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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운명찬탈자 : 미래를 보는 헌터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8.8.12

 
운명을 붙들다 (6)
작성일 : 18-08-22 17:18     조회 : 33     추천 : 0     분량 : 5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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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어린 성기사 하나를 남기고 모두 계획한 곳으로 움직였다. 하나를 남긴 것은 클라라를 보호하는 동시에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다. 만약 남은 이들이 모두 죽는다면 이 사건의 전말을 알릴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송진우는 레이를 따라서 마을을 빙 돌아 옆으로 갔다.

 

 “잠깐만요!”

 

 “응? 왜?”

 

 “저 잠시만 씻고 올게요.”

 

 “뭐?”

 

 레이는 뭔 헛소리를 하냐는 눈빛으로 쳐다봤지만 송진우는 진지했다.

 

 “아까 클라라를 업어서 그런지 좀비들이 저를 사람으로 착각하더라고요.”

 

 “그래서 씻어서 냄새를 지우겠다고?”

 

 “아무래도 그게 작전에 도움이 더 되지 않을까요?”

 

 “······뭐, 그렇긴 하네. 그럼 빨리 씻어.”

 

 “네.”

 

 송진우는 바로 옆에 흐르던 강물에 뛰어들어서 몸을 닦았다. 닦는다고 해도 그냥 몸에 물을 적시는 정도다.

 

 그리고 물을 뚝뚝 흘리는 송진우가 레이에게로 왔다.

 

 “됐습니다.”

 

 “그걸로 냄새가 지워져?”

 

 “안 지워지면 할 수 없죠.”

 

 “그래, 뭐.”

 

 레이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눈치였다. 송진우가 없어도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보였다.

 

 어차피 이들의 시작은 다른 쪽이 먼저 시작해야만 가능하다. 그들이 시선을 끄는 사이에 몰래 잠입해야 한다.

 

 잠시 대기하고 있으니 반대편에서 거대한 폭음이 들렸다.

 

 펑!!!

 

 작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거다.

 

 “시작하지.”

 

 레이는 검을 빼 들고 이미 점찍어 둔 곳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분명 저쪽이야.”

 

 “하지만 저긴······ 신전이잖아요.”

 

 “그래, 맞아. 신전이지.”

 

 악의 사자로 대변되는 리치가 신성한 신전에 성물함을 숨겼다고 하니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은 리치의 고약한 취향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이 마을에서 가장 큰 건물이 신전이야. 리치는 가장 크고 복잡한 곳에 성물함을 숨기고 싶었겠지.”

 

 “그건 말이 되네요.”

 

 신전은 이 마을에 정중앙에 위치한다. 그러니 신전에 성물함이 있고 또 그곳에 이 마을 사람을 좀비로 변하게 한 매개체가 있다면 좀비가 된 사람들이 마을 경계에 정확히 막힌 것도 말이 된다.

 

 “내가 뚫겠다. 뒤처지지 말고 따라와.”

 

 “네.”

 

 사실 송진우는 클라라의 냄새를 지워서 좀비에게 공격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레이는 송진우가 가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질주했다. 그것도 달려드는 좀비 떼들을 모조리 지우면서 말이다.

 

 휙! 휙! 휙!

 

 레이가 검을 휘두르자 좀비의 몸이 저항 없이 그대로 조각나 버렸다. 레이의 검술 실력과 성력이 합쳐진 결과다.

 

 ‘저런 것이 내 목 앞까지 왔었단 말이지.’

 

 허무하게 죽을 뻔했다는 것을 느끼자 소름이 돋았다. 물론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든든한 아군이다.

 

 ‘저런 강력한 성기사들도 두려워하는 리치는 어느 정도로 센 거지?’

 

 사냥을 하지 않은 송진우는 리치가 아니라 오크도 만나지 못 했다. 그러니 저 천하무적으로 보이는 성기사가 두려워하는 리치의 존재가 궁금하기까지 했다.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신전에 도달했다.

 

 “서둘러! 싸움을 격해지고 있어. 리치와 마주친 모양이야.”

