 포식이는 굶주린 것처럼 탐욕스럽게 생명력을 먹어치웠다. 결국 마법진에 쓰인 룬 글자는 모두 사라졌다.

 

 “된 건가?”

 

 송진우는 아직 얼떨떨한 기분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

 

 포식이의 활약 덕분에 보스가 일어나는 불상사는 막은 듯했다. 하지만 여전히 새빨간 기운은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아직 마법진을 완성하려는 움직임은 멎지 않았다.

 

 “설마 이걸 다 빨아들여야 하나?”

 

 포식이는 즐겁게 먹고 있지만 결국 송진우의 몸에 들어가는 거다. 포식이가 먹어 치운 것이 고대로 송진우에게 영향을 줘서 몸무게도 200kg 늘었고 지금도 늘었을 거다.

 

 이런 정체불명의 기운을 계속 먹다가는 어떤 부작용이 올지 모른다.

 

 “저걸 깨야 하는데······.”

 

 가장 완벽하게 끝내는 방법은 결국 저 유리관을 부수고 보스를 해치우는 거다. 하지만 계속 낫을 휘둘러도 유리관에는 금 하나 가지 않았다. 마치 전에 리치의 성물함을 공격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혹시 이번에도 금 간 데는 없나?”

 

 뭔가 빈틈이 있으면 그곳으로 무슨 방법이라도 취했을 텐데 유리관은 빈틈없이 잘 밀봉되어 있었다.

 

 계속 유리관을 살피던 송진우는 아까와 달라진 점이 보였다. 그건 유리관이 아니라 보스 그 자체에 있었다.

 

 “몰골이 이상해졌네?”

 

 아까는 금방이라도 유리관을 깨고 나올 것처럼 생생해 보이던 보스였는데 지금은 힘없이 누워있는 모습이었다.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방금 본 장면을 까먹을 만큼 송진우는 멍청하지 않다.

 

 그래서 다시 주위를 둘러보다가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마법진 때문이었구나.”

 

 마법진이 완성될수록 보스도 생생해지는 것이 느꼈다. 포식이가 그 기운을 다 빨아들여 마법진을 지우면 다시 보스는 쪼그라들었다.

 

 “그러니까 마법진을 지우고 약해진 보스를 죽이는 것이 공략 방법이라는 거지?”

 

 얼떨결에 퀘스트를 쉽게 깨는 법을 발견했다. 하지만 유리관을 깨지 못하면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방법이다.

 

 ‘헌터들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유리관이 깰 수 있는 오브젝트라면 헌터가 오면 깰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리다가는 배 터져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포식이가 기운을 빨아드리면 그림 리퍼의 뼈마디가 부서질 듯이 약해지는 것이 보였다. 손만 닿아도 죽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무리 두들겨도 유리관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체력도 바닥인 거 같은데······ 응?”

 

 말을 중얼거리다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손뼉을 짝하고 쳤다.

 

 “체력? 그러면······.”

 

 송진우가 급히 고개를 숙여 배에 대고, 그러니까 포식이에게 소리쳤다.

 

 “저것들 몽땅 빨아들여 봐.”

 

 포식이는 송진우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아니면 그냥 배가 고팠던 건지 다시 입을 벌려 붉은 기운을 남김없이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쏴아아아~

 

 다시 마법진이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마법진은 생길 거다.

 

 그 전에 송진우가 소리쳤다.

 

 “파멸의 룬!”

 

 생명력이 1% 이하로 떨어지면 적을 즉사시키는 마법이다. 다행히 이건 보스에게도 통하는 마법이다.

 

 송진우가 스킬을 쓰자 룬문자가 허공에 생성되어 그림 리퍼의 몸에 어리는가 싶더니······

 

 퍽!!!!!

 

 그림 리퍼의 몸이 폭발해 버렸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해냈다!!!!”

 

 정말 레벨 1,000짜리 보스를 잡았다. 포식이와 파멸의 룬의 합작품이었다.

 

 쨍그랑!

 

 그림 리퍼가 죽자마자 유리관도 저절로 깨졌다.

 

 “이놈은 도축하지 못하나?”

