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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운명찬탈자 : 미래를 보는 헌터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8.8.12

 
파멸의 전주곡 (2)
작성일 : 18-08-29 17:57     조회 : 35     추천 : 0     분량 : 5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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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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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진우도 언데드로 모습이 변하고 낫도 손에 잡혔다. 마치 중앙 대륙에서와 같은 현상이다.

 

 다들 공황 상태에 빠졌지만 누군가가 침착하게 외쳤다.

 

 “괘, 괜찮아. 여긴 서울이잖아. 곧 헌터들이 올 거야.”

 

 가끔 균열이 터져서 현실이 레드존으로 변하고 몬스터들이 출몰할 때가 있다. 그러면 정부가 직접 나서서 정부 소속 헌터와 계약된 대형 길드의 헌터들을 보내 균열을 클리어한다.

 

 대부분은 정부에서 사전에 균열을 찾아서 해결하기 때문에 이런 일은 잘 없는데 오늘은 재수가 없었다.

 

 “모두 레벨이 몇이야? 싸울 수 있는 사람 있어? 헌터들이 올 때까지는 버텨야 해.”

 

 다들 디멘션 게임을 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레벨은 있다. 하지만 길드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2차는 물론이고 1차 승급도 못한 사람이 많다.

 

 “진규! 진규가 헌터잖아!”

 

 누군가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최진규에게로 몰렸다. 그가 헌터라고 말했으니 최소 레벨 500 이상의 2차 승급자일 거다.

 

 시선이 쏠리자 최진규는 당황해하면서도 앞으로 나섰다.

 

 “그, 그래 나한테 맡겨.”

 

 “오~ 든든해!”

 

 “너만 믿을게!”

 

 하지만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심상치 않았다. 벌써 비명이 들리고 괴물들의 포효가 울리기 시작했다.

 

 “꺄악!”

 

 “살려줘!”

 

 미처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분명하다. 하지만 여기 있는 누구도 밖으로 나갈 생각은 못하고 있다.

 

 “으~ 누가 나가서 상황을 봐야 하는 거 아냐?”

 

 “그러다가 괴물들이 눈치채고 이곳을 공격하면 어쩌려고? 그냥 있는 게 상책이야.”

 

 “그렇지만······ 매뉴얼에는 최소한 어떤 종류의 몬스터들이 출몰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했단 말이야.”

 

 “씨발! 지금 매뉴얼이 문제냐? 아니면 네가 나가던지.”

 

 공포 때문인지 안의 사람들도 목소리가 커졌다. 그때 송진우가 나섰다.

 

 “그만! 청각이 발달한 괴물이면 소리를 듣고 이곳으로 올 수가 있어!”

 

 “힉!”

 

 그 한마디에 갑자기 사방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다들 멍하게 있을 때 송진우의 머리를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장소가 좋지 않아.’

 

 다른 곳도 아니고 이곳은 맛있는 냄새가 폴폴 나는 고깃집이다. 아직 고기가 노릇하게 익고 있으니 이 냄새가 몬스터들을 유혹할 수 있다.

 

 ‘제발 기계 타입이었으면 좋겠는데.’

 

 후각이 없는 기계 로봇이라면 고깃집이라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을 거다. 송진우는 그렇게 빌며 문을 살짝 열어 문밖을 보았다.

 

 그렇게 잠시 훑어보고는 땅이 꺼지라 한숨을 쉬었다.

 

 “하~ 최악이네.”

 

 송진우가 이상한 반응을 보이자 친구들이 더 겁에 질려 물었다.

 

 “뭐, 뭐야? 왜 그래, 무섭게.”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모두 대형을 갖춰.”

 

 “뭐?”

 

 “곧, 놈들이 쳐들어올 거야. 두 번 말할 시간 없으니까 잔말하지 말고 내 말 들어!”

