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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운명찬탈자 : 미래를 보는 헌터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8.8.12

 
송장이라고 불리는 짐꾼 (3)
작성일 : 18-08-12 20:15     조회 : 37     추천 : 0     분량 : 9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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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진우가 눈을 뜨자 자신의 집과는 다른, 아니 지구와는 전혀 다른 환경이 눈에 들어왔다.

 

 송진우가 있는 곳은 판타지 세계를 연상케 하는 이국적인 마을의 한가운데 있는 분수대였다. 엘프와 드워프가 마을에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니고 간혹 리저드맨이나 오크 같은 이종족도 눈에 띄었다.

 

 이곳이 가상현실게임 ‘디멘션 월드’다.

 

 단순한 머리띠로 이곳에 하루 일곱 시간 접속할 수 있는데 동시에 수면을 취할 수도 있어 대부분의 사람은 잘 때 이곳에 접속했다.

 

 이곳은 낮에 송진우가 차원문을 넘어 다녀왔던 ‘중앙 대륙’과 매우 흡사했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는 헌터의 사냥터가 된 중앙 대륙은 원래 이 디멘션 월드의 일부분이었다.

 

 원래 디멘션 월드에는 총 일곱 개의 대륙이 존재했었다.

 

 판타지의 세계관을 고스란히 담아낸 ‘판타지 대륙’,

 무림과 막부와 요괴 등 동양의 전설을 구현한 ‘동방 대륙’,

 미래 세계의 최첨단 과학으로 이루어진 ‘과학 대륙’,

 흑마법사와 언데드들이 점령한 ‘암흑 대륙’,

 모든 신화가 모여 있는 ‘신성 대륙’,

 모든 부정한 것과 악마들이 모여 있는 ‘마계 대륙’,

 그리고 모든 대륙의 특징이 뒤섞여 있는 ‘중앙 대륙’

 

 그러던 어느날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다. 모든 대륙 중에서 가장 높은 난이도를 자랑하던 대륙인 ‘중앙 대륙'이 갑자기 현실 세계에 나타난 것이다.

 

 이 사건을 사람들은 ‘대격변’이라고 칭했다.

 

 원래도 세계에서 유일한 가상현실게임이었던 디멘션 월드는 사람들의 일상과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삶의 일부분이었다. 하지만 대격변이라고 불리는 사건과 함께 게임 속에서나 존재하던 몬스터들과 던전이 정말 현실에 나타나면서 모든 것이 뒤바꿨다.

 

 지구의 10분의 1 정도의 면적이 몬스터들이 돌아다니는 이른바 ‘레드존’으로 변했는데 이곳에 사람이 들어가면 몸뿐만이 아니라 갖고 있는 장비도 디멘션 월드의 게임 캐릭터로 변하게 된다.

 

 또 세계 곳곳에는 중앙 대륙과 이어지는 차원문이 만들어졌는데 그곳으로 들어가면 전에 한영 길드와 송진우가 갔던 것처럼 전혀 다른 세계와 이어진다.

 

 물론 레드존이 아닌 그린존이라고 불리는 현실로 나오면 가진 아이템이 없어지고 능력마저 없어지므로 그것만으로는 대격변이라고 불릴 만큼의 큰 영향은 없을 거다.

 

 문제는 레드존과 중앙 대륙에서 얻을 수 있는 각인 포인트와 동화율이다.

 

 각인 포인트는 아이템과 NPC를 각인하는 포인트인데 각인이 된 아이템과 NPC는 정말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아무리 최신 기술로 만들어진 물건이라고 해도 디멘션 월드에 아이템과는 비교할 수 없는데 쉽게 예를 들면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의사에게 수술을 받는 것보다 디멘션 월드의 포션을 먹는 것이 훨씬 효과가 좋았고 군수시설에서 만든 최첨단 총보다 디멘션 월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평범한 권총이 훨씬 성능이 좋다.

 

 이렇다 보니 황금보다 더 귀중하게 된 것이 각인 포인트다. 이 각인 포인트를 얼마나 모으느냐에 따라서 국력마저도 달라지게 되어서 세계 정상들은 국가 차원에서 길드를 지원하고 여러 혜택을 주고 있다.

