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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멘션 게임 : 이차원 헌터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7.9.13

 
크러쉬 (8)
작성일 : 18-01-25 22:16     조회 : 375     추천 : 0     분량 : 6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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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천유강과의 대결 이후로 반왕은 필리핀 전통 무예 복장인 가면을 항상 쓰고 나왔고 그의 주 무기인 두 개의 단봉도 계속 들고 싸웠다.

 

 두 단봉으로 이용한 필리핀 고대 무술인 칼리는 예와 형식을 중요시하고 볼거리도 풍부한 무예였지만, 반왕 쿠아칸이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히 없애고 실용적인 부분만 남기고 발전시켜서 반왕식 살인 무술로 변하였다.

 

 전에는 맨손으로 싸운 반왕과의 싸움에도 철저하게 패하였다. 이제는 무기를 든 반왕을 상대해야 한다니 얼마나 무서운 공격을 해 올지 상상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에도 불구하고 반왕에게서 풍겨오는 기도는 전보다 훨씬 줄어든 것 같았다. 전에는 거대한 산맥을 눈앞에 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고요한 평야를 앞둔 것 같은 느낌이다.

 

 '좋아. 부담이 전보다는 적다. 할 수 있어.'

 

 「자료를 보니 반왕 쿠아칸 선수와 천유강 선수는 예선에서도 한번 맞붙은 적이 있다고 나오는군요. 자세한 경기 내용은 모르겠으나 반왕과 두 번이 싸워야 하는 천유강 선수는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네요.」

 

 「무인으로서는 반왕과 같은 절대 고수와 손속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겠으나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의 입장으로서는 악몽이겠죠. 하지만 전 경기에서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인 만큼 다른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충분히 보여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저 다크호스로 불리기에는 너무나 쟁쟁한 선수들을 꺾고 4강까지 올라왔죠. 올해 크러쉬 선수들이 전부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천유강 선수뿐만 아니라 아깝게 떨어진 모든 선수들이 다른 무대에서도 볼 수 있기를 기원 합니다」

 

 「그럼 크러쉬 4강의 첫 번째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로그인!」

 

 사회자의 힘찬 멘트와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먼저 공격한 것은 천유강이었다.

 

 전의 기억을 되살려 한번 공격권을 내어주게 되면 아무런 힘도 못쓰고 질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한 천유강은 선공을 택한 것이다.

 

 빠르게 뛰어간 천유강은 손톱을 크게 휘둘러 반왕을 공격하였다.

 

 챙! 챙! 챙! 챙!

 

 순식간에 네 합이나 교환하였다. 맨손을 사용하는 천유강은 초근접 전에 장점을 가지고 있고 단봉을 든 반왕은 근거리에 장점을 가지고 있다.

 

 반왕은 무기의 길이를 이용하여 천유강이 다가오지 못하게 단봉으로 쳐냈으며 천유강은 그 단봉를 뚫고 더 근거리로 붙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전 경기보다 더 빠르고 강한 공격으로 반왕을 공격한 천유강이지만 그런 공격을 반왕이 침착하게 막아내었다. 그리고 천유강의 공격이 끝나자 반왕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휘익~

 

 반왕의 단봉이 자신의 머리를 노리고 휘둘려오자 천유강은 재빨리 고개를 숙여서 그 공격을 피해내었다.

 

 무게 중심이 완벽히 아래로 모인 그때 반왕의 단봉이 천유강의 발목을 노리고 휘둘렀다.

 

 부웅~

 

 단봉을 피해 옆으로 뛰어 한 바퀴 돈 천유강은 이번에는 반대로 반왕의 다리 쪽을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반왕은 침착하게 다리 한쪽을 들어 정강이로 천유강의 다리 공격을 막아낸 후 돌아서 단봉을 내리쳤다.

 

 쾅!!!!!

 

 천유가의 쇄골을 향해 떨어진 강력한 일격! 그대로 맞았다면 온몸이 넝마가 되었겠지만 천유가은 한쪽 손을 올려 막았다. 하지만 충격이 상상을 초월해 거의 주저앉을 뻔했다.

 

 "크윽!"