 

 아쉽게도 언데드는 도축하지 못 한다. 저주 혹은 마법력으로 죽음을 늦추었을 뿐이라서 조금만 균형이 깨져도 멈춰있었던 시간이 한꺼번에 지나가게 된다.

 

 푸쉬쉬쉬~

 

 역시나 그림 리퍼의 시체도 순식간에 풍화되어 먼지가 되었다.

 

 혹시나 하고 포식이의 반응을 기다렸지만 야속하게도 잠잠했다. 그때 다시 투명 알림판이 눈앞에 떴다.

 

 《엠블럼 획득》

 죽음의 무도

 (랭크 S)

 조건 : 그림 리퍼를 처단한다.

 능력 : 행운 +77

  암 속성 저항 +15

  산 자에게 공격력 +35%

  직업 ‘그림 리퍼’로 전직 가능

 

 또다시 얻은 S급 엠블럼이다. 남들은 하나 갖기도 S급 엠블럼을 연속으로 얻었지만 퀘스트 난이도를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이 갔다.

 

 게다가 보상이 더 있었다. 그림 리퍼가 죽은 자리에 아이템이 떨어진 거다.

 

 쉐도우 스탭

 (스킬 북)

 제한 : 어둠의 종족

 

 그 귀하다는 스킬 북을 얻었다. 인기 없는 스킬 북인 파멸의 룬을 사려고 1,000만 원이나 줬으니 만약 이것을 경매에 넘기면 최소 5배는 더 받을 거다.

 

 물론 송진우는 그것을 팔 생각은 없었다.

 

 “내가 익혀야지.”

 

 언데드 스킬은 인기가 없는데도 귀했다. 아직 어떤 스킬인지는 모르지만 레벨 1,000짜리 보스를 잡고 나온 스킬 북이면 분명 큰 도움이 될 거다.

 

 게다가 얻은 것이 또 있었다. 무심코 장비창을 열어봤는데 생각지도 못한 것이 있었다.

 

 부정한 피

 (유니크)

 생명력 +100%

 마나 +100%

 마법 저항 +20

 저주 스킬 명중률 +20%

 피의 채찍 사용 가능

 

 이제는 팔다리도 모자라 피까지 갈아치웠다. 이러다가 모든 몸이 몬스터의 것으로 바뀔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살았다는 것이 중요하지.”

 

 엄청난 소득을 얻었지만 이제 정말 살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필드 보스인 그림 리퍼를 잡았으니 나머지 잔챙이는 헌터들이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거다.

 

 보스를 잡고서야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변화가 시작되었다.

 

 찌이이익!

 

 “뭐, 뭐야 또!”

 

 갑자기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건물 벽이 흐릿해지더니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쩔 줄 모르고 어정쩡하게 서 있자 곧 건물은 완전히 사라졌고 역시 당황한 표정의 친구들이 보였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이 궁전은 괴물들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주는 안전 장치였다. 그것이 갑자기 사라지니 당황함에 앞서 두려움이 찾아왔다.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간 송진우는 낫을 들고 주변을 두리번거렸으나 어찌 된 영문인지 언데드들이 보이지 않았다.

 

 “······.”

 

 한참이나 긴장한 상태로 주변을 계속 보았으나 역시 언데드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다시 긴장을 풀었다.

 

 “모두 사라졌어.”

 

 “뭐?”

 

 “모두 사라졌다고. 내가 아까 보스를 잡았거든. 그래서 퀘스트가 완료되고 언데드들이 사라졌나 봐.”

 

 “그, 그럼 우리는 이제 안전한 거야?”

 

 “아마도. 하지만 아직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안전할 거라고 예상은 되었지만 아직 레드존이 풀리지는 않았다. 그렇게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데 뭔가 움직이는 것이 포착되었다.

 

 “저, 저기!”

 

 “쳇! 언데드가 아직 있었나?”

 

 뭔가가 느릿하게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다들 무기를 들고 긴장하며 그것을 보고 있으니 곧 정체가 드러났다.

 

 “······맙소사!”

 

 “이건······ 너무해!”

 

 일행을 향해 다가오는 것은 역시 언데드였다.

 

 하지만 이제까지 사람들을 괴롭혔던 그런 언데드가 아니었다. 그런······ 아까까지만 해도 살아있었던 사람들이었다.