 

 반면 동화율은 디멘션 월드의 캐릭터의 힘을 현실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힘이다.

 

 동화율의 퍼센트에 따라서 자신의 키우는 캐릭터의 스탯과 스킬을 부분적으로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 아무리 연약해 보이는 여성일지라도 동화율이 높으면 헐크와 비슷한 힘을 지닐 수 있게 된다.

 

 디멘션 월드와 현실의 중앙 대륙의 가장 큰 차이점은 죽음 페널티다.

 

 디멘션 월드에서 죽으면 레벨이 5% 감소하고 가진 아이템 중 가장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떨어트리고 이틀간 접속하지 못한다. 이것도 엄청난 페널티지만 중앙 대륙에서 죽으면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죽는다.

 

 중앙 대륙은 다른 대륙에 비해 훨씬 난이도가 어렵기 때문에 아무리 각인 포인트가 탐이 나더라도 쉽게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다. 그래서 거대 길드의 높은 레벨의 플레이어만이 들어가서 부를 거머쥘 수 있다.

 

 물론 송진우 같은 짐꾼은 예외다.

 

 ‘나랑은 상관없는 이야기지.’

 

 송진우는 마을에 있는 도축장에서 새롭게 들어온 몬스터를 도축하면서 생각했다. 송진우가 디멘션 월드라는 가상현실게임에서도 하는 일은 몬스터 사냥이 아니라 오직 노가다다.

 

 물론 다른 플레이어들처럼 사냥하거나 퀘스트를 완수하면 운이 좋으면 유니크 등급 이상의 아이템도 발견할 수 있을 거다.

 

 보통 유니크 아이템을 팔면 못해도 1억 이상은 받으니 더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발견하기라도 하면 인생 역전도 꿈은 아니다.

 

 하지만 결국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는 높은 레벨이 필요하고 레벨을 높게 올리기 위해서는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하루 벌어 하루 먹기도 힘든 송진우에게는 그런 건 사치에 불과했다.

 

 결국 송진우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처럼 마을을 돌아다니면 상인을 도와주거나 벌목을 해서 나무를 캐는 일 등이다. 이런 일을 하면 적지만 돈을 받을 수 있고 그것을 현실의 돈으로 환전해서 부족한 생활에 보탤 수 있다.

 

 비단 송진우만 이런 일은 하는 것이 아니다. 가난한 개발도상국은 사람들도 대부분 이런 허드렛일을 하며 잠자는 시간에도 일을 한다. 남자들은 막노동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지만 여성 같은 경우는 자신의 성을 팔아서 돈을 얻기도 한다.

 

 송진우는 그런 그녀들을 더럽다고 욕할 수 없다. 만약 자신이 잘생겼더라면 돈 많은 부인에게 성을 파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게임 캐릭터도 현실의 모습을 반영하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모두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중앙 대륙에서처럼 지금 송진우의 다리도 멀쩡했다.

 

 부우욱!

 

 송진우는 한시도 쉬지 않고 각종 몬스터들을 도축하고 또 도축했다. 이곳은 시급으로 받는 것이 아닌 성과급으로 받기 때문에 빠르게 할수록 많은 돈을 얻을 수 있다. 물론 빠르기만 해서 좋은 것이 아니다. 정확하게 도축을 해서 질 좋은 부산물을 만들면 돈을 더 벌 수 있기 때문에 빠르면서도 정확한 것이 관건이다.

 

 이런 일을 몇 년간 쉬지 않고 하다 보니 송진우의 보조 스킬은 도축, 벌목, 요리, 제련, 낚시, 제작, 채광 등이 모두 최상급으로 올랐다.

 

 보통 전투 관련 스킬은 만렙이 20인데 비해 도축 같은 보조 스킬은 만렙이 100이다. 그만큼 올리기 어려운 것이 보조 스킬인데 초급을 마스터하면 중급이 되고 중급을 마스터하면 상급이 되며, 마지막으로 상급을 마스터하면 최상급이 된다.

 

 즉 최상급을 마스터하기 위해서는 무려 400레벨을 올려야 한다.

 

 북~ 북~

 

 송진우의 손은 아무렇게나 움직이는 것 같아도 정확한 궤도를 따라서 도축용 칼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니 나오는 부산물도 죄다 최상급으로 나온다.