 

 송진우의 박력에 모두가 찔끔 놀라면서도 아직 우물쭈물했다. 그래서 송진우가 일일이 포지션을 정해주어야 했다.

 

 “힐러랑 원거리는 저쪽 벽에 붙고 근거리는 앞으로 나와! 시간 없다고!”

 

 그제서 부랴부랴 진형을 갖췄다. 대충 정리가 되고 나서야 송진우가 밖에서 본 것을 이야기했다.

 

 “레드존이 된 이곳은 암흑 대륙의 일부분이고 이곳을 둘러싼 적들은 레벨 500의 구울이다.”

 

 “구, 구울?!”

 

 구울은 일종의 좀비로 당연히 좀비보다 훨씬 빠르고 강한 몬스터다. 날카로운 손톱으로 상대를 찢고 시체를 먹어치우는 강력한 언데드로 초근접에 능한 싸움꾼이기도 하다.

 

 끔찍한 모습을 한 몬스터지만 문제는 겉모습이 아니라 레벨이다. 레벨 500은 아직 송진우도 싸워본 적 없는 고레벨 몬스터다.

 

 “진규야!”

 

 “으, 응?”

 

 “레벨 500이면 싸울 수 있지?”

 

 “그, 그래. 싸워 본 적은 있어. 하지만······”

 

 최진규는 과학 대륙의 사이보그 종족으로 높은 체력과 방어력을 자랑하는 탱커다. 단점은 일반적인 회복 마법으로는 회복이 안 되고 엔지니어라는 클래스만이 회복시킬 수 있다는 건데 길드에서 엔지니어만 있으면 큰 단점은 아니다.

 

 물론 여기서는 아니다.

 

 “나, 난 엔지니어가 없으면 체력 회복이 안 된다고!”

 

 “일단 이들만 처리하자! 회복은 나중에 생각하고!”

 

 “놈들이 오는 거야?”

 

 “이미 이곳을 포위했어. 이 고기 냄새를 맡고 몰려든 거라고!”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가게 문이 박살나면서 구울들이 난입했다.

 

 “막아!”

 

 “히익!”

 

 여기서 이들과 싸울 수 있는 사람은 최진규와 송진우밖에 없다. 다를 공포에 질려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

 

 “제길!”

 

 다행히 문은 좋아서 구울들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은 한정적이었다. 사이보그인 최진규가 거대한 몸으로 막으니 옆으로 샐 공간은 없어 보였다.

 

 “공격해!”

 

 “우어어어!”

 

 송진우의 구령에 맞춰서 동창들이 저마다의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레벨이 낮은 플레이어의 공격은 구울의 화만 돋울 뿐이었다. 진영을 갖추기 전에 레벨과 장비를 확인하지 못 했기에 이렇게 배치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결국 방어는 최진규가, 공격은 송진우가 도맡아서 했다. 다행히 구울은 높은 공격력과 더불어 초당 체력을 급속도로 떨어트리는 시독이 가장 무서운 몬스터인데 사이보그인 최진규와 언데드인 송진우에게는 독이 통하지 않았다.

 

 삭! 삭!

 

 송진우가 낫을 휘두를 때마다 구울이 토막 났다. 오우거의 오른팔을 얻은 송진우의 공격력은 구울을 쓸어버릴 수 있을 만큼 대단했다. 그건 구울이 공격력에 비해 방어력이 현저히 낮은 몬스터라서 그런 것도 있다.

 

 ‘1차 승급만 되었어도······.’

 

 1차 승급만 해도 올 스탯을 30% 증가시키는 엠블럼을 얻는다. 그것만 있어도 사기적인 특성인 포식귀 덕에 500레벨이 넘는 구울과도 충분히 겨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도 공격력은 충분하지만 방어력이 낮아서 최진규가 없었으면 살아남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미친 듯이 몰려드는 모든 구울을 최진규와 송진우만으로 막을 수 없었다. 송진우가 분투했음에도 희생자가 나왔다.