 

 감염된 좀비

 (LV 50)

 

 구울이나 그와 비슷한 언데드에게 죽은 사람들이 좀비가 되어 일어난 거다. 다른 언데드들은 사라졌어도 그들은 남아있었다.

 

 “이럴 수는 없어.”

 

 송진우도 낫을 들고 가만히 서 있었다. 혹시 이 모든 사태가 끝나면 다시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하고 생각도 해봤지만 저들의 상태를 봐서는 그것은 힘들어 보였다.

 

 “······할 수 없어.”

 

 송진우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다가오는 좀비의 목을 벴다. 다른 친구들은 그 장면을 차마 못 보겠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지만 송진우는 눈도 감지 않았다.

 

 ‘살기 위해서는······ 하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한 것도 해야 해.’

 

 그렇게 좀비를 베니 고깃집에 남겨진 친구들이 생각났다.

 

 “여기서 기다려.”

 

 사람들이 변한 건 겨우 레벨 50의 좀비다. 그것뿐이라면 이들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다.

 

 “왜? 어디가려고?”

 

 “친구들······ 확인해야지.”

 

 “아······.”

 

 그때 판단으로는 남은 친구들은 살아남기 힘들 거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상황은 계속 바뀌는 거고 운이 좋고 서로 협력만 잘 되었어도 살아남을 수 있었을 거다.

 

 그렇게 도착한 고깃집에서 송진우는 다시 눈을 꼭 감아야 했다.

 

 “우어어어~”

 

 “어어어어~”

 

 안타깝게도 가정했던 모든 상황 중에서 최악의 결과다. 모두 언데드들에게 뜯어 먹혀 형태도 남지 않았고 시체가 비교적 온전한 것들은 모두 좀비가 되었다. 기계 병사였던 최진규는 박살나서 부품들만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쿵!

 

 송진우는 다시 문을 닫았다. 그래도 친구였던 이들인데 자신의 손으로 베고 싶지는 않았다.

 

 “빌어먹을!”

 

 송진우는 참담한 심정으로 다시 일행에게 돌아왔다.

 

 ***

 

 다시 몇 분의 시간이 흘렀다.

 

 살아남은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서 수다를 떨고 있으니 몸이 디멘션 월드의 캐릭터가 아닌 현실의 몸이 되었다.

 

 “설마?”

 

 주변을 살피자 모든 것이 예전으로 돌아왔다. 레드존이 사라진 거다.

 

 “살았어!”

 

 양세준과 최기범은 얼싸안으며 좋아했고 빙글빙글 돌다가 노혜미도 껴안으려 했지만 이미 그녀는 송진우를 꽉 껴안고 있었다.

 

 “꺄아아! 진우야! 살았어!”

 

 이제 정말 모든 위험이 사라졌다. 주변에 있던 생존자들도 밖으로 나와 두리번거리다가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얏호!”

 

 물론 그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괴물들은 사라졌지만 그들에게 당한 사람들의 사체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냥 사체도 아니라 괴물들에게 반쯤 먹힌 사체다. 그것을 발견한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토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이 사태를 마무리 한 헌터들도 나타났다.

 

 “괜찮습니까?”

 

 “엉~ 엉~ 살려주세요!”

 

 “왜 이제야 오셨어요!”

 

 아직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은 헌터를 보고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람도 있었다.

 

 “어서 부상자들 수송해!”

 

 다행히 송진우 일행은 아무도 다친 사람이 없었기에 난장판을 피해서 밖으로 걸어갔다.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났는지 노혜미가 힘없이 말했다.

 

 “결국 친구들은 다 죽은 거지?”

 

 “······그래.”

 

 그들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어쩌면 넷만 이동한 것이 다행이었는지도 모른다. 만약 사람이 더 있었더라면 궁전까지 가는 건 상상도 못 했을 거다.

 

 “최악의 동창회네.”

 

 그저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려고 했을 뿐인데 이런 참사가 벌어졌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 균열이 깨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원래는 방비가 잘 되어 있어서 사전에 이런 일을 막는다.

 

 “무서워서 살 수나 있겠나?”

 

 이 사건으로 아마 대한민국은 발칵 뒤집힐 거다. 만약 이런 일이 한 번 더 일어나기라도 하면 사람들은 불안으로 잠도 못 잘 거다.