 

 이것이 송진우의 빠른 레벨 업의 비결이다. 같은 시간을 해도 그 성과물에 따라서 오르는 경험치가 다르다. 최상급에 이르면 최상급으로 뽑아내지 않으면 경험치가 오르지도 않았다.

 

 이 실력 덕분에 한영 길드의 짐꾼이 될 수 있었다. 실력이 없었으면 한영 길드가 진행하는 탐험에 매번 불려 나가기 힘들었을 거고 그러면 돈이 부족하니 훨씬 더 위험한 곳에 가야 했을 거다.

 

 한 개만 마스터하지 않고 각종 보조 스킬은 모두 마스터 한 것은 송진우가 이 막노동에서 미치지 않게 할 유일한 방법이었다. 매일 같은 짓을 계속했다면 제아무리 송진우라도 견디지 못했을 거다.

 

 북~ 북~

 

 송진우는 거의 무아지경의 상태로 도축을 하고 있었다. 접속 가능 시간인 일곱 시간 동안 같은 행동은 계속하는 것은 보통 집중력으로는 힘들지만 이 집중력이야말로 송진우가 가진 큰 장점이다.

 

 그때 송진우의 집중력도 깨는 특별한 일이 발생했다. 갑자기 머릿속에서 띠링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허공에 반투명한 메시지가 나타난 거다.

 

 《엠블럼 획득》

 고기분쇄기

 (랭크 S)

 조건 : 10,000번 최상급 도축 성공

 능력 : 힘 +200

  체력 +200

  베기 공격력 +50%

  스킬 ‘도축 베기’ 획득

  ‘특급 도축’ 가능

 

 바로 엠블럼 획득을 나타내는 메시지다. 엠블럼은 플레이어에게 여러 효과를 주는 일종의 훈장 같은 건데 하나만 착용할 수 있는 칭호와는 달리, 가지고 있는 엠블럼은 모두 효과가 발휘되었다.

 

 한 마디로 엠블럼은 많이 가지고 있으면 무조건 좋다.

 

 “이게 뭐지?”

 

 놀란 송진우가 상태창을 보니 스킬 란에 최상급 도축이 Master에서 특급 도축 레벨 1로 변했다. 그뿐만 아니라 도축 베기라는 새로운 스킬도 나왔다.

 

 도축 베기

 (패시브)

 베기 공격 시 일정 확률로 상대에게 출혈과 능력 저하 상태 이상 효과를 준다.

 

 패시브 스킬은 액티브 스킬과는 다르게 스킬 레벨이 존재하지 않는 대신에 항상 발동되는 스킬이어서 플레이어들이 선호하지만 액티브 스킬과는 다르게 스킬북으로 얻을 수 없어서 쉽게 얻을 수 없다.

 

 “S급이라니······.”

 

 사냥을 하지 않은 송진우가 S등급의 엠블럼은 얻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매일 퀘스트를 하는 플레이어도 얻기 힘든 것이 S등급이다. 그런데 도축을 해서 얻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 했다.

 

 물론 다른 S급의 엠블럼에 비해서 달린 옵션이 특별하게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아마 특급 도축이 가능해진다는 것이 이 엠블럼의 핵심 옵션일 거다. 그래도 현재 송진우에게는 너무나도 큰 효과다.

 

 “특급 도축이라······ 이런 것이 있었나?”

 

 일반적으로 알려진 정보로는 보조 스킬은 최상급이 가장 높은 등급이다. 보조 스킬이 특급까지 오른다는 건 그 어떤 정보에도 없었다.

 

 물론 거대 길드에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정보를 제한해서 송진우 같은 일반인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을 거다.

 

 “이건, 좋네.”

 

 송진우는 흐뭇하게 웃었다.

 

 패시브 스킬은 사냥을 하지 않는 송진우에게 아무 쓸모가 없다. 하지만 레벨을 하나 올릴 때 겨우 5포인트를 얻는 스탯이 힘과 체력을 합쳐 400이나 오른 것은 고단한 일을 하는 송진우에게는 희소식이고 무엇보다 특급 부산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았다.

 

 이제부터 부산물을 특급으로 만들어내면 보수도 오를 거고 길드에서도 더 환영받을 거다.