 

 “꺄아악!”

 

 “이거 놔! 아아악!!”

 

 동창 중에 둘이 구울에 잡혀서 끌려나갔다.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들리다가 이내 잠잠한 것을 보니 그 결과는 보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제기랄!”

 

 모두를 지킬 수는 없다. 지금 송진우의 능력으로 더 무리하다가는 저 구울에게 잡아먹힐 것이 분명하다.

 

 다행히 구울이 팔을 할퀴어도 트롤의 재생력 덕분인지 금방 회복되었다. 하지만 아까 그 친구들처럼 끌려간다면 재생이고 뭐고 살아있는 채로 뜯어 먹힐 거다.

 

 피해는 끌려간 친구들으로 끝나지 않았다. 구울이 할퀴기만 해도 질병과 시독에 걸린다.

 

 “끄으윽!”

 

 구울에 손톱에 팔뚝이 스친 친구가 거품을 물고 쓰러지더니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다.

 

 “상현아!”

 

 “물러서! 시독에 죽으면 죽은 시체에서도 독이 나온다고!”

 

 “하지만······!”

 

 “너도 뒤지고 싶어?!”

 

 친구들이 죽자 동창들은 더 공포에 질려 급기야는 우는 사람까지 나왔다. 비명을 지르거나 밖으로 뛰쳐나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그럴수록 송진우는 미친 듯이 낫을 휘둘렀고 마침내 대기하고 있던 구울들까지 모조리 쓰러트렸다.

 

 “살았나?”

 

 “끝난 거야?”

 

 대부분이 극심한 공포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죽은 친구의 얼굴을 보고 토하는 사람도 나왔다.

 

 이번 습격으로 17명의 동창생 중 5명이 죽었다. 하지만 송진우는 이것이 끝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어서 여기서 빠져나가야 해. 여기 있다가는 구울들이 더 몰려올 거야.”

 

 그 말에 겨우 숨을 돌리고 있던 동창들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뭐?! 여, 여기서 나간다고?”

 

 “너 미쳤어? 이런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거리로 나가겠다는 거냐? 미친 짓이야. 여기서 헌터들을 기다려야 해!”

 

 다들 한마음으로 송진우를 뜯어말렸지만 송진우는 단호했다.

 

 “고기 냄새가 아니라도 벌써 이곳에 시체가 다섯 구나 생겼어. 곧 피 냄새를 맡고 이런 구울들이······ 어쩌면 더 무서운 놈들이 몰려올 거야. 그러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곳을 빠져나가야 해.”

 

 짐꾼 생활을 오래 한 송진우는 헌터들만큼이나 많은 전투 경험을 갖고 있었다. 구울과 같은 괴물들은 상어처럼 피 냄새만 맡으면 미친 듯이 추격해오는 괴물이다. 그러니 이렇게 피범벅이 된 곳이라면 구울들이 또 몰려올 거다.

 

 “다들 무서운 건 알겠지만 헌터들을 기다릴 시간이 없어. 최대한 이곳에서 멀리 떨어져서 다른 건물에 숨어야 해.”

 

 그 말에 다른 친구가 발악하듯이 소리쳤다. 반장이었던 성동하엿다.

 

 “아까부터 왜 네가 나서는 거야? 이런 일은 헌터인 진규가 결정해야 하는 거 아냐?”

 

 그 말에 다른 친구들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이런 건 너보다 진규가 더 잘 알 거 아니냐?”

 

 그 말에 모두가 최진규를 보았고 순식간에 주목 받은 최진규는 어색한 웃음만 지었다.

 

 “진규야! 네가 결정해!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해?”

 

 “어······ 그러니까······.”

 

 다들 최진규를 믿고 있지만 쉐도우미어 길드가 중앙 대륙에 진출한 건 최근의 일이고 그마저도 최진규가 함께한 여정은 단 두 번밖에 없었다.