 

 그런 생각을 하니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설마 누가 개입한 건 아니겠지?’

 

 누군가가 한국을 공포에 몰아넣으려고 이런 일을 저질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게 하려면 균열을 통제라도 해야 한다. 이제까지 그런 능력자는 없었다.

 

 ‘과민한 생각이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악몽이다. 송진우는 그런 생각을 털어내려는 듯이 몸서리쳤다.

 

 “어~ 어~ 엄마 난 괜찮아.”

 

 친구들은 가족들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고 그들을 안심시켰다. 균열이 깨졌다는 말을 듣고 그들이 계속 마음을 졸이며 기다린 거다.

 

 송진우도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역시나 동생에게 온 부재중 통화 목록이 수십 개씩 있었다.

 

 “이런.”

 

 송진우도 서둘러 동생, 송하나에게 전화를 했다.

 

 “어~ 그래. 괜찮아. 아무 일 없었어.”

 

 수화기 너머로 동생의 울먹이는 소리가 들렸다. 혹시나 해서 걸었는데 진짜 수신이 안 되니 심장이 덜컹하고 내려앉았다. 더군다나 송진우가 가기 싫다고 한 것을 자신이 밀어붙여서 간 동창회다. 혹시 송진우에게 무슨 불상사가 생겼더라면 평생 가슴에 한이 되었을 거다.

 

 “그래. 금방 들어갈게.”

 

 송하나를 안심시키고 통화를 끊었다. 이제 정말 집에 돌아갈 시간이다.

 

 먼저 양세중과 최기범을 보내고 노혜미와 걸었다. 노혜미가 버스 타는 곳까지 데려다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걷고 있는데 노혜미가 넌지시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된 거야?”

 

 “응? 뭐가?”

 

 “네, 다리. 레드존에서 나왔는데도 멀쩡히 잘 걷고 있잖아.”

 

 “응?”

 

 송진우도 깜빡하고 있었다. 원래 현실에서는 아직 목발을 짚는 시늉을 하고 있었는데 급박한 상황 때문에 그냥 걸은 거다.

 

 송진우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난감한 듯이 웃었다.

 

 “아··· 하하, 그게 말이지······.”

 

 송진우가 머뭇거리자 노혜미도 눈이 가늘어졌다가 다시 원래의 새침한 표정을 했다.

 

 “됐어. 무슨 사정이 있겠지. 내가 그런 걸 물어볼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고.”

 

 “미, 미안해. 하지만 이 일은 비밀로 해줘.”

 

 “······흠. 뭐 알겠어. 따로 말할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둘의 연관점이 되는 사람은 오늘 대부분 죽었다고 판단된다. 그것을 깨달은 송진우는 착잡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렇겠지.”

 

 우울한 이야기를 하니 기분이 다시 나빠졌다. 결국 둘은 버스 정류장까지 말없이 왔다.

 

 “나 저기 오는 버스 타면 돼. 여기까지 와줘서 고마워. 그리고 오늘 살려줘서 고마워.”

 

 “운이 좋았지.”

 

 “우리 연락이나 하면서 지내자. 핸드폰 번호 좀 알려줘.”

 

 “아~ 그래. 핸드폰 줘봐. 적어줄게.”

 

 그렇게 번호까지 교환한 후에 노혜미는 버스에 올라탔다.

 

 “그럼 나중에 봐.”

 

 “잘 가라.”

 

 노혜미까지 가니 정말 혼자가 되었다. 오늘 얻은 소득을 생각하면 최고로 운 좋은 날이지만 동창들을 생각하면 웃을 수 없었다.

 

 ‘내가 그들을 살릴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장애인이라고 놀린 탓에 욱하고 나온 것 같았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만약 차분히 생각하면 더 좋은 수도 있었을 거다.

 

 ‘하나의 운명을 바꾸는 건 이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겠지?’

 

 오늘 동창생을 구하지 못한 건 자신이 충분히 강하지 못해서다.

 

 ‘다시는 이렇게 무력하게 당하지 않을 거다. 두 번은 없어.’

 

 그렇게 다짐하며 송진우는 가슴 속의 불길을 키워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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