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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운명찬탈자 : 미래를 보는 헌터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8.8.12

 
송장이라고 불리는 짐꾼 (2)
작성일 : 18-08-12 16:51     조회 : 60     추천 : 0     분량 : 7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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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는 모르겠는데 전부터 자꾸 자신을 괴롭히는 남자, 최강현을 보며 송진우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힐끗 팀장을 봤는데 그는 이미 자신 쪽은 보고 있지도 않았다.

 

 ‘알아도 내 편을 들어줄 가능성은 작은가?’

 

 자신을 괴롭히는 최강현이라는 남자는 시시껄렁해 보여도 레벨이 500이 넘고 2차 승급까지 마친 고레벨의 헌터다.

 

 길드에서도 중요한 자원인 2차 승급자에게 한낱 짐꾼에 불과한 자신이 발끈해봤자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그것을 잘 알고 있기에 송진우는 최대한 내색하지 않는 채로 묵묵히 걷기만 했다. 하지만 최강현은 그냥 멈추지 않았다.

 

 “이 자쉭! 형님이 말하는데 무시하기는.”

 

 최강현은 손으로 송진우의 뺨을 툭툭 치며 기분 나쁘게 실실 웃었다.

 

 “송장, 이 돈 벌레 새끼. 오늘도 죽지 않고 살아남았구나, 응?”

 

 더는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송진우는 어쩔 수 없이 대답해야 했다. 대신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했다.

 

 “그렇습니다.”

 

 “키야~ 오늘도 공돈 벌었네? 고작 도축하고 짐이나 나르면서 이백만 원이라니, 부러워 죽겠네.”

 

 헌터와 짐꾼이 받는 임금이 같을 리가 없다. 분명 최강현은 송진우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받을 거다. 그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단지 송진우를 놀리기 위함이었다.

 

 “······.”

 

 다시 송진우가 말이 없어지자 최강현은 능글맞게 웃으면서 송진우의 팔을 툭툭 치며 다시 말을 했다.

 

 “이거 다 네 여동생 주려고 모으는 거라며? 키야~ 우애 좋은 남매로군.”

 

 여동생 이야기가 나오자 이제까지 평정을 유지하던 송진우도 얼굴이 굳어졌다.

 

 “예술이 돈이 많이 들긴 하지. 네 여동생 바이올린 연주한다며?”

 

 “······그건 어디서 들었습니까?”

 

 “송장, 네가 눈이 벌게지면서 돈 냄새만 맡으며 다니니까 이 바닥에서는 이미 유명한 이야기야. 몰랐어?”

 

 사실은 여동생을 위해서 헌신하는 아름다운 이야기였지만 최강현은 최대한 왜곡해서 말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거지새끼들이 애초에 음악을 한다는 것이 잘못된 거 아냐?”

 

 “······.”

 

 헌터들이 던전을 돌면서 얻는 스트레스가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들은 그 스트레스를 조절할 방법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었는데 최강현이라는 이 남자는 만만한 짐꾼들을 놀리는 것으로 이미 이 바닥에 유명했다.

 

 길드에서도 그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고레벨의 유저고 놀리는 것 외의 특별히 손을 쓰는 것은 없었기에 눈감아 주고 있었다.

 

 그러니 참아야 하는 쪽은 항상 약한 쪽이었다. 송진우도 여동생까지 거론하는 최강현에 머리가 아플 정도로 분노했지만 꾹꾹 누르며 참아냈다.

 

 지금 송진우가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 방법은 짐꾼이 최고였다. 물론 이 한영 길드에도 최강현 같은 인간말종은 얼마든지 있었지만 거대 길드이기 때문에 입금이 확실했고 길드원들이 강해서 짐꾼들이 전투에서 죽는 비율도 다른 길드에 비해 한참 낮았다.

 

 다른 길드로 들어가면 이보다 더 심한 대우를 받아야 할 거다.