 

 발끝까지 찌릿하게 오는 통증을 참아내며 일단 뒤로 물러났다.

 

 「대단한 공방입니다!! 놀랍게도 무명 선수가 반왕 선수의 공격을 막아내고 벌써 수십 합을 겨루었습니다.」

 

 「어쩐지 쿠아칸 선수가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 버틴 것만이라도 해도 손뼉 칠 일이군요. 전문가들은 10초를 넘기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말이죠.」

 

 사회자와 해설자의 말처럼 반왕은 강하기는 했으나 예상했던 만큼은 아니었다.

 

 예선전에서 보여주었던 파괴력이라면 천유강은 이미 쓰러졌어야 했다. 하지만 반왕의 공격은 막아낼 만했고 오히려 천유강이 반격까지 시도할 수 있었다.

 

 '봐주고 있는 것인가?'

 

 반왕의 실력은 고작 이 정도가 아닐 터, 며칠의 수련으로 자신도 강해졌다고 하지만 반왕과의 차이를 메울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의도야 어땠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잡념을 지운 천유강은 다시 한번 반왕을 향해 뛰어들었다.

 

 '봐주고 있다고 해도 내 입장은 변하지 않는다. 날 가지고 놀 생각이라면 본 실력을 끄집어 내야겠지.'

 

 오히려 반왕이었기 때문에 섣불리 큰 기술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반왕의 경기에 대비하여 몇 가지 연습한 기술이 있기는 하지만 모두 꼼수에 불과하다. 완벽한 타이밍에 사용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적에게 역습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챙!

 

 반왕의 단봉을 막으면서 천유강은 확신했다. 반왕은 어쩐 일인지 단봉에 기를 얼마 불어넣지 않았다. 물론 그것만 해도 무지막지했지만 못 막을 정도는 아니었다.

 

 챙! 챙!

 

 둘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두 발을 마치 땅에 심은 듯이 손만을 놀려서 공격했다.

 

 방어가 끝나면 공격을 공격이 멈추면 방어를, 마치 짜진 각본처럼 둘은 거침없이 서로에게 공격하고 또 방어했다. 그 치열한 공방에 변화를 준 것은 반왕이었다. 두 손을 모아 단봉은 한곳으로 모으고 강력한 내려찍기를 사용했다.

 

 피하기에는 이미 상대의 타이밍이 너무 정확하게 들어왔다. 별수 없이 천유강도 공격을 멈추고 두 팔을 십자가 모양으로 겹쳐서 충격을 최소화로 줄였다.

 

 쾅!!!!!!

 

 겨우 막아냈긴 했지만, 어찌나 강력했던지 막았던 팔에 마비가 되는 느낌이었다. 정통으로 맞았다면 머리통이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크윽!"

 

 저절로 나오는 신음성을 삼키며 천유강이 뒤로 물러섰다.

 

 왼팔은 파열이 되었는지 움직이기가 버거운 상태다.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서 회복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

 

 뒤로 물러난 것과 동시에 기를 순환시켰다. 그냥 놔두었다면 한 달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을 상처지만 천부경의 정순하고 깊은 내공이라면 순식간에도 회복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두고 볼 생각이 없었는지 반왕이 돌진해왔다.

 

 쾅!!!!

 

 움직이지 않는 왼팔은 놔두고 오른팔만을 이용하여 반왕의 공격을 막았다. 그러면서도 계속 왼팔을 회복시키는 중이었다.

 

 쾅! 쾅! 쾅! 쾅!

 

 하지만 반왕의 양손에 쥐어진 단봉을 막아내기에 한 손만 쓰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였다. 천유강은 식은땀을 흘리며 겨우 막아내고 있는 것이 금세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더 버티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 천유강은 불편한 손 대신에 발을 이용하기로 했다.

 

 반왕이 단봉을 천유강의 심장을 노리고 뻗었을 때 천유강은 허리를 뒤로 젖히고 손을 머리 위 바닥을 집어 몸을 아치형으로 만들어 피했다. 그리고 그대로 발을 밀어서 뒤로 도는 것과 동시에 발로 반왕의 턱을 노렸다.