 

 지금 송진우의 머릿속에는 오직 돈 생각밖에는 없다.

 

 “도축을 특급으로 올릴 수 있다는 건······ 다른 스킬도 그렇다는 뜻이겠지.”

 

 다른 보조 스킬들도 조건을 충족하면 특급으로 올릴 수 있을 거다. 마찬가지로 S급의 엠블럼도 받을 수 있을 테니 부족한 스탯을 보충하기에는 이만한 일이 없다.

 

 현재 송진우의 레벨은 고작 50을 간신히 넘은 정도다. 사냥하는 플레이어들에 비해서 이런 일을 해서 얻을 수 있는 경험치는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낮다. 초반에 레벨을 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아서 100까지는 쉽게 올릴 수 있지만 송진우는 그것도 마다하고 일만 했다.

 

 전에 본 한영 길드원처럼 중앙 대륙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최소 500은 넘어야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건 바로 승급 시스템 때문이다.

 

 300, 500, 700에 걸쳐 총 세 번의 승급이 가능한데 승급할 때마다 30% 50% 100%의 스탯을 올리는 엠블럼과 마스터 스킬 등을 얻기 때문이다. 이건 몬스터도 마찬가지라서 중앙 대륙에서 나오는 레벨 500 이상의 몬스터들은 레벨 300 이하의 몬스터들에 비해서 레벨 차이를 제외하고도 총 80%나 스탯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현재 승급을 한 번도 하지 못한 손진우는 레벨을 올리면 받는 보너스 스탯으로 겨우 일을 버텼는데 이런 좋은 방법이 있다면 조건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 이건 중앙 대륙에서의 짐꾼 생황에서도 생존확률을 크게 올려 줄 수 있다.

 

 ‘어떻게 하지? 다른 것부터 특급으로 올려야 하나?’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을 하던 송진우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일단 특급 도축을 만렙까지 올리기로 결정했다.

 

 짐꾼 생활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도축이니 언제 오를지 모르는 보조 스킬에 투자하는 것보다 일단 가장 중요한 도축 스킬을 올리기로 한 거다.

 

 뜻밖의 이득으로 신이 난 송진우의 손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특급 부리를 얻었습니다》

 《특급 오크 가죽을 얻었습니다》

 .

 .

 .

 

 송진우의 실력이 뛰어나서 그런지 레벨 1인데도 불구하고 부산물을 특급으로 해체하는 확률이 낮지 않았다. 아무리 정확하게 도축을 해도 레벨이 낮으면 특급으로 해체할 수 없는 시스템을 생각하면 거의 대부분의 사체를 정확하게 도축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덕분에 그날은 평소보다 1.2배 정도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

 

 그 일이 있고 난 후로 일주일이 지났다. 한동안 한영 길드에서 자신을 불러주지 않아서 초조해하던 차에 드디어 전화가 왔다.

 

 “네, 알겠습니다. 그날 가겠습니다.”

 

 매달 돈이 쪼들리는 형편에 짐꾼 일은 이제 빼먹을 수 없는 필수 생활이 되었다. 위험한 일이지만 짐꾼이 위험해진다는 것은 헌터들도 위험에 노출되었다는 말과 같다. 다행히 한영 길드의 길드원들은 능력이 좋고 그 전에 계획도 철저하게 세워서 지금까지는 위험한 적이 없었다.

 

 다시 중앙 대륙으로 가는 날은 삼일 후다. 그때까지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

 

 “휴~ 뉴스나 볼까?”

 

 한영 길드의 연락을 받고 마음에 여유가 생긴 송진우는 텔레비전을 켜 뉴스 채널로 돌렸다. 때마침 뉴스에서는 유럽의 어느 길드가 최상급 퀘스트를 무사히 클리어했다는 소식을 들려주고 있었다.

 

 퀘스트에 성공한 헌터들은 모두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가운데에서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사람은 송진우도 잘 아는 사람이다.

 

 “톰슨 아일.”

 

 덥수룩한 수염에 황금색 머리를 한 남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헌터고 송진우도 좋아하는 사람이다. 작은 섬나라인 아이슬란드 출생인 그는 나라에서도 국가적인 영웅이었는데 그 이유는 그가 북유럽 신화 속에 나오는 천둥의 신, 토르의 아바타이기 때문이다.