 

 그런데 최강현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근데 네 동생은 예쁘냐?”

 

 “······.”

 

 “음악 하는 얘들 중에 예쁜 얘들 많잖아. 사진 있어?”

 

 “없습니다.”

 

 “에이~ 그러지 말고 사진 가져와 봐, 혹시 알아? 내 마음에 들면 우리 처남을 이뻐해 줄지······.”

 

 그런 말을 하며 최강현은 손가락으로 구멍과 작대기 모양을 만들어 음란한 표현을 했다.

 

 “이쁘고 맛있으면 네가 던전에서 죽어도 내가 잘 돌봐줄 수도 있어. 응? 어때?”

 

 이번에는 진짜 송진우도 못 참을 뻔했다. 주먹을 들어서 저 더러운 낯짝을 후려치고 싶었지만 고레벨의 헌터가 고작 자신의 주먹에 맞을 리가 만무하다.

 

 입술에 피가 나도록 이를 악문 송진우가 겨우 입을 열었다.

 

 “······사양하겠습니다.”

 

 “캬~ 송장! 이런 기회 흔치 않은데 혹시 마음이 바뀌면 말하지.”

 

 송진우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지루해진 건지 최강현은 다른 짐꾼에게로 가 또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송진우로서는 다행이었지만 당하고 있는 짐꾼은 죽을 맛인지 얼굴색이 흙빛이 되었다.

 

 최강현 같은 스타일이 제일 짜증났다. 절대 선을 넘지 않고 어중간하게 괴롭혀 남들에게 알릴 수 없지만 지속적으로 끈질기게 악질 짓을 해서 사람을 피 말리게 한다.

 

 만약 여기서 정색을 하면 더 지랄할 것이 분명해서 참을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그렇게 조금 걷자 마수의 숲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근처 나 있는 도로를 따라 조금 더 걸으니 포탈이 있는 세이프티 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최소한 이곳에서는 몬스터들에게 당할 걱정이 없다.

 

 “휴~ 도착했다. 그럼 모두 마무리한다.”

 

 황금 그리핀의 알을 얻는 어려운 과제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이제 남은 것은 그곳에서 얻은 아이템들은 잘 분배해서 길드 창고에 넣는 거다.

 

 짐꾼들은 가지고 있던 보따리를 길드원들에게 전달했다. 그들이 들고 있는 보따리는 경량화 마법이 걸려 있는 마법 아이템으로 이것 또한 한영 길드의 소유물이다.

 

 보따리를 받아 든 사람들은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짐꾼들의 몸을 샅샅이 수색하기 시작했다. 혹시 그들이 물건을 빼돌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템을 탐색하는 아이템까지 동원되기 때문에 짐꾼들은 물건을 빼돌릴 생각을 안 하지만 간혹 어리석은 자도 나오기 마련이다.

 

 “이건?”

 

 송진우가 아닌 다른 짐꾼들 조사하던 남자가 짐꾼의 사타구니에서 황금색으로 빛나는 깃털을 발견했다. 바로 황금 그리핀의 깃털이다.

 

 “이 개새끼가!”

 

 남자는 짐꾼이 변명할 시간도 주지 않고 주먹으로 마구잡이로 패기 시작했다.

 

 “엌! 자,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십시오!”

 

 짐꾼 남자는 삽시간에 피투성이가 되어 엉망진창이 되었다. 송진우는 그 모습을 보며 이맛살이 찌푸려졌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다만 남자의 어리석음에 한탄할 뿐이었다.

 

 이런 곳에서 죽으면 시체조차 찾을 수 없고 살인 사건으로 접수되지도 않는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 어떤 일이 일어나도 공권력이 동원되지 않는 것이 불문율 같은 거다.

 

 다행히 남자는 맞아 죽지는 않고 엉망이 되는 선에서 끝이 났다. 이 또한 규칙이 엄격한 한영 길드라서 목숨까지 빼앗지는 않은 거다.

