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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운명찬탈자 : 미래를 보는 헌터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8.8.12

 
송장이라고 불리는 짐꾼 (7)
작성일 : 18-08-16 15:50     조회 : 43     추천 : 0     분량 : 7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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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진우가 손을 들자 사람들은 처음에는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정상적인 사람도 쉽게 건널 수 없는 곳이니 다리가 불편한 송진우가 건너기는 힘들다고 생각해서다.

 

 고통스러운 강이니 이왕이면 최대한 빠르게 건너는 것이 좋다. 하지만 송진우는 빠르게 건너기는커녕 넘어지지나 않으면 다행일 거다.

 

 한수정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송진우를 봤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보통 통증이 아니라고 합니다.”

 

 “저도 손가락을 담가봤습니다. 충분히 견딜 수 있습니다.”

 

 다들 안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송진우의 의지는 확고했다.

 

 ‘이억이면 저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어.’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못 했고 세 번째는 지혜가 모자라서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 시련은 자신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고통을 참는 것은 이미 익숙해.’

 

 잘 움직여지지 않는 다리지만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자다가도 갑자기 몰려오는 통증 때문에 밤을 지새운 적도 한두 번이 아닐 정도로 엄청난 고통이 때때로 몰려온다.

 

 그 많은 통증을 견디면서도 누구에게도 한 번 하소연한 적 없는 송진우다. 고통을 견디는 것만큼은 여기서 자신을 따라올 자가 없다고 생각했다.

 

 “맡겨주세요. 꼭 해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힘들면 도중에 그만두셔도 됩니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이억이면 이보다 더한 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송진우다.

 

 ‘하나에게 좋은 옷도 사 입힐 수 있겠지.’

 

 예고라서 그런지 학생들이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데 남들은 값비싼 화장품에 클런치도 브랜드로 들고 화려한 장신구 등으로 꾸미지만 가난한 송하나는 그 흔한 챕스틱도 바르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바이올린 그 자체다.

 

 송하나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악기는 중급자용 바이올린으로 500만 원 정도다. 취미로 하는 바이올린으로는 좋은 악기지만 송하나처럼 바이올린으로 먹고살 사람들에게는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아무리 연주자의 실력이 가장 중요하다고는 하나 바이올린의 성능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송하나와 같이 음대를 목표로 하는 아이들은 바이올린 활대만 천오백만 원짜리 악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바이올린까지 합치면 수천만 원은 거뜬히 넘어가는데 비싸기만 한 것이 아니라 진짜 성능도 좋아서 맑고 기분 좋은 소리가 난다.

 

 최근에 송하나의 독주회가 의논되고 있다. 다른 것은 학교에서 지원받을 수는 있지만 바이올린은 그렇지 못하다. 욕심 없는 송하나도 바이올린만큼은 좋은 것을 사용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아무리 돈을 아껴 써도 바이올린을 살 돈을 마련하지 못했는데 지금이 기회다.

 

 “저······ 그런데······.”

 

 앞으로 가려던 송진우가 잠시 멈칫하고 자신을 쳐다보다 한수정이 혹시 벌써 포기할 생각인가 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무슨 일이시죠?”

 

 “저는 이곳에 짐꾼으로 왔습니다. 그래서 파티도 맺어져 있지 않고 퀘스트 공유도 되어 있지 않습니다.”

 

 “아~ 그렇군요! 잠시 기다려주세요.”

 

 한수정은 바로 송진우에게 파티 신청을 했고 퀘스트 공유도 했다.

 

 “되었나요?”

 

 “되었습니다. 그럼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준비를 마친 송진우는 비장한 눈으로 잔잔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봤다.

 

 ‘반드시 해낸다.’

 

 송진우의 눈에는 각오를 넘어선 신념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괜찮을까?”

 

 “저런 몸으로 저길 건넌다고? 내 생각엔 불가능해.”

 

 “멀쩡한 사람도 지나기 힘든 곳을 저런 장애인이 할 수 있을 리가······.”

 

 “쯧쯧 돈 욕심에 눈이 멀었네.”

 

 “주제 파악이 안 되나 보네.”

 

 “사지 멀쩡한 사람도 저 꼴이 되었는데 지가 어쩌려고······.”

 

 등 뒤로 우려가 반, 멸시가 반쯤 섞인 말들이 똑똑히 들렸지만 송진우는 아무 반응하지 않았다. 지금 송진우의 눈에는 오직 강 너머만 보였다.

 

 송진우는 목발을 짚고 절뚝이며 강 쪽으로 걸어갔다.

 

 “어~ 어~ 진짜로 간다!”

 

 “너무 무모해! 저러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못 일어날 수도 있어!”

 

 첨벙!

 

 기어코 송진우의 발목이 강에 잠겼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끔찍한 고통이 머리 끝까지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끄륵!”