 

 최진규가 허풍을 떨어서 마치 중앙 대륙을 수십 번 다녀온 사람처럼 말했지만 사실, 그도 정찰만 두 번 간 거고 사람들을 지휘해 본 일은 더더욱 없었다.

 

 “나, 남는 게 맞겠지?”

 

 최진규가 말하자 성동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송진우에게 소리쳤다.

 

 “진규 말이 맞아. 여기서 나가는 건 미친 짓이야. 너는 왜 이상한 선동을 해서 사람 무섭게 하는 거야?”

 

 다들 두려움 때문에 이성이 마비되고 있었다. 답답한 송진우는 최진규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야 최진규!”

 

 “어, 어?!”

 

 “여기서 잘못 선택하면 다 죽을 수 있어. 너 이곳에서 친구들을 지킬 수 있어?”

 

 “어······ 뭐?”

 

 “난 나갈 거다. 죽지 않으려면 이곳을 빠져나가야 해. 그러니까 너도 선택해! 나를 따라나설 건지. 아니면 여기서 몰려오는 몬스터를 또 마주할 건지를!”

 

 송진우가 강하게 나오자 최진규도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렸다. 그 역시 공포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다. 아까 큰소리친 것이 있기 때문에 차마 자신은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때 다시 나선 것이 성동하였다.

 

 “죽고 싶으면 혼자 나가서 뒈져! 등신 장애인 새끼야! 우리는 여기서 꼼짝도 안 할 테니까!”

 

 “맞아, 맞아! 왜 우리가 송장 말을 들어야 하는 거야?”

 

 기어코 인격 모독까지 나왔다. 아무리 설득해도 시간 낭비인 것을 느끼니 한숨이 나왔다.

 

 시간이 더 지체되면 그때는 돌이킬 수 없다. 혼자라도 살아야 한다.

 

 “하아~ 알았다. 그럼 나는 나갈 건데 같이 갈 사람 있냐?”

 

 여기까지가 마지노선이다. 더 거부하면 정말 혼자 나갈 생각이었다.

 

 송진우가 비장하게 말하니 다시 겁이 덜컥 난 친구들이 침묵했다. 그때 누군가가 나섰다.

 

 “나, 난 나갈래.”

 

 노혜미였다. 웬일인지 그녀가 나선 거다. 그러자 또 성동하가 발악적으로 외쳤다.

 

 “야! 너 미쳤어? 저 등신 말을 믿는 거야?”

 

 거친 성동하의 말에 노혜미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진우가 여기 있으면 안 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말했잖아? 그리고 애초에 진우의 판단이 없었더라면 훨씬 많은 친구들이 죽었을걸? 다들 말해 봐. 진우가 먼저 정찰하고 대형을 짜서 살아남은 거잖아.”

 

 그 말에 동창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확실히 송진우의 판단이 없었더라면 전멸했을 수도 있는 대위기였다.

 

 “하, 하지만 저런 장애인의 말을······.”

 

 “아직도 그 소리냐, 찌질아? 진우 몸이 불편한 거랑 지금 이 상황이랑 무슨 상관이야?”

 

 노혜미는 날카롭게 쏘아댄 후에 송진우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갈 거야?”

 

 “그래, 바로 나간다. 더 나간다는 사람 없으면 우리만 나간다.”

 

 송진우의 최후통첩에 다시 누군가가 손을 들었다. 친구인 양세준과 최기범이었다.

 

 “우, 우리도 나갈 거야!”

 

 처음에는 무서워서 나갈 생각이 없었지만 노혜미의 말까지 들으니 생각이 달라졌다. 송진우는 어렸을 때부터 말수는 적었어도 허튼소리를 한 적은 없다.

 

 “이제 진짜 시간 없어. 빨리 나가자.”

 

 결국 송진우를 따라나선 건 그 셋이 전부였다. 나머지는 사라지는 네 명을 불안한 눈빛으로 쳐다만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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