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신호가 막히지 않아서 택시는 빠르게 달렸고 정말로 10분도 되지 않아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 왔습······.”
“감사합니다! 여기요!”
송진우는 돈 10만 원을 뿌리다시피 택시기사에게 던지고는 급히 뛰었다.
절그덕! 절그덕!
이곳은 홍대의 밤이다. 젊은 연인들과 새로운 연인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로 발 디딜 곳도 없이 북적이는 곳이다. 그런 곳을 목발을 짚은 송진우가 빠르게 지나가려고 하니 당연히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었다.
퍽!
“아~ 뭐아?!”
송진우와 부딪친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렸고 건장한 사내는 반사적으로 손을 들었다가 목발을 짚은 송진우의 몰골을 보고 혀를 차며 돌아섰다.
그렇게 송진우가 간 곳은 화려한 홍대에서 가장 어두운 곳, 바로 모텔가였다.
“아~ 그냥 쉬고 가자고.”
“아, 안 돼요.”
“여기까지 와서 무슨 소리야!”
그곳에는 어떤 배불뚝이 남성과 아직 어려 보이는 여성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남자가 여자를 모텔로 데려가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곳에 송진우가 도착했다.
“야!”
송진우는 숨을 헐떡이면서 있는 힘을 다해서 소리쳤다. 두 남녀는 반사적으로 송진우를 보았는데 여자가 소스라치게 놀라 입을 가리며 소리쳤다.
“오빠?!”
그녀는 바로 송진우의 동생 송하나였다. 그녀가 이 시간에 이런 곳에 있는 거다.
“뭐? 오빠?”
배불뚝이 남성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땀에 푹 찌든 송진우를 봤다.
“넌 또······.”
그때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송진우가 목발까지 패대기치고서 남자의 목을 잡았다.
우당탕탕탕!!!
순식간에 남자와 송진우가 땅에 같이 굴렀다.
“켁! 켁! 이거······”
“오빠!”
송진우의 돌발 행동에 놀란 남자와 송하나는 비명을 질렀지만 송진우의 눈에는 귀화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온힘을 다해서 주먹을 내리쳤다.
퍽! 퍽! 퍽! 퍽! 퍽!
“이 개자식 내 동생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퍽! 퍽! 퍽! 퍽!
“개자식아!!!”
송진우는 주먹이 부러지도록 강하게 남자를 내리쳤다. 남자는 꼼짝도 못하고 그 주먹을 허용했다.
“사, 살려······ 잘못 했어······.”
“이 개만도 못한 자식아!!!”
평생 목발을 짚고 다녔기 때문에 물건을 쥐는 힘인 악력만큼은 그 누구한테도 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송진우다. 그런 송진우가 온 힘을 다해서 목을 조르니 남자는 빠져나올 방도가 없었다.
“켁! 켁! 살려······.”
목이 완전히 제압된 남자는 눈알이 튀어나올 듯이 돌출되고 모세혈관이 터져 토끼 눈처럼 붉게 물들었다. 이미 코뼈는 주저앉았고 얼굴뼈도 함몰된 것처럼 푹 꺼져 있었다.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몰골이다.
그 모습에 놀란 송하나가 서둘러 송진우를 말리기 시작했다.
“오빠! 그 사람 죽어! 오빠!”
송하나가 겨우 뜯어말려서 겨우 둘이 떨어졌다. 하지만 아직 송진우는 남자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고 요단강을 거의 넘어 돌아가신 할머니와 안부 인사할 뻔한 남자는 두려운 눈으로 그런 송진우를 바라봤다.
“어서 꺼져! 진짜 죽여 버리기 전에.”
더 이상 유약하고 소극적이기만 했던 송진우가 아니었다. 오늘 중앙 대륙에서 겪은 일 때문에 그의 성격이 완전히 변한 듯했다.
“히익!”
그의 터질 듯한 분노에 완전히 압도당한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쳤지만 평생을 함께 산 송하나도 오빠의 그런 모습을 처음 봤다. 늘 자상하고 다정다감한 오빠였는데 말이다.
하지만 송진우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쩔뚝거리며 어디론 가로 저벅 저벅 걸어갔다. 그곳은 모텔가의 외진 곳이어서 불빛도 비추지 않은 곳이었다.
홍대고 더군다나 모텔가의 외진 곳이니 불결한 모든 것이 모여 있는 곳이다. 사람들이 쉽게 드나드는 곳이 아니지만 뜻밖에도 송진우가 가자 비명이 들렸다.