 

 마치 수많은 불개미 떼들이 살점을 뜯어먹고 있는 느낌이었다. 기름이 펄펄 끓고 있는 가마솥에 발을 담근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송진우는 물러서지 않았다.

 

 첨벙! 첨벙!

 

 얼굴에 있는 근육이란 근육은 모두 일그러트린 채로 송진우는 천천히, 하지만 꾸준하게 앞으로 걸어 나갔다. 처음에는 발목까지만 잠기던 강이었지만 걸어갈수록 수심이 깊어져서 무릎이 잠기고 나중에는 허리까지 잠겼다.

 

 “끄륵! 끄륵!”

 

 무릎까지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지만 사타구니까지 물이 닿자 송진우도 정신이 나갈 뻔했다. 다른 부위와는 달리 사타구니 쪽은 작은 자극에도 큰 통증을 느끼는 부분이다. 음경과 음낭이 물에 닿았을 때는 뇌가 타버리는 느낌이었다.

 

 촤르르륵! 촤르르륵!

 

 지옥의 불길 같은 곳에서도 송진우의 발과 목발은 절대 멈추지 않았다. 이제는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금 송진우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오직 정신력뿐이다.

 

 “꺽! 꺽!”

 

 눈물 콧물을 다 흘리면서 송진우는 기계처럼 걸었다. 사타구니 쪽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부분은 고통스럽지도 않게 느껴질 정도였다.

 

 한걸음 발을 떼는 것조차 가진 모든 힘을 끌어내야 했다. 행여나 손에서 힘이 빠질까 봐 목발을 잡고 있는 손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힘을 빼지 않았다.

 

 “어어~ 진짜 가고 있어!”

 

 “힘내! 할 수 있다.”

 

 송진우가 절반 정도 지나니 반신반의하며 보고 있던 일행들도 응원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가득했던 조롱은 이미 들리지 않았다.

 

 물론 그런 송진우의 실패를 바라는 자도 있었다. 어느새 정신을 차린 최강현이었다.

 

 ‘안 돼! 내가 실패했는데 저런 병신이 성공한다면······.’

 

 이미 꼴사나운 모습을 보인 후다. 자신이 실패했으니 이왕이면 아무도 성공하지 못하면 그나마 구겨진 체면을 조금이라고 세울 수 있다. 적어도 자신은 시도라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만약 송진우가 성공한다면 비웃음은 두 배로 커질 거다.

 

 ‘저런 송장 새끼가 성공할 리가 없어. 분명 중간에 쓰러질 거다.’

 

 최강현이 저주 아닌 저주를 하는 와중에도 송진우의 발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고통은 여전했다. 아니,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너무 아파서 뇌가 삶을 포기해 버린다는 쇼크사가 왜 일어나는지 알 것 같았다. 전신에 있는 모든 감각이 통증으로 엉켜 살점이 뜯어지는 고통이다. 아마 몸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인다면 이런 느낌일 거다.

 

 하지만 송진우는 여기서 포기할 수 없었다. 차라리 죽고 싶어질 때마다 동생의 얼굴을 생각하며 이가 부러지도록 세게 악물었다.

 

 그리고 마침내······

 

 콰르르릉!

 

 기계 장치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면서 인내의 강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송진우가 강을 건너는 데 성공한 거다.

 

 “해, 해냈다!”

 

 “진짜로 성공했어!”

 

 다들 환호하는 와중에도 최강현은 자신을 머리채를 뜯으며 절규했다.

 

 “씨발! 안 돼!”

 

 남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고 성공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송진우는 아직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강물이 사라졌어도 아직 통증은 남아서 송진우를 끈질기게 괴롭혔고 아직 성공한 것도 깨닫지 못한 채로 계속 앞으로 이동했다.

 

 정신도 없고 앞에 보이는 것도 없다. 그저 앞으로 가야 한다는 본능만이 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헉~ 헉~”

 

 목발을 짚은 손이 안쓰러울 정도로 비틀거리며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이 위태롭게 걷고 있었다. 그렇게 걸으니 앞에 있는 문에 부딪힐 지경까지 왔다.

 

 “어~ 어~”

 

 모두가 그 광경에 놀라고 있을 때······

 

 탁!

 

 누군가가 송진우를 안았다. 한수정이었다.

 

 “성공하셨습니다. 이제 그만 이동해도 됩니다.”

 

 한수정의 말이 들리자 그녀의 품에 안긴 송진우도 뿌연 눈을 들어서 그녀를 쳐다봤다. 아직 온몸이 고통으로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 떨림이 고스란히 한수정에게 닿았다.

 

 “서, 성공했습니까?”

 

 송진우의 절실함이 한수정에게 닿았다. 이건 단순한 물욕이 아니었다. 그것을 뛰어넘는 뭔가가 분명 그의 안에 있었다. 하지만 차마 물어볼 수도 없었다.