 

 마치 곡예와 같은 동작이었지만 타이밍만 완벽하다면 강한 카운터 어택을 날릴 수 있다.

 

 퍼억!

 

 뒤로 점프하는 힘을 이용하여 발로 쿠아칸의 턱을 공격했다.

 

 쿠아칸은 그것을 단봉을 이용하여 막았지만 천유강이 온몸의 힘을 이용해서 아래에서 위로 공격하는 것이었기에 몸이 허공으로 띄워졌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이미 자세를 잡은 천유강은 앞으로 뛰듯이 달려들며 팔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면서 공격했다. 마치 손날로 반원을 그리는 것 같은 공격이었다.

 

 쿵!!

 

 '왼팔이 온전하지 못해 너무 빈틈이 많았다.'

 

 이 공격은 오른팔과 왼팔이 서로 조화가 이루어야 성공이 가능한 기술이다. 그래서 공격은 모두 무위를 돌아갔다. 하지만 덕분에 왼팔을 치유할 충분한 시간을 버는 데에는 성공했다.

 

 '왼팔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나선회전참!'

 

 천유강의 몸이 마치 팽이처럼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휘이이익!

 

 그러자 천유강을 중심으로 다시 돌개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만큼 천유강이 고속으로 돌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 상태로 천유강은 쿠아칸의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아! 이건 무슨 기술일까요?! 천유강 선수가 마치 소용돌이처럼 돌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예선전에서도 본 적이 있는 장면 같군요. 천유강 선수와 쿠아칸 선수가 예선전에서 맞붙었던 같습니다. 전에는 쿠아칸 선수의 압승이었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군요.」

 

 위이이이이잉!!!!!!!

 

 이미 사람이 도는 속도라고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천유강의 몸이 돌고 있었다. 기와 체력의 소모는 극심하지만 공격과 방어가 조화되는 기술이다. 그 때문인지 쿠아칸도 함부로 덤비지 못하고 있었다.

 

 ‘실패하면 내가 당하는 양날의 검 같은 공격이야. 이번에 모든 힘을 쏟는다.’

 

 쿠아칸이 서 있는 자리는 마치 태풍은 눈처럼 고요했다. 하지만 그 주변 천유강이 돌고 있는 자리는 마치 폭풍이 일어난 듯 거대한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어느새 주변에 구경하고 있던 가상의 병사들이 하나둘 날아가고 있었다.

 

 한참을 주변을 돌던 천유강은 나선형을 그리며 점점 거리를 좁혀나가며 쿠아칸에게 다가왔다.

 

 우우우우우우웅!!!!!!!

 

 거대한 태풍이 다가오는 것 같은 모습에 반왕도 이번만큼은 여유로울 수 없는지 단봉을 어깨까지 올려서 자세를 취하고 천유강의 공격에 대비하였다.

 

 '기회는 단 한 번이다. 그전까지 최대한 회전력을 높여야 해.'

 

 천유강도 전신의 혈관이 다 터져다가는 고통을 참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모든 고통을 참고 쿠아칸에게 공격을 가하기 위한 단 한 번의 기회를 위해서 이를 악물고 참고 버티는 중이었다.

 

 끼이이익!!

 

 다리의 관절도 비명을 지르고 단전에서 시작된 내기는 제멋대로 흐르기 시작했다. 통제할 수 없는 내기는 시한폭탄과 같다. 온몸의 기혈이 다 터지기 직전에 천유강이 마침내 공격을 가했다.

 

 쾅!!!!!!!!!!!

 

 공격이 정확히 쿠아칸의 단봉에 부딪쳤다. 쿠아칸의 최대한 위력을 줄이기 위해서 단봉을 가슴에 대고 십자가 모양으로 겹쳐서 공격을 막은 것이다.

 

 "크!!!!!"

 

 이번 공격은 쿠아칸으로서도 막기가 버거웠는지 신음성을 지르며 뒤로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결국은 막았다.

 

 천유강의 공격은 이대로 무위로 돌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빙글

 

 처음 공격이 막혀도 멈추지 않고 천유강은 계속 회전했다.

 

 쾅!!!!!!!