“꺄악!”
그런 어떤 여자아이들의 목소리였다.
“오빠!”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던 송하나는 비명을 듣고서야 송진우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는 여전히 씩씩대고 있는 송진우가 서 있었고 교복을 입은 여자아이 둘이 넘어져 있었다.
그런데 그 둘의 얼굴이 낯익었다.
“혜주, 승연이?”
그 둘은 놀랍게도 송하나의 반 친구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이런 한밤의 홍대에 그것도 모텔가에 있는 것이다.
송하나는 이게 다 무슨 일인지 인지하지 못했지만 송진우는 가슴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목소리로 그녀들에게 손을 내밀어 말했다.
“내놔!”
“네?”
송진우가 손을 내밀며 말하자 그녀들은 울먹거리며 반문했다.
“핸드폰 내놓으라고!”
송진우가 목이 쉴 정도로 큰소리를 하며 윽박지르자 그녀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핸드폰을 내밀었다.
송진우가 거칠게 뺏은 그 핸드폰에는 놀랍게도 송하나와 남자가 모텔 앞에서 실랑이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송하나가 놀란 눈으로 그녀들을 쳐다봤다.
“너희들?”
아직 송하나는 무슨 일인지 눈치채지 못했지만 송진우는 그걸 머리 위로 높이 들어 땅에 힘껏 내던졌다.
콰직!
“꺄악!”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이 엉망으로 박살이 났지만 송진우는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았는지 발로 마구 밟아서 완전히 박살 내버렸다.
그리고 손을 들어서 매섭게 휘둘렀다.
짝! 짝!
“아악!”
송진우에게 뺨을 맞은 둘이 힘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얼굴이 시퍼렇게 부풀어 오르고 코피가 터졌지만 송진우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짝! 짝! 짝! 짝!
“꺄악!”
나중에는 얼굴을 못 알아볼 정도로 엉망이 되었다. 평생 처음으로 여자를 때렸지만 송진우는 더 사납게 그녀들을 째려보며 소리쳤다.
“네년들! 다시 한번 우리 하나에게 이따위 수작을 부리면······!!!!”
오늘 아침의 송진우와 지금의 송진우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송하나의 끔찍한 미래를 봤기 때문도 있지만 그보다는 사람을 직접 죽였다는 점에서 내뿜는 살기가 완전히 달랐다.
“그땐 진짜 가만두지 않겠다.”
굶주린 맹수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살기가 덮치니 아직 고등학생인 그녀들은 견디지 못하고 오줌까지 지려버렸다. 잘못하면 여기서 진짜로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다.
이미 뺨 맞은 것은 머릿속에서 날아가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생각 같아서는 진짜 죽여 버리고 싶지만······.’
겁에 질린 그녀들을 놔두고 송진우는 송하나의 손을 잡고 빠르게 걸었다.
“어서 가자!”
“으, 으응.”
송하나가 저녁 연습이 끝났을 때였다. 반 친구들이 갑자기 같이 밥을 먹자고 했다. 마침 출출하니 따라나섰는데 뜻밖에도 친구의 삼촌이라는 사람이 같이 먹기로 했다.
처음에는 송하나는 아무 생각 없이 밤을 먹고 집에 가려 했다. 그런데 친구 들이 화장실에 간다고 하고 사라진 사이에 그가 갑자기 돌변해서 모텔로 끌고 가려 했다.
이것도 모두 반 친구라는 년들이 꾸민 일이다.
그리고 계획대로 송하나와 남자가 모텔 앞에서 실랑이하고 있는 장면을 핸드폰 카메라에 담았다.
‘이걸로 동생은 완전히 파멸하지.’
음악계는 매우 좁아서 나중에는 같은 업종의 사람이라면 서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러니 나쁜 소문은 발 없는 말처럼 순식간에 퍼져 나간다.
누가 봐도 남자에게 돈을 받고 원조교제 하는 사진이다. 그런 사진이 처음에는 학교 게시판에 붙여지고 나중에는 인터넷에까지 퍼지면서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 송하나의 원조교제는 기정사실이 된다.
아무리 송하나가 천재 아티스트라도 이런 스캔들이 벌어지면 다시는 사람들의 앞에 설 수 없다. 그것을 알고 평소 송하나의 재능을 시기한 여자아이들이 이런 일을 꾸민 거다.