 

 자신의 식구가 아닌 사람이 대하기 어려운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육신을 뛰어넘은 강함에 자신도 모르게 압도되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말하기 전에 목청을 가다듬어야 했다.

 

 “그, 그래요. 완벽한 성공이었습니다.”

 

 “아아~”

 

 성공했다는 말을 듣자 비로소 고통이 점차 가시는 것이 느껴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할 만큼 엄청난 고통을 느끼고 있었는데 빠르게 감각이 사라져갔다.

 

 정신을 차리자 그제야 자신이 한수정의 품에 안겨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키도 한수정보다 작고 체격도 왜소해서 마치 엄마 품에 안긴 아이의 형상이다. 그것을 깨달은 송진우는 목발을 짚고 있는 손에 힘을 줘서 뒤로 물러섰다.

 

 “감사합니다.”

 

 그 모습에 다시 최강현이 송진우를 바라보며 이를 바드득 갈았다. 만약 성공한 사람이 자기였으면 한수정을 품에 안는 것도 자신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송장 새끼가!’

 

 증오가 커지자 급기야는 이 모든 굴욕이 송진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터무니없는 생각이었지만 자신의 결점보다 남의 허물을 찾는 것이 익숙한 그다운 생각이다.

 

 송진우가 정신을 차리자 일행은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모든 정신력을 사용해서 기진맥진한 송진우는 사람들의 맨 뒤에서 차분히 자신의 상태를 살펴볼 수 있었다.

 

 ‘분명 무슨 소리를 들었는데······.’

 

 정신없는 와중에도 뭔가 익숙한 소리를 들었다.

 

 “상태창 소환.”

 

 레벨 : 50

 칭호 : 근면한 일꾼

 종족 : 없음

 상태 : 양호

 직업 : 최고 나무꾼

 직업 레벨 : 65

 마스터 직업 수 : 1

 소유 엠블럼 수 : 13

 체력 250/250

 마나 50/50

 기력 300/300

 힘 : 140

 체력 : 50

 지혜 : 10

 인내 : 60

 민첩 : 40

 지능 : 10

 매력 : 10

 정신 : 10

 운 : 5

 명성 : 120

 

 송진우가 상태창을 열어 확인하니 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엠블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인내의 증명

 (랭크 S)

 조건 : 인내의 강을 건넌 자

 능력 : 인내 +250

  모든 기력 소비 -20%

  상태이상 효과 반으로 감소

 

 시련을 성공한 것으로도 무려 S급의 엠블럼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끔찍한 시련이었지만 송진우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한 소득이다.

 

 ‘그래서였나?’

 

 지혜의 통로에서 한수정이 김 실장이라는 사람을 굳이 보낸 이유를 몰랐는데 이제 보니 자기 사람에게 좋은 엠블럼을 챙겨주기 위함이었나 보다. 먼저 시련에 통과한 한수정은 시련을 클리어하면 엠블럼을 받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중요한 건 자신이 시련을 클리어했고 2억이라는 보수도 약속받았다는 것이다. S급의 엠블럼은 덤이다.

 

 ‘이걸로 노가다도 힘이 덜 들겠네.’

 

 디멘션 월드에 접속하면 반복적인 일을 하기 때문에 기력 소비가 심해 늘 힘에 겨웠는데 이 엠블럼만 있으면 이제 기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인내 스탯을 무려 250이나 올려주고 기력 소비도 20%나 줄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적인 플레이어라면 디버프 감소를 더 좋아하겠지만 사냥을 하지 않는 송진우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송진우는 웃으면서 앞으로 가려고 할 때였다.

 

 “야! 송장!”

 

 송진우가 시련에 통과하기 앞서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던 최강현이 송진우를 불러 세웠다. 송진우는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그 어느 때보다도 화난 난 눈치였다.

 

 “무슨 일이시죠?”

 

 “뭐? 무슨 일이시죠? 많이 컸네, 송장 새끼가!”

 

 송진우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불합리한 분노다. 물론 평소에도 말도 안 되는 트집으로 자신을 괴롭혔던 최강현이지만 그건 단순히 그의 놀이였다. 그런데 지금은 마치 원수를 만난 것처럼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

 

 “이 병신 새끼야! 내가 잠시 발을 헛디딘 걸 못 기다리고 낼름 그걸 먹어버려?!”

 

 그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송진우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본인이 실패한 일을 자신이 성공하니 그가 이렇게 날뛰는 거다. 평소 병신이라고 무시했던 송진우가 성공했으니 그 분노는 극에 달했다.

 

 “그게 무슨 문제 있습니까? 분명 기절해서 못 움직이던 걸로 아는데요?”

 

 “씨발놈아! 그냥 잠시 쉬고 있었던 거라고!”