 

 이윽고 두 번째 공격이 다시 전왕의 단봉에 명중이 되었다. 그 힘을 이기지 못했는지 쿠아칸은 뒤로 날아갔다.

 

 쿵!!!!

 

 엉망이 된 쿠아칸이 바닥에 쓰려졌다. 엉망이 되어 두 동강이 난 단봉들도 주인과 같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떨어져 있었다.

 

 「……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저희가 지금 헛것을 보고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 놀랍게도 쿠아칸 선수가!! 반왕이……! 쓰러져버렸습니다!」

 

 "헉~ 헉~"

 

 겨우 몸을 추수를 천유강도 자신의 눈을 믿지 못하였다. 분명히 저기에 쓰러져 있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쿠아칸이었다.

 

 자신이 상상으로 대련했던 상황에서도 이런 광경은 없었다.

 

 "……."

 

 관중마저도 믿을 수 없다는 듯 모두 침묵으로 일관했다.

 

 "크윽!!"

 

 그리고 쿠아칸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경기 도중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과연, 대단하군. 사부님이 말한… 쿨럭…! 그대로야."

 

 치밀어 오르는 핏물을 삼키며 쿠아칸은 쓰고 있던 가면을 천천히 내렸다.

 

 "사부님이 전하라고 했다. 미안하다고."

 

 "!!!"

 

 놀랍게도 가면을 벗은 반왕은 쿠아칸이 아니었다. 가면 안에 있는 얼굴은 천유강도 처음 보는 자신과 동년배쯤 되어 보이는 남자였다.

 

 「아! 이게 무슨 일이죠?! 지금까지 싸운 남자는 쿠아칸이 아니었습니다. 도대체 누구죠!」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반왕의 가장한 남자가 이제까지 천유강 선수와 싸우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반왕은 어디 있는 것일까요?」

 

 순식간에 경기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특히 귀빈석은 사태가 더했는데 어떤 남자가 다가와 태국 국왕에게 뭐라고 말을 하니 태국 국왕이 안색이 하얗게 변하였다. 그리고 친위대와 모두 로그아웃을 하였다.

 

 "이건……, 무슨 짓이지?"

 

 천유강의 물음에도 남자는 자신의 할 말만을 이어갔다.

 

 "쿨럭! 크윽! 힘들군. 나는 사부님의 네 번째 제자. 남단이다. 사부님이 극찬하기에… 여러 제자들을 대표해서 나왔다. 오늘은 졌지만, 쿨럭! 다음이 절대……."

 

 털썩!

 

 자신의 남단이라고 말한 남자는 결국 바닥에 쓰러져 사라지고 말았다.

 

 「아! 지금 들어온 속보입니다. 지금 태국의 반란군이 태국의 최대 곡창지대 중 하나인 미싸우 지역을 침공했다는 소식입니다. 그리고 그 선봉은 놀랍게도…….」

 

 해설자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다시 한번 종이를 보고는 말했다.

 

 「……반왕 쿠아칸이라고 합니다!!!」

 

 웅성웅성!

 

 갑작스럽게 터져 나오는 소식들에 관람객들도 공황 상태에 빠졌다.

 

 반왕 쿠아칸이 이 경기에 나온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태국 국왕이 참가하는 경기인 크러쉬 대회에 나와 세계와 태국 사람들의 시선을 이 경기로 모은 사이에 자신은 빠져나와 방심하고 있는 태국 국왕 군은 치는 것이었다.

 

 그를 대신하고 있는 것은 반왕의 네 번째 제자 남단이었다.

 

 비록 천유강에게 졌지만 이미 사람들의 눈을 돌리고 시간을 끄는 데는 성공한 그는 로그아웃했다.

 

 크러쉬 주체측은 태국 정부와 싸우는 반왕을 배려해 반왕이 경기장으로 로그인하는 곳을 비밀리에 정하고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기로 했다.

 

 반왕은 예선전과 본선 중 첫 경기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가면을 쓴 후 두 번째 경기부터는 자신의 제자인 남단이 처음부터 가면을 쓰고 나와 정체를 숨기고 경기를 치른 것이다.

 

 그 사이에 쿠아칸은 유유히 빠져나와 전쟁을 치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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