생각 같아서는 최강현처럼 그년들의 목에 칼을 박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아직은 교도소에 갈 수도 없다.
“하나야.”
“으, 응?”
“다시는 그년들하고 놀지 마.”
“······응.”
송하나도 송진우 못지않게 충격이 컸다. 송하나도 바보가 아니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지 않았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같이 웃고 떠들던 친구들이 자신에게 그런 중상모략을 꾸밀지 상상도 못했다.
둘은 그렇게 다시 서로의 온기만 의지한 채로 길을 걸어 집으로 왔다.
***
쿵!
집에 돌아오자마자 송하나는 씻지도 않고 방에 들어가 침대에 엎드렸다. 흐느끼며 우는 소리가 밖에까지 들렸다.
그 소리에 그녀의 방에 노크하려던 송진우는 들었던 손을 다시 내리고 화장실로 가 샤워하기 시작했다. 중앙 대륙에서 굴렀었던 몸인데 아직 씻지도 못 했다.
쏴아아아~~~
옷을 벗고 사워하면서 송진우는 자신의 왼쪽 눈을 자세히 봤다. 분명 자신의 손으로 단검을 찔러 놓았던 눈이다. 아직도 눈이 터져나가는 기분이 생생한데 지금은 멀쩡했다.
거울로 가만히 살펴보니 확실히 뭔가 다른 점이 발견되었다.
‘붉은색?’
한국인의 눈동자는 원래 검은색과 갈색이 섞여 있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송진우의 왼쪽 눈의 동공은 검붉은 색이었다. 혹시나 하고 오른쪽 눈을 봤는데 그쪽은 평범했다.
‘틀림없어. 이건 내 눈이 아니야. 바뀐 거야.’
미래를 봤을 때 왼쪽 눈이 터질 듯이 아팠던 것이 기억났다. 분명 이 눈이 무슨 작용을 해서 미래를 엿볼 수 있었던 거다.
‘그럼 이곳도?’
송진우는 자신의 음낭을 봤다. 그곳도 단검으로 잘랐었는데 지금은 멀쩡한 곳이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전과 다른 점은 찾지 못 했다.
‘뭔가 이유가 있겠지.’
정체불명의 신이 눈뿐만 아니라 음낭까지 요구한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거다.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뭐가 생기겠지.’
하필 음낭이라 찝찝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휴~”
거기까지 생각한 송진우는 비로소 몸의 힘을 풀 수 있었다. 중앙 대륙에 들어가고 동생을 구한 일까지 한시도 긴장을 풀 수 없었던 하루다.
‘그래도 동생을 구했어.’
아까는 미친놈처럼 날뛰었지만 어찌 되었든 동생의 여러 파멸의 길 중에서 하나를 막았다. 아까 본 마약 오남용의 미래는 분명 이 사건과 관련이 있었을 거다. 그러지 않고서야 송하나가 바이올린이 아니라 술병을 들 리가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거다. 분명 그 신은 자신이 강해지지 않으면 동생의 파멸을 막지 못한다고 했다.
“강해져야 해.”
아직 어떻게 강해져야 할지 감도 오지 않고 또 그 신의 목적도 알지 못 한다. 어쩌면 그 신도 목적을 위해서 자신을 이용할 생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상관없다. 설사, 또 자신이 이용당하는 것이라도 동생만 구할 수 있으면 된다.
“내게 힘을······.”
그때였다. 마치 송진우의 생각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다시 왼쪽 눈이 더 붉어지며 타오르는 듯이 아려오기 시작했다.
“큭!”
다시 시간이 멈추고 송진우는 환영을 보았다. 어쩌면 자신의 미래 모습일 수도 있었던 환영을 말이다.
몇 분, 혹은 몇 시간일지도 모르는 시간이 지나갔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쏴아아아~
멈췄던 사워기의 물이 다시 몸에 떨어지자 송진우는 비로소 제정신을 차렸다.
몸은 아직 적응이 안 돼, 비틀거렸지만 머리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방금 본 장면을 잊지 않기 위해서 수십 번을 되뇌었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것을 정리한 후에야 깊은 한숨을 쉬며 몸에 힘을 풀었다.
“헉~ 헉~ 좋아. 절대 놓치지 않겠습니다.”
송진우는 동생이 잠든 곳을 힐끗 보고는 주먹을 꽉 쥐었다.
동생과 자신의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