 

 아바타, 대리자, 혹은 화신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디멘션 월드 속에서 준신 급의 NPC들에게 힘을 받은 사람이다.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조건으로 준신 급 존재들에게 특별한 힘을 선사받았는데 그런 이들은 일반적인 헌터들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가졌다고 알려졌다.

 

 톰슨 아일은 영국에 나타난 레벨 1,000의 몬스터를 벼락으로 단숨에 물리치는 장면이 전 세계적으로 생방송되면서 유명해졌다. 물론 송진우도 그 영상을 보고 그의 팬이 되었다.

 

 그 후로도 톰슨 아일은 중앙 대륙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성과를 내고 얻은 돈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부하는 등의 영웅적인 행보를 걸어가 사람들의 우상이 되었다.

 

 송진우는 그의 인터뷰를 멍하니 보다가 알바 시간에 지각할 뻔 했다.

 

 ***

 

 한영 길드와 함께 하기로 한 날이 밝았다.

 

 목적지에 도착한 송진우는 이번 일이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한영 길드의 길드원이 100명은 넘게 보였고 팀장급의 사람들도 여럿 보였다.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모습에 주변을 유심히 둘러보다가 곧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도도한 모습의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한수정.’

 

 그녀는 한영 기업 회장의 다섯 번째 딸인 한수정이었다. 그녀가 이번 원정에 참여하게 된 거다.

 

 사실 저런 돈 많은 집안의 자녀들이 중앙 대륙에 진출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변화한 이 세계에서 레벨은 가장 중요한 스펙이다. 특히 한영 기업처럼 기업의 경영권을 놓고 후계자 다툼을 벌이는 곳에서는 레벨의 높낮이가 매우 중요했다.

 

 그중에서 한수정은 다섯 번째 자녀임에도 불구하고 그 총명함이 어려서부터 남다르다고 정평이 나 있었다.

 

 그녀는 아직 22살의 나이로 송진우보다도 2살이나 어리지만 레벨은 이미 500이 넘었다. 어려서부터 한영 길드의 지원을 받으며 레벨을 올렸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송진우가 온 후에도 사람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수정이라는 거물이 나왔으니 조금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행원에 둘러싸인 한수정은 익숙한 듯이 눈을 감고 명상하고 있었다.

 

 ‘듣기로는 검술 실력도 수준급이라는데······.’

 

 겉모습은 연약해 보이지만 상당한 수준의 훈련을 받아서 이미 현실에서도 강력한 검사다. 건장한 장정 몇 명이 덤벼도 단숨에 쓰러트릴 수 있을 거다.

 

 시간이 지나자 한영 길드에서 사람이 나와 송진우를 비롯한 짐꾼들을 불러 모았다. 일행의 규모가 큰 만큼 짐꾼들도 12명이나 되었다. 평소에 4배 정도 되는 숫자다.

 

 “이번에 다섯 번째 아가씨께서 참여하셨으니 절대 실수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알아듣겠지?”

 

 남자의 말에 짐꾼들도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팀장급에 찍혀도 고달픈데 저런 거물급 인사에 찍히면 이 생활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이번 일을 잘 끝내면 평소에 주던 것보다 두 배를 더 줄 거야. 그러니 정신 바짝 차리게.”

 

 두 배를 준다는 말에 짐꾼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한영 기업의 아가씨가 참여한 일이니 정신만 잘 차리면 큰 위험은 없을 거다. 거기에 돈도 두 배나 받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다.

 

 특히 송진우의 표정이 밝았다. 돈이 쪼들리는 판에 400만 원이면 동생인 송하나에게 맛있는 고기도 사 줄 수 있을 거다.

 

 그 후에 몇 가지 더 주의사항을 듣고 드디어 원정이 시작되었다. 다들 줄을 맞춰서 중앙 대륙으로 이어진 포탈로 들어갔다.

 

 위잉~

 

 익숙한 어지럼증이 끝나고 송진우는 전에 중앙 대륙에서 나왔던 바로 그곳에 도착했다. 중앙 대륙으로 가는 차원문을 통과하면 그 전에 나왔던 곳으로 자동으로 이동되기 때문이다.