 

 마력이 없는 송진우는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저쪽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성물함을 깨지 않는 한, 리치는 거의 무적에 가까우니 이쪽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레이는 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팟! 팟!

 

 신전 안에도 바깥처럼 많은 좀비들이 있었다. 아니, 오히려 밖에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많은 좀비도 있었는데 이것이 둘이 장소를 잘 찾았다는 말과 같다.

 

 “분명, 이 안에 있어! 하지만 리치가 마법으로 교란한 것 같아. 내 능력으로도 정확한 위치를 못 찾겠어. 그러니 너도 따로 찾아봐. 만약 찾으면 소리 지르고.”

 

 “네? 하지만 어떤 게 리치 성물함인데요?”

 

 “딱 봐도 수상한 게 있을 거야. 마력이 가득 담긴 물건이라면 후광이라도 보일 거라고.”

 

 “마법으로 숨겨놓았으면요?”

 

 “그때는 어쩔 수 없지. 쫑알쫑알하지 말고 어서 가!”

 

 “아, 알겠어요.”

 

 뭔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둘은 나뉘어 찾기로 했다.

 

 “네가 아래층에서 찾아 난 위층을 살펴볼게.”

 

 “알겠습니다.”

 

 레이는 역시 좀비들을 도륙하며 위로 올라갔고 반면 송진우는 태연하게 움직였다.

 

 “으으으~”

 

 냄새가 확실히 지워졌는지 송진우가 어깨를 부딪쳐도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좋아, 그럼······.”

 

 반응 없는 좀비들을 상대할 때가 아니다. 한시라도 빨리 성물함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

 

 “중요한 물건이니 뻔히 보이는 곳에 숨기지는 않았을 거야. 잘 보이지 않는 곳이나 숨겨진 통로 같은 곳에 있겠지.”

 

 퀘스트가 보물찾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건 목숨이 걸린 보물찾기다. 여기서 실패하면 자신의 목숨도 유지하기 어렵다.

 

 일단 송진우는 조금이라도 수상해 보이는 곳이라면 무작정 들추고 보이는 물건을 모두 깨부수며 성물함을 찾기 위해서 애썼다. 신전의 규모가 상당했기 때문에 방이 여러 개 있었고 하나의 방도 작지 않았다.

 

 “어디 있는 거야?!”

 

 나중에는 의자나 테이블 같은 집기들을 모조리 부수면서 찾아다녔지만 성물함으로 보이는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송진우는 점점 초조해지는 것을 느꼈다.

 

 ‘분명히 1층에 있을 거야. 이게 퀘스트의 일부분이라면 레이가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건 아닐 거야. 내가 찾아서 알려줘야 해.’

 

 타이머는 보이지 않지만 시간제한이 걸린 퀘스트다. 만약 성물함을 찾는 것이 너무 늦어지면 성기사단이 전멸하고 레이와 자신도 살아남기 힘 들 거다.

 

 급박해진 송진우는 더 힘을 내서 수색에 나섰다. 나중에는 수색이라기보다는 건물 해체에 더 가까워 보였다.

 

 와장창!

 

 신전에 원한 맺힌 사람처럼 미친 듯이 부수면서 나아갔다. 그렇게 가다 보니 가장 커다란 홀에 당도했다. 가운데 커다란 신상을 비롯해서 여러 화려하고 신비로운 장식물들로 가득한 방이었다.

 

 한마디로 가장 수상한 방이다.

 

 ‘이곳이다! 분명 이곳에 있을 거야.’

 

 감이 왔다. 리치가 자신의 생명력이 담긴 성물함을 숨겼다면 이곳밖에 없다.

 

 “죄송합니다!”

 

 송진우는 큰 소리로 이름 모를 신에게 사죄하며 불경스러운 짓을 벌이기 시작했다.

 

 콰직!

 

 바로 신상을 부수기 시작한 거다.

 

 쾅! 쾅! 쾅!