 

 “퉤!"

 

 하지만 이제 남자는 이곳에서 어떤 활동도 못 할 거고 오늘 보수도 못 받을 거다. 다시 짐꾼 생활을 하려면 이보다 더 혹독한 조건에서 해야만 할 거다.

 

 “그럼 마무리가 되었으니 나가자.”

 

 사람들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남자를 두고 포탈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송진우도 쓰러진 남자를 보고 있다가 일행을 따라서 밖으로 나갔다. 이곳은 위험한 곳이지만 세이프티 존이니 몬스터들에게 습격을 당하는 일은 없을 거다.

 

 위잉~

 

 포탈을 통과하니 순간 머리가 견딜 수 없이 어지럽기 시작하더니 이내 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도 없을 만큼 정신이 멍해지기 시작했다.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에 닿은 것처럼 현실과 꿈을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어지럽게 여러 생각이 지나갔고 이내 육체의 감각조차 느낄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 모든 것이 지나가니 거짓말처럼 정신이 명료해졌다. 아까 전의 어지러움은 말끔히 사라진 후였다.

 

 빵! 빵!

 

 부웅~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몬스터들이 사방에 돌아다니던 위험한 지대는 거짓말처럼 보이지 않았고 대신 높은 고층 빌딩이 보이고 그 주위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차가 시끄럽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현실로 돌아온 거다.

 

 “자~ 모두 수고했다. 이것으로 중앙 대륙의 탐험을 종료한다.”

 

 포탈을 통해 들어갔던 사람들의 모습도 완전히 변했는데 조금 전까지만 해도 판타지 풍의 장비를 온몸에 두르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이 전혀 보이지 않고 그냥 천으로 된 옷만 입고 있었다.

 

 안에서는 드워프나 엘프 같은 이종족의 특징을 가진 일행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평범한 인간일 뿐이었다.

 

 물론 원래 일반 인간이었던 송진우는 종족의 변화 같은 큰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그에 준하는 변화가 있었는데 원래도 왜소한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더 줄어서 160 초반의 키에 뼈와 핏줄이 다 드러나는 앙상한 몸을 지고 있었다.

 

 그보다 변화가 큰 것은 그의 오른쪽 다리였다. 한쪽 다리가 다른 쪽 다리에 비해서 훨씬 더 가늘었고 심지어는 뼈대가 뒤틀려져 있었는데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서 양쪽 겨드랑이에는 목발이 끼워져 있었다.

 

 이것이 송진우의 본래 모습이다. 사고를 당해서 목발을 짚은 것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소아마비를 앓았던 송진우는 치료할 시기를 놓쳐서 이렇게 평생 목발을 사용해야 했다.

 

 “이제 진짜 송장 같네.”

 

 최강현이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송진우를 보며 이죽거렸다. 그가 송진우를 송장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단순히 성이 송이라서가 아니라 그의 장애 때문이었다.

 

 “저런 몸이니 짐꾼으로 연명하지, 큭큭!”

 

 최강현이 송진우의 모습을 비하했지만 송진우는 표정 변화가 전혀 없었다.

 

 이미 이런 식의 시선과 모욕은 어려서부터 셀 수 없이 많이 당해서 기억도 다 나지 않을 정도다. 그러니 새삼 이제 와서 그의 몸을 가지고 놀리는 것에 반응할 리가 없었다.

 

 포탈이 있는 곳에서 조금 나와서 시간을 보내니 한영 길드에서 사람을 보내왔다.

 

 “수고하셨습니다.”

 

 성과를 확인하는 것은 팀장이면 족했다. 송진우가 할 일은 단지 재무 담당자에게 확인을 받는 일뿐이다.

 

 “확인되었습니다. 돈은 늘 넣던 계좌로 보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것으로 다시 이백만 원을 벌었다. 평소에도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고 있었지만 그것으로는 필요한 돈을 다 벌 수 없다. 몸이 이래서 변변찮은 일도 할 수 없는 송진우로서는 큰돈을 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이제 무사히 현실로 나왔으니 집에 가기만 하면 된다.