 

 “그럼 출발하지.”

 

 역시 전에 같이 중앙 대륙에서 나왔던 팀장과 길드원을 따라서 가까운 마을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대륙 내 포탈을 이용해서 진짜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함이다.

 

 당연히 그곳에는 반갑지 않은 얼굴이 보였다.

 

 “여~ 송장. 너도 참여했네?”

 

 전에 자신을 괴롭혔던 최강현이 이 무리에 속해 있었다. 그는 역시나 비열한 얼굴을 하며 송진우의 어깨를 세게 쳤다.

 

 “아가씨가 함께하는 원정에 따라오다니, 송장 너도 꽤 인정을 받았나 보구나?”

 

 송진우도 알지 못 했지만 한수정 같은 거물 인사와 함께 원정을 하기 위해서는 증명된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 평소 성실하게 일을 한 송진우이기 때문에 이런 기회를 얻은 거다.

 

 “여~ 이러다가 우리 송장, 부자 되겠어. 이러다가 포션이라도 주우면 병신 탈출 아냐?”

 

 현대 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는 다리지만 만약 적절한 포선을 얻으면 정말 이 고질적인 장애에서 탈출할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그런 포션은 흔하지도 않고 각인까지 한 포션을 얻으려면 족히 수십억은 필요할 거다.

 

 당연히 송진우는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고 또 그런 물약을 이런 원정에서 얻는다고 해도 자신에게 돌아갈 일은 없을 거다.

 

 ‘욕심내고 숨기려고 했다가 죽도록 맞겠지.’

 

 전에 그리핀의 깃털 하나를 훔치려 했다가 늘씬하게 맞은 짐꾼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훤하다. 고작 재료탬을 빼돌려서 그렇게 맞았는데 귀중한 포션을 숨기려 했다가는 정말로 죽을 지로 모른다.

 

 지금 송진우가 원하는 것은 몸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동생의 교육비다.

 

 그 뒤로 마을에 도착하기까지 최강현의 온갖 인격모독을 당하면서도 꿋꿋하게 걸어야 했다. 마침내 도착한 마을에서 일행은 차례로 대륙 내 포탈에 들어갔다.

 

 대륙 내 포탈은 같은 대륙에 포탈이 설치된 곳이라면 어디로든지 갈 수 있는 포탈이다. 당연히 편리하고 유용했지만 이 포탈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1골드를 내야 했다.

 

 지금 환율이 1골드 당 20만원이니 이 포탈 한 번 사용하려고 20만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해야 했다. 물론 송진우 입장에서나 거금이지 중앙 대륙을 오가는 헌터들에게는 푼돈일 거다.

 

 포탈을 타고 진입하니 아까 봤던 길드원들이 줄을 맞춰서 서 있었다. 그리고 가장 선두에는 과학 대륙의 최첨단 장비를 갖춘 한수정이 서 있었다. 그녀는 과학 대륙의 인간 종족이었다.

 

 “그럼 출발하죠.”

 

 한수정의 명령에 따라서 100명이 넘는 한영 길드의 길드원들이 일제히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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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운명을 찬탈하다 (3) 2018 / 9 / 20 304 0 5715   
44 운명을 찬탈하다 (2) 2018 / 9 / 20 303 0 7906   
43 운명을 찬탈하다 (1) 2018 / 9 / 19 302 0 6835   
42 손을 잡다 (6) 2018 / 9 / 19 321 0 6677   
41 손을 잡다 (5) 2018 / 9 / 18 313 0 5649   
40 손을 잡다 (4) 2018 / 9 / 17 305 0 6043   
39 손을 잡다 (3) 2018 / 9 / 14 316 0 6095   
38 손을 잡다 (2) 2018 / 9 / 11 311 0 6304   
37 손을 잡다 (1) 2018 / 9 / 10 312 0 6024   
36 검은 사신 (6) 2018 / 9 / 7 305 0 7680   
35 검은 사신 (5) 2018 / 9 / 7 293 0 6677   
34 검은 사신 (4) 2018 / 9 / 6 307 0 6128   
33 검은 사신 (3) 2018 / 9 / 4 312 0 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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