 

 눈에 보이는 신상을 모두 부수면서 안을 샅샅이 뒤졌다. 석고 같은 것으로 만들어진 신의 동상은 안이 텅 비어있었다.

 

 그러다가 성모상을 부쉈을 때다.

 

 쾅!

 

 안에서 크리스탈로 만들어진 것 같은 이상한 병이 보였다. 겉에는 마법의 문자로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고 안에는 빛나는 액체가 찰랑거리고 있었다.

 

 처음 봤지만 이게 분명 리치의 성물함인 걸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찾았다!”

 

 병을 집어 든 송진우는 큰소리를 지르며 2층으로 뛰어갔다. 송진우의 말을 들은 레이도 수색을 멈추고 우당탕탕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뛰어왔다.

 

 “찾았어?!”

 

 “여기요. 이게 성물함 맞죠?”

 

 송진우가 자랑스럽게 병을 보여주자 레이도 활짝 웃었다.

 

 “맞아! 잘했어, 좀비 친구!”

 

 다행히 시간 안에 찾은 듯했다.

 

 “이제 어쩌죠?”

 

 “어쩌긴 뭘 어째. 부숴야지. 그거 바닥에 내려놔.”

 

 레이의 말에 송진우는 성물함을 바닥에 내려놨다. 레이는 크게 심호흡하고 검을 쥔 손에 힘을 꼭 주더니 단숨에 휘둘렀다.

 

 깡!

 

 상급 성기사의 힘이 담긴 검격이다. 그 충격에 건물이 무너질 듯이 흔들렸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성물함은 부서지지 않았다.

 

 “칫! 단단히도 만들었네!”

 

 레이는 포기하지 않고 성력까지 일으키며 계속 성물함을 내리찍었다.

 

 깡! 깡! 깡!

 

 계속되는 공격에 마침내 성물함을 이루던 크리스탈에 쩍 하고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걸 본 송진우가 재촉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요!”

 

 “알고 있어!”

 

 제아무리 강력한 리치라도 성물함을 잃으면 활동을 유지할 수 없다. 생각보다 손쉬운 성공을 눈앞에 둔 그때였다.

 

 쾅!!!!!!!

 

 엄청난 크기의 폭음이 들리더니 신전 지붕이 폭발했다. 그리고 그 위로 거대한 보석이 박힌 지팡이를 든 해골바가지가 나타났다.

 

 리치다. 다른 성기사를 상대하던 그가 성물함이 위험하다는 것을 느끼자 단숨에 이곳까지 날아온 거다.

 

 [크아아아!! 감히, 버러지 같은 놈이!]

 

 엄청나게 분노한 리치가 성물함을 공격하고 있는 레이를 보더니 단숨에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플레임 블라스터!]

 

 별다른 주문 시전 없이도 지팡이에서 거대한 불줄기가 나와서 레이를 덮쳤다.

 

 “칫!”

 

 저 마법에 스치기만 해도 죽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레이는 재빨리 몸을 뒤로 뺐다.

 

 [바퀴벌레 같은 놈! 산 채로 잡아다가 실험체가 되는 영광을 누리게 하려 했지만 마음이 바꿨다. 모조리 태워 죽여주마.]

 

 “미친 마법사 새끼야! 누가 그딴 걸 바란데?”

 

 혼자서는 상대할 수 없는 강력한 리치다. 이렇게 되면 작전 변경이다. 레이는 최대한 시간을 끌어 밖에 나가 있는 일행을 기다리려 했다.

 

 그 낌새를 느낀 리치는 이를 딱딱하고 부딪치며 괴상하게 웃었다.

 

 [설마 그놈들을 기다리는 건 아니겠지?]

 

 “뭐?”

 

 [내가 그들을 살려두었다고 생각하나? 이미 모두 잿더미로 만들었다.]

 

 리치의 말에 레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개소리! 그들은 왕국의 최강 성기사들이야! 그 짧은 시간에 죽였다고?”

 

 [왕국 최고의 성기사단 따위가 날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나는 위대한 마법사 데미안이다. 설마, 내 이름을 모르는 건 아니겠지?]