 

 긴장이 풀린 송진우가 버스를 타기 위해서 옆으로 걸으려 할 때였다.

 

 툭!

 

 갑자기 목발이 휘청거려 송진우는 균형을 잡을 수 없었고 결국 흙바닥에 엉망으로 나뒹굴어야 했다.

 

 송진우가 실수하거나 장애물에 목발이 걸린 탓도 아니었다. 범인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아~ 쏘리.”

 

 그곳에 최강현이 여전히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서 있었다. 그가 일부러 목발에 발을 건 거다.

 

 송진우가 먼지투성이가 된 것을 보고 만족했는지 그는 킬킬거리고 웃으며 사라졌다.

 

 “······개새끼.”

 

 송진우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단지 뒤에서 욕을 하며 분을 삼키는 것뿐이었다.

 

 다시 목발을 집어 든 송진우는 불편한 몸으로 옷에 묻은 흙을 털고는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

 

 집에 돌아오니 여동생이 집에 있었다. 학교의 공부와 실기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는데 웬일로 집에 일찍 온 거다.

 

 송진우의 모습을 본 그의 여동생, 송하나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갈색의 긴 머리카락을 묶어서 뒤로 넘긴 그녀는 송진우와 비슷한 160 초반의 키였으며 길가는 사람들이 한 번쯤은 뒤돌아볼 만한 어여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어서 와, 오빠. 힘들었지?”

 

 송하나는 차가운 송진우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본 송진우는 씩 웃으며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냐, 별일 없었어. 오늘은 수업 없어?”

 

 “오늘은 빨리 끝났어.”

 

 송하나는 예고에서 바이올린을 공부하고 있다. 물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은 이 세계에 수없이 많지만 송하나의 재능은 특별했다.

 

 어려서부터 천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자라났고 그 소문이 널리 퍼져서 TV프로그램에도 출현한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녀의 솜씨는 같은 또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훌륭해서 많은 사람의 부러움과 시샘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녀의 재능을 안 부모님은 부유하지 않은 집안 사정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의 입을 것 먹을 것을 아껴가면서 그녀가 음악 공부를 할 수 있게 지원했다.

 

 음악 공부는 많은 돈이 필요했지만 부모님들이 성실히 일한 탓에 큰 부족함 없이 일을 이어나갈 수 있었고 남은 두 남매의 삶도 평온할 것처럼 보였다.

 

 그날 사고만 없었다면 말이다.

 

 [끼이이익!]

 

 술을 먹은 운전자가 파란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부모님을 치고 지나갔고 둘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끔찍한 사고였지만 사고를 낸 사람이 무면허에 보험도 들어놓지 않았고 그가 가진 재산을 이미 어딘가로 빼돌린 탓에 보상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게다가 심신미약을 이유로 형도 고작 2년 형을 받았을 뿐이다.

 

 억울한 송진우가 아무리 하소연을 해봐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그를 더 처벌할 수는 없었다.

 

 결국, 송진우는 21살의 나이에 가장이 되었다. 몸은 좋지 않았지만 공부를 열심히 해서 명문이라고 불리는 대학에 다니고 있었지만 어려워진 집안 사정 때문에 무한 휴학을 해야 했다.

 

 문제는 여동생인 송하나였다.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송하나는 가진 실력은 출중했지만 이 음악계에서 성공하려면 연줄이 꼭 필요했다.

 

 어처구니없게도 차세대 음악계의 보물인 송하나라도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원하던 원하지 않던 대학교수에게 과외를 받아야 했는데 그 비용이 상상을 초월했다.

 

 과외비만 한 달에 무려 천만 원이다. 집을 담보해서 받은 대출 이자와 예고 등록금, 그 밖의 생활비까지 생각하면 송진우가 학교를 때려치우고 24시간 내내 아르바이트만 해도 절대 벌 수 없는 금액이다.