 

 씩씩대던 최강현이 분을 이기지 못하고 송진우를 손으로 밀쳤다. 그러자 몸이 불편한 송진우는 뒤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우당탕탕!

 

 요란한 소리를 내며 송진우가 뒤로 넘어갔다. 그 모습을 보고서야 최강현이 비열하게 웃었다.

 

 “그래, 네 자리는 그렇게 지저분한 자리가······.”

 

 그때였다.

 

 “이게 무슨 짓이죠!”

 

 평소에는 최강현이 자신을 괴롭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는데 지금은 달랐다. 한수정이 보기 드물게 화가 난 표정으로 이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한수정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최강현과 아직 일어서지 못 하는 송진우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뾰쪽하게 물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고 물었습니다!”

 

 한수정이 매섭게 물어보자 최강현이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아니······ 그냥······ 의견 대립이 있어서······.”

 

 최강현의 변명을 들은 한수정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했다.

 

 “의견 대립이요? 몸이 불편한 사람을 밀치는 게 의견 대립입니까?”

 

 이미 모든 사람의 시선이 이곳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쓰러진 송진우와 소리 지르는 한수정을 보고는 무슨 일인지 단숨에 알아차렸다.

 

 “쯧쯧! 저놈이 끝내 일을 벌이네.”

 

 “아까 그 허우적거리던 샌님 아냐?”

 

 “지가 못한 걸 왜 저 사람에게 화풀이야?”

 

 평소에는 고레벨의 헌터와 짐꾼이 부딪혔으니 팀장이 어느 정도는 눈감아줬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 이 일행을 이끄는 것은 한수정였고 송진우는 어려운 시련을 이겨낸 영웅이다.

 

 “이분은 길드를 위해서 헌신하신 분입니다. 그런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 거죠?”

 

 한수정이 당장 최강현을 치지 않는 것은 평소에 받은 예절교육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벌써 손이 나갔을 거다.

 

 하지만 분위기 파악을 못한 최강현은 끝까지 입을 나불댔다.

 

 “길드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저 거지 새끼는 돈 때문에······.”

 

 “닥치세요!”

 

 끝내 한수정의 분노가 터졌다. 사실 한수정도 말로 그치려고 했는데 이건 도가 지나쳤다.

 

 “김 실장님!”

 

 자신을 부르자 김 실장이 쪼르르 달려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녀와 친한 그마저도 지금은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네, 아가씨.”

 

 “이 자를 오늘부로 당장 우리 길드에서 내쫓으세요.”

 

 한수정의 입에서 최강현의 입장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김 실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즉시 조치하겠습니다.”

 

 날벼락을 맞은 최강현은 펄쩍 뛰었다.

 

 “하, 하지만! 저놈은 일개 짐꾼입니다! 저는 레벨 513의 헌터고요!”

 

 물론 짐꾼과 2차 승급까지 마친 헌터는 길드 입장에서 비교할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곳은 한영 길드다. 513레벨의 헌터쯤은 널리고 널렸으며 필요하면 마음대로 뽑을 수도 있는 곳이다.

 

 “듣기 싫습니다. 오늘 일까지는 공정하게 정산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제 눈에 안 띄셨으면 좋겠군요.”

 

 말을 마친 한수정은 망연자실해 있는 최강현에게 등을 돌리고 송진우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송진우는 몸을 일으킨 후였다.

 

 “괜찮으십니까?”

 

 재벌가의 아가씨가 자신을 변호한 감동적인 순간이지만 송진우의 표정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담담했다.

 

 “괜찮습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려서부터 괴롭히는 사람이 많았지만 그를 보호해준 사람도 많았다. 착한 사람들이고 고마운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준 것은 단지 동정일 뿐이고 자신에게 궁극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송진우이기 때문에 그녀의 도움을 확대해석하지 않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당황한 것은 오히려 한수정이었다.

 

 “그, 죄, 죄송합니다. 제가 일행 관리를 못 해서.”

 

 “아닙니다. 어떻게 이 많은 사람을 다 통제할 수 있겠습니까? 아가씨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송진우 입장에서는 앞으로 이 길드에서 최강현을 안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다. 어딜 가더라도 최강현 같은 놈들은 또 나타날 거다.

 

 송진우의 담담한 반응에 한수정도 얼떨결에 인사하고는 앞으로 나아갔다. 속으로는 이게 아닌데 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다른 행동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러기에는 송진우의 표정이 너무 단호했기 때문이다.

 

 짧은 헤프닝이 끝나고 나아간 다음 방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이건 포탈인가요?”

 

 방에는 네 개의 차원문이 찬란한 빛을 내뿜으며 존재를 과시했다. 그것을 본 한수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시련은 없나 보군요. 아마 시련에 성공한 사람들이 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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