 

 리치가 자신의 이름이 데미안이라고 하자 레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데미안이라는 마법사는 역사적으로도 유명했기 때문이다.

 

 인간 최초로 9클래스의 오른 전설적인 마법사의 이름이 데미안이다.

 

 “설마······ 그는 이미 천년도 전에 죽었어!”

 

 [물론 죽었지. 하지만 완벽히 죽은 것은 아니다. 바로 이렇게!]

 

 당연히 언데드인 리치는 산 자가 아니다. 하지만 영원히 죽지 않을 수는 있다. 그게 바로 언데드다.

 

 “하지만······ 데미안은 마족들의 침공에서 인류를 구원한 영웅이야. 그런 그가 이런 잔혹한 짓을 한다고?”

 

 [너는 아직 마법사라는 종족에 대해 모르는군. 마법사는 자신의 지식을 채우기 위해서는 뭐든지 할 수 있다. 가령, 마족들과 싸우거나, 리치가 되거나, 인간들을 실험하기도 하지.]

 

 아직 리치의 말을 믿을 수는 없었지만 이토록 시간이 지났음에도 다른 성기사들이 오지 않는다는 것은 그의 말대로 이미 죽었거나 아니면 다른 변고가 생겼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레이는 혼자서 이 리치를 상대할 수 없다. 그가 앞에 사용한 마법이면 단숨에 통구이가 될 거다.

 

 [내 성물함을 건든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여겨라. 이제······ 엉?!]

 

 자신만만하게 소리치던 리치는 갑자기 당황한 음성을 내뱉었다. 분명 아까까지 바닥에 있었던 자신의 성물함이 사라진 거다.

 

 [뭐, 뭐야? 어디 갔어?]

 

 그가 당황하자 레이도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직 비장의 한 수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엔 네가 찾아봐라.”

 

 그렇게 레이는 다시 검을 집었다. 리치의 움직임을 방해하기 위해서다.

 

 한편, 신전 지하실에서 한 좀비가 품에 거대한 크리스탈을 안고 조심스럽게 걷고 있었다.

 

 바로 송진우다.

 

 “이걸 깨야 하는데······.”

 

 둘이 싸우고 있을 때, 기회인 것을 깨닫고 송진우가 성물함을 빼돌리는 데 성공했다. 만약 송진우가 일반 사람이었다면 리치가 눈치채지 못할 이유가 없었겠지만 좀비이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냥 신전에 돌아다니는 다른 좀비들과 똑같을 거라 생각한 거다.

 

 설마 성기사가 좀비와 힘을 합칠 거라고는 위대한 대마법사도 생각하지 못했다.

 

 송진우는 성물함을 바닥에 내려놓고 도를 집어 들었다. 더 멀리 도망쳤으면 좋겠지만 이 큰 성물함을 가지고 움직이는 건 여기까지가 한계다.

 

 퍽! 퍽!

 

 장작을 패듯이 도를 휘둘렀지만 성물함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상급 성기사가 온 힘을 다해 검을 내리쳐도 겨우 금만 가게 한 것이 전부다. 금이 간 부분을 집중적으로 내리쳐도 손아귀만 아플 뿐이었다.

 

 ‘잠깐, 금?’

 

 갈라진 금 사이로 리치의 생명력인 액체가 조금씩 흐르고 있었다. 저 틈을 넓혀야 하지만 송진우의 힘으로는 무리다.

 

 그때 리치의 괴성이 들렸다.

 

 [어디 있느냐!!!!]

 

 성물함이 사라진 것을 보고 광분하기 시작했다. 마법을 무작위로 날려서 신전이 부서질 듯이 흔들렸다. 실제로 송진우가 있는 지하실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다.

 

 “시간이 없어!”

 

 성물함을 들고 고민하던 송진우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입을 갈라진 틈 사이로 바짝 붙였다. 그리고는 힘껏 빨기 시작했다.

 

 쭉! 쭉! 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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