 

 실력이 있으니 학교에서 지원을 받으면 되겠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녹치 않다. 대부분의 혜택은 오히려 어느 정도 있는 집안의 사람에게 돌아가고 학비 정도의 장학금을 정도만 기대할 수 있다.

 

 심지어는 어느 정도 돈을 깔아주지 않으면 콩쿨 추천조차 안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가난한 천재가 성공하는 것은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일이 된지 오래다.

 

 집안 사정은 안 송하나가 음악을 그만두겠다고 말했지만 송진우는 절대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훌륭한 바이올린니스트가 되는 건 어렸을 때부터 꿔왔던 송하나의 꿈이었다. 재능도 뛰어나니 시간만 지나면 분명 그렇게 될 거다.

 

 결국 송진우는 그 험난하다는 짐꾼을 자처해야 했다.

 

 ‘앞으로 몇 년만 더 버티면 돼.’

 

 가장 큰 문제는 미친 과외비다. 물론 음대의 등록금도 만만치 않지만 과외비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거다. 그러니 2년만 무사히 돈을 벌어서 송하나가 대학에 입학하기만 해도 한시름을 놓을 거다.

 

 “괜찮아? 다친 거 아냐?”

 

 송하나가 걱정이 되는 듯이 송진우에게 다가왔다. 몬스터들이 설치는 중앙 대륙의 상처는 이곳까지 적용되지 않지만 아까 최강현이 한 비열한 짓 때문에 작은 생채기들이 몸 곳곳에 났다.

 

 “괜찮아. 아까 실수해서 계단에서 굴렀어.”

 

 당연히 동생에게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거짓말을 한 송진우다. 하지만 송하나는 방에 들어가서 뭔가를 뒤적거리더니 약상자를 들고 왔다.

 

 “가만히 있어 봐.”

 

 송하나는 면봉을 사용해서 송진우의 상처를 소독하기 시작했다. 면봉이 상처에 닿을 때마다 쓰라렸지만 고통과는 반대로 마음은 충만해졌다.

 

 한참을 송진우를 치료하던 송하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오늘도 위험했어?”

 

 “아니야. 괜찮았어.”

 

 말은 저렇게 해도 자신의 오빠가 얼마나 위험한 곳에 가는지 잘 알고 있다. 그것을 말리려고 몇 번을 노력했지만 송진우는 단호했다.

 

 [네가 우선 잘 돼야 해.]

 

 어려서부터 무엇이든지 양보하던 착한 오빠였지만 이것만큼은 절대 양보하지 않았다. 그래서 저 몸으로 평소에는 아르바이트를 계속하고 일이 생기면 헌터들과 함께 던전으로 향했다.

 

 이것을 끝내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다.

 

 “나······ 열심히 할게.”

 

 바로 훌륭한 바이올린니스트가 되어서 정말 집안을 일으키는 거다. 그것을 알고 있기에 송하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했다. 천재가 노력까지 하니 송하나의 실력은 이미 학생의 수준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하지만 송진우가 바라는 것은 송하나가 바이올린으로 많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 동생이 돈 때문에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는 바이올린을 포기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 돈은 그 다음 문제다.

 

 동생의 결연한 모습을 본 송진우는 그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부족한 오빠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아 그저 가슴 아플 뿐이다.

 

 그렇게 사이좋은 오누이는 말없이 서로의 온기를 확인했다.

 

 ***

 

 밤이 되었다. 이제는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어야 할 시간이다.

 

 송진우는 침대 한편에 걸려 있는 기묘한 모양의 머리띠를 들어 머리에 착용하고 침대에 누웠다. 이 작은 머리띠가 자는 도중에도 ‘디멘션 월드’에 접속할 수 있게 하는 기구다.

 

 침대에 눕자마자 정신이 서서히 아득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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